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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Fight Night 137 리뷰 : 결말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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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Fight Night 137 리뷰 : 결말은 좋았다
  • 유 하람
  • 승인 2018.09.24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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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FC Fight Night 137 포스터

[랭크5=유하람 기자] ‘근래 가장 네임밸류 떨어지는 대회’라는 혹평 속에 23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UFC Fight Night 137이 막을 내렸다. 이번 파이트나이트는 안 그래도 부실한 대진에 주축이 될 선수들이 연달아 부상을 입으며 메인이벤트가 통째로 교체되는 등 여러 수난을 겪었다. 메인카드 3경기부터 이어진 브라질 선수들의 분전으로 마무리는 그나마 훈훈했던 UFN 137, 과연 그 내실은 어땠을까.

메인이벤트 : #12 티아고 산토스 vs 에릭 앤더스

“형이 왜 거기서 나와”
- 라이트헤비급에서 만난 미들급 파이터들
평점 : ★★★

UFN 137 메인이벤트에서는 미들급 파이터 둘이 라이트헤비급으로 경기를 치르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본래 메인이벤트는 지미 마누와 대 글로버 테세이라였다. 여기서 글로버 테세이라가 아웃되며 급하게 미들급의 티아고 산토스가 들어왔고, 마누와마저 이탈하며 겨우 한 달 전에 미들급 경기를 치렀던 에릭 앤더스가 투입됐다.

터프가이 간의 대결답게 경기는 둔탁한 공방이 이어졌다. 두 선수는 각자 노리는 바가 분명했다. 산토스는 자신 있는 타격전에서 부딪히길 원했고, 앤더스는 그를 피해 진흙탕 싸움을 벌이려 했다. 일진일퇴를 벌이면서 보다 많은 포인트를 딴 쪽은 앤더스로 보였다. 많은 유효타를 허용하면서도 위험한 타이밍엔 상대 허리를 붙잡고 늘어지며 시간을 버는 등 영리한 운영이 돋보였다.

그러나 3라운드 중반부터는 이상한 조짐이 보였다. 이번에도 앤더스는 오블리크킥과 낮은 로킥을 뚫고 테이크다운을 따냈고, 리어네이키드초크로 이어나가며 기세를 올렸다. 이후 산토스가 이스케이프에 성공하며 압박했지만 여전히 난전 양상이었다. 그러나 앤더스는 이 시점부터 머리에 쌓인 데미지를 숨기지 못했다, 이를 포착한 산토스는 테이크다운을 열심히 막기보단 거칠게 반항하며 앤더스의 머리를 한 대라도 더 두들기는 데 집중했다. 작전은 주효했다. 앤더스는 라운드 종료 1분여를 남기고부터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했다. 공이 울린 직후에는 코너까지 걸어가지도 못한 채 쓰러졌고 심판은 그대로 경기를 중단했다.

라이트헤비급에서 치러진 이번 미들급 매치에서 웃은 건 산토스였다. 경기 자체는 치열했지만 꾸준히 데미지에서 앞서나갔던 산토스는 상대가 KO 될 타이밍을 잘 알고 있었다. 반면 지난 경기에서 ‘합법 싸커킥’으로 화제를 모았던 앤더스는 전략 자체는 준수했으나 안면 타격을 연달아 허용하며 끝내 몸이 견뎌내지 못해 패했다. 아주 수준 높은 싸움이었다고는 하지 못할지언정 양상은 치열했고, 덕분에 감상 포인트는 분명했던 경기라 하겠다.

[준 메인이벤트] #14 알렉스 올리베이라 vs. 카를로 페더솔리 주니어

“밉상은 밉상이고 실력은 실력이지”
- 킬러본능 입증한 올리베이라
평점 : ★★★☆

알렉스 올리베이라는 적어도 국내 커뮤니티에서는 인식이 좋은 편은 아니다. 6파운드라는 프로의식이 의심되는 폭으로 계체를 초과했을 뿐만 아니라, 갈비뼈 부상을 입은 상대에게 끌려 다니다 힘으로 어렵게 이기고는 승리 후에도 심한 도발을 했던 윌 브룩스 戰 때문이다. 이후 올리베이라가 이미지 쇄신을 할 일은 달리 없었지만 성적만큼은 그 전후로 5승 1패 1무효를 달리며 상한선을 찍었다,

이번 경기에서도 올리베이라는 그 상승세가 결코 운이 아니었다고 증명하듯 멋진 퍼포먼스를 펼쳤다. 상대는 UFC 데뷔전에서 판정승을 거두며 종합격투기 8연승을 달리던 신예 카를로 페더솔리 주니어였다. 1라운드 초반 장신 타격가 대결답게 길게 뻗는 타격전이 펼쳐지는 듯 했으나, 올리베이라가 안일한 페더솔리의 킥을 캐치해 곧바로 안면에 펀치를 꽂아 넣으며 빠르게 승기를 잡았다. 이후 균형을 잃고 쓰러지는 페더솔리의 안면을 연달아 가격하며 그대로 실신시켰다. 불과 39초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인상적인 건 상대가 빈틈을 노출하자마자 그대로 ‘죽여 버리는’ 올리베이라의 과감함이었다. 킥캐치 자체는 종합격투기 경기에서 종종 나오는 일이지만 그로 인해 경기가 끝나는 일은 보기 매우 드물다. 킥캐치 상황에서 성급히 들어가지 않고 다음 연계기를 차근차근 밟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리베이라는 기회가 왔다는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몸도 풀리기 전에 그 짧은 기회를 KO로 이어나갈 수 있던 원동력은 빠른 판단과 그를 실행할 수 있는 결단력, 다시 말해 킬러 본능 때문이었다.

