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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칼럼] '더블 가드', 앉은뱅이들의 게임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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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칼럼] '더블 가드', 앉은뱅이들의 게임에 관하여
  • 정성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6.02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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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50가드 Ⓒbjj world
50/50가드 Ⓒbjj world

[랭크5=정성훈 칼럼니스트] 이제는 거의 모든 대회에서 나오는 포지션, 더블 가드. 그 가드를 이해하느냐 이해하지 못하느냐는 바로 모던 주짓떼로인지 아닌지를 나누는 기준이 아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짓수를 전혀 수련하지 않은 제3자가 보기에는 의아하기 짝이 없는 움직임이다. 도복을 입은 두 사람이, 유도처럼 어느 한 명을 넘어뜨려야 하는 것이 본인의 눈에는 익숙할 것이다.  그런데 두 사람이 서로 소매가 닿기 무섭게 바닥에 툭 앉아버리고는, 서로 무언가를 찾아 허우적거리는 것 같은 움직임을 한다는 것을 주짓수를 오래 수련한 사람이 비수련인에게 바로 설명하기에도 모호함이 있다. 

이런 포지션 중에 또 하나가 50 대 50. 말 그대로 절반과 절반이다. 상대방이 나와 같은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모던 주짓수에서 50 대 50싸움을 빼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그만큼 많은 경기에서 등장하는 자세이고, 잘 사용하는 선수들도 많다. 정확히는, 50 대 50싸움을 잘 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잃는다고 할 수 있겠다. 베림보로나 레그 드래그, 혹은 서브미션인 하체 관절기와 결합하여 정말 강력한 무기가 되기도 한다. 

<하파엘 멘데스와 지아니 그리포의 더블 가드 게임>

이런 포지션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많다. 특히나 유도 수련자에게서 많이 듣는 '앉은뱅이'라는 오명을 불러오는 자세이기도 하다. 쉽게 생각하면 이렇다. 압도적인 포지션 (Dominant position)이라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제압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 하프 가드에서 상대방을 압박하는 자세도, 사이드에서도, 마운트에서도, 백 포지션에서도 언제나 상대방에 대한 '제압'은 주짓수에서 서브미션으로 가는 길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그러나 더블 가드의 포지션으로 들어갈 경우 '압도적인 포지션' 게임이 눈에서 잘 띄지 않게 된다. 심지어는 최근의 대세라고 할 수 있는 베림보로처럼 말 그대로 주짓수를 수련하지 않는 사람이 보기에 '이해할 수 없는' 움직임으로 포지션을 차지하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이해는 직관적이며, 가시적이다. UFC에서 많은 선수들이 주짓수와 레슬링을 기본 무술로 싸우지만, 주짓수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도 밑에 깔려 있는 사람이 맞게 된다는 것은 당연히 이해하고 있다. 그렇지만 더블 가드는 주짓수와는 달리 종합격투기에서는 나올 수 없고, 50 대 50도 나오기는 하지만 정말 어색한 타격 싸움으로 흘러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타격과 레슬링이 섞여있는 종합격투기에서는 당연하게도 더블 가드가 나올 수 없다. 

<클래식 주짓수의 대표적인 인물인 사울로 히베리오의 더블 가드에 관한 설명, 중간에 베림보로를 하는 사울로의 모습이 이색적이다>

그럼에도 더블 가드라는 포지션은 매력적이다. IBJJF 룰에서 먼저 일어나는 사람에게 어드밴티지가 바로 주어지게 되므로 실점 가능성이 높은 칼날 위의 싸움을 하는 것이 더블 가드다. 또한 바지 깃의 싸움으로 상대방을 일어나지 못하게 막고, 일어난 상대방의 다리를 잡고 넘어뜨려 바로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는 것도 더블 가드이며, 베림보로, 레그 드래그, 하체 관절기로 넘어갈 수 있는 포지션이 더블 가드이다.

단지 "이해"와 "몰 이해"의 차이인 것이지, 결국 주짓수가 이러한 더블 가드 싸움이 포함된 스포츠-모던 주짓수로 발전해 온 이상, 이 포지션을 빼놓고 지금의 주짓수를 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예전 크론 그레이시가 인터뷰에서 "베림보로는 똥이다. (실제로 이렇게 표현함) 나한테 베림보로를 쓰는 사람은 더 처참하게 부숴버리려고 한다"라고 말한 걸 본 적이 있다. 클래식하고 베이직한 주짓수를 쓰는 사람이 더블 가드에서 나오는 모던 주짓수의 기술들에 보일 수 있는 전형적인 반감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크론 그레이시라고 더블 가드 게임의 이해 없이 시합을 뛸 수는 없을 것이고, 베림보로 디펜스를 준비할 것이다.

대세는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그러니 우리도 수련을 통해 계속해서 공부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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