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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유도, 종합격투기 선수까지…TFC 최재현 "경험을 전하는 선생님 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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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유도, 종합격투기 선수까지…TFC 최재현 "경험을 전하는 선생님 되고파"
  • 정성욱
  • 승인 2017.04.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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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현

[랭크5=정성욱 기자] TFC 미들급 파이터 최재현(31, 큐브MMA)은 다양한 경력을 가진 선수다. 어린 시절 야구 선수로 시작해 청소년 시절 유도를 했고 현재 종합격투기 선수가 됐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부상은 그를 야구 선수에서 유도 선수로 바꾸었고 유도를 하며 종합격투기 선수가 됐다. 중학교 때부터 배운 유도는 그를 대학교 강사로 거듭나게 했다.

어떤 사람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경험을 한 최재현. 그의 최종 꿈은 '선생님'이다. 자신의 다양한 경험을 운동하는 후배들, 제자들에게 전달하여 자신보다 더 나은 선수들을 육성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하지만 최재현은 지금의 경험으론 부족하다 말한다. 경험을 하다 보니 더 넓고 높은 곳을 발견했다. 새로운 곳을 탐험하고 싶어 한다. 물론 무작정 탐험한다는 건 아니다. 언젠가 벽에 부딪쳐 내려올 때는 과감히 내려올 것이다. 그리곤 경험을 전달하는 '선생님'으로서 후학을 양성하고자 한다.

이하 최재현과의 인터뷰 전문

- 운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초등학교 3학년 때 리틀야구를 시작해 중학교 1학년까지 했다. 중학교 진학할 때는 좋은 조건으로 갔고 국가대표도 했다. 그러다가 중학교 1학년 때 어깨를 다쳐서 그만두게 됐다. 홈에서 슬라이딩하다가 포수가 어깨를 찍는 바람에 부상을 입게 됐다. 부상 후 공 던지는 것이 예전만큼 못했고 바로 슬럼프가 왔다. 결국 야구를 그만두게 됐다."

- 상심이 컸겠다.
"많이 방황했다. 당시 친 형이 유도를 하고 있었는데 나에게 유도해볼 생각 없냐고 제안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유도를 시작했다. 운동을 시작하니 다시 야구가 하고 싶어졌다. 친구들은 고교 야구 대회에 출전해 TV에 나왔다. 실력도 쭉쭉 오르고. 나도 거기에 끼고 싶었다."

- 그래서 야구를 다시 시작했나?
"그렇다. 야구를 다시 하는 마음에 집에도 이야기하지 않고 혼자 부산에 내려갔다. 당시 부산 상고에 친구가 있어서 테스트를 봤고 결과가 좋았다. 유급을 하더라도 다시 야구를 하고 싶었다. 근데 당시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운동하는 걸 지원해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지금 하고 있는 유도를 열심히 하자고 마음먹었다."

- 유도에선 좋은 결과가 나왔나?
"고등학교 시절부터 학교 대표로 유도 대회에 나갔다. 열심히 했지만 엘리트 유도를 한 친구들에겐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때 내 별명이 3초였다. 경기 나가면 3초 안에 진다고 해서.(웃음)"

- 실력이 오르지 않으면 좌절감이 컸을 텐데.
"생활체육 대회에선 몇 번 메달을 땄지만 학교 대회에선 좀처럼 입상하기 힘들었다. 오기가 생기더라. 정말 열심히 했다. 지방 대회라도 있으면 혼자서라도 출전했다. 그랬더니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입상을 하기 시작했다."

- 실력이 늘었으니 대학교 진학도 꿈꿨을 텐데.
"그땐 그런 마음이 없었던 것 같다. 그냥 대학교 가지 말고 부모님 밑에서 일 배우려 했다. 근데 부모님께서 대학은 가라고 하셔서 뒤늦게 준비해 내 모교인 강동대학교 경호무도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가서 학교생활을 하다 보니 조금씩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웃음)"

대학시절 출전한 주먹이 운다 ⓒCJE&M
대학시절 출전한 주먹이 운다 ⓒCJE&M
대학시절 출전한 주먹이 운다 ⓒCJE&M
대학시절 출전한 주먹이 운다 ⓒCJE&M

- 대회에 많이 출전했나?
"학교에서 유도 대회 나가서 우승하면 장학금 준다고 하더다. 여러 대회에 출전해 입상해서 장학금 받았다. 전국에 경찰 행정학과들만 모여서 중앙경찰학교에서 치르는 대회가 있다. 1년에 한 번 하는 대회인데 거기에 학교 대표로 나가 우승했다. 우리 학교 처음이라고 하더라. 경찰청장 상도 받았다."

- 최재현 선수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기뻐했을 듯.
"아무튼 학교생활 열심히 했고, 재미있게 했다. 그러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졸업 후 편입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근데 너무 욕심을 부렸는지 졸업할 때 즈음 운동하다가 손목을 크게 다쳤다. 졸업하면 바로 편입시험을 준비하려 했는데 1년을 쉬어야 했다. 너무 크게 다친 나머지 군대도 면제받았다. 재활 훈련 후 손이 낫자마자 편입시험을 준비했고 합격해서 용인대학교 유도학과에 들어갔다."

