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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창 칼럼] UFC의 중국 진출에 거는 기대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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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창 칼럼] UFC의 중국 진출에 거는 기대와 우려
  • 성우창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1.31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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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FC의 짧았던 중국몽
[랭크5=성우창 칼럼니스트] 누구나 인정하듯 대한민국의 대표 종합격투기 단체이자 MMA 중흥기를 이끈 단체라면 누구라도 로드FC를 꼽을 것이다. 해당 단체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이것은 엄연한 사실에 해당한다.
 
재작년, 로드FC.
 
그런 로드FC가 가장 번성했던 시기를 꼽으라면 역시 중국 진출 시기를 들 수 있다. 굴지의 거대 기업 샤오미가 메인 스폰서로 붙었고,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7회째 대회를 시작으로 베이징, 창사, 석가장에서 흥행을 거듭했다. 베이징에 로드FC 센터가 설립되었으며, 중국 대학교에는 ‘로드 격투학’이라는 과목이 생겼다. 중국 공영방송 CCTV 뉴스에서도 로드FC에 대거 진출한 중국 선수들의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더욱 승승장구할 줄 알았던 로드FC의 행보는 현실 정치의 벽에 막혀 허무하게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THAAD 문제로 촉발된 한중갈등은 곧 중국 진출 한국기업들에 대한 경제제재로 이어졌고, 로드FC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2018년에 단 한 차례 대회를 마지막으로 중국 흥행은 막을 내렸으며, 막강한 자본을 대던 중국 스폰서들도 떨어져 나갔다. 막대한 투자를 약속한 중국 투자자들도 의사를 접었다.
 
우리가 의아하게 생각했던 2018~2019년 로드FC 침체기 이면에는 이러한 사정이 있었다.  그나마 로드FC는 유연하게 방향을 틀어 국내 지자체와의 협업, 흥행을 통해 다시금 내실을 다지는 중이다.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로드FC의 성쇠에 관한 것이 아니다. 공식 인구 14억 명의 세계에서 가장 큰 종합격투기 시장 중국, 그리고 이제 막 이 중국 시장에 본격적인 진출을 시작하는 UFC에 대한 인식을 잠시 환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로드FC 중국 석가장 대회, 브루노 미란다 대 김승연
로드FC 중국 석가장 대회, 브루노 미란다 대 김승연

UFC의 중국 진출

UFC가 2017년 11월 상하이에서 성공적인 첫발을 내디딘 이래 수많은 중국인 파이터가 UFC에 유입되었으며, 급기야 작년에는 장 웨일리라는, 중국인 최초 챔피언이 탄생하기까지 했다. 그만큼 중국 종합격투기의 성장세는 전례없이 가파르다. 올림픽에서 볼 수 있듯 개인 종목에 강하고 여러 민족이, 수많은 인구가 존재하는 중국은 당연히 격투 인프라도 우수할 수밖에 없다. 각종 무협지에서 볼 수 있듯 무(武)를 숭상하는 문화도 빼놓을 수 없다.
 
상기한 상하이 대회는 UFC의 첫 중국대회였으나 전석 매진으로 중국 격투기 시장의 잠재력을 알 수 있게 했다. 물론 UFC 서울도 전석매진을 기록한 바 있으나 그간 프라이드, UFC, K-1에서 자주 보이던 한국 선수와 달리 중국 선수는 명백히 그 수가 적었기에 종합격투기의 인기를 가늠하기 힘들었다.

다들 잘 알다시피 중국이라는 시장은 어느 분야 어느 종목이나 ‘노다지’로 인식되는 막대한 시장이다. 당장 작년에만 해도 NBA가 홍콩 관련 발언으로 중국 시장을 잃지 않으려 수습에 애를 먹던 모습이 떠오른다. 당연히 UFC 또한 중국 시장 진출에 큰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기회는 순식간에 찾아왔다. 아시아 극동 한·중·일 3국 최초의 챔피언이 예상보다 빨리 탄생한 것이다. 장 웨일리, 중국인 챔피언의 존재가 UFC에 얼마만큼의 차이나머니를 보장할지는 누구나 쉽게 상상할 수 있으면서 누구도 감히 규모를 예상할 수 없다. 이미 상하이에는 세계 최초 종합격투기만을 위한 훈련센터 UFC 퍼포먼스 인스티튜트가 개관했으며, 올해 이곳에서 일종의 격투선수 오디션 프로그램인 ‘데이나 화이트 컨텐더 시리즈’가 열릴 예정이다. 공식 발표는 없지만, 별문제가 없다면 올해 안으로 또 다른 중국 대회가 열릴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위와 같은 호재들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UFC 측의 행보는 신중하다. 중국진출은 차근차근 계속되고 있지만, 어느 매체 어느 기사를 둘러봐도 데이나 화이트는 중국이라는 주제에 관해선 주특기인 호언장담을 아끼고 있는 모양새이다. 외국 격투 단체의 중국진출이 꽤 적잖은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장 웨일리 (C) 정성욱 기자
장 웨일리 (C) 정성욱 기자

독일까 약일까

꽃길만 보이는 듯한 UFC의 중국진출이지만, 서두에 밝힌 로드FC의 선례처럼 마냥 낙관할 수만 있는 상황은 아니다. 아직 미·중 무역갈등은 해소되지 않았다. 공산당 일당독재에 따른 중국 사회 특유의 폐쇄적 구조는 여러 리스크를 만들어내고, 코 앞에 어떤 악재가 터져 나올지 모르는 예측불가한 상황을 만들어낸다.
 
물론 만에 하나 중국시장 진출이 처참하게 실패로 끝난다고 해서 UFC가 로드FC만큼의 위축을 겪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은 중국자본 의존도가 그리 심하지 않으며, 마찬가지로 눈독들이고 있던 유럽 최대 시장 프랑스의 문짝이 활짝 열린 참이다. UFC의 신중한 중국진출 행보는 바로 상기의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본 칼럼을 쓰는 지금 또다른 잠재적 리스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날이면 날마다 격화되고 있다. 그 여파로 국내 몇몇 격투기 대회 흥행이 취소되고 있는 지금, 사태가 어떻게 진행되고 마무리되느냐에 따라 UFC의 행보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격투기 팬으로서는 어떨까, UFC의 중국 흥행이 성공적이라면 우리에게도 나쁠 것은 없다.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중국에 UFC가 적극적으로 진출한다는 것은 한국 파이터들에게 호재이며, 우리는 더욱더 많은 볼거리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UFC가 중국 내에서 종합격투기의 인기를 이끌고 파이가 더 커진다면 로드FC 등 국내 단체가 다시 중국 내로 재진입할 기회를 얻을지도 모른다. 중국 내에 그다지 경쟁상대가 될 만큼 눈에 띄는 단체도 없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마침 쉬샤오둥의 중국 전통 무술 격파 이슈로 중국 내 종합격투기에 대한 인지도가 꽤 높아졌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필자는 미·중갈등,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컨텐더 시리즈 및 UFC 중국대회 등 여러 이슈가 어떻게 해소되느냐에 따라 2020년 올해가 UFC 중국진출이 본격화되는 원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술한 이슈들이 하나같이 만만한 일들은 아니지만, 상황을 관전하는 우리네 입장에서는 한번 기대해볼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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