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20 13:16 (월)
실시간
핫뉴스
[UFN 147] 리뷰 : 런던 대공황
상태바
[UFN 147] 리뷰 : 런던 대공황
  • 유 하람
  • 승인 2019.03.19 0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UFN 147 포스터

[랭크5=유하람 기자] 현지화의 기본은 스타 마케팅이다. 어떤 지역에서 일을 벌이고 싶다면 그 지역 사람을 데려다 쓰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격투스포츠는 특성상 현지인 기용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변수는 많은 대신 승패는 분명히 갈리기 때문에 언제나 '복불복'이다. 안타깝게도 17일 영국 런던 O2 아레나에서 열린 UFN 147는 그중 '꽝'이 나온 대회였다.

[웰터급] #3 대런 틸 vs #11 호르헤 마스비달

"조커, 골리앗을 잡다"
- 대런 틸, 이대로 끝?
평점 : ★★★★

연이은 지루한 경기로 분위기가 가라앉은 경기장에 결정타를 안긴 선수는 호르헤 마스비달(34, 미국)이었다. 초패스트 로블로로 맥을 끊고 시작한 마스비달은 대런 틸(26, 잉글랜드)을 일격에 제압하며 O2 아레나에 찬물을 끼얹었다. 마이클 비스핑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평가 받던 틸이었고, 1라운드만 해도 다운을 따내며 기분 좋게 시작했기에 분위기는 더욱 싸늘했다.

알 사람은 알다시피 마스비달은 '조커' 기질이 다분한 선수다. 2009년 이후 단 한 차례도 피니시 당하지 않았을 정도로 위기 회피 및 대처능력과 기본기가 좋다. 그러나 판정운이 아주 나쁘고 경기력 기복이 심해 결과를 예상하기가 어렵다. 레슬러 루스탐 하빌로프의 뒤돌려차기에 나동그라지는가 하면 도널드 세로니를 타격으로 농락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번 경기에서 마스비달의 주사위에는 6이 나왔다.

1라운드 틸의 레프트 스트레이트에 죽다 살아난 마스비달은 2라운드 들어 타격감을 찾기 시작했다.이후 서서히 안면타격 적중 빈도가 높아지던 마스비달은 날카로운 슈퍼맨펀치 형태 레프트 훅으로 상대를 스턴 상태로 만들었다. 곧바로 쏟아지는 후속타에 틸은 고목처럼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경기 초반엔 더 때려보라며 도발하던 틸이었지만 아무리 거대한 선수라해도 매에는 장사가 없었다.

경기 종료 후 희비는 아주 크게 엇갈렸다. 마스비달이 “틸은 아직도 어리고 강하다”고 박수를 보냈지만 고국에서 패배한 틸은 경기 후 좌절감에 한참 동안 머리를 싸맨 채 일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타이틀전에서 2라운드 서브미션으로 첫 패를 당하자마자 기록한 연패이기에 충격이 더욱 큰 듯했다. 이대로 틸이 몰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들었다.

반면 마스비달은 500여 일만에 옥타곤에 돌아와 부진을 깨끗이 씻어냈다. 약속한 대로 올해 안에 벨트를 가져오는 것도 불가능해보이지는 않는다. 일단 백스테이지에서 리온 에드워즈와 충돌한 사건부터 해결해야겠지만 말이다.

[웰터급] #10 리온 에드워즈 vs #13 거너 넬슨

"힘의 차이가 느껴지십니까?"
- 넬슨, 이제는 감량을 해볼만도
평점 : ★★

다윗이 골리앗을 잡은 메인이벤트와 정 반대로 준 메인이벤트에서는 골리앗이 다윗을 압살해버렸다. 거너 넬슨(30, 아이슬란드)은 리온 에드워즈(27, 잉글랜드)의 압도적인 피지컬에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하고 패했다. 초반 넬슨의 그래플링을 경계하던 에드워즈는 몸을 부딪히자 이내 자기 힘이 얼마나 강한지 깨달아버렸다.

2라운드부터 에드워즈는 자신이 질 일이 없다는 듯 여유롭게 점수만 벌었다. 넬슨에겐 갑갑한 상황만 이어졌다. 타격 거리는 닿지 않았고 힘겹게 싸잡아 넘겨도 상대가 힘으로 쉽게 일어나버렸다. 결국 15분 내내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에드워즈는 어렵지 않게 7연승을 기록하며 마지막 패배를 안긴 챔피언 카마루 우스만에게 한 발짝 다가섰다.

넬슨은 감량에 부정적인 파이터로, 거의 평소체중으로 경기에 나오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2014년 이후 꾸준히 작은 체격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쯤 되면 진지하게 라이트급 전향을 고려해볼만 하지 않을까.

[라이트헤비급] #6 볼칸 우즈데미르 vs #8 도미닉 레예스

"이 둘이 톱10이라니"
- 앤소니 스미스 의문의 재평가
평점 : ★☆

라이트헤비급의 경기력 논란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그래도 한 주먹 한다는 도미닉 레예스(29, 미국)와 볼칸 우즈데미르(29, 스위스)마저 그 논란에 더욱 부채질을 해버렸다. 서로의 화력과 저질체력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3라운드 내내 간만보는 참사가 벌어졌다. 불행 중 다행으로 '뉴페이스' 레예스가 살아남기는 했지만, 냉정히 말해 둘 다 챔피언감은 아니라는 사실만 확인하고 만 경기였다.

