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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N 135] 리뷰 : 배수의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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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N 135] 리뷰 : 배수의 진
  • 유 하람
  • 승인 2018.08.26 2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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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N 135 포스터

[랭크5=유하람 기자] 6일(한국시간) 미국 네브라스카주 피나클 뱅크 아레나에서 열린 UFN 135은 KO가 네 차례나 나오는 호재 끝에 화끈하게 마무리됐다. 특히 메인이벤트에서는 “지면 은퇴”라고 배수진을 친 저스틴 게이치가 불과 87초 만에 실신 KO승을 거두며 관중을 열광시켰다. 한편 긴 부진으로 벼랑 끝에 섰던 마이클 존슨과 제이크 엘런버거는 각각 스플릿 판정승과 1라운드 KO패를 기록하며 희비가 갈렸다.

메인이벤트 : #7 저스틴 게이치 vs #10 제임스 빅
“펀치 드렁크? 맞기 전에 끝내면 그만”
- ‘캐삭빵’에서 승리한 게이치
평점 : ★★★★

이날 저스틴 게이치는 ‘하이라이트’라는 별명답게 초살 KO승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경기 전까지 게이치를 향한 시선은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다. 공격일변도로 상대를 때려눕히며 보너스 사냥꾼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지난 두 경기에서는 그 스타일 때문에 큰 KO를 연거푸 당했기 때문이다. 상대 제임스 빅 역시 “그렇게 대주는 스타일로는 날 못 이긴다”고 도발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빅은 게이치의 얼굴에 손도 대지 못했다. 1라운드 빅은 긴 신장을 살린 다양한 킥으로 견제했다. 게이치는 그런 빅을 침착하게 바라보다 전광석화 같은 레프트 페인트 후 라이트 훅으로 고꾸라뜨렸다. 게임은 거기서 끝났다. 눈 뜬 채 쓰러진 빅은 눈 뜬 채 쓰러졌고, 게이치가 한바탕 세레머니를 끝내고 돌아올 때까지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단 87초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격투 커뮤니티에서는 빅이 워낙 거대하고 움직임마저 좋은 선수라 게이치가 평소대로 싸우면 위험하리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런 비관론을 비웃기라도 하듯 게이치는 가뿐하게 상대 턱을 돌려버리고는 토니 퍼거슨을 콜했다. 펀치 드렁크 우려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시기에 보여줄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쾌승이었다.

마이클 존슨 vs 안드레 필리
“스피드는 여전히 패왕, 그런데…”
- 일단 살아는 남은 존슨
평점 : ★★

2010년부터 옥타곤에서 활약하며 이젠 이름값이 제법 있는 마이클 존슨이지만, 그의 전적은 썩 좋지 못한 편이었다. 이번 경기 전까지 9승 9패로 딱 5할 타자였으며, 그나마도 최근 전적은 1승 5패로 처참했다. 무시무시한 핸드스피드를 앞세운 화력전으로 ‘초반전 타격 여포’ 이미지도 있었지만 정작 UFC에서 1라운드 KO승은 단 두 번 밖에 없다.

안드레 필리와의 대결에서도 그는 ‘보통 선수’라는 현주소를 벗어나지 못했다. 손은 여전히 빨랐지만 넉아웃을 내지는 못했고, 약점인 그라운드도 보완되지 않았다. 승패를 반복하는 필리 같은 중견급 선수를 상대로 인상적인 장면 하나 보여주지 못했다. 영혼의 라이벌전 끝에 승부는 결국 판정으로 넘어갔다.

접전 끝 승자는 존슨이었다. 한 심판은 모든 라운드를 필리에게 줬지만 다른 두 명이 29-28로 존슨 손을 들어주며 희비가 엇갈렸다. 승리를 확신하고 세레머니를 하던 필리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어며 빠르게 케이지를 떠났다. 하지만 냉정히 말하자면 이번 경기에서 승자는 없었다. 필리는 기대할 게 없었고, 존슨은 등장 당시 기대를 여전히 한참 못 따라가고 있었다. 존슨이 옥타곤 커리어를 이어나갈 동아줄을 잡았다는 점이 그나마 있는 유일한 의의였다.

#14 안젤라 힐 vs #11 코트니 케이시
“단단함의 승리”
- 가장 낮은 체급에서도 너무 작았던 힐
평점 : ★★☆

여성 MMA 단체 인빅타FC는 UFC에 인수된 단체 중 유일하게 존속하며 하부리그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모르긴 몰라도 워낙 풀이 좁아 선수수급이 어려운 여성부 특성상 성적에 따라 쉽게 영입하고 방출할 수 있는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안젤라 힐 역시 UFC에서 부진하자 인빅타로 가서 벨트를 매고 금의환향한 케이스다.

