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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창 칼럼] 권아솔과 코너 맥그리거, 그리고 '트래시 토킹'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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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창 칼럼] 권아솔과 코너 맥그리거, 그리고 '트래시 토킹'에 대하여
  • 성우창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0.25 0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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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아솔
권아솔

[랭크5=성우창 칼럼니스트] 로드 FC의 56번째 대회가 어느덧 한 달 여를 앞두고 있다. 명실상부 국내 종합격투기 리그 중 가장 눈부신 성공을 거둔 단체이며, 최초로 전남 여수에서 열리는 흥행이기에 각종 언론 스포츠면을 장식하는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번 흥행이 유독 많은 주목을 받는 이유가 한때 은퇴설이 나돌았던 권아솔의 복귀전이 메인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올해 여름까지 진행된 로드FC의 프로젝트, '라이트급 100만 불 토너먼트'는 국내 종합격투기계 최고의 화두였으며, 그 한 가운데에는 권아솔이 있었다. 더욱 충격적인 홍보영상을 위해 트로피를 혀로 핥는 일까지 마다하지 않았던 그가 제일 주목받은 이유는 아무래도 토너먼트 초기부터 시작된 끝없는 ‘트래시 토킹‘이었다.

이미 토너먼트 초기, 아니 그 이전부터 SNS를 통한 도발적 언행은 유명했으나, 그 화룡점정을 찍은 것은 역시 토너먼트 개시 후 샤밀 자브로프가 결승전 가시권에 든 시기일 것이다. 자브로프의 세컨드로 매번 UFC 라이트급 세계 챔피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가 내한했기에, 그를 상대로 한 트래시 토킹은 대회 흥행, 나아가 세계적 주목으로 이어지리라 판단한 계산이리라.

로드를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국내 팬층조차 권아솔이 기자회견에서 ‘샤밀 빅또리‘를 외치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또한 권아솔은 결승전에서 샤밀 자브로프가 패한 후에도 그는 자신의 최종 상대로 낙점된 승자 만수르 바르나위를 상대로 트래시 토킹을 멈추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래시 토킹으로 인해 관심이 높아질수록 권아솔에게 돌아오는 것은 본인에 대한 비웃음과 비방, 그리고 상대 선수에 대한 응원이었다. 선수 차원을 넘어 아예 대회사에 대한 조롱도 이어졌다. 물론 여기에는 로드 FC가 지녔던 고질적 비호감 이미지도 어느 정도 작용한 듯 하다.

권아솔이 최종전에서 패한 후 그간 한창 올려놓았던 주가는 반대급부로 돌아왔다. 한동안 권아솔은 더욱 강경한 비판 여론에 시달려야만 했다. 결국 참다못한 선수 본인과 로드 FC측에서 항변이 이어졌고 거기에는 그간의 심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침체된 국내종합격투기의 인기를 위해, 지명도를 위해, 화제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원치 않는 ‘자극적 언행’을 해야 했었다고.

어쩌면 그들은 화제성 트래시 토킹을 남발하기 시작할 때 UFC의 코너 맥그리거를 벤치마킹 했는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이 있으며, 개중에는 필자도 포함된다. 공교롭게도 같은 체급에 파이팅 스타일도 비슷한 코너 맥그리거가 플로이드 메이웨더, 하빕 누르마고메도프 등 타 선수들에 한창 트래시 토킹으로 열을 올릴 때, 몇 번인가 권아솔이 SNS를 통해 코너 맥그리거를 향한 도발을 날리기도 했다. 닿았을지 닿지 않았을지는 미지수지만.

그러나 권아솔과 코너 맥그리거의 가장 큰 차이는 역시 팬들, 특히 국내 격투기 팬들의 반응이었다. 코너 맥그리거의 언행이 연일 화제를 일으키며 국내에도 소위 ‘맥빠‘를 대거 양산한 반면, 권아솔의 팬덤은커녕 오히려 국내 격투기 선수에 대한 비호감으로 이어진 탓이다.

