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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FC 049] 리뷰 : Legend Never 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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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FC 049] 리뷰 : Legend Never Die
  • 유 하람
  • 승인 2018.08.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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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후 환호하는 미즈노 타츠야

[랭크5=유하람 기자] 18일 서울 광장동 비스타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로드 FC 049가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는 미즈노 타츠야/후지타 카즈유키 등 노장들을 앞세웠고, 해당 파이터들은 '베테랑의 관록'이 무엇인지 보여주며 낙승을 거뒀다. 21개월 만에 돌아온 이은수는 복귀전이자 은퇴전에서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메인이벤트 이은수 vs 미즈노 타츠야

"여전한 현역, 미즈노 타츠야"
- 베테랑보다 베테랑다웠던 타츠야
평점 : ★★☆

'노장 대 신예' 컨셉이었던 이번 대회에서 메인이벤트는 조금 궤가 달랐다. 이은수와 미즈노 타츠야는 비슷한 시기에 활약했던 동료 베테랑이다. 이은수는 82년생으로 2003년 데뷔했고, 미즈노 타츠야는 81년생으로 2006년 데뷔했다. 두 선수의 커리어 끝자락에서 펼쳐진 이번 경기는 신구대결로 펼쳐진 다른 주요 대진보다도 의미가 남달랐다. 더구나 경기를 앞두고 이은수가 은퇴 의사를 밝히며 대결은 더욱 무게감을 가지게 됐다.

승자는 미즈노 타츠야였다. 두 손으로 들어오라는 사인을 보내며 도발하던 이은수는 날카롭게 들어오는 타츠야의 태클에 별다른 대항도 하지 못했다. 하프가드에서 파운딩을 날리던 타츠야는 몸을 돌리며 일어나려는 이은수를 쫓아가 백을 잡았다. 펀치를 집어 넣으며 기회를 엿보던 타츠야는 이내 리어네키이드 초크로 탭을 받아냈다. 이은수는 필사적으로 버텼지만 입에서 마우스피스가 튀어나올만큼 그립이 너무 단단했다.

미즈노 타츠야의 1라운드 2분 32초 리어네이키드 초크 승. 그는 '불혹 파이터'라기보다 '여전한 현역' 같았다. 실제로 그는 데뷔 후 단 한 해도 쉬지 않고 싸움을 계속해왔다. 크로캅, 일리르 라피티, 게가드 무사시 등 톱 클래스 파이터와도 주먹을 섞었고, 일본 DEEP에서는 현 미들급 챔피언으로도 군림하고 있다.

반면 이은수는 최근 6년 동안 단 한 경기만을 치렀다. 그때문인지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두 선수의 움직임 차이는 현저했다. 오야마 슌고를 1라운드에 때려잡으며 벨트를 감던 이은수는 거기 없었다. 하지만 중량급 터줏대감 미즈노 타츠야는 여전했다. 주최측이 의도했던 결과는 아니었겠지만, 어딘가 '바람직한' 승부였다.

준 메인이벤트 최무배 vs 마안딩

"누가 끝났대?!"
- 간만에 보는 '부산 중전차'다운 승리
평점 : ★★☆

최무배는 '아재파이터'이기 전에 '부산 중전차'였다. 데뷔할 즈음 그는 이미 서른넷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였으나, 뚝심 있는 그라운드 앤 파운드로 승전보를 울리곤 했다. 이를 바탕으로 2000년대 격투기의 메이저리그 프라이드에 한국인 최초로 진출해 4연승을 기록했고, 당대 세계 최강 중 하나였던 세르게이 하리토노프에게도 비록 패했으되 '불꽃 싸대기'를 날리며 분투해 팬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이번 경기에서 최무배는 '그때 그 시절'을 보는 듯한 묵직한 레슬링을 간만에 선보였다. 2015년 이후 연패에 빠지며 잠잠했던 최무배식 힘싸움은 3년만에 빛을 봤다.

출발은 불안했다. 최무배의 가드를 엉성하게 내린 위빙은 빈틈이 너무 많았고, 맷집은 예전 같지 않았다. 최무배가 전성기 때도 당최 커버링이 좋은 선수는 아니었지만 이제는 공략하기가 너무 쉬운 상태가 돼버렸다. 아니나 다를까 1라운드 초반 최무배는 '아들뻘' 마안딩의 날카로운 원투에 주저앉았다. 그대로 경기가 끝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무배는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곧 일어난 최무배는 마안딩을 안아 케이지로 몰아 니킥 공격을 이어갔다. 라운드 중반에는 스트레이트 펀치로 다운을 따내며 갚아주기도 했다. 승부는 역시 레슬링에서 갈렸다. 그레코 레슬러 출신답게 싸잡고 넘기는 동작은 여전히 매끄러웠다. 안다리 걸기에 넘어간 마안딩은 점차 잠식당했고, 결국 파운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이내 허브딘 주심은 경기를 중단시켰다.

