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크5=유하람 기자] ‘야쿠자’ 김재훈(29, 팀 코리아 MMA)은 2년 동안 칼을 갈아왔다. 2015년 크리스마스 다음 날 ‘쿵푸팬더’ 아오르꺼러(23, 중국)에게 24초 만에 무릎 꿇은 뒤 그는 온갖 조롱에 시달렸다. 그는 스스로 “아오르꺼러를 잡지 못하면 죽어서도 한이 될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꼭 이기고 싶어한다. 반면 아오르꺼러는 "아직도 도전할 용기가 있느냐"며 여유를 부린다.
2015년 10월 28일 1차전이 공개됐을 때부터 두 선수는 으르렁댔다. 당시만해도 아오르꺼러는 국내팬들에게 전혀 인지도가 없었으나, 그해 11월 18일 기자회견에서 몸싸움을 벌이며 입방아에 올랐다. 당시 아오르꺼러와 김재훈은 전혀 모르는 사이에서 감정이 격해진 앙숙이 되었다.
12월 25일 XIAOMI ROAD FC 027 IN CHINA 계체량에서는 의외로 두 선수는 조용했다. 가벼운 도발만 주고 받을 뿐 이전 같은 격한 마찰은 없었다. 정작 문제는 다음날 경기 당일에 터졌다. 24초 만에 김재훈을 쓰러뜨린 아오르꺼러는 심판의 제지에도 공격을 계속했다.
결국 김재훈 세컨으로 나온 권아솔이 케이지에 올라가 아오르꺼러를 밀쳤고, 이에 아오르꺼러가 싸우려는 제스처를 취했다. 하마터면 더 큰 싸움으로 번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심판들이 모두 케이지에 올라가 두 파이터를 말린 뒤에야 상황이 수습됐다.
이후 베이징 익스프레스에서 권아솔이 '대리 복수'를 하겠다며 아오르꺼러와 매치업을 요구했지만 현실화 되진 않았다. 김재훈 역시 리벤지 매치를 열망했으나 한참 동안 소식이 없었다.
그러다 기회가 찾아왔다. 로드FC 무제한급 그랑프리 8강에서 김재훈 대 아오르꺼러가 확정됐다. 둘은 오는 5월 12일 중국 북경 캐딜락 아레나에서 열리는 XIAOMI ROAD FC 047에서 맞붙는다. 그토록 원하던 김재훈의 바람이 현실이 된 것이다. 이에 김재훈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 치욕적"이라며 "시합장에서 갈아 마셔버리겠다. 진짜 죽여버리겠다”고 다짐했다.
반면 아오르꺼러는 여유가 넘친다. "야쿠자 출신이라기에 정말 강한 줄 알았는데 부딪혀보니 너무 약했다"는 그는 "그렇게 빨리 이길 줄은 몰랐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아오르꺼러는 김재훈 전 이후 카와구치 유스케, 후지타 카즈유키 등 베테랑들을 상대하며 4연승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열심히 훈련한 보상을 받은 느낌"이라며 "이런 내게 김재훈이 도전한다니 용기가 대단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오르꺼러는 "내게 그렇게 당하고도 도전할 생각을 하다니 지는 게 두렵지도 않나 보다. 정말 용감한 것 같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용기는 좋지만 상대가 누군지는 봐야한다. 나는 아오르꺼러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김재훈을 소멸시켜버릴 거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당연히 내가 이기겠지만 방심하진 않겠다"는 아오르꺼러와 "이기지 못하면 죽어서도 한이 되겠다"는 김재훈. 과연 최후에 웃는 자는 누가 될까.
한편 ROAD FC는 역대 최고의 상금, 100만 달러가 걸린 ‘ROAD TO A-SOL’을 4강전까지 진행했다. 샤밀 자브로프와 만수르 바르나위가 결승에 진출했다. 두 파이터의 대결에서 이긴 승자는 ‘끝판왕’ 권아솔과 마지막 승부를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