2024-04-24 01:38 (수)
실시간
핫뉴스
[ONE] '이터널 글로리' 리뷰 : 명승부 없는 명대회
상태바
[ONE] '이터널 글로리' 리뷰 : 명승부 없는 명대회
  • 유 하람
  • 승인 2019.01.20 20: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 챔피언십 포스터

[랭크5=유하람 기자] 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이스토라 세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원 챔피언십-이터널 글로리’가 종료됐다. 이번 대회는 경량급 왕국이었던 WEC를 보는 듯 눈이 즐거운 테크닉의 향연이 펼쳐졌다. 언더카드에서는 권원일(23, 익스트림 컴뱃)이 초살 KO승을 거뒀으며, '사령관' 안도 코지(33, 일본)가 연패를 끊었다. 메인카드에서는 크리스티안 리(20, 싱가포르)가 반칙패한 상대에게 설욕하는 데 성공했고, 사루타 요스케(31, 일본)가 스트로급 타이틀을 차지했다.

[스트로급 타이틀전] C 조슈아 파시오 vs 사루타 요스케

"슈토의 자객, 챔피언을 암살하다"
- 너무나 무력했던 파시오
평점 : ★★★

조슈아 파시오(23, 필리핀)는 본래 라이벌 스즈키 하야토를 상대할 예정이었다. 챔피언에 오르기 전 패배를 기록했던 상대이기에 이번에 이긴다면 1차 방어와 더불어 복수까지 완수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하야토는 부상으로 이탈했고, 대신 그 자리엔 슈토의 자객 사루타 요스케가 들어왔다. 경기 전 랭크5와의 인터뷰에서 파시오는 가장 위협적인 도전자로 하야토를 꼽으며 챔피언으로서 그와 리매치를 치르고 싶다고 어필했다.

그러나 파시오는 하야토를 기다리지 못했다. 요스케의 타격-그래플링 연계에 이렇다 할 대응을 보여주지 못하고 패했다. 결과는 1-2 판정패였지만 경기내용은 0-3 이상으로 일방적이었다. 파시오는 압도당하지만 않을 뿐 공격을 막는데 급급했다.

요스케의 영리한 운영은 감탄이 나왔다. 판정승부의 달인답게 상대방이 대처하기 곤란한 수싸움을 벌였다. 오른손 훅이 연달아 통하자 다음 라운드엔 한 번 꼬아 레프트 훅으로 상대를 두들겼다. 레슬링이 잘 먹히자 태클을 치다 말고 안면에 펀치를 꽂아넣었다. 텍스트로 보면 간단하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이 모든 동작을 요스케는 완벽하게 이행했다. 머릿속이 복잡해진 파시오는 25분 내내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원 챔피언십 스트로급은 이로서 4년 만에 챔피언이 다섯 번 바뀌는 진기록을 세웠다. 2015년 첫 챔피언이 등극한 이래 스트로급 타이틀 최다 방어 기록은 1회에 머물러있다. 최근 원 챔피언십에 합류한 드미트리우스 존슨이 이 춘추전국시대를 끝낼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대목이다. (원 챔피언십은 전 체급이 UFC보다 한 체급씩 무겁다. 원 챔피언십 페더급은 UFC 밴텀급과 제한체중이 같다)

[슈퍼시리즈 무에타이 플라이급] 몽콜펫치 vs 알렉시 세레피소스

"역시 강한 태국 낙무아이"
- 클린치 지옥을 선보인 몽콜펫치
평점 : ★★☆

태국 낙무아이의 실력은 격투기에 무지한 일반인에게도 명성이 자자하다. 준 메인이벤트에 나선 몽콜펫치(23, 태국)는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펼치는 데는 실패했지만, ‘니킥 지옥’을 선사하며 알렉시 세레피소스(24, 호주)를 3라운드 종료 3-0 판정승으로 꺾었다.

세레피소스가 분전했지만 몽콜펫치는 확실히 한 발씩 앞서나갔다. 특히 2라운드에는 넥클린치에서 묵직한 니킥을 차곡차곡 꽂아넣으며 데미지를 입혔다. 3라운드에선 클린치가 다소 파훼된 듯 헤드락 형태로 붙드는 장면이 다수 나왔지만 그래도 앞선 라운드에서 벌어놓은 점수가 넉넉했다.

서로 큰 충격을 주지는 못해 경기가 조금은 지루해진 감이 있지만, 원 챔피언십 입식 파이터의 수준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만족스러웠다.