올리베이라에 대한 평은 여전히 그리 좋지는 않지만 그는 피니시율이 80%를 훌쩍 넘기는 서른 살의 젊고 매서운 파이터다. 비록 경기장 안에서 매끄럽지만은 않은 모습도 있었지만, 편법을 통한 신분상승을 노리지 않고 꾸준히 실력으로 증명하는 선수에게 박수와 기대를 보내지 않을 이유는 없다. 웰터급 타이틀 전선에서 그를 볼 날을 기대해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3경기] 샘 앨비 vs. 안토니오 호제리오 노게이라

“노게이라, 정교함의 승리”
- 약물 파동으로 구긴 체면, 경기력으로 만회하다
평점 : ★★★☆

이번 UFN은 전반적으로 이름값이 떨어지는, 특히 국내 팬에겐 인지도가 거의 없는 선수들이 대거 출전한 대회였다. 메인카드 3경기는 그런 의미에서 그래도 ‘아 그 친구?’하고 볼 만한 대진이었다. 한 쪽은 프라이드 시절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렸던 호제리오 노게이라였고, 다른 한 쪽은 ‘스마일맨’이라는 별명과 상반된 호쾌한 펀칭으로 유명한 샘 앨비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경기 양상 자체도 두 선수에게 기대했던 그림대로 흘러갔다.

1라운드는 조심스러운 탐색전이 펼쳐졌다. 체격이 비슷한데다 스탠스도 사우스포로 같아 앨비도 노게이라도 섣불리 공격하지는 않았다. 앨비는 앞서는 핸드스피드를 앞세워 더 많은 손을 내는 데 주력했고, 노게이라는 상대 발을 밟아가며 천천히 압박했다. 하지만 2라운드가 시작되자 노게이라는 과감히 몰아붙이며 좋은 펀치를 수차례 적중시켰다. 데미지를 입은 앨비가 필사적으로 도망쳤지만 노게이라는 떨어지는 스피드에도 추격타를 연달아 맞추며 결국 KO를 따냈다. 앨비는 주저앉듯 다운당한 후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사실 경기가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노게이라의 승리를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앨비는 노게이라보다 나이도 열 살이나 적었을 뿐더러 빠르고도 묵직한 펀치로 정평이 난 선수였다. 반면 노게이라는 현저히 느려진 스피드로 체급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었고, 약물 적발로 1년 10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공백까지 가졌다. 더구나 설령 노게이라가 펀치 싸움에서 앞서나가더라도 통산 KO패가 한 번뿐 없는 앨비가 쓰러지리라 예상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노게이라와 앨비의 복싱 스킬은 생각보다 차이가 컸다. 앨비는 훨씬 빠른 손을 가지고도 별다른 정타를 집어넣지 못했고, 상대가 생각보다 타격 대처가 좋지 못하다는 사실을 간파한 노게이라는 2라운드 시작과 동시에 과감한 러시를 감행했다. 노게이라의 계산은 정확했다, 앨비는 전진하는 상대에게 턱을 들고 뒷걸음질치는 초보적인 실수를 범했고, 노련한 노게이라는 이를 놓치지 않고 그대로 경기를 끝내버렸다. 여기까지 겨우 1분이 걸렸다.

호제리오 노게이라는 커리어 내내 형 호드리고 노게이라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고, 그나마도 2016년 약물 파동으로 한참 체면을 구겨야 했다. 비록 ‘오염된 보충제 복용’을 인정받아 복권하긴 했지만 여전히 따가운 시선을 받는 이 시점에 그에게 필요한 건 건재한 기량을 알리는 확실한 승리였다. 그리고 노게이라는 그를 완벽히 이행해냈다. 마흔 둘, 파이터로서 불혹을 넘긴 나이지만 그는 아직 옥타곤에서 더 증명하고 싶어하는 듯하다.