하지만 인빅타에서 4전 전승을 기록했던 그도 옥타곤에서는 여의치가 않았다. 힐은 작은 체격과 약한 힘을 기술과 스피드로 커버하는 스타일이다. 문제는 인빅타와 달리 UFC에는 젊고 거대한데다 기술도 만만치 않은 선수들이 널렸다는 점이다. 힐은 이번에도 자신보다 7cm 이상 큰 코트니 케이시와 맞붙었고, 이번에도 ‘졌잘싸’를 시전하며 판정패했다.

분명히 부지런히 움직이며 적극적으로 공격한 쪽은 힐이었다. 그러나 단단함과 터프함으로 우직하게 밀고 들어오는 케이시를 제압할 만큼 매섭지는 않았다. 수준 높은 타격 공방이 펼쳐졌지만 힐은 임팩트가 없었다. 반반 싸움이었지만 케이시가 2-1 판정으로 승리한 데는 눈에 보이는 힘의 차이도 있었다고 보인다.

2연패에서 탈출한 케이시는 승자 인터뷰에서 상대 힐을 칭찬하며 “다음 경기는 톱 10을 원한다”고 밝혔다. 반면 인빅타FC로 한 차례 내려갔다 올라온 ‘절치부심’ 안젤라 힐은 2016년 옥타곤 복귀 이래 이어지는 승패승패 징크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가장 낮은 체급에서도 체격이 작아 슬픈 힐이었다.

브라이언 바베레나 vs 제이크 엘렌버거
“Time to say goodbye”
- 베테랑의 씁쓸한 퇴장
평점 : ★★★

제이크 엘런버거는 MMA 선수로 13년, UFC 파이터로 9년을 싸웠다. 탄탄한 레슬링을 기반으로 말도 안 되게 아픈 주먹을 휘두르는 스타일로 오랜 시간 사랑 받았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2013년 로리 맥도날드에게 판정패한 이후 그는 급격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최근 10전 전적 2승 8패. 현역으로 버티는 게 기적인 수준이었다. 숱한 KO로 단단했던 턱은 무뎌졌고, 예전처럼 폭발력 있게 상대를 쓰러뜨리지도 못했다. 이번 경기도 다르지 않았다.

1라운드 엘런버거는 가볍게 스텝을 밟으며 빠르게 싸움을 걸었다. 바베레나 역시 펀치 공방을 피하지 않고 맞받아쳤다. 초반 불안한 모습을 계속 보였던 엘런버거는 가볍게 들어간 바레레나의 양 훅에 다운됐고, 간신히 일어나서도 무력하게 다시 쓰러지며 그대로 TKO됐다. 2분 36초만의 싱거운 승부였다.

4연속 KO패를 당한 엘런버거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글러브를 옥타곤에 내려놓으며 은퇴를 선언했다. 이미 내려놓을 마음으로 올라온 듯 앨런버거는 미련이 없어보였다. 홈타운에서 마지막 불꽃을 불태우지 못한 점은 아쉬웠지만, 더 이상 망가지기 전에 깨끗이 손 씻는 결단은 씁쓸하면서도 아름다웠다.

#14 디아비슨 피게레도 vs #6 존 모라가
“세계 최강 미용사 피게레도”
- 오랜만에 등장한 무패 컨텐더
평점 : ★★★

디아비슨 피게레도는 코디 가브란트 이후 간만에 등장한 ‘무패 신성’이다. 그리고 그는 오늘 ‘무패 신성’에게 필수적인 ‘베테랑 사냥’에 성공했다. UFC 최경량급에서 장기간 활약한 모라가를 상대로 그는 단 한 차례 위기도 허용하지 않으며 압승을 거뒀다. 경기 종료 후 피게레도는 무패 전적을 과시하며 더 높은 곳을 겨냥했다.

경기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모라가는 타이밍 러시를 노리고 있었고 피게레도는 이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애초에 사이즈부터 레슬링, 타격까지 어느 하나 아쉬울 게 없는 피게레도는 모라가가 약점을 드러내기만을 기다렸다. 1라운드 2분 20초 경 피게레도는 덤벼드는 모라가를 돌려 던졌고, 이후 라운드가 종료될 때까지 꾹꾹 눌러담았다. 2라운드엔 승리를 확신한 듯 여유로우면서도 적극적으로 전진스텝을 밟으며 엘보우와 어퍼컷으로 모라가를 KO 시켰다. 모라가는 실신하진 않았지만 전의를 완전히 상실한 모습으로 쓰러졌다.

