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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창 칼럼] 침묵하는 격투 종목 협회들, 이대로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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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창 칼럼] 침묵하는 격투 종목 협회들, 이대로 괜찮은가
  • 성우창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4.16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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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상황에 드러난 유명무실함
문화체육관광부 청사, 누군가 당당히 이곳에 방문해 업계를 대변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청사, 누군가 당당히 이곳에 방문해 업계를 대변해야 한다.

[랭크5=성우창 칼럼니스트] 협회란 해당 분야 종사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 단체로, 업계 종사자들 개개의 목소리가 모여 거대한 집단의 목소리를 내 자기의 이익을 보호하거나 실현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다. 즉 합법적 사업의 시행이나 종사자들의 불편사항이나 발전을 위한 정책적 건의를 전달하고자 정부와 접촉하는 등 여러 가지 이익 집단적 활동을 하게 된다.

때문에 협회는 늘 활성화되어 있어야 하며, 협회 수뇌부 개인의 이득, 혹은 무존재감을 보여서는 안 된다. 끊임없이 속한 분야의 발전과 종사자들의 편익을 위해 분주히 발로 뛰고, 혹여 큰 불이익이 될 이슈가 있다면 협회가 전면에 나서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힘써야 할 의무가 있다.

특히나 갑작스러운 이슈로 업계에 상당한 불이익이 발생하는 경우, 나아가 업계의 존속 불안정마저 야기하는 악재가 닥쳐온 경우 다른 누군가가 아닌 협회가 분연히 나서 종사자들의 든든한 첫 방파제가 되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 사태라는 이슈, 그리고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강력권고에 대한 각 협회의 무반응을 보면, 과연 이번 위기를 넘긴 후 또다시 닥칠 다른 위기에 협회를 믿을 수 있을지, 나아가 협회 존속에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그들이 앞장서서 보호해야 할 각 체육관이  고사위기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의무, 태생적 숙원을 다하지 않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우선 눈에 띄는 곳 중에서는 대한킥복싱협회, 대한무에타이협회가 최근 일선 체육관들의 불만이 심화되어 신속히 협회 명의의 성명 및 격려문을 내놓은 바 있다.

또한 본지 기사에서 보도된 대로 ‘전통무예’ 협회 측 수장이 모인 지도부 연합회만이 특별 성명을 냈다. 다만 이들의 경우 대부분 사회 전반에 도장이 보편화되어 있지 않고 비교적 규모가 작으며 소수 지역에 집중되어 있어 사실상 그들의 의사가 곧 그들이 속한 협회의 의사라는 점에서 신속한 성명표명이 가능한 것이 이해가 간다.

대한유도회, 대한태권도협회, 대한복싱협회 등 대한체육회 산하 가입단체들은 개개의 성명을 내지는 않았지만, 그들을 한데 묶는 정부산하 공공기관인 대한체육회가 대표로 호소문을 발표했으며, 실제 산하 협회 소속 체육관에 대해 크고 작은 지원방안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져 한숨 돌릴 수 있을 듯 하다.

그러나 종합격투기 및 밀접한 종목 체육관이 속한 협회 중 적지 않은 곳이 이번 사태에 관한 별다른 움직임은 물론 성명문조차 내지 않았다. 따라서 체육관 다수가 이러한 협회의 이익 대변을 받지 못하고 장래적인 지원책에 대한 기대조차 바랄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우선 우리 곁에 가장 보편화 되어있는 주짓수, 후술할 문제이지만 종합격투기 체육관 중 많은 곳이 주짓수 협회에 이름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한국 주짓수는 오랜 기간 자기들만의 이합집산을 반복해 아직도 협회 싸움이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황이다. 일단 대한체육회 가입에 대한주짓수회가 먼저 첫발을 내딛는 데 성공해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그들 스스로 역시 아시안게임에 선수를 내보내는 것 외에는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참고로 대한주짓수회는 대한체육회 한시적 준회원단체이기에 정식단체로서의 지원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주짓수계에는 대한주짓수회에도 협회가 존재하며, 이들 협회에 속한 가맹체육관을 위해서라도 신속히 목소리를 내야 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비단 주짓수만이 아니라, 이미 주류 단체가 존재하는 다른 종목들도 마찬가지다. 양심적으로 최선을 다해 관원들을 지도하는 체육관이 단지 소수 혹은 비주류 협회에 속한다고 해서 관심과 지원에서 배제되어야 할 이유는 없지 않겠는가.

차라리 위 종목들은 자기들을 대표할 협회라는 형태가 존재라도 하는 경우이고, 전문 ‘종합격투기’ 체육관의 경우에는 변변한 협회 하나 없는 상황이다. 로드FC가 주축으로 만든 ‘대한격투스포츠협회’라는 사단법인이 있으나 실질적으로 업계를 대표하는 협회로서의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대한삼보종합격투기협회'라는 사단법인도 마찬가지다. 하루빨리 전국 종합격투기 전문체육관을 대표하는 협회가 발족하여야 하는 실정이다.

이외에도 위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군소 격투무도 종목 협회가 식물화되어 불온한 이슈에 즉각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아예 그 종목이 가진 전체적인 풀이 미미해 협회가 발족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큰 우려가 된다.

가령 이번 체육시설 긴급지원 관련 이슈도 그렇다. 본지 기사에서 취재한 내용대로 대다수 격투체육관이 실내 체육시설이 아닌 서비스업 시설로 지정되어 있고 각 지자체의 갈팡질팡하는 행정으로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해 있다면, 각 협회가 신속, 분연히 나서 서비스업으로 분류된 체육관에도 지원이 가도록 압력을 넣거나 법 제도의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어야 하는 것이 정상적인 행보이다.

이렇게 있는 단체들조차 유명무실하고 무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부 다는 아니겠지만 적지 않은 협회가 결국 지도부의 명예욕 충족 및 경제적 사익을 위한 태생이 잘못된 단체, 혹은 최초의 의도에서 변질하고 열정이 퇴색되어 그저 대회 개최용 간판 걸이 단체나 정부 돈타먹기용 단체로 전락한 것이 문제일 것이다. 이들 사단법인의 투명성 강화와 의무이행을 위한 각종 법 제도 장치의 보완도 절실하다.

비단 이번 코로나 사태 시기만의 문제로 좌시할 것이 아니다. 아직 협소하고 위태한 격투계의 상황 속에서 앞으로 또 어떤 미증유의 재해가 있을지도 모르는 마당에 협회가 종사자들의 든든한 구심점이 되지 못하고 계속해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설령 이번 위기를 잘 넘겼다 하더라도 결코 한국 격투계의 장래가 밝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부디 각 협회 스스로가 이번 위기를 계기로 성찰하고 잘못된 점을 고치는 타산지석을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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