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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N132] 리뷰 : 조용한 대진, 조용한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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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N132] 리뷰 : 조용한 대진, 조용한 대회
  • 유 하람
  • 승인 2018.06.26 1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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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우보이 vs 에드워즈

[랭크5=유하람 기자] 조용히 시작해서 조용히 끝났다. 파이트 나이트 대회 중에서도 유독 주목받지 못했던 UFN132는 결말까지 평범했다. 특히 경기 수도 4개에 불과했던 메인카드는 준 메인이벤트를 제외하면 인상적인 장면도 없이 흘러갔다. 마냥 나쁘지만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대단하다기엔 너무 평범한 대회였다.

메인이벤트 : 도널드 세로니 vs 리온 에드워즈

"정말 반갑지 않은 신성의 등장"

- 옛날 사람이 돼가는 세로니

최근 은퇴한 마이클 비스핑과 더불어 도널드 세로니(35, 미국)는 커리어 자체가 기록인 선수로 꼽힌다. 특히 세로니는 적지 않은 시간을 WEC에서 활동했음에도 UFC 최다출장/최다승에 근접해 많은 존경을 받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경기에서 그가 보여준 모습은 '건재한 베테랑'이 아닌 '시대에 쓸려가는 옛날 사람'이었다.

리온 에드워즈(26, 잉글랜드)는 강했다. 젊고 힘 센 데다 거대한 에드워즈는 '패배'라는 단어가 머리 속에 없었다. '세로니는 타격에서 내게 안 된다'는 계산이 미리 선 듯 타격전을 피하고 테이크다운을 노리는 상대에게 시작부터 카운터 킥을 던졌다. 피지컬과 자신감에서 짓눌리고 시작한 세로니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세로니가 자랑하는 깔끔한 타격 콤비네이션은 시도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에드워즈는 가드를 아예 내리고 공격을 하지 않는 등 여유를 부렸다. 라운드가 지날수록 나이 차이는 크게 작용했다. 3라운드부터는 마음이 급해진 세로니가 몰아쳤지만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쯤되면 얼핏 '베테랑을 잡아먹고 크는 신예'라는 뻔하지만 언제나 흥미로운 구도처럼 보이지만, 실상 경기는 상당히 지루했다.

세로니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고 에드워즈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에드워즈가 분명 앞으로 높이 치고 올라갈 수 있다는 사실은 충분히 입증했지만, 그와 별개로 그가 어떤 경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그는 싸움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이기기만 하면 됐지'라는 마인드는 종합격투기 시장에서 절대 환영 받을 수 없다.

준메인이벤트 : 오빈스 생프루 vs 타이슨 페드로

"베테랑은 베테랑"

- '근육바보'가 아니었던 생프루

오빈스 생프루(35, 미국)는 예로부터 상식을 파괴하는 신체능력으로 악명 높았다. 어깨로 목을 짓눌러 상대를 실신시키고 팔힘만으로 기무라를 뽑아버리는 등 힘으로 그에게 덤빌 파이터는 없었다. 다만 "힘만 좋지 기술은 없다"는 비아냥은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 그는 자신이 왜 34전의 베테랑인지 명확하게 입증해냈다.

생프루와 타이슨 페드로(26, 호주)는 공이 울리자마자 링 중앙에서 둔탁한 타격전을 벌였다. 서로 손을 마주 잡으며 큰 타격을 주고받던 중 페드로의 커다란 라이트가 적중했고, 다운된 생프루는 길로틴초크에 이은 클린치 타격을 견뎌내며 살아났다. 이후 페드로가 무리한 테이크다운 시도로 오히려 바닥에 깔리자 생프루는 스트레이트 암바로 팔을 뜯어내며 대역전승리를 거뒀다.

공이 울리기까지 3분도 채 걸리지 않았지만 경기는 더할 나위 없이 뜨거웠다. 노련하게 위기를 벗어나 침착하게 역전하는 그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피를 끓게 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생프루의 노련함이었다. 무식한 이미지와 달리 생프루는 침착하게 그로기에서 벗어나며 기회를 노리는 영리한 움직임을 보였다. 비록 존 존스 등 최강자들에겐 막혔을지언정, 그가 왜 라이트헤비급 톱랭커인지 입증한 멋진 경기였다.

