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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Fight Nigth 140] 리뷰 : 대세는 피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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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Fight Nigth 140] 리뷰 : 대세는 피니시
  • 유 하람
  • 승인 2018.11.22 1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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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FN 140 포스터

[랭크5=유하람 기자] 2007년 UFC가 세계 종합격투기 시장의 패권을 장악하면서 두드러진 경기 양상은 테이크다운 후 포지셔닝으로 이어지는 속칭 '개비기' 운영이었다. 북미 무대는 대체로 레슬러에게 유리한 룰로 굴러갔고, UFC도 예외는 아니었다. 타격가와 주짓떼로가 대세였던 일본 무대에서 선수가 대거 넘어오자 UFC의 터줏대감들은 더욱 확실한 포인트 운영으로 자기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어느덧 2018년, 무적처럼 보였던 '개비기'는 어느 샌가 '낡은 메타'로 밀려나고 있었다. 18일 부에노스 아이레스 파퀘 로카 아레나에서 열린 UFC Fight Night 140은 달라진 이 흐름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대회였다.

메인이벤트 : #8 닐 매그니 vs #10 산티아고 폰지니비오

"매 앞에 장사 없다"
- 투혼의 매그니, 투혼뿐이었던 매그니
평점 : ★★★

닐 매그니는 끈기와 인내심만큼은 세계 최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격도 레슬링도 주짓수도 B+ 정도인 그가 세계 랭킹 10위 안에서 활약할 수 있던 배경은 다름 아닌 극후반 운영이었다. 워낙 스테미너가 좋고 정신력이 좋아 그는 1, 2라운드에 아무리 많이 얻어 맞아도 3라운드부터는 무조건 자기 시간이 온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그만큼 그는 대단한 '근성가이'였다. 실제로 상대 선수는 더 늦기 전에 그를 끝내려고 조바심내다 역전을 허용하기 일쑤였고, 덕분에 그는 타이틀전 문턱까지 바라보는 위치로 올라갔다.

하지만 폰지니비오는 보통 선수와는 달랐다. 그는 애써 매그니가 원하는 싸움을 해주지 않았다. 낮은 로킥을 앞세워 매그니의 발을 묶고 후반으로 가기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매그니는 앞다리가 완전히 망가져 한 발로 서있으면서도 이악물고 버텼지만 역전을 노리기 불가능할 만큼 데미지가 컸다. 결국 폰지니비오는 4라운드 케이지에 등 대고 서있는 매그니의 턱을 라이트 훅 한 방에 돌려버리며 실신 KO승을 거뒀다.

결과적으로 이번 경기는 매그니라는 파이터가 올라갈 수 있는 선을 분명하게 그어버렸다. 원래 문지기 소리를 들었지만 이전까지는 발전 중인 그라운드를 보완해 더 끈질기게 운영하면 된다는 가능성이 보였다면, 이번엔 장기인 후반 싸움 자체를 봉쇄당하며 패했기 때문이다.

반면 폰지니비오는 매그니가 정신력이 좋을 뿐 타격방어 자체는 취약하다는 점을 제대로 파악해 공략하는 영리한 모습을 보였다. 마이크 페리와의 일전에서 지지부진한 승리를 거두며 다소 꺾였던 기대감을 만회하고 7연승까지 기록했다. 이 영리한 타격가가 과연 원하는 대로 톱 5와 만나서도 이런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준 메인이벤트 : #13 리카르도 라마스 vs #14 대런 엘킨스

"경량급은 역시 테크닉"
- 페더급 최강 문지기 라마스의 수성
평점 : ★★★☆

리카르도 라마스는 한창 정찬성이 페더급 컨텐더로 부상할 때 경쟁자로 거론됐던 파이터 중 하나다. 기본적으로 수준 높은 웰라운더지만 라마스의 최대 강점은 유독 좋은 피니시 능력으로, 팽팽한 상황도 기회만 한 번 잡으면 그대로 낚아채 승리하는 킬러본능으로 유명했다. 특히 2013년 에릭 코크를 파운딩 엘보 한 방에 안면을 뭉개버린 경기는 '엘보의 위험성' 등의 이름으로 알려질 만큼 팬들의 기억에 깊게 남았다.