[페더급크리스티안 리 VS 에드워드 켈리

"응우옌을 향한 세 번째 도전"
- 크리스티안 리, 페더급 이인자 자리를 굳히다
평점 : ★★★☆

사실 크리스티안 리(20, 싱가포르) 대 에드워드 켈리(34, 필리핀) 2차전에서 켈리의 업셋을 기대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리는 챔피언만 이기지 못했을 뿐 페더급에서 적수가 없는 선수, 원 챔피언십에서 반타작 성적을 내고 있는 켈리에겐 버거운 상대였다. 1차전 승리 역시 리가 레슬링으로 압도하다 금지된 스플렉스를 꽂아 반칙패를 당한 것이었다. 설욕해야 하는 입장인 리가 같은 실수를 저지를 리는 없었고 켈리는 그를 막을 무기가 없었다.

1라운드 초반 테이크다운을 따낸 리는 풀마운트를 타고 도망갈 틈만 주지 않으며 온 힘을 다해 파운딩을 쏟아부었다. 신체조건도 기량도 격차가 있었지만 리는 방심하지 않았다. 역전은 커녕 반격할 여지도 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역시는 역시. 켈리는 3분도 채 버티지 못하고 TKO됐다.

이처럼 일방적인 경기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운 편이다. 그러나 이기겠다고 작정한 리의 승부욕과 독기는 재미를 떠나 전율을 안겨줬다. 아직 한참 어리고 성장세도 빠른 선수가 멘탈마저 이렇게 빈틈이 없다니. 그의 미래와 챔피언 마틴 응우옌과의 3차전이 궁금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4경기 : 푸자 토마르 vs 룸반 가올

"토마르, 인도네시아에 찬물을 뿌리다"
- 지옥 같은 원정에서 거둔 값진 1승
평점 : ★★

먼 나라보다 이웃나라가 미운 법이다. 한중일이 서로 '너한테는 안 진다'는 마인드가 묘하게 있듯 인접한 국가끼리의 신경전은 상상을 초월한다. 동남아시아 기반으로 성장한 원 챔피언십 안에서도 그 열기는 느껴졌다. 자카르타 대회인 만큼 관객들은 '인도네시아'를 열창하며 다른 동남아 국적 선수의 기를 죽였다.

하지만 '될 사람은 된다'고 했던가. 푸자 토마르(25, 인도)는 프리실라 허타티 룸반 가올(30, 인도네시아)을 3라운드 종료 2-1 판정으로 꺾었다. 경기 종료 직전엔 가올이 압도하는 분위기였기에 홈 관중은 잔뜩 기대하고 있었으나, 결과가 발표되자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야유를 쏟아냈다. 외국인 선수에게도 그래도 호의를 보이던 인도네시아 관중도 이번만큼은 뿔이 단단히 났다.

외적인 재미와 별개로 경기는 갑갑했다. 수준 높은 경량급 경기가 앞뒤로 펼쳐진 탓인지 더욱 지루한 감이 있었다. 어려운 경기 끝에 승리한 토마르가 케이지 바닥을 얼싸 안았지만, 보는 입장에서 크게 공감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었다.

[슈퍼시리즈 무에타이 플라이급 매치] 조나단 하게티 vs 조셉 라시리

"한 라운드로 원 챔피언십 무에타이의 진수를 보여주다"
- 비교적 아쉬웠던 2, 3라운드…그럼에도
평점 : ★★★★

조나단 하게티(21, 잉글랜드) 대 조셉 라시리(27, 이탈리아) 1라운드는  글러브가 작고 공간이 넓은 원 챔피언십의 특성이 제대로 드러난 5분이었다. 가드로 막기 어렵고 도망갈 공간이 많은 만큼 선수들은 날카롭게 파고드는 엘보와 상대 움직임을 제약하는 킥으로 승부를 봤다. 특히 하게티는 알고도 못 막는 빠르고 경쾌한 앞발 킥 콤비네이션으로 상대를 괴롭혔으며, 달려들며 치는 엘보와 수직 엘보로 두 차례 시원한 다운을 따냈다. 원 챔피언십이기에 볼 수 있는 경기 양상이었다.

2라운드부터는 라시리가 추격하며 접전이 벌어졌다. 킥 거리에서 싸워주면 안 되겠다는 계산이 선 듯 라시리는 길게 뻗는 원투로 밀어붙였다. 1라운드에 두 차례나 다운 되고도 꾸역꾸역 따라오는 라시리와, 그를 다시 밀어내는 하게티의 킥이 일품이었다.

결과에 반전은 없었다. 초반에 격차를 벌린 하게티는 추격도 어느 정도 떨쳐내며 안정적인 판정승을 거뒀다. 다소 싱거운 마무리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1라운드에 보여준 임팩트는 빛 바래지 않았다. 원 챔피언십 입식 무대의 가치를 압축해놨다 해도 과언이 아닌 5분이었다.

