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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칼럼] 띠빵(Gauntlet)의 찬/반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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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칼럼] 띠빵(Gauntlet)의 찬/반에 관하여
  • 정성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0.08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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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띠빵(Gauntlet)을 찬성하는 이유, 그리고 반성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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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jjheroes

[랭크5=정성훈 칼럼니스트] 현재 주짓수를 수련하는 분들중에 띠빵(해외에선 Gauntlet, Belt Whipping이라고 부름, 편집자 주)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주짓수를 수련하시는 분들 대부분이 승급을 이미 경험했다면, 띠빵 역시 경험했을 것이다. 당연히 나도 경험했고, 나를 두들겼던 사람을 기억했다가 복수한답시고 신나게 두들긴 기억도 있다.

띠빵도 다양한 형태의 띠빵이 있다. 보통은 양쪽으로 갈라서 있는 관원들 사이로 띠의 높낮이에 따라서 왔다갔다가 하면서 띠로 맞는 형태가 대부분이고, 이외에는 동그랗게 선 관원들 안쪽에서 두들겨 맞기도 한다. 어찌보면 악습이지만, 어찌보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아 전 세계의 주짓수인들이 함께 즐기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형태의 띠빵>

그런데 최근 주짓수의 띠빵에 대해서 반대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아무래도 폭력성과 야만성에 관련된 부분에 대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띠빵의 유래는 얼라이언스의 수장인 파비오 구젤의 말에 따르면 1988년, 본인이 수업을 하던 체육관에서 일종의 장난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만일 정말로 파비오의 말대로 당시에 시작되었다면 어느덧 30년이 넘는 전통있는(?) 장난이 되어버린 셈이다.

파비오 구젤은 본인의 블로그에서 이런 장난이 너무나도 폭발적인 속도로 전 세계로 뻗어나가서 놀랐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는 본인도 이러한 띠빵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으며, 현재 벨트 테스트를 별도로 진행하여 더 나은 수련자이자 선수, 사범이 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한다.

<상기와 같은 이유에도 파비오 구젤의 얼라이언스 지부들은 여전히 띠빵을 하고있다>

 나는 띠빵에 두 가지 상반된 의견을 갖고 있다. 

먼저 반대의 의견을 말하자면 역시 야만성과 폭력성이다. 이제 막 고등학생이된 어느 흰 띠가 파란 띠로 승급을 하게 되었다고 생각해보자. 그날 승급식에는 100명에 가까운 성인들이 참여를 했고, 중학교때부터 아이에게 주짓수를 가르친 부모님도 같은 자리에 있었다고 생각을 해보자.

100명의 성인이 어린아이를 무참하게 띠로 두들겼고, 끝나고 등에는 온통 피멍이 들어있다. 말이 띠빵이지, 폭력 그 자체나 다름없다. 그런상태로 자랑스럽게 상의 탈의를 하고 좋아하면서 사진을 다함께 찍는다. 과연 부모님의 입장에서도, 또 주짓수를 모르는 제 3자의 관점에서도 이게 유쾌한 장면일까? 절대로 아니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찬성의 의견을 생각해 보자면 팀의 단합과 그에 도움이 되는 추억을 만들어준다는 점이다. 생각해보면 내가 주짓수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시합과 띠빵이었다. 나 역시 그러한 야만성 넘치는 폭력속에서 행복한 비명을 질렀고, 아프긴 했지만 정말 좋은 기억으로만 남아있다.

물론 또 당하라고 하면 당하고싶지는 않다.(정말 죽을듯이 아팠다) 어쨌든 "이런 야만적인 폭력을 왜 행사하는거야?" 와 같은 반감은 전혀 없다. 그리고 이 점은 띠빵을 이미 겪은 많은 수련자들이 공감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당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다를수는 있지만, 승급의 기쁨과 함께 찾아오는 하나의 행사이자 소중한 추억이 되는 셈이다.

내가 만일 한 체육관의 관장이 된다면 나 역시 띠빵이라는 '행사'를 해야할지 정말 고민할 것같다. 그렇지만 창시자가 직접 언급할 만큼 잘못된 악습이라는 측면에서 역시 부정적인 생각으로 띠빵을 바라볼 것은 변하지 않을것이다.

역시 남은건 체육관을 운영하는 관장의 선택인 것이다. 가라데의 10인 조수가 있는 것처럼 모든 관원들이 보는 앞에서 충분히 증명할수 있는 공동의 장을 마련하거나, 아니면 평범하게 승급식을 진행하되 말 그대로 띠빵만 없이 진행하거나, 혹은 스파링 중에 서프라이즈 식으로 진행한다던가 하는 것은 오롯이 선택은 관장의 몫이다.

띠빵을 진행하더라도 악습으로 기억되지 않고 좋은 기억으로만 남을 수도 있고, 다신 겪고 싶지 않은 폭력으로 남을 수도 있지만 그 역시 어디까지나 체육관을 운영하는 관장님의 몫인 것이다. 그리고 책임 역시 관장에게 돌아간다.

<터키 최초의 블랙벨트, Burak Deger Bicer의 서프라이즈 승급식>

모든 문화는 변화하고 사람들은 그 문화에 동화되어 살아간다. 띠빵을 포함한 주짓수의 문화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올바른 것은 남고 그릇된 것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지금까지의 주짓수가 한국에 뿌리내리고 나름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것처럼, 언젠가 다시 시간이 흘러 주짓수의 문화가 변한다면, 그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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