최무배는 계체량에서 "누가 끝이래!"라며 큰소리쳤다. 그리고 이번 경기에서 그는 아직 커리어를 이어나갈 동력이 충분함을 입증해냈다. 분명 발전하지 않는 복싱과 약해진 맷집 등 노장의 약점은 있었다. 하지만 그를 뒤집는 '베테랑의 관록'이라는 요소도 승부의 세계에서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는 몸을 증명했다.

4경기 : 후지타 카즈유키 vs 저스틴 모튼

"종합격투기 원로, 12년 만의 연승"
- 꼬박 10년이 걸린 승리다운 승리
평점 : ★★☆

메인이벤트와 준 메인이벤트에 여러 베테랑이 출격했지만, 후지타 카즈유키 앞에서만큼은 그들도 아직 쌩쌩한 신인이다. 올해로 마흔여덟, 2000년대를 지배한 PRIDE의 시작과 끝을 함께했던 그는 일본무대를 넘어 종합격투기 역사에서 손꼽히는 원로 파이터다. 한때 세계 랭킹 2위에 올랐을 만큼 동양인으로는 보기 드물게 중량급에서 성적을 냈고, PRIDE 무제한급 그랑프리에서도 4강에 올랐다.

하지만 2008년 이후 그는 철저히 이름값만 남은 '퇴물'로 전락했다.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알리스타 오브레임, 이시이 사토시 등 단체가 밀어주는 젊은 신예에게 바치는 제물로 사용됐다. 지난 5월 상대 공한동이 갑자기 기권을 선언해 10년 간의 긴 연패는 끊었으나 뒷맛이 개운하지가 않았다. 그리고 18일 후지타는 드디어 승리다운 승리를 쟁취했다.

상대는 후지타보다 18살 어린 저스틴 모튼. 후지타를 존경한다고 말했지만 서른 살에 10승 3패라는 준수한 성적까지 가진 선수를 이기리라 예상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초반 강한 압박에 나선 후지타는 1라운드 모튼의 로킥을 잡아서 태클을 성공하며 분위기를 가져왔다. 비록 예전 같은 광폭한 파운딩은 나오지 않았으나, 거대한 근육에서 나오는 압박감은 여전했다. 2라운드엔 니킥으로 모튼을 쓰러뜨리고 가드패스에 이은 남북 초크를 시도했다. 모튼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후지타의 등을 두드리며 항복을 표시했다.

올드팬 입장에서 후지타쯤 되는 인물이 가지는 의미는 각별하다. 그를 향해 "제발 은퇴해달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이유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승리가 고팠고, 10년의 긴 기다림 끝에 제대로 된 승전보를 올렸다. 연승기록까지 치면 무려 12년 만의 성과. 그의 기다림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3경기 : 스밍 vs 하라다 미오

"대체 왜 메인카드?"
- 그나마 경기를 살린 스밍의 투혼
평점 : ★☆

로드FC의 '여동생 키우기 프로젝트'는 참 오랜 시간 공을 들인 '밑빠진 독에 물 붇기'다. 로드FC는 송가연, 이예지 등 실력증명도 경험도 부족한 어린 여성부 선수에게 과분한 스포트라이트를 비췄고, 결과는 그렇게 성공적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엔 스밍이다. '대륙을 사로잡은 미모' 같은 예상 가능한 프랜차이즈 문구로 밀어줬지만 스밍의 기량은 혹시나에서 역시나였다. 0승 2패의 스밍은 0승 1패의 하라다 마오를 스플릿 판정으로 간신히 꺾었다.

마오는 스밍의 테이크다운을 암바로 카운터치며 1라운드를 지배했다. 스밍은 초보적인 실수로 서브미션을 내주고 시작했고, 암바 그립 하나 때문에 라운드 절반을 날려먹으며 점수를 잃었다. 2라운드에도 스프롤 직후 포지션을 잃는 아마추어스러운 모습을 연출했고, 끈질긴 기무라 시도로 포지션을 뒤집고 타격으로 점수를 따냈지만 그렇게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2라운드 매치였던 탓에 점수는 비등비등했고, 결국 스밍이 2-1 판정으로 승리했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경기력은 메인이벤트에 있어서는 안 되는 수준이었다. 그나마 팔이 거의 꺾였음에도 버텨내 역전한 스밍의 투혼이 볼만 했으나, 냉정히 말해 그 암바도 잡히지 말았어야 했다. 물론 선수가 발전해 이런 악평을 깨주길 바라야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기대를 하기엔 프로파이터라고 할 기본 소양도 충분해보이지 않았다.

2경기 : 박해진 vs 에브게니 랴자노프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 공약을 지킨 주짓수 스타 박해진
평점 : ★★★

'주짓수 스타' 박해진은 주지떼로라는 타이틀에 맞지 않게 단 한 번도 서브미션 승을 거둔 적이 없었다. 본인 역시 이에 "수치스럽다"고 말했으며, 이번 경기에 앞서 "상대 별명이 'Bad Boy'라는데 "Bed Boy"로 만들어주겠다. 반드시 서브미션으로 끝내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리고 그는 그렇게 기다리던 탭아웃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상대 에브게니 랴자노프는 그라운드에서 압도당한 끝에 1라운드 2분 23초 만에 리어네이키드 초크에 무릎 꿇었다.

