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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창 칼럼] 타이론 우들리라는 철벽이 허물어지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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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창 칼럼] 타이론 우들리라는 철벽이 허물어지는 과정
  • 성우창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6.04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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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마이아 전과 달랐던 테이크다운 디펜스의 이유는
LAS VEGAS, NEVADA - MAY 30: (L-R) Gilbert Burns of Brazil punches Tyron Woodley in their welterweight fight during the UFC Fight Night event at UFC APEX on May 30, 2020 in Las Vegas, Nevada. (Photo by Jeff Bottari/Zuffa LLC)
LAS VEGAS, NEVADA - MAY 30: (L-R) Gilbert Burns of Brazil punches Tyron Woodley in their welterweight fight during the UFC Fight Night event at UFC APEX on May 30, 2020 in Las Vegas, Nevada. (Photo by Jeff Bottari/Zuffa LLC)

[랭크5=성우창 칼럼니스트] 완성된 수비형 MMA 파이터, 타이론 우들리(38, 미국/아메라칸 탑 팀)를 한 문장으로 설명하자면 이보다 더 정확한 표현이 있을까. 강력한 라이트를 항시 장전한 채 틈을 노리다 상대가 들어오면 완벽한 타이밍의 한 방을 날린다. 리치도 길어 상대방은 자기 거리를 잡기도 어렵다. 해결책을 찾고자 테이크다운을 걸어도 완벽한 TDD(테이크다운 디펜스)로 철저히 막아낸다. 적극적으로 들어오는 상대는 어김없이 우들리의 한방에 걸리거나, 어찌어찌 후반 라운드까지 버텨낸다고 하더라도 수비적 운영으로 체력을 온존한 우들리의 공세에 의해 포인트에서 밀리게 된다. 지나치게 케이지를 등지고 공격패턴이 단조롭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이 무적의 승리 공식에 의해 우들리는 지옥의 체급, 웰터급의 챔피언 벨트를 무려 4차례나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뒷받침하는 우들리의 경이로운 신체 능력, 탄력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그렇게 무적의 이미지를 쌓아가던 우들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카마루 우스만(33, 카메룬/하드 낙스 365)에게 벨트를 뺏기고 이후 길버트 번즈(33, 브라질/로카 라톤)에 판정패를 당하며 2연패를 쌓았다. 단순히 ‘연패했다’는 사실만이 충격인 것은 아니다. 이 최근의 2패 경기내용 모두 철벽같았던 우들리의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게 무력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카마루 우스만과 길버트 번즈 모두 강력한 타격력을 보유한 그래플러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선택한 타이론 우들리 파훼법은 소극적 타격 공방이 아닌 적극적 타격 압박이었다. 본래의 우들리라면 장전해놓은 카운터 라이트 훅에 의해 승부가 조기에 결판이 났겠지만, 이미 그런 우들리의 공격패턴을 잘 연구한 이 두 도전자는 노련한 자기만의 거리 유지로 이 라이트훅을 무용지물로 만들었고, 결국 두 경기 내내 ‘T-Wood Bomb’은 빛을 발하는 일이 없었다. 우들리가 그 난관을 타개할 정도로 앞 손 활용이나 킥 대처를 잘하지 못한 것도 중요한 이유다.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자, 더욱 충격적인 장면은 한때 테이크다운 방어 90% 이상을 기록했던 우들리의 TDD 스탯이 무색하게 시종일관 우스만과 번즈의 테이크다운에 무력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사실은 별것 아니었다!’라고 말하기에는 3차 방어인 데미안 마이아(42, 브라질/원드 파이트 팀) 전에서 보여준 TDD 퍼포먼스가 너무나 압도적이었다. 이 글을 보시는 팬 여러분들도 주짓수 마스터 데미안 마이아의 끈덕진 태클을 모두 방어해 낸 타이론 우들리의 철벽같은 모습을 아직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이 사단이 일어난 첫 번째 이유는 우들리의 노쇠화. 마이아를 상대할 때 우들리가 만 35세로 아직 전성기였던데 반해 올해 길버트 번즈 전에는 벌써 38세에 이르렀다. 제아무리 철인이라 한들 신체 능력의 감소가 없으려야 없을 수가 없고, 맨눈으로 보기에도 강철 고무 같았던 근질이 많이 평범해진 느낌이다. 더군다나 마이아는 당시 39세였지만, 우스만과 번즈는 각각 32세, 33세의 신체적 전성기에 우들리와 맞붙었다. 근본적으로 강력한 신체 능력에 바탕을 둔 우들리의 강점이 빛이 바램에 따라 폼도 같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LAS VEGAS, NEVADA - MAY 30: Gilbert Burns of Brazil reacts after his victory over Tyron Woodley in their welterweight fight during the UFC Fight Night event at UFC APEX on May 30, 2020 in Las Vegas, Nevada. (Photo by Jeff Bottari/Zuffa LLC)
LAS VEGAS, NEVADA - MAY 30: Gilbert Burns of Brazil reacts after his victory over Tyron Woodley in their welterweight fight during the UFC Fight Night event at UFC APEX on May 30, 2020 in Las Vegas, Nevada. (Photo by Jeff Bottari/Zuffa LLC)

