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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창의 UFC 포커스] 만장일치 판정승의 향연, 볼코프의 명백한 준비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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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창의 UFC 포커스] 만장일치 판정승의 향연, 볼코프의 명백한 준비 부족
  • 성우창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6.22 0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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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Fight Night 블레이즈 vs 볼코프 리뷰
만장일치 판정승을 거둔 커티스 블레이즈 Ⓒ Photo by Chris Unger/Zuffa LLC
만장일치 판정승을 거둔 커티스 블레이즈 Ⓒ Photo by Chris Unger/Zuffa LLC

[랭크5=성우창 칼럼니스트] 이변은 없었다. 메인카드 5매치 중 4매치가 만정일치 판정승이었고, 그 승자 모두가 랭킹 상위에 있던 선수들이었다. 모든 도전자는 자신의 실력이 과소평가 되었음을 입증하지 못해 패자가 되었다.

커티스 블레이즈 vs 알렉산더 볼코프

극강의 레슬러와 괜찮은 주짓수를 보유한 타격가의 싸움, 과거 레슬라이커가 MMA의 주류로 떠오르기 시작할 적 자주 보이던 대결이다. 그렇다고 해서 어느 정도 패러다임이 정립된 요즘 그런 광경이 아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각 파이터 마다 재능이 다르고 장기가 다르니까. 패러다임은 늘 바뀌기 마련이며, 그런 시대의 변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어느 하나의 종목이 승리의 마스터키가 된다는 것이 아니라 어느 파이터든 떠오른 주류에 대한 상성을 연구해야만 한다는 진리를 시사한다. 그 상성의 순환 속에서 패러다임은 다시 변화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알렉산더 볼코프(31, 러시아/스트레라 팀)는 이번 시합에서 보여준 모습보다 훨씬 나은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커티스 블레이즈(29, 미국/엘레베이션 파이트 팀)라는 자신의 커리어 내 최고의 레슬러를 맞아 1라운드부터 기본적인 레슬러 대비책조차 보이지 않는 영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레슬링으로 볼코프를 제압하는 블레이즈 Ⓒ Photo by Chris Unger/Zuffa LLC
레슬링으로 볼코프를 제압하는 블레이즈 Ⓒ Photo by Chris Unger/Zuffa LLC

통상 레슬러를 상대할 때는 언제 나올지 모르는 태클을 대비해 언제든 스프롤이 나올 수 있도록 무게중심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며, 킥을 사용할 때도 캐치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도록 특히 주의해야 한다. 이 부분이 실패한다면 태클에 이은 상위 압박으로 체력을 갉아 먹히게 된다. 점수 면에서도 불리해지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하위에서 서브미션으로 압박을 해결한다는 것은 거의 모든 선수가 기본적인 그라운드를 갖춘 현시점에 와서 강력한 주짓떼로가 아니고서야 기대하기 힘든 모습이다.

그러나 이번 시합 블레이즈는 볼코프가 태클을 대비하든 하지 않든 곧장 뛰쳐나가 태클을 시도해댔고, 대부분 성공했다. 4, 5라운드 볼코프가 어느 정도 반격을 시도했지만, 장장 다섯 라운드에 이르는 경기 시간 대부분 블레이즈의 압박에 깔려 허덕이며 보낸 모습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두 세 번 당해봤으면 좀 더 경계할 만도 하련만, 볼코프의 높은 자세는 경기 후반에 갈수록 체력 때문에 더욱 높아졌으며 킥은 블레이즈에 별 타격을 주지 못하고 테이크다운의 빌미로 작용했다.

이번 양자 간 일전을 본 팬분들은 어쩌면 하빕 대 맥그리거의 경기가 떠올랐을지도 모를 일이다. 케이지에 등을 기댄 채 속수무책으로 압박을 당하는 볼코프는 당시 맥그리거의 모습 그대로였다. 전체적인 양상을 보면 오히려 맥그리거보다 더욱더 심하다. 당시 코너 맥그리거는 그나마 하빕의 레슬링을 상당히 경계했고, 하빕 역시 효과적인 태클 성공을 위해 타격전을 나눈 시간도 비교적 길었다.