제2경기 제시카-로즈 클락 vs 제시카 아이

"여성부 경기"

- 편견을 깨기에는 역부족했던 경기력

여성부 경기라고 하면 떠오르는 스테레오타입이 있다. 피니시율과 기술적 수준이 낮고, 때문에 지루한 포인트싸움으로 흘러간다는 정도다. 크리스 사이보그·요안나 옌드레이칙·로즈 나마유나스 등 몇몇 파이터는 이 편견을 깨고 있지만, 대개는 낮은 기대치를 간신히 충족시키는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이는 여성 플라이급 랭커인 제시카-로즈 클락(30, 호주)과 제시카 아이(31, 미국)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기는 팽팽했다. 여러 루트로 공격하는 클락을 아이가 견고한 스탠스를 유지하며 받아치는 형태였다. 1라운드엔 아이의 지키는 운영이 빛을 발했고, 2라운드엔 그 흐름을 읽은 클락이 점수를 올렸다. 3라운드에는 아이가 조커카드로 테이크다운을 꺼내들며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이번 라운드가 꼭 필요했던 아이는 무리하지 않고 포지셔닝에 집중하며 굳히기에 성공했다.

엎치락뒤치락 했던 흐름에 비해서 내용은 다소 아쉬웠다. 두 선수 모두 단조로운 필승공략 하나로 싸운다는 인상이 강했으며, 승자는 거기에서 한 번 꼬을 수 있었던 아이였다. 그렇다고 파이팅 넘치는 운영을 보여주지도 않았으며, 임팩트 있는 공격이 나오지도 않았다. 승자 아이는 당연히 축하받아야 하지만, 여성부의 고질병도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문제제기 또한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오프닝 매치 : 리징량 vs 아베 다이치

[웰터급] 리징량(30, 중국) vs 아베 다이치(26, 일본)

"어엿한 웰터급 터줏대감, 리징량"

- 하지만 생각보다 싱거웠던 중일전

인접국가끼리 갖은 경쟁의식이란 항상 매섭다. 한중일 삼국도 예외는 아니다. 비단 한일전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국기를 들고 나오는 대결이면 선수나 관객이나 '패배보다는 죽음을'이라는 마음가짐이다. 그런데 메이저 무대, 심지어 동양인을 찾아보기 어려운 중량급에서 중일전이 펼쳐졌다. 양국 팬들이 얼마나 설레고 긴장됐을 지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두 선수는 멀리서 싸우지 않았다. 그라운드는 배제한 듯 링 중앙에서 간결하고 빠른 공격을 주고받았다.  초반에는 다이치가 보다 날카롭게 안면을 공략하며 그로기까지 만들었으나, 리징량은 터프함으로 그를 무마하며 상대를 찌그러뜨렸다. 결국 다이치는 로우킥과 압박에 자기 타격 리듬이 무너지며 후반을 완전히 내줬다.

'자칭 웰터급 최강 아시안' 리징량은 또 한 번 자기 가치를 입증해냈다.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으로는 적어도 앞으로도 중위권 수문장으로 활약할 기량은 돼 보인다. 하지만 단순히 '잘 싸운다' 이상 감흥을 주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본 경기에서 제일 흥미로웠던 순간은 그가 다이치의 스트레이트에 그로기가 왔을 때였다. 모르긴 몰라도 그가 더 높이 올라가려면 기량에서든 경기내용에서든 발전이 필요해보인다.

총평

"조용한 대진, 조용한 대회"

UFN132는 축복받은 대회가 아니었다. 애초에 메인카드가 4경기 밖에 안 된다는 페널티를 안고 시작했고, 그마저도 대단히 큰 관심을 끌기는 어려운 대진이었다. 내용 역시 평범했다. 세로니가 승리를 거뒀다면 신기록 달성에라도 의의를 둘 수 있었겠지만 그마저도 아니었다. 생프루의 대활약이 소소한 위로가 될 뿐이었다. 그래도 최근 연달아 지루한 경기가 나오고 있는 UFC 이벤트 중에서는 그래도 괜찮은 편이었으니 다음 대회를 기대해보도록 하자.

유하람 기자 rank5yh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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