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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창 칼럼] UFC 부산 한국 선수 경기 톺아보기(feat. 정찬성, 강경호, 정다운, 박준용, 최승우, 최두호, 강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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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창 칼럼] UFC 부산 한국 선수 경기 톺아보기(feat. 정찬성, 강경호, 정다운, 박준용, 최승우, 최두호, 강경호)
  • 성우창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2.26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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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적 5승 2패, 우려와 달리 흥미진진했던 부산대회
정찬성 Ⓒ정성욱 기자
정찬성 Ⓒ정성욱 기자

[랭크5=성우창 칼럼니스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불안도 많았지만 기대도 많았던 UFC 부산대회가 끝났다. 총평을 먼저 쓰자면, 필자는 정말로 좋은 대회였다고 생각한다.

주요 선수들의 계체가 모두 성공했으며, 브라이언 오르테가의 낙마 이외에 별다른 사고도 없었다. 프랭키 에드가가 훌륭히 자리를 메워줬고, 각종 후기를 둘러봐도 관중 난동과 같은 돌발 사고가 없었다는 것은 정말 뿌듯한 일이다. 시설의 협소함에 다소 불편한 사항은 있었지만, 정말 무난하게 잘 치러진 대회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박수를 받아야 할 이들은 또 있다. 이번 대회 흥행을 책임진 한국인 선수들이다. 물론 불칸 우즈데미르와 알렉산더 라키치 등 라인업을 수놓은 외국인 선수들이 많지만, 모처럼의 한국 로컬 대회이기에 한국 선수들에 대한 팬심이 흥행을 좌우하므로 승패를 떠나 단 한명의 낙마도 없이 좋은 경기를 치러냈다는 것에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정찬성 Ⓒ정성욱 기자
정찬성 Ⓒ정성욱 기자

1. 정찬성

김동현의 은퇴로 한국인 UFC 선수들의 맏형이 된 정찬성, 예정되었던 브라이언 오르테가와 재미있는 대립각을 보였으나, 시합 2주를 앞두고 다리 부상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상대인 프랭키 에드가를 맞게 되었다.

타격 정확도가 매우 돋보이는 커리어 역대급 경기라고 평가한다. 원래도 모든 요소에 장점을 지닌 파이터로 불렸지만, 흔히 “Hand eye coordination”이라고 부르는 눈과 타격의 협응성, 즉 때리고자 하는 곳에 정확하게 주먹이 닿는 스킬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모습이었다. 그것도 엄청난 핸드 스피드가 동반되었다는 점에서, 페더급 시절 코너 맥그리거의 단상이 떠오르는 한판승이다. 이후 밝혀졌지만, 시야가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보인 모습이라는 점에 더욱 놀랍다. 궁지에 몰린 에드가의 태클을 여유롭게 막아낸 테이크다운 디펜스는 덤이다.

정찬성의 승리에 한껏 고무되었지만, 응당 프랭키 에드가의 분투에도 박수를 보낼 만 하다. 오르테가의 아웃으로 이렇다 할 랭커가 없는 상황에서, 그것도 시합까지 고작 2주를 남기고 극동의 도시로 날아와 불리할 것이 뻔한 시합을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터이다.

게다가 기존의 자신의 밴텀급 전향 선언을 철회하고 기꺼이 2018년 불발된 매치를 마저 이루려 와준 프랭크 에드가의 의기는 높이 살 만하다. 특히 오르테가가 낙마한 후 대거 티켓 환불 움직임이 일을 뻔했다가 무산되었다는 점에서, 필자는 에드가를 부산 대회 흥행의 일등공신 중 하나로 꼽겠다.

강경호 Ⓒ정성욱 기자
강경호 Ⓒ정성욱 기자

2.강경호

강경호는 ‘미스터 퍼펙트’라는 링네임답게 좋은 올라운더의 모습을 보이지만, 한편으론 밴텀급 커리어 내내 압도적인 피지컬로 상대를 깔아뭉개는 레슬러로서의 정체성도 가지고 있다. 이번 리우 핑유안 전에서도 그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해 3라운드 내내 상대를 상위 컨트롤한 후 스플릿 승을 챙겨갔다.