둘째는 역시 단조로운 패턴의 파훼. 노련한 주짓수 마스터 데미안 마이아의 테이크다운은 예리했지만, 문제는 타격에 의한 압박이 병행되지 못했다. 오히려 우들리의 특기인 한방을 허용하고 위험한 그림을 연출하기까지 했는데, 우스만과 번즈의 경우 적극적인 압박으로 우들리의 상체를 일으킨 뒤 테이크다운으로 균형을 깨뜨리는 데 성공했다. 물론 전성기의 우들리였다면 앞으로 밀고 들어오는 스트라이커를 향해 필살의 라이트로 카운터를 날려 KO를 내거나 유효타, 막히더라도 뒤로 주춤하게 만들어 원위치로 돌아갔겠지만, 우스만과 번즈는 영리하게도 적극적인 앞 손 활용과 킥을 포함한 다채로운 공격패턴을 통해 공방 거리를 자기 위주로 맞추고 자신이 원하는 압박을 마음껏 펼쳐나갈 수 있었다.

이 같은 과정이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하나의 레벨 체인지, 타이밍 태클이라기보다 우들리의 스타일에 맞게 경기 전반, 전략적 단위로 잘 계획된 대 우들리용 테이크다운 전략으로 승화되어 철벽같은 TDD 능력을 무효화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특히 철창을 등지는 것을 좋아하는 우들리의 버릇이 이 상황에서 독으로 작용해 스프롤을 할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지도 못하고, 웰터급에서 상대적으로 왜소한 신장 때문에 클린치 상황에서 강점을 보이지도 못한다. 이번 번즈전에서는 클린치 후 번즈의 더티 복싱에 당해 위험한 상황을 보이기도 했다.

우들리가 이번 연패에 굴하지 않고 다시 재기를 노리려면, 결국 그간 본인을 챔피언까지 이끌었던 파이팅 스타일을 버리고 변화를 보이는 것이 답일 것 같다. 한때 콜비 코빙턴과의 매치업도 거론되던 그인데, 이 상황대로라면 아마 코빙턴의 승리가 유력하지 않을까. 우들리로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앞 손 활용 빈도를 높이고, 지나치게 철창에 몰리지 않도록 앞으로 나서며, NCAA 올 아메리칸 2회에 빛나는 경력답게 오펜스 레슬링을 활용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어쩌면 라이트급으로의 체급 하향도 좋은 선택일지 모르겠다.

냉정히 말해 타이론 우들리는 특유의 수비 중심의 경기 운영으로 그닥 인기가 있는 선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호감이든 비호감이든 간에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강력한 챔피언이 극적인 부진을 보인다는 것은 누구든 씁쓸하게 느끼기 마련이다. 그만큼 세월이 흘렀으며, 또 새로운 세대를 맞아 새로운 스타를 맞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기도 한다.

우들리에게 재기 가능성이 있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그렇다고 본다. 어쨌든 그렇게 수세에 몰리고서도 두 경기 모두 5라운드를 버텨냈고, 경기 후 인스타그램에서 자신의 패배를 쿨하게 인정하면서도 의연하게 다시 일어서겠다는 뉘앙스를 남기기도 했다. 적어도 선수 멘탈적으로는 아직 철벽과도 같은 우들리가 그대로 있는 것이다. 언젠가 케이지 위에서 다시금 무덤덤하면서도 옹골찬 ‘선택받은 자’ 타이론 우들리의 승리를 다시 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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