최근 커리어 첫 연패를 당하며 자칫 랭킹권 바깥으로 떨어질 위기에 처했지만 그 날카로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방금 6연승을 마감한 대런 엘킨스를 그는 낮은 로킥으로 묶어두고 예리한 파운딩으로 망가뜨린 끝에 3라운드 TKO 승을 거뒀다.

하지만 이 경기는 승자인 라마스만 빛나지 않았다. 라마스와 엘킨스는 경기 전반에 걸쳐 경량급의 꽃, 테크닉 공방을 펼쳤다. 특히 2라운드 중반 펼쳐진 그라운드 공방은 그래플링에 대한 높은 이해도 없이 봐도 재밌을 만큼 화려했다. 끝까지 정신줄을 놓지 않으며 심판이 말릴 때까지 항전하는 엘킨스는 시청자의 피를 끓게 하기 충분했다. 결국 스포트라이트는 라마스가 차지했지만, 엘킨스가 그만한 수준이 되지 않았다면 합이 맞지 않아 재미가 반감됐으리라. 여러 모로 훌륭했던, 눈이 즐거운 경기였다.

4경기 : 조니 워커 vs 칼릴 라운트리

"진짜 괴물의 등장"
- 피지컬, 스킬, 여유의 삼위일체
평점 : ★★★★

헤비급만큼은 아니지만 그 못지 않게 라이트헤비급은 신예가 나오지 않는 '고인물' 체급으로 악명높다. 좀 괜찮은 선수가 나온다 싶어도 '고만고만한'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기 일쑤였다. 다니엘 코미어와 존 존스라는 걸출한 파이터가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탓도 있지만, 그를 감안해도 그렇게 눈에 띄게 강한 선수가 거의 없었다.

그런 중에 가뭄에 나는 콩이 등장했다. 198cm의 거대한 신장을 자랑하는 조니 워커는 근래 중량급에서 손꼽을만한 임팩트를 남기며 옥타곤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상대 칼릴 라운트리는 지난 경기에서 K-1 챔피언 출신 구간 사키를 스탠딩에서 실신시키를 한참 여유롭게 상대하며 117초 만에 실신시켰다.

조니 워커는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놀라웠다. 어마어마한 체격과 그에 맞지 않는 준수한 운동신경과 스피드는 거인 파이터의 이상향을 실제로 보는 듯했다. 뿐만 아니라 플레이가 옥타곤 데뷔전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만큼 여유롭고 침착했다. 라운트리 정도 되는 하드펀쳐가 클린치에서 펀치 카운터로 격하게 반응할 땐 당황할 법도 했으나, 워커는 이미 이길 것을 알기라도 했다는 듯 차분하게 넥클린치를 잡고 니킥과 엘보를 꽂아넣었다. 강력하고도 빠른데다 정교하게 들어오는 엘보에 라운트리는 고목처럼 쓰러졌다.

젊은 선수의 패기는 종종 객기가 되곤 한다. 경기 초반 라운트리의 로킥에 괴상한 표정을 지으며 엄살피우는 도발을 할 때만 해도 '저러다 큰코 다친다'고 생각한 사람이 적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워커는 입장부터 승자인터뷰까지 한결같은 유쾌함을 보이며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음을 입증했다. UFC 중량급에서 이 정도로 진지하게 기대되는 선수는 다니엘 코미어 이후 처음인 듯하다.