문제는 그렇게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음에도 ‘고작’ 2대1 판정승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물론 UFC의 선수들은 랭커이든 신인이든 간에 수월한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으며, 승리 인터뷰 말마따나 의외로 저항이 강해 이렇다 할 수를 못 쓴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강경호 본인이 마땅히 받아야 할 랭크인 매치를 받지 못하고 무명 선수와 경기가 성사된 이상, 압도적인 결정력으로 자신의 기량을 입증할 필요가 있었다. 분명히 리우 핑유안은 3라운드 내내 바닥에 깔려있었으며, ‘개비기’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하빕을 연상시키는 사나운 파운딩이든, 마이아를 연상시키는 서브미션으로든 피니시를 냈어야 한다. 이번 시합이 강경호의 승리로 끝났음에도 박한 평가를 받는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가 아닐지.

어쨌거나 승리한 이상 다음 시합은 다시 한번 밴텁급 랭킹 진입을 바랄 수 있게 되었으며, 그가 목놓아 부르는 유라이아 페이버가 최근 무기력하게 패배했기에 필자는 정말로 강경호와 레전드 페이버가 맞붙게 되기를 작게나마 바래본다. 승자 인터뷰에서 팀 알파메일 전체를 도발했으니, 팀 내 다른 자객이 강경호를 노릴지도 모르겠다.

정다운 Ⓒ정성욱 기자
정다운 Ⓒ정성욱 기자

3. 정다운&박준용

정다운의 지난 데뷔전은 이겼지만, 팬들 사이에서 약간의 논쟁이 있었다. 특히 1라운드 타격 폭풍 속 수세에 몰린 모습이 무관하지 않은데, ‘극적으로 이겼으나 약간 불안하다’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첫 경기라 위축되었고, 기본에 충실한 디펜스로 정타가 없었다’라는 의견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번 로드리게스 전에서 답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정다운은 정말로 강하다. 부지런한 헤드 무빙, 절대 내려가지 않는 뒷손 가드, 오소독스로서 사우스포를 상대로 맞아 앞발을 꾸준히 상대 앞발 바깥 쪽에 놓고 때리는 정석적인 상대법, 이 기본적인 타격 요소들은 결국 미끼 앞 손에 이은 빠른 카운터로 마이크 로드리게스를 격침했다. 로드리게스가 무에타이 베이스 파이터로서 절대 타격 열세가 아니라는 점이 더욱 경기력을 돋보이게 한다.

박준용 또한 두 번 다시 데뷔전 패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팬과의 약속을 지키고 여러 면에서 일신된 모습을 보이며 판정승을 가져갔다. 지난 데뷔전에는 수시로 케이지에 몰리며 끝내 치명적인 테이크다운 디펜스 실패로 패배한 것과 달리, 이번 마크-안드레 바라우를 상대로는 중앙을 점거하고 적극적인 타격과 레슬링을 시도하여 충분히 만장일치 판정승을 받을만한 자격을 보였다.

그간 UFC 중량급 한국 선수들의 전례가 있기에 팬들은 정다운과 박준용의 진출에도 별다른 기대를 갖지 않았으나, 이번 시합은 그런 팬들을 다시 한번 뒤돌아보게 만드는 좋은 활약이었다. 두 선수의 소속인 코리아 탑 팀도 근래 침체된 분위기를 일신하고 명가의 건재함을 알린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최승우 Ⓒ 정성욱 기자
최승우 Ⓒ 정성욱 기자

4.최승우

필자는 UFC 부산 대회를 친구와 함께 시청했다. 이 친구는 오랜 기간 해외에서 생활했으며, 한때 입식 타격 선수 생활을 하기도 한 경험자다. 그런 친구가 이번 대회에서 시합 내내 칭찬을 아끼지 않은 선수가 바로 최승우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상기한 정다운 이상으로 좋은 스텝과 철저한 기본기, 강력한 하이킥과 빠른 핸드스피드 등 이상적인 타격 웰라운더라고 한다.