[스트로급 매치] 로빈 카타란 vs 스테퍼 라하디안

"인도네시아 팬을 침묵시킨 카타란"
-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한 라하디안
평점 : ★★☆

이날따라 자카르타 관객의 열정은 자국 선수들에게 닿지 않았다. 스테퍼 라하디안(32, 인도네시아)은 압도적인 체격차와 홈팬 지지에도 타격이면 타격 그라운드면 그라운드 어느 한 부분에서도 앞서지 못하며 로빈 카타란(28, 필리핀)에게 패배했다.

카타란은 14cm나 작은 신장에도 정면 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채찍 같은 로킥은 일품이었고, 간간이 섞어주는 레슬링도 생각보다 효율적이었다. 막판에는 세레머니를 펼치다 코너에 몰리는 듯했으나 태클 시도로 위기를 모면했다. 정상권 파이터에게는 번번이 막히며 한계를 드러냈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사랑 받을 이유가 있음을 증명한 카타란이었다.

[페더급 매치] 박광철 vs 브루노 푸치

"브루노 푸치, 6년 만에 승패승패 행진 탈출!"
- 40대의 저력은 다음 경기에…
평점 : ★★★☆

박광철(41, 일본)은 안타깝게도 40대의 저력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 주짓수 강자 브루노 푸치(28, 브라질)는 대놓고 테이크다운과 초크를 노렸고, 박광철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탭을 쳤다. 페더급 전향 이후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던 그였기에 더 아쉬운 결말이었다.

언더카드

이번 대회의 꽃은 사실 언더카드였다. 언더카드는 단 한 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피니시가 나왔으며, 그 과정 역시 수준 높고 역동적이었다. 특히 권원일과 니우 캉 캉(22, 중국)이 각각 67초 스트레이트 펀치와 31초 하이킥으로 KO를 따내는 장면은 박수 받기에 충분했다. 꽤 많은 대진과 긴 대회시간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던 이유였다. 유일한 판정경기였던 안도 코지(33, 일본) 대 라술 아캬예프(27, 러시아)도 치열한 접전으로 흘러갔다.

총평

"명승부 없는 명대회"
- WEC의 향수를 느끼다
평점 : ★★★☆

'이터널 글로리'를 주욱 돌아볼 때, 정말 '이건 명승부다!' 싶었던 경기는 특별히 없었다. 일방적인 경기가 다수 있었고, 접전이었던 경기는 그렇게 박진감 넘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번 대회는 시청을 마쳤을 때 상당한 만족감을 안겨줬다. 명승부가 없었지만 심각하게 지루하거나 눈을 버리는 저질 경기도 없었기 때문이리라. 전반적으로 화끈함과 경기 수준이 균형을 이뤘던, 과거 경량급 왕국으로 불리던 WEC가 떠오르는 대회였다.

유하람 기자 rank5yhr@gmail.com

원 챔피언십 – 이터널 글로리
– 2019 1 19 6 30(현지시간자카르타


메인카드


[스트로급 타이틀전조슈아 파시오 VS 사루타 요스케
– 사루타 요스케 5라운드 종료 판정승(2-1)


[슈퍼시리즈 무에타이 플라이급알렉시 세레피소스 VS 몽콜펫치
– 몽콜펫치 3라운드 종료 판정승(3-0)


[페더급크리스티안 리 VS 에드워드 켈리
– 크리스티안 리 1라운드 2 54 TKO(파운딩)


[여성 아톰급프리실라 허타티 룸반 가올 VS 푸자 토마르
– 푸자 토마르 3라운드 종료 판정승(2-1)


[슈퍼시리즈 무에타이 플라이급조셉 라시리 VS 조나단 하게티
– 조나단 하게티 3라운드 종료 판정승(3-0)


[스트로급스테퍼 라하디안 VS 로빈 카타란
– 로빈 카타란 3라운드 종료 판정승(3-0)


[페더급브루노 푸치 VS 박광철(보쿠코우테츠)
– 브루노 푸치 1라운드 3 30초 서브미션 승(리어네이키드 초크)


언더카드


[페더급앤소니 엔겔런 VS 권원일
– 권원일 1라운드 1 7 TKO (펀치)


[라이트급라술 아캬예프 VS 안도 코지
– 안도 코지 3라운드 종료 판정승(2-1)


[68kg 계약수노토 VS 니우  
– 니우 캉 캉 1라운드 31초 KO승(하이킥)


[스트로급애디 파랸토 VS 아지즈 칼림
– 아지즈 칼림 1라운드 4분 40초 서브미션 승(리어네이키드 초크)


[페더급오스카 야쿠트 VS 안드레아스 삿야완
– 오스카 야쿠트 2라운드 2분 36초 TKO 승(파운딩)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