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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승부조작 선수의 출전, 그리고 그를 영입한 대회사의 재고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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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승부조작 선수의 출전, 그리고 그를 영입한 대회사의 재고를 바라며
  • 정성욱 기자
  • 승인 2021.03.30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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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크5=정성욱 편집장] 2010년대 초반부터 우리에겐 생소한 '승부조작'이라는 단어가 스포츠에 등장했다. 선수, 감독, 심판 등이 일정의 보수를 받고 보수를 준 사람들에 입맛에 맞게 경기를 조작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e스포츠, 야구, 축구, 농구 등에서 선수와 감독 등이 연루된 승부조작이 일어났다. 대회를 주최/주관하는 협회는 강력한 조치를 내렸고 연루된 선수, 감독은  자신의 커리어를 접어야만 했다.  

승부조작에 대한 대처가 강한 이유는 경기를 보는 팬들의 마음이 떠나가기 때문이다. 승부조작으로 물든 리그는 팬들의 신뢰를 저버린다. 팬들도 모르게 승부가 정해져 있는 리그에는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으며 심하면 리그가 폐쇄될 위기에까지 이른다.  승부조작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만 야구 리그는 리그 존폐 위기까지 갈 정도였다.

승부조작의 또 다른 무서운 점은 취약한 선수들을 노린다는 것이다. 'THE FIX 승부조작의 진실 '이라는 책에 보면 승부조작은 큰 리그와 거기서 활동하는 선수들을 노리지 않는다. 연봉이 취약하고,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리그와 선수들을 노린다. 해외 축구 3, 4부 리그에서 발생하는 승부조작이 많은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2015년 11월, 한국에서 아니 UFC 최초로 승부조작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에는 의심이 있었던 정도로 끝난 것이 2017년도에 승부조작에 참여한 선수가 자수를 하면서 그 내막이 밝혀졌다. 

관련 기사 : [UFC] 승부 조작 선수 실형…징역 10개월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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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는 국내 격투계 복귀를 위해 노력했지만 격투기 팬과 관계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지방 대회에 복귀전을 치를 예정이었으나 엔트리에서 제외되었고, 같은 체육관 선수가 승리해 경기후 촬영을 위해 함께 섰지만 TV 앵글은 그를 잡지 않았다. 

그런 그가 다시 돌아온다. 4년 8개월 만이다. TBC 몬스터워에서 미들급 선수로 출전한다. 여전히 반응은 냉담하다. 

필자 또한 승부조작은 있어서 안 되는 것이라 주장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선수를 망치고, 대회를 망치고, 나아가 업계를 망친다. 승부조작 선수의 복귀는 그것에 대한 관대함을 인정하게 되는 꼴이다. 이는 선수들에게 승부조작에 대한 여지를 남겨둘 수 있다.

'저 사람도 승부조작하고 복귀하는데 나도 한 번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쓸데없는 걱정이며 너무 확대해석하는 것이 아니냐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다. 허나 앞서 언급한 승부조작의 무서움의 하나, 연봉이 취약한 선수들을 건드린다는 것이다. 

한국 격투계는 취약하다. 파이트머니를 오픈하기 어려울 정도다. 경기당 큰돈을 받고 활동하는 선수들이 없지는 않으나 그들은 소수다. 대부분 빅 리그를 목표로 적은 파이트머니를 받으며 자신의 커리어를 키운다. 후에 빅 리그에서 인정받으며 경기당 천만 원단위의 파이트머니를 받기를 꿈꾸며 노력한다.

일당을 받고 몸을 쓰는 노동을 하는 선수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빅 리그를 위해 꿈꾸는 선수들이 있다. 이렇게 취약한 이들의 약점을 비집고 들어가 선수들이 한꺼번에 받기 힘든 돈으로 유혹한다면 누가 과연 거절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앞서 언급한 대로 '승부조작 선수'의 복귀는 이러한 결정에 명분을 주는 꼴이 된다.

한 단계 더 생각해 본다. 승부조작 선수는 이제 가담하지 않더라도, e스포츠의 경우처럼 '브로커'로서 활동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선배로서, 후배, 친구로서 인맥을 동원해 부탁하여 승부조작이 이뤄진 것은 강동희 감독의 경우를 보아도 알 수 있다.

어떤 이들이 필자에게 이야기한다. '잘 모르고 했고 한 번의 실수인데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라고. 되묻고 싶다. '승부조작 선수 한 명을 인정함으로써 격투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생각을 해봤냐고. 그로 인해 선수, 팀, 대회사, 관계자들이 겪을 피해는 생각해 봤냐고'

승부조작 선수의 대회 출전, 그리고 그 선수를 대회에 영입하는 것. 모두 재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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