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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칼럼] 터키의 주짓수 도장은 어떤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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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칼럼] 터키의 주짓수 도장은 어떤모습일까?
  • 정성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1.12 0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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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주짓수 체육관 코르보스 컴뱃 방문기

[랭크5=정성훈 칼럼니스트] 나는 여행을 다니는걸 굉장히 좋아한다. 어떤 여행을 가든 항상 도복을 챙기고, 아무리 일정이 있다고 한들 반드시 꼭 한 번은 주짓수를 하려고 노력한다. 나라마다, 체육관마다 각자의 분위기가 모두 다르고, 구사하는 기술의 트렌드들도 모두 다르다. 그걸 내 몸으로 직접 체험하고 공부하는것만큼 즐거움을 느끼는것도 없으며, 그런 여행이야말로 내게는 가장 행복한 여행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나는 터키를 다섯 번을 방문했고, 다 같은 체육관을 방문했다. 코르보스 컴뱃. 까마귀를 형상으로 하는 팀이다. 정확하게는 교환학생 시절 만난 터키 친구가 본인의 체육관으로 놀러오라고 해서 갔다. 재미있게도 막상 그 친구는 주짓수를 그만 뒀고, 나는 계속해서 같은 도장을 몇 번이고 찾아가고 있다. 일주일 전 나는, 뜬금없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오로지 주짓수를 하기 위해서 터키를 다시 방문했다.  그리고 이번 여행은 격무에 시달리던 나를 그야말로 제대로 치료해준 여행이었다. 

14년도에 방문했을때 찍었던 사진. 지금은 다들 뿔뿔히 흩어져서 본인의 체육관을 운영하거나 각자의 길을 걷고있다.
14년도에 방문했을때 찍었던 사진. 지금은 다들 뿔뿔히 흩어져서 본인의 체육관을 운영하거나 각자의 길을 걷고있다.

이 체육관의 관장님은 "Burak Deger Bicer", 터키 최초 검은 띠로 미국에서 유학을 하며 주짓수를 수련해 터키에서 도장을 열었다. 종합격투기에도 선견지명이 있었다. 주짓수 뿐만 아니라 종합격투기, 무에타이 등 타격을 지도 하면서 재능이 있는 선수들을 발굴해서 키워내고 있다. 실제로 나와 처음 만났을때 평범한 흰 띠였던 10대의 친구가 현재는 종합격투기 파이터가 되어서 원 챔피언십에서 싸우고 있기도 하다. (위 사진에서 왼쪽에서 두번째_ 또 마찬가지로 흰 띠였던 어느 여자 수련생은 현재 터키 최초의 여자 검은 띠로, 계속해서 활발하게 시합에 참여하고있는 중견 선수로 성장했다.) 

<한없이 어렸던 친구로 보였는데 최근 경기를 보면 덜덜 떨릴지경이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만큼 많은 체육관을 방문하지만 이 곳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가 있었다. 우선 관장님이 단순히 나를 '손님'으로만 보지 않고, 내게 방문의 의미를 만들어 주고 있다. 보라 띠 시절 방문했을 때, 관장님은 내게 파란 띠때 스파링을 했던 친구들과 전부 다 스파링을 하도록 시켰었다. 몇 년 사이 관장님의 제자들과 나는 쓰는 기술도, 스타일도 너무나 판이하게 달라져 있었다. 모든 스파링이 끝나고 나서 관장님은 내게 "어때, 달라진게 좀 있어?" 라고 물어오셨다. 항상 아무생각없이 체육관으로 향했던 나의 주짓수의 변화를 말 그대로 피부로 체험할수 있었던 소중한 순간이었다. 
 
또한 앞서 주지했다시피, 나와 Burak 관장님의 제자들이 변하는 모습을 계속해서 볼 수 있어서 너무나도 좋았다. 누군가는 종합격투기로, 누군가는 주짓수 검은 띠를 받은 관장으로, 또 누군가는 관장님과 함께 일하는 사범으로. 처음 만났을때 흰 띠, 파란 띠였던 친구들이 나와 마찬가지로 주짓수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수련하면서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또 직접 만나서 그런 변한 모습을 서로 마주했을 때. '나의 성장' 이 아닌 '상대의 성장'을 보면서 느끼는 뿌듯함은 정말이지 굉장한 경험이었다. 

언제 와도 항상 반갑게 맞아주신다. 주짓수처럼 이렇게 사람과 사람을 빠르게 연결해주는 운동이 또 있을까!
언제 와도 항상 반갑게 맞아주신다. 주짓수처럼 이렇게 사람과 사람을 빠르게 연결해주는 운동이 또 있을까!

처음에 방문했을때만해도 다른 체육관의 매트를 빌려서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방문했을때 마침 2주 전쯤에 본인들의 체육관이 생겼다고 자랑스럽게 소개했었다. 본인들에게도 감격스러운 순간이었겠지만, 꾸준하게 방문하고 있는 나에게도 어딘지 모르게 뭉클한 순간이었다. 이처럼, 몇번 만나지 않았어도 이토록 친해지게 만들수 있는 운동이 또 있을까! 

도장을 떠나는 나를 배웅하면서 관장님은 "그래도 10년 되기전에는 한번 더 와" 라고 말씀하셨다. 앞으로 또 터키를 가게 된다면 반드시 들리겠지만, 해외에서 주짓수를 계속해서 수련하면서도 느끼는 것은 이곳처럼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도장은 정말 드물다는 점이다. 비행기에 올라 되돌아 오면서도 찍은 사진과 영상들을 보면서 미소를 머금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만약 이 글을 읽고계시는 분들이 터키에 여행계획이 있으시다면, 정말이지 꼭 방문해보시라고 권하고싶다. 

<방문기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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