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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칼럼] 퀸텟(Quintet), 사쿠라바의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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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칼럼] 퀸텟(Quintet), 사쿠라바의 걸작
  • 정성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2.17 0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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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노기주짓수 데스매치, 퀸텟에 대하여
퀸텟 울트라
퀸텟 울트라

[랭크5=정성훈 칼럼니스트] 최근 주짓수의 활성화로 많은 프로선수들이 참여하는 스페셜매치들이 열리고 있다. 많은 대회들이 있었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크게 두 대회를 그 시발점으로 꼽고 싶다. 첫째는 그레이시 쪽의 기획으로 만들어졌던 메타모리스, 그리고 둘째는 바로 한국에서 열린 스파이더이다.

메타모리스는 출전선수들 하나하나가 굉장한 무게감이 있었고, 경기 이후엔 화려한 영상미와 웅장한 음악을 바탕으로 한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그 선수들의 무게감 만큼이나 대전료도 무거웠는지, 결국에는 금전적인 문제에 관련된 여러가지 소식이 들리다가 마지막 열렸던 메타모리스는 심지어 헤너&히론 형제의 그레이시 아카데미에서 열렸다.

메타모리스가 UFC fightpass 급으로 올라갈 대회들의 탄생에 영향을 준것은 자명하다. 대표적으로 영국에서 열리고 있는 폴라리스(Polaris)를 들 수 있다. 폴라리스는 스폰서도 안정적으로 보이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대회를 개최할것으로 보인다.

스파이더는 초창기 메타모리스에 버금가다 못해 뺨을 후려친다고 할만한 왕중왕전의 대진으로 선수들을 불러모았으며, 정확한 대전료는 알수 없지만 상금과 참가선수의 규모만 봐도 절대로 가벼운 수준의 대전료는 아닐것이라고 생각한다. 스파이더는 '가난한 스포츠 대회'라고 생각되던 주짓수 프로 대회의 위상을 한 단계 높여준 대회다. 우승상금을 집을 구하는데 쓰고 싶다는 리바이 존스의 인터뷰를 보고 내가 처음 느꼈던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런 1대1 의 원매치, 혹은 토너먼트 룰에서 벗어나 5:5 데스매치 토너먼트라는 놀라운 제도를 도입한 프로 대회가 있으니, 그것이 사쿠라바 가즈시의 퀸텟(Quintet)이다. 오중창이라는 뜻의 퀸텟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다섯명이 합동해서 경기를 한다. 5:5로 싸우는게 아니라, 한 명이 만일 이긴다면 계속해서 다섯 명을 상대해야 하는것이다. 

사쿠라바 가즈시
사쿠라바 가즈시

게다가 프라이드의 대 스타였던, 일본의 격투 중흥기를 이끌었던 사쿠라바는 "어떻게 하면 이목을 끌 수 있는가"를 정확하게 파악을 하고 매치업을 주선하고 있다. 그리고 해외에서 본인의 인지도를 알고 있는 만큼, 불혹을 넘겨 50이 되어가는데도 (참고로 1969년생이다) 손에 테이핑을 깁스 수준으로 하고 팔팔한 20대 초반 선수들과 싸우는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나이를 먹은만큼 예전 종합격투기에서 보여주던 근성과 폭발적인 움직임, 서브미션 캐치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가 링이 아닌 매트에 오르는것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본다. 

또한 지금까지 만들었던 모든 팀에 색깔이 굉장히 뚜렷했다. 한국의 윤동식 선수를 필두로 했덧 "팀 유도", 크레익 존스와 우노카오루가 있었던 "팀 폴라리스", 에디 브라보를 수장으로 하고 지오&리치 마르티네즈 형제를 데리고 왔던 "팀 10th planet", 문디알 입상에 빛나는 하시모토 토모유키, 그리고 스파이더에서 한국에 이름을 알린 이와사키 마사히로와 가나의 괴물인 리다 하이삼으로 구성되었던 "팀 카르페디엠" 그리고 아쉽게 석패했지만, 심지어 얼마전 열린 퀸텟에서는 한국의 대표격이라고 할수 있는 장인성, 이경섭, 조영승, 조준용, 채완기 선수로 구성된 "팀 한국" 까지. 누가 누구와 붙게 될지 모른다는 데스매치의 특성상 무조건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될 수 밖에 없는 경기다.  

그러한 특성 때문에 하이삼 리다가 괴물같은 상대들을 잡아나가는데도 수체급 아래인 지오 마르티네즈가 길로틴을 잡아내는 장면이 나왔고, 마르신 헬드에게 지오 마르티네즈가 탭을 치자 다음판에는 형인 리치 마르티네즈가 그림같은 러버가드 암바로 복수를 하는 장면이 탄생한것이다. 원매치와 다르게, 대회 자체의 성립도 예측이 불가하단 특성이 이러한 흥미에 가득한 경기들을 만드는것이다. 

심지어 가장 최근 성황리에 종료된 퀸텟은 'Quintet Ultra', 그것도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대회였다. 팀 Pride, 팀 UFC, 팀 Strikeforce, 팀 WEC로 종합격투기 선수들로 구성된 4파전을 벌였으며, team UFC의 우승으로 마무리 되었다. 굵직한 이름들을 들어보자면 사쿠라바는 물론이고 '킹모' 라왈, 고미 타카노리, 길버트 멜렌데즈, 채드 멘데스, JZ 칼반칸티, 헤나토 '바바루' 소브랄, 클레이 구이다 등등 한때 주짓수와 레슬링으로 종합격투기 무대에서 한가닥 했던 선수들이 그래플링으로 맞붙었다.

어딘지 팀원 전체가 노쇠한 느낌이 들었지만, 타격이 배제된 상태라고 할지라도 종합격투기 선수들 의외성과 폭발력은 절대로 관중을 배신하지 않았고, 대회도 성료될수 있었다. 종합격투기 선수가 이벤트성으로 주짓수 대회에 참가한 일은 있었지만, 이처럼 종합격투기 선수들을 단체로 불러 데스매치로 붙일수 있는것은 오로지 사쿠라바의 섭외력에서만 가능하지 않았을까? 거기다 원매치로 고든 라이언과 크레익 존스까지.

UFC fightpass에서 중계중인만큼, 앞으로도 퀸텟은 계속해서 열릴 가능성이 크다. 다음 퀸텟에서는 어떤 경우의 수가 나타날지, 어떤 흥미로운 매치업이 성사될지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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