그만큼의 식견을 가지고 있지 않으나, 필자도 여기에 이견은 없다. 물론 MMA는 입식 타격이 전부가 아니며 좀 더 그래플링에 검증을 받아야겠지만, 지난 연패에서도 좋은 경기내용을 보인 만큼 앞으로도 한층 성장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최두호 Ⓒ정성욱 기자
최두호 Ⓒ정성욱 기자

5.최두호&마동현

두 선수 모두 팀 매드 소속 동료다. 두 선수 모두 연패 중이다. 두 선수 모두 퇴출 위기설이 거론된다. 그리고, 두 선수 모두 이번 대회에서 패배한 유이한 한국 선수이다.

최두호의 경기를 먼저 되짚어 보자, 경기를 시청할 때 의아했던 것이 2라운드부터 실종된 앞 손 잽이었는데, 경기 후 이미 1라운드에서 손목골절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에 굳이 지적할 필요가 없을뿐더러 패배에도 어느 정도 감안을 해야 할 부분이다. 게다가 이 경기는 부산 대회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로 선정되었다.

다만 여전히 날카로운 원투 이외에 별다른 게임 플랜이 보이질 않는다. 대회 전 공언 했던 훅 컴비네이션은 이렇다 할 위력이 보이지 않았으며, 지난 제레미 스티븐스 전 새로 장착했다는 로우킥도 그리 빈도가 높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위빙의 남발이다. 좀 더 부지런한 스텝으로 거리 조절을 하며 피할 수 있었던 공격을 지나치게 위빙으로만 해결하려는 모습이 보인다. 물론 장기인 카운터 활용에서 나오는 모습이지만, 간파당한 위빙은 스트레이트에 잡히는 법이기에 이 부분의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최두호 선수의 미래도 걱정이다. 아직 공익 문제 해결이 요원한 지금, 또다시 기약없는 시합 공백에 처하게 되었다. 당장 내일부터 입대한다 해도 2년의 링러스트가 예정된만큼,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에도 불구하고 UFC가 굳이 최두호를 붙들고 있을 이유는 적다.

마동현 Ⓒ정성욱 기자
마동현 Ⓒ정성욱 기자

문제는 마동현이다. 그나마 최두호에게는 감안할 요소가 있었다지만 불행하게도 마동현 선수는 이렇다 할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평이한 경기내용이었으며, 평이하게 졌다. 전체적으로 무기력했다.

개인적으로 스텝이 바빠지고 부지런히 머리를 흔드는 등 타격 기량이 상승했다고 생각하나, 프로는 결과로 말한다. ‘그나마 괜찮았다!’라고 할 만큼 비약적인 상승을 보여준 것도 아니다. 누구보다 성실하고 심지가 굳은 이라는 것을 알기에 필자로서도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다.

요즘 팀 매드에 대한 설왕설래가 잦다. 소속 선수들의 전적이 최근 부진하다는 것이 이유인데, 그 이유를 유튜브 채널 활동에 가져다 붙이는 이들도 다수 보인다. 황인수, 김동현 선수의 이탈도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이번 부산 대회에서도 유일한 성과가 강경호 선수의 스플릿 승에 불과한 만큼, 팀 매드 소속 전체가 절치부심하여 근미래 호성적으로 우려를 불식시켰으면 하는 심정이다.

박준용 Ⓒ정성욱 기자
박준용 Ⓒ정성욱 기자

이번 부산 대회가 망했다고 단언하는 의견이 보인다. 그러나 관중 수 면에서 올해 있던 모스크바 대회가 11,305명, 상파울루 대회가 10,304명인 것을 감안할 때 10,651명을 동원한 부산 대회가 특별히 망했다고 볼만한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유난히 비쌌던 티켓 값과 지정학적 특성을 고려하면 4년 전 12,156명의 서울대회에 비교해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물론 다음 한국대회를 위해서는 한국 선수들의 계속되는 선전이 중요하며, 새로이 입성하는 한국 선수들도 많이 보여야만 할 것이다. 한 명의 대한민국 격투기 팬으로서 앞으로 별다른 위기없이 순조로운 종합격투기의 성장이 이루어진 끝에, 더 많은 UFC 한국 선수 시합과 한국 대회를, 끝내는 한국 PPV 대회와 한국인 챔피언을 볼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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