물론 블레이즈로서도 지적할 만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5라운드 내내 볼코프를 눌러놨으면서 파운딩이나 서브미션 등 결정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 것은 매우 큰 문제다. 레슬링은 선수의 체력을 매우 크게 갉아먹으며, 결국 4, 5라운드에 블레이즈 역시 큰 체력 저하를 보이고 볼코프에 여러 번 역전을 당할 가능성을 허용했다. 헤비급 내에서의 레슬링 실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그 압박을 확실한 승리로 연결 지을 끝내기가 필요하다.

결국 결과를 봤을 때 블레이즈의 만장일치 판정승은 당연했다. 이로 인해 볼코프는 상위 컨텐더에 진입하기 위하여 다시 먼 길을 돌아가야 하게 생겼다. 다만 한 가지 변호를 하자면 볼코프의 전체 UFC 전적을 봤을 때 특기할 만한 레슬러가 유일하게 블레이즈라는 것이다. 물론 세대교체가 더딘 헤비급에 30대 초반에 불과한 그는 이번 패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만회할 충분한 시간과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펀치를 적중하는 조쉬 에밋 Ⓒ Photo by Chris Unger/Zuffa LLC
펀치를 적중하는 조쉬 에밋 Ⓒ Photo by Chris Unger/Zuffa LLC

조쉬 에멧 vs 셰인 버고스

파워 히터와 테크니컬 스트라이커, 데포르메를 심하게 하자면 파워와 테크닉의 싸움인데, 이 경우 필자는 보통 후자의 승을 점친다. 이번 조쉬 에멧(35, 미국/팀 알파메일)과 셰인 버고스(29, 미국/타이거 슈만)의 대결 역시 후자를 택했다. 에멧의 저돌적인 훅을 피한 버고스가 안면에 수없이 유효타를 쌓고 KO, 혹은 판정승을 거둘 것이라 예상했다.

1라운드 초반부터 에멧의 앞무릎에 이상을 보인 것을 보고 더욱 버고스의 승리를 확신했다. 비록 안면의 유효타는 에멧이 많았으나 버고스가 상대의 앞발에 수없이 로킥을 성공시키며 데미지를 누적시켰기 때문이다. 그 후로도 에멧은 앞다리가 문제가 되어 스텝을 밟는 내내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 후 에멧의 부상은 전방십자인대 이상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에멧이 만장일치 판정승을 거둔 것은 에멧의 근성 덕분일까, 자신의 유리함을 살리지 못한 버고스의 과감성 부족 때문일까.

에멧이 명백히 약점을 보이는 상황에서 버고스의 적극성이 매우 아쉬운 시합이었다. 에멧은 늘 그래왔던 것처럼 무릎 상태에 아랑곳하지 않고 과감한 공격을 이어나간 데 비해, 버고스는 에멧의 한방을 두려워한 나머지 자신의 유리함을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유효타에서 밀리는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어떻게든 에멧에 데미지를 누적 시켜 경기 후반 깔끔하고 안전하게 잡아먹고 싶어 한 모양이지만, 오히려 3라운드에는 두 번이나 에멧의 일격에 카운터를 당한 꼴까지 보여버렸다.