혹자는 이것을 양 선수 간 실력 차에 원인을 두기도 한다. 소위 ‘못하는 놈이 입만 살아있다‘라는 이론이다.

그 잘한다는 코너 맥그리거는 세계 최고 대회의 탑 컨텐더일지 몰라도 최근 전적에 패배가 결코 적지 않으며 가장 최근 있던 매치에서는 치명적인 파이팅 스타일상 단점을 노출한 상황이다. 흔히 부르는 ‘절대강자’라 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모양새다.

하지만 권아솔 역시 ‘고작 국내 최고 격투기 대회’의 전 챔피언에 불과할지 모르나, 적어도 그가 속해 있는 선수 풀 내에서는 단연 최고의 실력과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거기다 대외적 모습과 달리 사적인 인품과 훈련의 성실함 역시 나쁜 평가가 들리지 않는 모범적인 선수에 속한다.

그렇다면 왜, 어째서, 이 둘 간의 트래시 토킹 반응 온도 차는 크기만 한 것인가.

조제 알도와의 타이틀전, 아니 그 이전의 계속된 매치업에서 코너 맥그리거가 가져온 영향은 선풍적인 것이었다. 이미 차엘 소넨 대에서 정립된 종합격투기 시장에서의 트래시 토킹 문화는, 코너 맥그리거에서 더욱 정제되어 명품으로 도배된 복색, 잘생긴 얼굴, 뿜어져 나오는 고급진 아우라로 완성되었다.

코너 맥그리거
코너 맥그리거

그런 코너 맥그리거의 행동에서 격투기 팬들은 그동안 마이너 종목으로 소외되었던 종합격투기 선수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복싱 등 메이저 스포츠 스타에 비견되는 쾌감을 맛보기 시작했다. 코너 맥그리거 이후 지금도 수많은 종합격투기 선수들이 기자회견장에서 후줄근한 트레이닝복이 아닌 깔끔한 정장을 입고 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언제나 관심과 응원에 목마른 국내 격투기계는 그런 ‘코너 맥그리거 특수‘를 그냥 놓칠 리 없다. 미국과 전 세계에서 격투기의 위상이 높아졌다 한들, 국내 격투기 팬들은 UFC에 열광할지언정 여전히 로드 FC를 비롯한 국내 격투기대회에는 조롱과 야유를 보내고 있었다. 이른바 터닝포인트, 흥행 카드, 이슈메이커, 계기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코너 맥그리거처럼 정장을 빼입고, 기자회견장과 SNS를 넘나들며 ‘빅 마우스‘로서 열연을 펼치는 권아솔의 숭고함을 알고도 손가락질할 이는 아무도 없다. 본인의 실제 품성과 무관하게, 그것이 정말로 선 넘고 쪽팔리는 행동이었다면 대회사 차원에서 모종의 ‘컨트롤’이 있었을 테니까. 허나 로드FC는 각종 언론 홍보, 혹은 자사가 보유한 온갖 미디어 채널을 총동원해 그러한 기믹을 최대한으로 부추기는 모양새였다. 심지어 최근 복귀 선언 후에도 유튜브 ‘킴앤정’ 채널을 통해 다시금 그런 권아솔의 기믹을 되살리려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권아솔의 앞길을 험난하게 한 장애물이 몇 가지 있으니, 필자는 먼저 한국이 추구하는 미디어 문화를 꼽고자 한다. 특히 로드 FC가 격투기의 대중화와 공중파 방송 진출까지 염두에 둔 이상 방송통신위원회를 위시한 공적 기관들의 눈 밖에 날 일이 없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트래시 토킹, 특히 이슈 몰이를 하고 격투기 팬들의 대리만족을 만족시킬 토킹은 필수 불가결하게 거칠면서 재치 있는 언사와 실제 행동까지 동반할 필요가 있다. 권아솔은 다행히 기자회견장에서 테이블을 뒤엎고 상대 선수와 몸 씨름을 하는 데까지는 가까스로 성공했으나, 아무래도 공적인 입장에서의 거친 육두문자, 혹은 도를 넘은 인신공격을 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기껏 해봐야 ‘새끼‘정도가 최선이었을 뿐이다.