압승을 거둔 피게레도는 상대를 무덤에 묻는 티토 오티즈의 세레머니를 따라하며 승리를 자축했다. 마침 독재자 드미트리우스 존슨이 무너진 지금 이 같은 막강한 신성의 등장은 너무나 반가운 일이다. 3연패를 끊고 3연승으로 다시 도약하려던 모라가에겐 안 된 일이지만, 초신성이 치고 올라갈 때 따르는 희생은 어쩔 수가 없었다.

에릭 앤더스 vs 팀 윌리엄스
“피니시가 살린 경기”
- 희귀한 ‘합법 싸커킥’ 등장
평점 : ★★★

미식축구 선수 출신 에릭 앤더스는 옥타곤 입성 당시 10승 무패의 뛰어난 전적을 자랑했다. 묵직한 타격으로 화끈한 파이팅을 펼치는 그에게 걸린 기대는 꽤 컸다. 하지만 그는 데뷔전에서 연패 중이던 료토 마치다에게 판정승을 헌납했고, 체면을 잔뜩 구길 수밖에 없었다. 이번 경기에서도 그는 마치다가 제시한 자신의 파훼법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앤더스는 강하긴 했다. 단순한 패턴이긴 하지만 뒷손 스트레이트는 언제나 위협적이었다. 그러나 상대 팀 윌리엄스는 마치다가 그랬듯 킥을 차는 거리와 클린치 거리를 오가며 펀치를 칠 공간을 주지 않았다. 2라운드 앤더스가 지친 윌리엄스를 여러 차례 맞추며 추격했지만 3라운드에 윌리엄스가 다시 전면전을 펼치면서 차이를 벌려나갔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모든 것이 뒤집혔다. 서로 5:5 싸움을 벌이던 중 윌리엄스는 슬립다운으로 바닥에 쓰러졌다. 이전에도 상대 앤더스가 넘어진 그를 일어나도록 내버려뒀기 때문일까. 윌리엄스는 아주 무방비한 상태로 몸을 일으켰다. 그가 몸을 일으키고 손이 바닥에서 떨어지는 순간 앤더스는 싸커킥으로 그의 턱을 돌려버렸다. 이번에 쓰러진 윌리엄스는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반칙인지 아닌지 애매한 킥이었지만 판정단은 회의를 통해 KO로 인정했다. 덕분에 앤더스의 이번 경기는 UFC가 현대 룰로 개정한 이래 가장 폭력적인 KO로 남게 됐다. 파훼법이 명확히 나온 상황에서 그가 얼마나 높이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화끈한 경기를 볼 수 있겠다는 기대는 생기는 경기였다.

총평
“배수의 진, 엇갈린 결과, 훌륭한 결말”
평점 : ★★★☆

UFN 135는 전 경기가 상대를 가장 확실하게 압도하는 KO, 혹은 가장 접전일 때 나오는 스플릿 판정으로 채워졌다. 하지만 접전은 쉴 새 없이 공방을 펼치는 팽팽한 경기였고, KO는 정말 난폭하게 때려눕히는 타격이 나와준 덕에 경기장은 내내 뜨거웠다. 특히 대미를 장식한 게이치의 초살 KO는 안 그래도 화끈했던 이번 대회에 화룡정점을 찍었다. 각자의 사정으로 간절한 선수들이 많아서였을까. 아주 좋지는 않은 경기는 있었을지언정 거를 경기는 없었던 대회였다.

UFC Fight Night 135 경기결과

#7 저스틴 게이치 vs #10 제임스 빅
저스틴 게이치 1라운드 1분 27초 KO승(펀치)

마이클 존슨 vs 안드레 필리
마이클 존슨 3라운드 종료 판정승(2-1)

#14 안젤라 힐 vs #11 코트니 케이시
코트니 케이시 3라운드 종료 판정승(2-1)

브라이언 바베레나 vs 제이크 엘렌버거
브라이언 바베레나 2분 36초 TKO승(펀치)

#14 디아비슨 피게레도 vs #6 존 모라가
디아비슨 피게레도 2라운드 3분 8초 TKO승(펀치)

에릭 앤더스 vs 팀 윌리엄스
에릭 앤더스 3라운드 4분 42초 KO승(싸커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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