박해진은 초반부터 매끄러운 태클에 이은 가드패스로 경기를 주도했다. 무리한 풀마운트 욕심으로 스윕을 허용하기도 했지만 그는 자신만만했다. 이내 박해진은 별다른 데미지 없이 딥 하프가드로 재스윕에 성공했고, 에브게니가 일어나는 순간을 노려 순식간에 백포지션을 점유했다. 백을 잡힌 에브게니가 다리를 빼고 몸을 돌려 빠져나가려 하자 박해진은 다리를 풀어주는 척 돌아가는 방향에서 팔을 쳐올려 상대 목을 감쌌다. 에브게니 얼굴은 순식간에 일그러졌고 그는 곧바로 탭을 쳤다.

이로서 박해진은 종합격투기 7승 무패, 로드FC 5승 무패로 자기 입지를 확고히 했다. '주지떼로'라는 출신성분에 맞게 서브미션 승을 올리며 관객에게 눈도장도 단단히 찍었다. 말하는 대로 실행할 수 있는 능력있고 화끈한 신예를 싫어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앞으로 밴텀급에서 박해진이 어떤 선수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1경기 : 황젠유에 vs 티라윳 카오랏

"타격에서 무너진 입식챔피언"
- 티라윳의 충격적인 초살 TKO패
평점 : ★★★☆

한편 오프닝매치에서는 이변이 연출됐다. 연패에 빠져있던 쿵푸 파이터 황젠유에는 '쁘아까오 닮은 꼴'로 유명한 무에타이 챔피언 티라윳 카오랏을 스탠딩에서 쓰러뜨리며 초살 TKO승을 거뒀다. 훅이 티라윳 얼굴 깊숙이 꽂히자 황젠유에는 피냄새를 놓치지 않았다. 티라윳이 황젠유에의 허리를 붙잡고 파운딩 세례를 견뎌냈으나 이미 전세는 기울었다. 티라윳은 간신히 일어났으나 코너에 갇힌 채 일방적으로 두드려맞았고, 허브딘 주심은 경기를 중단시켰다. 불과 51초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경기 후에 '왜 말렸느냐'는 제스처를 취했듯 확실히 티라윳은 아쉬울 만도 했다. 그라운드에서 꾸역꾸역 벗어나 자신이 맞고 때리는 데 익숙한 스탠딩에서 버티고 있었는데 경기가 중단됐으니 입맛이 쓸 수밖에 없었으리라. 하지만 티라윳은 너무 미숙했다. 일어나기 급급해 파운딩을 정타로 허용하고, 어렵게 도착한 스탠딩에서는 코너에 갇혀있었다. 일어나서 반격하지 못할 상황이었다면 그라운드에서 데미지를 회복하며 심판이 말리지 않을 사이즈를 만들었어야 했다.

이번 경기에서 티라윳은 종합격투기에 완벽히 적응하지 못했음은 물론, 무에타이 챔피언이라는 명성과 그에 따르는 기대에 부합하지도 못했다. 반면 황젠유에는 2연패의 사슬을 끊고 승리를 거뒀다.

총평

"Legend Never Die"
평점 : ★★☆

로드FC 049는 대진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니었다. 이은수는 너무 오래 쉬었고, 최무배는 불안했으며, 후지타는 재기가 어려워보였고, 스밍은 그냥 아니었다. 하지만 조금이나마 메인카드에 자리한 신예들이 화끈한 경기력을 보여줬고, 후지타와 최무배는 기대에 정확히 부합하는 승리를 거뒀다. 그 스밍도 생각보다 선전했고, 미즈노 타츠야는 군소리 나올 일 없게 잘 싸웠다. 이은수가 이렇게 허무하게 떠나간다는 사실이 아쉽기는 했지만, 로드FC 046는 이 대진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로 마무리됐다. 경기 종료 승리한 두 베테랑 후지타와 최무배의 대결도 확정됐으니 속편까지 제작됐다하면 과언일까.

유하람 기자 rank5yhr@gmail.com

XIAOMI ROAD FC 049 IN PARADISE 경기 결과
– 8 18 비스타 워커힐 서울

[미들급 이은수 VS 미즈노 타츠야]
미즈노 타츠야, 1라운드 2 32초 서브미션승(리어네이키드초크)

[무제한급 최무배 VS 마안딩]
최무배, 1라운드 4 7 TKO(파운딩)

[무제한급 후지타 카즈유키 VS 저스틴 모튼]
후지타, 2라운드 1 19초 서브미션승(남북초크)

[스트로급 스밍 VS 하라다 시호]
스밍, 2라운드 종료 판정승(2-1)

[페더급 에브게니 랴자노프 VS 박해진]
박해진, 2라운드 2분 23초 서브미션승(리어네이키드 초크)

[라이트급 황젠유에 VS 티라윳 카오랏]
황젠유에, 1라운드 51 TKO(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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