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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칼럼] 주짓수, 모든 기술을 잘하는 만능형, 한 가지 기술을 잘하는 집중형…정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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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칼럼] 주짓수, 모든 기술을 잘하는 만능형, 한 가지 기술을 잘하는 집중형…정답은?
  • 정성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4.07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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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저 그레이시의 발언에서 찾아보는 주짓수의 매력
'초이바'라는 자신만의 기술을 갖고 있는 최용원 와이어 주짓수 관장 Ⓒ정성욱 기자
'초이바'라는 자신만의 기술을 갖고 있는 최용원 와이어 주짓수 관장 Ⓒ정성욱 기자

[랭크5=정성훈 칼럼니스트] 얼마전 호저 그레이시의 영상이 하나 화제가 되었다. 아마 2018년 경에 촬영된 세미나 영상이었는데, 최근 해외 매체에서 다시 다루며 화제가 됐다. 해당영상에서 호저 그레이시는  "100가지의 기술을 잘 할 필요는 없고, 10가지 기술을 제대로 하는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호저는 주짓수의 기술은 디테일이 중요하고, 모든 기술은 많은 디테일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배우면 배울수록 어렵다는 요지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본인 조차도 200개의 기술을 알기야 하겠지만, 정말 잘하는 기술은 손에 꼽는다고 이야기했다. ADCC 챔피언이자 문디알 챔피언의 이러한 말은 가볍게 흘려듣기가 힘들다. 몇 가지의 무기로 만들어 나가는 'A-게임', 그리고 디테일. 그것이 지금의 호저 그레이시를 전설로 만들어 낸 원동력이다. 

<단순함을 추구하는 호저 그레이시 주짓수와 잘 맞아떨어지는 이야기이다>

사실 대부분의 선수들이 그러하다. '난다 긴다'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단순한 몇 가지 기술로 만든 'A-게임'으로 세계적인 레벨에서 경쟁한다. 멘데스, 무스메치, 미야오 형제처럼 베림보로가 본인들의 주무기인 선수들이 있고, 베르나르도 파리아 처럼 딥하프가 주무기인 선수들도 있다. 마르셀로 가르시아나 레안드로 로 처럼 X 가드가 주무기인 선수도, 키난 코르넬리우스 처럼 라펠인 선수도, 지금은 고인이 된 사사 유키노리처럼 라쏘가드가 주무기인 선수도 있다.

또, 국내 와이어 주짓수의 최용원 관장의 "초이바" 처럼, 서브미션 자체가 상징이 될 수도 있다. 어느 선수를 떠올려봐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본인의 장기를 만들고 그것을 갈고 닦아 본인만의 무기로 만들고 다른 선수들과 싸울때도 오로지 그 무기를 들고 전장으로 뛰어든다. 그 무기는 본인의 자신감이자 본인의 주짓수를 나타내는 그 자체이다. 알고보면 얼마 되지않은 수련자들 조차도 대부분 본인들의 'A-게임'을 갖고 있고, 그것을 무기로 삼고 있다. 

보통 선수들이든, 주짓수 동호인이든 그 성립은 파란 띠에서 보라 띠를 거치며 자신만의 주짓수를 완성해간다. 누구나 흰 띠때는 어떤 기술을 써야할지 모르고. 백과사전같은 관장님의 기술들을 보면서 설레하고 따라한다. 그리고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자신의 신체에 맞는, 자신의 힘과 유연성에 맞는 기술을 성립하고 몸에 익히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기반은 앞으로 자신의 평생 주짓수 수련에 있어서 가장 자신있는 기술이자 무기로 자리잡게 된다. 따라서 "모든기술을 잘해야 될까? 한가지만 잘해야 할까?" 에 대한 답은 반드시 정해져있는것은 아니다. 자연스럽게, 주짓수를 오랜기간 수련해 나가면 몇가지의 기술을 제일 잘 하는 것으로 흘러가게 되는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수련기간이 오래되면서 대부분의 수련자들이 본인이 갈고 닦은 기술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다른 기술들에 대한 지식을 꽤나 박식하게 알고 있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도장에서 흰 띠, 파란 띠들이 수련 도중에 아닌 보라 띠나 갈 띠에게 질문을 하는 경우는 꽤나 빈번하다. 상급자들의 경험치는 초심자들과는 비교할수 없기때문에, 어지간한 기술에 대한 질문은 분명히 커버가 가능하다. 본인들이 제일 잘하는 기술이 있다고 해서 다른 기술에 대해 무지(無知) 한것은 결코 아닐것이다.  관원들 조차도 이런데 월드 클래스의 선수들은 오죽할까? 가령, 메레갈리의 경기를 보자.  

 <니콜라스 메레갈리 vs 구스타보 바티스타>

메레갈리는 말그대로 정말 주짓수를 '잘하는' 선수다. 시합에서도 본인의 'A-게임'이 '이거다' 라고 말하기가 어려운 것이, 경기중에 칼라슬리브, 라쏘, 델라히바, 딥델라히바, 싱글렉 엑스, 그리고 스윕에 이어진 탑에서 딥하프 가드를 상대로 한 기무라 공략까지. 가드에서 쓸수 있는 기술이 어느 하나에 묶여있지가 않을정도다. 이런 선수에게 가령 딥하프가드에 대해서 물어본다고 하면, '엇, 저 죄송한데 저는 딥하프를 시합에서 사용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어요' 라는 말이 나오기는 정말 어려울것이라고 생각한다. 장담하건데, 메레갈리는 베르나르도 파리아에 버금가는 딥 하프 가드에 대한 디테일을 가지고있을것이다. 

물론 호저 그레이시의 말에는 분명 일리가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호저가 해 왔던 증명이 뒷받침해주고 있다. 호저는 그야말로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철저한 정통적인 주짓수로 전설적인 입지에 올랐다. 물론 호저가 베림보로나 라펠가드를 쓰는 상상은 안가지만, 그렇다고 해서 본인이 평소 잘 쓰지 않았던 기술의 디테일을 잘 모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월드 레벨의 선수들과 시합하고 스파링을 하면서, 직접 배우지는 않았더라도 몸으로 부딪히면서 기술의 디테일을 익혀 나갔으리라고 생각한다. 분명히 호저도 백과사전에 가까운 기술의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을것이다. 물론, 시합에서는 당연히 본인이 평생을 날카롭게 갈아온 기본기 게임이라는 칼을 꺼내겠지만. 

주짓수에 대해 공부하면 할수록, 선수들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더 생각을 많이 하게된다. 주짓수 매력적인 무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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