심한 말일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이번 시합의 버고스를 ‘승리를 줘도 못 먹었다’라고 표현하고 싶다. 피지컬, 신체 컨디션까지 모든 면에서 우위를 갖췄으나 궁지에 몰린 상대방의 과감성을 받아낼 만한 강단과 테크닉이 부족했다. 분명 에멧의 강력한 연타는 섣불리 들어갔다가 훅 한 방에 역전당할 가능성을 가졌다. 하지만 버고스 스스로 상위 랭커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자신의 유리함을 인지하고 승부를 결정지을 과감성이 필요하다. 상황의 모든 요소에서 불리함을 떠안고 투지를 불태워 승리를 쟁취하고만 조쉬 에멧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타격을 적중하는 라퀴엘 페닝턴 Ⓒ Photo by Chris Unger/Zuffa LLC
타격을 적중하는 라퀴엘 페닝턴 Ⓒ Photo by Chris Unger/Zuffa LLC

라퀴엘 페닝턴 vs 마리온 레뉴

마리온 레뉴(43, 미국/팀 리노 엘리트)가 못 싸우지는 않았다고 본다. 라퀴엘 페닝턴(31, 미국/알티튜드 MMA)이 시합을 주도하기는 했지만 레뉴와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다. 다만 그 근소한 차이가 경기 후반에 갈수록 큰 차이를 만들어냈다.

양 쪽 모두 케이지에 등을 기댄 클린치 시간이 길었던 이 시합에서 페닝턴은 넥클린치에 이은 니킥을 연타했고, 레뉴는 어떻게든 페닝턴의 다리를 붙잡은 뒤 테이크다운으로 연결 지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보다 간결한 움직임을 필요로 하는 클린치 니킥에 비해 태클은 성공한다면 큰 우위를 가져다주지만 실패할 경우 엄청난 체력 저하가 찾아온다. 레뉴의 태클은 줄곧 실패로 돌아갔고, 그로 인해 1라운드 동률이었던 유효타 수 역시 라운드 후반에 갈수록 페닝턴 우위로 차이가 벌어졌다. 레뉴 역시 니킥 시도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신장 차이 때문에 그리 유효하지는 못했다.

결국 레뉴의 실수가 있었다기보다 페닝턴의 전체적 기량이 앞섰다. 보통이라면 차후 리벤지를 노릴만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40대를 훌쩍 넘은 레뉴가 10위 이상의 상위 랭커로 나아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레뉴의 잘못이 아닌 어쩔 수 없는 세상의 순리라고 봐야 할까.

펀치를 적중하는 무하마드 Ⓒ Photo by Chris Unger/Zuffa LLC
펀치를 적중하는 무하마드 Ⓒ Photo by Chris Unger/Zuffa LLC

벨랄 무하마드 vs 라이먼 굿

기본기에 집중하는 격투가는 참 멋있다. 이소룡이 말하길 ‘만 가지 기술보다 한 가지 기술을 만 번 연마한 이가 더 무섭다’라고 했던가. 밀려드는 상대방의 다채로운 공세에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기본을 쌓아가 상대를 쓰러뜨리는 모습은 정말 매력 있다.

이와 반대로 상대의 허점을 노려 다채로운 공격 루트를 활용하는 테크니션 역시 이에 뒤지지 않는다. 결국 격투란 단순 육체의 대결이 아닌 머리싸움이며,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다양한 쪽이 승기를 수월하게 풀어나갈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결국 어쩌란 건가’ 싶지만 양 스타일 간 절대우위는 존재하지 않으며 바로 그 부분이 종합격투기가 가진 매력 중 하나일 것이다. 강력한 카드 한 장과 다양한 카드 여러 장의 대결, 이번 대결은 후자의 승리가 되었다.

시합 내내 정석에 가까운 원투를 고수한 라이먼 굿(35, 쿠바-미국/타이거 슈만)이 케이지 중앙을 점거하며 벨랄 무하마드(31, 팔레스타인-미국/루프스포츠 MMA 아카데미)를 변두리로 몰았고, 무하마드는 끊임없이 스텝을 밟으며 다양한 기술을 선보였다. 화려한 타격전, 누구 하나 확실한 우위를 보이지는 못했다.