[밴텀급] 나타니엘 우드 vs 호세 퀴뇨네스

"조국에 바치는 승리"
- 이번 대회 영국인 최고의 결과
평점 : ★★★

영국인 입장에서 이번 대회에서 건진 유일한 경기는 나타니엘 우드(25, 잉글랜드) 대 호세 퀴뇨네스(28, 멕시코)였다. 우드는 경쾌한 움직임으로 스탠딩에서 상대를 농락했으며, 상대 주전장인 그라운드로 과감히 쫓아들어가 탭까지 받아냈다. 모든 공격이 차단당한 퀴뇨네스는 전의를 완전히 상실한 표정으로 손쉽게 경기를 포기했다.

이번 승리로 우드는 옥타곤 데뷔부터 3연속 서브미션 승을 거뒀다. 지금 페이스대로면 그가 말한 대로 톱10 진입도 곧 가능해보인다. 마이클 비스핑이 떠나고 대런 틸이 주저앉은 가운데 영국의 희망이 우드라고 하면 과연 그게 과장된 말일까.

[웰터급] 대니 로버츠 vs 클라우디오 실바

"도둑맞은 승리"
- 심판이 모든 걸 그르치다
평점 : ☆

여기저기 하자가 발생한 UFN이었지만, 클라우디오 실바(36, 브라질) 대 대니 로버츠(31, 잉글랜드)는 그 중에서도 최악이었다. 선수들은 잘못이 없었다. 실바는 우월한 테크닉으로, 로버츠는 근성과 체력으로 분전하며 엎치락뒤치락 싸웠다. 그러나 마무리가 문제였다. 스톱사인 오류 하나가 이 경기를 망쳐버렸다.

경기 초중반 로버츠는 클라우디오 실바(36, 브라질)의 우월한 테크닉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래플링에 농락당하는 것은 물론 장기인 타격전에서조차 쉽게 거리를 잡지 못했다. 그러나 진흙탕 싸움을 벌이며 체력전으로 끌고 가자 흐름은 역전됐다.

3라운드 들어서는 연속된 스크램블 상황에 실바가 확연히 지친 모습을 보였다. 로버츠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초반부터 좋은 원투를 적중시켰고, 휘청이는 실바를 그라운드로 밀어넣었다. 실바는 이내 엘보 연타에 얼굴이 피로 물들었고, 필사적으로 시도한 하체관절기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시도한 암바가 문제였다. 강하게 들어간 듯 보였으나 로버츠가 유연성으로 버티며 결국 풀어내는 순간 심판이 경기를 중단해버렸다. 로버츠는 망연자실해 눈물을 감추지 못했고 경기 후 커뮤니티에선 판정논란이 일었다.

일단 판정이 내려진 이상 승자가 약물 적발이라도 되지 않는 한 결과는 번복이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승자도 패자도 관객도 개운치 못한 결말이 됐다.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 말대로 심판이 파이터뿐 아니라 팬에게까지 위대한 경기를 망치고 훔쳐가버린 셈이다.

[미들급] 잭 마쉬먼 vs 존 필립스

"영국인이 사랑하지 않는 복싱"
- 잉글랜드에서 벌어진 웨일스인 둘의 '자강두천'
평점 : ★☆

'자존심 강한 두 천재의 대결'이라는 용어가 있다. 속칭 '자강두천'은 누가누가 더 저질인가 내기하는 듯한 경기력을 볼 때 비꼬는 용도로 쓰이는 말이다. 잭 마쉬먼(29, 웨일스)과 존 필립스(33, 웨일스)의 '웨일스 내전'도 '자강두천' 딱지를 피하지는 못했다.

초반 필립스가 다운을 따낼 때만 해도 불타오를 줄 알았던 이 경기는 이내 관객과 함께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연패 중이라 서로 잃을 게 많은 두 선수는 질금질금 눈치만 보다 판정까지 가버렸다. 화룡정점은 결국 승리한 마쉬먼의 승자 인터뷰. 그는 “영국이 사랑하는 복싱을 보여줬다”며 소리쳤지만 관객은 침묵했다. 정말 할 말이 없는 싸움이었다.

총평

"런던 대공황"
- 찬물을 뒤집어쓴 잉글랜드 팬들
평점 : ★☆

제3자 입장에서 봐도 UFN 147은 절대 좋은 대회가 아니었다. 졸전의 연속에 커다란 오심까지 발생하며 보는 내내 찝찝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나마 마스비달의 대활약으로 마무리는 좋았으나 현지 팬 입장에서는 그마저도 커다란 재앙이었다. 당일 잉글랜드의 원조 영웅 마이클 비스핑을 UFC 명예의 전당에 올린 주최측의 배려가 민망할 정도로, 이번 런던 대회는 처참히 실패하고 말았다. 고국을 크게 실망시키는 일에 우스갯소리로 OO 대공황, OO 대폭발 같은 수식어가 붙곤 한다. UFN 147은 그야말로 '런던 대공황'이었다.

rank5yhr@gmail.com

UFN 147 경기 결과
- 2019년 3월 17일 영국 런던 O2아레나

[웰터급] #3 대런 틸 vs #11 호르헤 마스비달
– 호르헤 마스비달 2라운드 3분 5초 KO승(펀치)

[웰터급] #10 리온 에드워즈 vs #13 거너 넬슨
– 리온 에드워즈 3라운드 종료 판정승(2-1)

[라이트헤비급] #6 볼칸 우즈데미르 vs #8 도미닉 레예스
– 도미닉 레예스 3라운드 종료 판정승(1-2)

[밴텀급] 나타니엘 우드 vs 호세 퀴뇨네스
– 나타니엘 우드 2라운드 2분 46초 서브미션승(리어네이키드초크)

[웰터급] 대니 로버츠 vs 클라우디오 실바
– 클라우디오 실바 3라운드 3분 37초 서브미션승(구두 탭)

[미들급] 잭 마쉬먼 vs 존 필립스
– 잭 마쉬먼 3라운드 종료 판정승(2-1)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