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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칼럼] 주짓수와 동반되는 '인성'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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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칼럼] 주짓수와 동반되는 '인성' 대하여
  • 정성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3.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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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짓수 대회 사진
주짓수 대회 사진

[랭크5=정성훈 칼럼니스트] 얼마 전 칼럼에서 다룬 진도 취객 폭행 사건이 주짓수계에서 굉장히 큰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예비 고등학생이 술을 마시고 해장(?)을 하다가 아버지뻘인 취객과 시비가 붙어 무차별적으로 폭행을 하고, 하체관절기를 거는 영상이 인터넷을 떠돌았다. 심지어는 뉴스에도 해당 사건이 다뤄졌으며 많은 주짓수인들이 분노했다.

자연스럽게, 해당 학생이 수련을 한 체육관이 어디인지가 관심이 쏠렸다. 그 학생의 페이스북에 엉뚱한 체육관 페이지의 '좋아요(Like)' 표시가 눌려있었던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해당 도장 관장님께 전화로, 문자로, 카카오톡으로, 인스타그램 DM으로, 페이스북 메시지로 항의가 쏟아졌다. 2차 피해자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발생한 것이다. 지금은 해당 사건에 관한 관심이 많이 잠잠해져 가고 있지만, 나는 "경영이 어려울지라도 사람은 가려서 받아야 한다"라는 어느 관장님의 말씀이 문득 떠올랐다.

관장님들에게 사람 한 명 한 명의 회비는 매우 소중하다. 관원의 입장에서야 잘 체감이 안되겠지만 관장님들에게 회비는 경영과 직결되는 매우 소중한 부분이다. 그렇기에 관장님들에게 신규 관원은 언제나 반가운 손님일 수밖에 없다.

내가 들었던 가장 이상적인 케이스는- 당시 매우 호황이긴 했지만, 쾌적한 분위기를 위해서 언제나 관장님께서 자체적인 스크리닝(SCREENING)을 실시한다고 했다. 등록 시에 잠깐이나마 대화를 통해 위험하다는 느낌이 보이면 1차적인 거절(이런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을 한다. 다만 최대한 정중하게, 현재 수업 인원이 전부 차서 차후에 저희가 연락을 드리겠다고 하는 등의 방향으로 돌려보낸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수준의 사람들을 나 역시 많이 목격한 적이 있다. 한 사람은 주짓수와 종합격투기 체육관만 4개를 번갈아서 다니면서 이전 체육관에 대한 험담을 퍼붓고, 인터넷에 글을 올려 비방을 하더니 결국은 다른 운동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그다음으로는 수업을 운영하면서 2차적인 스크리닝을 한다고 하셨다. 싸움과 스파링을 구분을 못하여 옆에 있는 사람이 보기에도 무서울 정도로 험하게 스파링을 하는 사람들, 관장님이 보지 않는 곳에서 다른 관원들에게 폭언을 하는 사람들, 부상을 유발하는 사람들 등, 이런 경우에는 민망하더라도 관장님께서 직접 그 관원과 면담을 통해서 환불 조치를 해주신다고 하셨다. 이런 경우 대부분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수련을 계속한다.

이러한 선제조치들은 어디까지나 도장의 운영에 있어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도장 내부에서만 이루어지는 조치이다. 이러한 조치들은 다음 영역인, 바로 가장 중요한 '인성'의 영역의 선결조건일 뿐이다.

주짓수에서 인성의 영역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한 이유로는 첫째로 주짓수라는 무술의 기술들이 매우 위험하기 때문이다. 이미 수차례 지난 칼럼들에서 언급 한 바 있지만 주짓수는 상대방의 관절을 꺾고, 목을 조르는, 무기를 쓰고 타격을 하는 것을 제외한 가장 위험한 기술을 가르치는 운동이다. 그것을 매트 위에서, 또 밖에서 올바르게 사용될 수 있도록 관원들을 가르치고 컨트롤하는 것은 관장님의 몫이다.

어린 관원들에게는 자신감을 심어주되 겸손과 자제, 참을성을 가르친다. 본인이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훨씬 강한 사람이 있음을 끊임없이 인지를 시키는 과정에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성인이 된 관원들에게는 직장이나 사회생활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의 건전한 해소 방법을 가르친다. 음주 가무를 통한 해소와는 다른 건강한 운동을 통한 스트레스의 조절인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주짓수의 위험성을 가르치며 오용이 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기본적인 인성에 대한 가르침이 주짓수에는 항상 내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위에 주지한 바와 마찬가지로 사람을 '가려 받지' 않고, 주짓수를 가르친다면. 그리고 가려 받았다고 하더라도 올바른 인성에 대한 계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면 결국 귀결되는 답은 정해져있기 마련이다. 무술이 폭력으로 변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오롯이 개인의 인성에서 출발하게 된다.

'가려 받는다'의 개념이 매우 주관적일 수 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관장님 개개인의 선택이자 본인의 운영 방침에 따른 결정이다. 그러나 그것이 주짓수의 그릇된 사용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하나의 단계 장치임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이 작은 기본적인 장치가 많은 잠재적인 피해자들을 구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관장님들께서도 항상 이 부분의 주관적인 기준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나는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나는 개개인의 인성을 바꿀 수는 없어도 계도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자신이 있다고 해도, 그 계도의 장을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무술을 수련하는 주짓수 체육관에서 열고 싶지 않다. 그러한 과정에서 쾌적하게 수련해 오던 다른 관원들에게 발생하는 피해를 보고 싶지 않다.

혹시나 나의 자질 부족으로 계도에 실패하여 그것이 오용되어 주짓수라는 무술의 이름을 더럽히는 사건이 발생하는 것은 더더욱 원하지 않는다. 어려운 부분이다. 무술이라는 것이 신체뿐이 아닌, 정신을 수련한다는 말이 여기서 나온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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