그 때문에 무하마드의 3대0 만장일치 판정승이 마냥 납득이 되지는 않는 것이다. 3라운드 종료를 알리는 공이 울린 뒤 경기를 중계하는 국내 해설진도 승자를 예상하기 힘들어한 것이 이해된다. 오히려 위험한 장면은 무하메드에게 더 많이 나왔다. 여러 번 안면 유효타를 내줬으며, 내내 스텝을 밟느라 체력이 많이 소모된 그에게 3라운드 굿이 타격에 의한 다운을 선보이기도 했다.

만장일치라고는 하나 29-28로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UFC Apex에서 열린 이번 대회는 케이지가 상당히 작다는 말이 있다. 아웃복서에게 불리한데, 그 상황에서 쉴 새 없이 발을 놀려 압박에서 탈출하고 킥, 백스핀 블로, 테이크 다운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무하메드가 저지의 눈에 더 확실히 들었다고 풀이될 수 있다. 타격에 의한 다운은 아니지만, 유효타에 못지않게 테이크다운을 다수 성공시킨 무하메드에게도 분명 라운드를 다수 가져갈 여지는 있었다.

파운딩 치는 짐 밀러 Ⓒ Photo by Chris Unger/Zuffa LLC
파운딩 치는 짐 밀러 Ⓒ Photo by Chris Unger/Zuffa LLC

짐 밀러 vs 루즈벨트 로버츠

짐 밀러(36, 미국/밀러 브라더즈 MMA)가 UFC 최다 출전 기록을 경신할 36번째 시합을 승리로 장식했다. 그라운드에도 강점이 있는 루즈벨트 로버츠(26, 미국)지만, 밀러가 매우 손쉽게 암바를 따내며 경륜이 다름을 입증했다.

로버츠의 패착은 그라운드의 빌미를 제공한 킥이 아니다. 비록 패배의 발단이 거기서부터 시작되었을지언정 보다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은 클로즈가드 상태에서 하위 암바를 시도한 것이 문제였다. 오랜 세월 동안 주짓수를 한 밀러가 그 초보적인 기술에 걸릴 일은 없었고, 오히려 이를 이용해 가드패스를 시도하여 유리한 포지션을 점거해나갔다. 어떻게든 케이지 근처에서 몸을 굴려 빠져나오는가 싶었지만 밀러가 그 짧은 순간 암바 그립을 단단하게 잡아냈다. 로버츠는 최초 가드 상황에서 기회를 봐 밀러의 골반을 밀어내고 테크니컬 스탠드업을 시도했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로버츠로서는 우위에 있는 자신의 타격기와 체력을 잘 살리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을 것이다. 오랫동안 그래플링으로 구르고 구른 베테랑에 함부로 주짓수 싸움을 건 것은 명백한 패착이었다. 종합격투기는 결국 자기 장점과 동시에 상대방의 허점을 파고들며 유리한 전장을 만들어나가야 하는 경기이며, 이에 반해 밀러가 유리한 전장에 자기 스스로 들어간 로버츠가 패배의 멍에를 쓴 것은 자명해 보인다.

■ ‘UFC Fight Night: 블레이즈 vs 볼코프’ 메인카드
- 2020년 6월 21일, 스포티비 나우(SPOTV NOW), 스포티비 온(SPOTV ON) 생방송

[헤비급] #3 커티스 블레이즈 vs #7 알렉산더 볼코프
블레이즈, 5라운드 종료 판정승(3-0)

[페더급] #8 조쉬 에멧 vs #10 셰인 버고스
에멧, 3라운드 종료 판정승(3-0)

[여성 밴텀급] #6 라퀴엘 페닝턴 vs #10 마리온 레뉴
페닝턴, 3라운드 종료 판정승(3-0)

[웰터급] 벨랄 무하마드 vs 라이먼 굿
무하마드, 3라운드 종료 판정승(3-0)

[72.57kg 계약] 짐 밀러 vs 루즈벨트 로버츠
밀러, 1라운드 2분 25초, 서브미션 승(암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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