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트 앤 뮤직] 영웅이 되고픈 악당, '챔피언의 노래' 속 존 존스의 두 얼굴
2019-03-06 유 하람
▲ 퀸 'We Are The Champions' 뮤직비디오 한국에서도 잘 알려져있다시피 'We Are The Champion'은 '죄는 짓지 않았지만 실수가 있었고, 역경이 있었지만 결국 우리는 이겨냈다'는 내용의 희망찬 록 발라드다. 인생에는 당연히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며 그것을 이겨내기에 우리는 아름답다는 '인간승리'의 상징과도 같다. 반면 'The Champ Is Here'는 철저히 지독한 악당을 그리는 갱스터 힙합 트랙이다. 화자는 '어딜 챔피언에게 덤비느냐'는 고압적인 태도로 마약상 경력과 폭력전과를 과시한다. 아마 존스의 의도는 무고한 자신에게 주어진 시련을 이겨냈으니 다시 위엄 넘치는 챔피언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이었으리라. 실제로 존스는 이번 경기를 앞두고 “모든 챔피언은 각자 사정이 있지만 난 특히나 힘겨웠다”며 “오늘에서야 그 어떤 파이터도 내가 겪은 역경보다 강하게 날 때릴 수는 없다고 깨달았다”고 말했다. 또한 “난 31살이고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도 않았다고 믿는다”며 “50승 무패를 달성하고 은퇴하겠다"고 했다. 온갖 우여곡절을 거쳐 4년 만에 디펜딩 챔피언으로 등장했으니 본인으로서는 그렇게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존스가 보여준 모습은 입장곡을 전혀 다르게 해석하게 만들었다. 그 어떤 챔피언이 방어전을 앞두고 약물이 적발되고도 기준치 미달이라는 비호를 받으며 경기장에 나서며, 그 어떤 챔피언이 스파링하듯 설렁설렁 싸우며 대전료를 날로 먹는가. 또 도대체 어떤 챔피언이 자기가 금지약물을 복용하고 법을 어겨 받은 처벌을 '시련'이라고 포장하는가. 이날 존스의 입장에서는 영웅이 되고 싶었지만 결국 자신이 악당임을 스스로 수긍해버리는, 그런 모습에 가까워보였다.
▲ 'The Champ Is Here' 팬 메이드 뮤직비디오 어쨌거나 존스는 승리했다. 온갖 악행과 위선에도 주최측과 적지 않은 팬이 그를 비호하고 있는 이상 좋으나 싫으나 벨트를 든 그를 우리는 지켜봐야만 한다. 역사가 그를 심판하리라는 허황된 말은 통하지 않는다. 약물이 적발됐어도 전설로 추앙받는 전례가 수두룩한 종합격투기에서 존스라고 위대한 챔피언이 아닐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점 한가지는 분명하다. 존스는 퀸의 챔피언이 아닌, 제이다키스의 챔피언이다. 옹호하든 비판하든 그를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는 부정할 수 없으리라. 격투기 전문 웹진 RANK5, 대중음악 전문웹진 하야로비 * ‘파이트 앤 뮤직’은 종합격투기에서 이 입장곡이 가지는 의미에 주목, 새로운 각도로 대회를 즐기자는 취지에서 대중음악 전문웹진 하야로비에 자문을 받아 진행하는 콜라보 콘텐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