[2경기] 헤난 바라오 vs. 안드레 유웰

“날개 없이 추락하는 바라오"
- 2014년 이후 승률 33%
평점 : ★★☆

한때 헤난 바라오란 이름이 천하무적과 동어로 통할 때가 있었다. 당시 챔피언 도미닉 크루즈는 ‘군대 가서 말뚝 박았다’는 우스갯소리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질 만큼 긴 공백을 가지고 있었고, 그 사이 바라오는 잠정 타이틀을 두 차례 방어하는 전례 없는 기록을 세우고 있었다. 이후 크루즈가 끝내 옥타곤에 돌아오지 못하고 타이틀을 박탈당하자 바라오는 자동으로 정식 챔피언이 됐다. 유라이아 페이버를 다시 제압하며 1차 방어까지 성공했을 때, 그의 전적은 무려 32승 1패 1무효였다. 당시 그의 카리스마는 팀 동료이자 페더급 역사상 최강으로 불리는 조제 알도보다도 강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혜성 같이 등장한 신성 TJ 딜라쇼에게 충격 KO패를 당한 뒤 바라오는 급격히 내리막길을 걷는다. 기세가 단단히 꺾였을 뿐더러 지나친 감량으로 누적된 데미지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하자 바라오는 더 이상 무서운 선수가 아니었다. 첫 패배부터 전적은 겨우 2승 5패. 체력도 파워도 날카로움도 ‘보통 선수’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심지어 이번 경기에선 계체량에서 제한 체중을 5.75파운드 초과 망신까지 당했다.

상대는 이제 옥타곤 데뷔전을 치르는 안드레 유웰이었지만 바라오에게 전 챔프의 위엄이나 관록따윈 없었다. 무리해서 접근하다 1라운드 30초 만에 왼손 카운터에 다운되고는 허둥지둥 그라운드 전환을 노리는 처절한 모습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나마도 2라운드부터는 레슬링 움직임을 읽혀 통하지 않았고, 유웰은 날카로운 뒷손을 앞세워 단 한 차례도 타격전에서 주도권을 내주지 않았다. 3라운드 후반에 가자 바라오가 데미지를 숨기지 못하고 코너에 몰리는 장면까지 연출됐다.

결과는 유웰 스플릿 판정승. 바라오에게 29-28을 준 심판이 있었다는 게 의아할 정도로 일방적인 경기였다. 유웰은 초반 그라운드에 고전하긴 했지만 단 한 라운드만에 그를 극복해냈고, 반면 바라오는 한때 타격으로 체급 정상에 섰던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는 경기력으로 무너졌다. 신성의 등장이 반가우면서도 독재자의 몰락이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오프닝 매치] #13 란다 마르코스(33, 캐나다) vs. 마리나 호드리게스(31, 브라질)

“터줏대감의 노련함, 신성의 패기, 맥빠지는 결말”
- 패배보다 허무한 무승부
평점 : ★★

오프닝 매치 역시 구도나 흐름은 2경기와 비슷했다. 이젠 UFC 터주대감으로 자리한 란다 마르코스는 무패 전적으로 옥타곤을 밟는 마리나 호드리게스를 맞이했다. 1라운드는 관록의 그래플링으로 베테랑이 앞섰고 후반 두 라운드는 리듬을 찾은 신성이 주도했다는 점까지도 바라오-유웰과 비슷했다. 다만 마르코스는 바라오처럼 무력하지 않았고, 경기도 더욱 치열한 난전이었다는 점은 달랐다.

1라운드는 초중반 이후 3분 넘게 상위포지션을 잡고 놓치지 않았던 마르코스가 완벽히 가져갔다. 그러나 2라운드부터는 깔려있던 호드리게스가 오히려 더 쌩쌩한 모습으로 타격전을 리드했고, 마르코스는 낮은 로킥에 발이 묶이며 수세에 몰렸다. 승패가 걸린 3라운드에는 시작하자마자 마르코스가 묻지마 러시를 감행했다. 스크램블 상황을 만들며 그라운드로 끌고 가려는 의도가 분명했고, 호드리게스는 천천히 이에서 벗어났다. 두 선수 모두 지친 상황에서 후반은 타격에서 한참 앞서는 호드리게스가 주도했다. 유효타가 두 배 이상 차이 나는 일방적인 타격공방 끝에 라운드는 종료됐다.

하지만 결과는 무승부, 맥 빠지는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마르코스가 5년 째 이어가던 승패승패 행진도, 호드리게스의 10전 전승 기록도 깨졌다는 소소한 아쉬움뿐만이 아니다. 격투세계는 승자독식을 전제로 하며, 이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 해도 격투기를 가장 흥미롭게 만드는 규칙이다. 이번 경기는 팽팽하긴 했지만 승자를 정하지 못할 만큼 어려운 대결도 아니었다. 두 선수 모두 표정이 밝지 못했던 이유도 무승부라는 찜찜한 결말을 원하지는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싸움에서 느낀 만족감이 결과에서 사라지는 보기 드문 경기였다.

총평

“우려보단 좋았다”
평점 : ★★☆

냉정히 말해서 UFN 137이 그렇게까지 훌륭한 대회는 아니었다. 다만 안 그래도 어중간한 대진에서 메인이벤트가 통째로 바뀌는 참사까지 겪은 것 치곤 제법 훌륭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노게이라의 분전, 올리베이라의 화끈한 승리 등 볼만한 장면도 제법 있었다. 그래도 오프닝 매치부터 나온 무승부와 이어진 바라오의 힘없는 경기력 등 마이너스 요소도 없지 않았으니, 딱 ‘밥값은 한 대회’ 정도 평이면 적합하지 않을까.

유하람 기자 rank5yh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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