재치 있는 디스를 날리고자 하더라도 두세 번 비꼰 서양식 독설보다 직설적 비판에 익숙한 국내 대중들이 그것을 쉬이 이해하길 기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무엇보다 나이에 관계없이 어렵지 않게 미디어로 접할 수 있는 로드 FC 흥행에서 함부로 수위높은 트래시 토킹을 일삼았다가는 정부와 시민단체에서의 질타를 막을 길이 없었을 것이다.

이미 코너 맥그리거와 네이트 디아즈, 그 밖에 많은 선수들의 화려한 F-word에 익숙해진 팬들은 여기에 만족할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유치하다’라는 평이나 내놓으면 다행인 지경이었다. 당장 유력 포털의 권아솔 관련 기사 댓글을 보면 ‘창피하다’, ‘쪽팔린다’라는 내용의 댓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물론 이것을 단순히 엄격한 미디어 문화 하나만으로 이유를 단정지을 수는 없다. 정부와 다수 대중들이 지향하는 경향과 별개로, 격투기 팬들은 충분히 거친 수위의 쇼맨십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권아솔 및 로드 FC가 주어진 방송환경과 격투기 팬들의 니즈 사이에서 확고한 방향을 추구하지 못하고 어설픈 중간 전략을 취하려 했다는 점이다. 어디까지나 격투기를 소화하는 수요층은 격투기 팬임에도 불구하고, 그 팬들의 수요를 어설픈 방식으로 만족시키려 했다는 것이 더욱 큰 반발심을 불러왔다고 필자는 바라본다.

트래시 토킹 역시 엄연한 선수 본인의 대외적 이미지 메이킹, 즉 홍보의 일환이다. 특히나 권아솔과 로드 FC는 그간 있던 도발적 언행과 대회사 차원의 지원을 ‘홍보적 수단‘이었다고 인정한 이상, 더욱 그 내용과 팬들의 반응, 피드백에 신경을 썼어야 했다.

코너 맥그리거의 경우 철저히 그 이미지를 자기 본연의 것으로 받아들여(정도가 지나친 요즘은 많은 비판을 받지만) 이미지와 토킹의 연속성을 이어나가는 한편, 권아솔은 중간중간 스스로 키워놓은 자기 이미지에 대한 무게를 견디지 못해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만수르 바르나위와의 패배 후 모습이 좋은 예가 된다. 이런 모습은 본인이 그간 쌓았던 건방진 이미지의 일관성을 망가뜨릴 뿐 아니라, 앞으로의 트래시 토킹 전략에도 설득력을 상실하는 크나큰 패착이 아닐까 싶다.

사실 결론은 이미 나와 있다. 이미 대중들은 코너의 토킹에 열광했으며, 권아솔에는 야유를 보냈다. 국내 격투기 시장 부흥을 위한 권아솔의 분투에 박수를 보내는 이들은 분명 존재하나, 그것을 성공적으로 평가하는 이는 명백히 적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한다면, 트래시 토킹을 통한 건방진 이미지를 밀고 나가더라도 명백히 달라진 어떤 요소, 방향성을 보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된다.

로드 FC 056에서의 화려한 부활을 예고한 권아솔은 그렇게 바라던 샤밀 자브로프와의 일전을 앞두고 다시 각종 매체에서의 입담에 불을 붙인 모습이다. 조만간 본격적인 기자회견과 계체를 앞두고 더욱 불을 붙인 트래시 토킹이 예고된 만큼, 과연 그간 보여주었던 썰렁한 토크를 일신하고 대중들의 열광적 반응을 끌어낼 이슈 몰이를 할지, 나아가 침체된 국내 종합격투기계의 상승 계기가 될지 지켜봐야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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