-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이 딱 맞는 듯. 근데 종합격투기는 어떻게 알게 됐나?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학교생활 도중에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 것 같다. 관심이 생겼던 때에 마침 주먹이 운다 시즌 1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고 출전하게 됐다. 당시 내 상대는 차인호(팀매드)와 이대웅(존프랭클)이었다. 차인호와는 비기고 이대웅에겐 이겼다."

- 주먹이 운다를 계기로 종합격투기 선수의 길을 걷게 된 듯.
"바로 이어지진 않았다. 주먹이 운다 이후 로드FC 영건스 03에 출전했으나 패배했다. 당시 혼자 운동했던 나는 그냥 열심히 하면 되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출전했다. 아쉬운 마음이 있었지만 종합격투기를 그만두고 학업에 열중했다. 내친김에 대학원까지 진학했고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재미있는게 대학원 첫 시험은 떨어지고 다음 학기에 다시 열심히 해서 붙었다. 석사 졸업 논문도 마찬가지였다. 뭐랄까, 한 번에 된 것이 없다.(웃음)"

-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지 않나?
"내가 뭔가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건 야구를 포기했던 것에 대한 후회 때문이다. 의지를 갖고 열심히 했다면 지금 야구 선수를 하고 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있다. 야구를 포기한 이후로 어떤 일도 포기한 적이 없다."

- 대학원 졸업 후 종합격투기로 돌아갔나?
"대학원 졸업하자마자 운이 좋아 기간제 체육 교사가 됐다. 학교 선생님이 된 이후, 몸이 근질근질했다. 운동 생각이 자꾸만 났다. 고민 끝에 학교를 그만두고 지금 내 소속인 큐브MMA에 찾아와 종합격투기를 시작했다. 낮에는 아시는 분이 감독으로 있는 야구팀 코치로 일하고 밤에는 훈련을 했다."

종합격투기를 다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출전한 로드FC 센트럴 리그

- 현재 2연승을 달리고 있다.
"큐브MMA에 오자마자 로드FC 센트럴 대회에 출전했다. 운동 다시 시작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전했고 결국 패배했다. 패배 후 마음 정리를 하고 다시 열심히 운동했다. TFC 12에서 오퍼가 왔고 운 좋게 승리를 거뒀다. 이 경기에서 승리한 것이 계기가 되어 종합격투기에 모든 것을 걸기로 마음먹었다. 좀 더 많은 시간을 운동에 투자하기 위해 야구 코치도 그만두었다. 대신 아침 일찍 할인 매장에서 물건을 나르는 일을 시작했다."

- 쉽지 않은 상황인데. 그러면 모교에 출강하게 된 것도 이때 이야기된 것인가?
"맞다. 어느 날 모교 학과장에게 연락이 왔다. 학부생을 가르칠 수 있느냐고. 내 경험을 학부 후배들에게 가르쳐줬으면 한다고 말씀하셨다. 기간제 교사, 야구팀 코치를 하면서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에 보람을 많이 느껴왔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승낙했다."

- 근데 아르바이트도 하고 강의도 하고 운동까지 하려면 쉽지 않을 듯.
"사실 강의 제안을 받을 때 많이 고민했다. 강의하는 날은 일하는 시간을 줄여야 했다. 다행히 점장님께서 배려를 해주셔서 아르바이트와 강의 모두를 할 수 있게 됐다. 언제나 감사하고 있다."

최재현은 모교인 강동대학교에 출강해 자신의 경험을 전수하고 있다. ⓒ최재현 페이스북
최재현은 모교인 강동대학교에 출강해 자신의 경험을 전수하고 있다. ⓒ최재현 페이스북

- 최재현에게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선수로서 정점을 찍는 것? 아니면 경험을 전달하는 선생님?
"선생님에 가깝다. 하지만 지금은 선수로서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싶다. 경기에 출전하고 승리하다 보니 좀 더 많은 경험들이 눈앞에 보이더라. 더 높고 넓은 곳을 도전하고 싶다."

- 해외 무대 진출을 생각하나?
"전에 설 연휴 동안 쉬면서 여러 가지를 생각했다. 지금처럼 열심히 하면 혹시 기회가 있지 않을까라고. 연휴가 끝나고 관장님과 이야기를 해보니 같은 생각을 하고 계셨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 노력한다고 하여 꼭 좋은 결과가 있으란 법은 없다. 큰 좌절을 겪을 수도 있을 텐데.
"벽에 부딪치거나 한계가 와서 꺾인다고 해도 괜찮다. 나 스스로 만족하고 주위에서 인정하는 단계라고 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경험은 거기까지 일 것이다. 그때까지 했던 경험, 감정을 정리해서 선생님으로서 후배, 제자들에게 잘 전달하고 싶다."

- 마지막으로 한 마디
"현재 2연승을 하고 있다. 조만간 경기를 할 것 같다. 그때에도 좋은 경기 보여드리도록 하겠다. 지금 내 생활이 녹녹하진 않지만 행복하다. 내가 좋아하는 운동하고 있고, 밥벌이도 하고 있다. 주변에서 배려해주는 분들도 많고. 언제나 감사드린다. 정말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인 것 같다."

정성욱 기자 mr.sungch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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