3경기 : 세자르 페레이라 vs 이안 헤이니쉬

"헤이니쉬, 2018년 4전 전승 달성!"
- 갈 데까지 가버린 페레이라
평점 : ★★

서두에서 언급한 '개비기' 운영은 빈도가 줄었을 뿐 여전히 유효한 전략 중 하나다. 하지만 워낙 자주 나온 탓에 이젠 선수들도 파훼법을 아는 편이다. 기량차가 극심하지 않은 이상 높은 레벨에서 대놓고 눌러놓으려는 상대에게 쉽게 당하는 선수는 많지 않다. 그리고 세자르 페레이라는 이번 경기에서 아주 1차원적인 '개비기'를 들고나오며 아주 무난한 패배를 당했다.

솔직히 많은 멘트가 필요한 경기는 아니었다. 이안 헤이니쉬는 데뷔전 치고 좋은 경기를 보여주기는 했지만 '허리케인'이라는 별명에 맞는 수준은 아니었다. 옥타곤 입성 전까지 세 경기를 연달아 실신 KO로 승리하던 그 파워도 없었다. 다만 양심 없이 승리만 챙기려는 페레이라 정도는 무난히 이기는 기량이었음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2경기 : 구이노 카네티 vs 말론 베라

"승부의 묘미"
- 탁월했던 패자, 날카로웠던 승자
평점 : ★★★★

약물 전과 때문에 다소 찝찝한 구석이 있지만 구이노 카네티는 '보는 맛'이 아주 뛰어난 파이터다. '닌자'라는 별명대로 그의 움직임은 현대 MMA에선 비효율적이다 싶을만큼 화려하고 다이나믹하다. 그러면서도 그라운드 실력도 좋고 체력은 더 뛰어나 이길 땐 이기더라도 결코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선수는 아니다. 그래서 그의 경기는 테크니컬하고 치열한 양상으로 흘러갈 때가 많다.

이번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카네티는 서른 여덟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만큼 날렵하고 단단했다. 특히 하위포지션에서 암바를 걸고, 그에 상대가 슬램으로 반격하려 상체를 들자마자 그립을 풀고 자연스레 스탠딩으로 돌아오는 장면은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이후 카네티는 타격전에서 주도권을 가져오며 물 흐르듯 경기를 주도했다.

그러나 상대 말론 베라는 강심장이었다. 뛰어난 타격가 카네티에게 KO 경험부터 두 번뿐 되지 않는 베라가 스탠딩 싸움을 걸으리라 예상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베라는 과감한 플라잉 니킥으로 승부수를 띄웠고, 이는 적중했다. 커다란 데미지를 입은 카네티는 생존하려 몸부림치며 꽤 오랜 시간을 살아남았지만 충격을 숨기지는 못했다. 피냄새를 맡은 베라는 이를 놓치지 않고 공격을 이어나간 끝에 리어네이키드 초크로 그를 제압했다. 완벽한 역전승이었다. 승부의 묘미란 바로 이것이라 말하는 듯한 경기였다.

오프닝 매치 : 신시아 칼빌로 vs 폴리아나 보텔로

"프로페셔널하지 못한 준비, 프로페셔널한 승리"
- 칼빌로, 복귀, 성공적
평점 : ★★★

경기에서 지고 약물 적발이 된 후 복귀전에서 계체까지 실패했다. 프로로서 보여줄 수 있는 최악의 모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도 경기는 깔끔하게 이겼다. 1라운드에 연승 중인 신예를 아무 것도 못하게 눌러놓으며 서브미션으로 잡기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계체 실패도 전략이냐는 말이 나올만큼 체중제한을 넘긴 선수의 승률이 좋은 요즘이라 높은 평가는 어려울지라도, 체급에 실력있는 컨텐더 칼빌로가 돌아왔다는 정도의 의의는 있는 경기였다.

총평

"대세는 피니시"
- 역시 훌륭했던 소문 안 난 잔치
평점 : ★★★☆

기대치가 낮은 대회가 재밌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시쳇말로 소문 안 난 잔치가 먹을 게 많다고 하지 않는가. 메인카드 6경기 중 5경기가 이렇게 흥미로운 전개 끝에 피니시가 나오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이토록 주목도가 낮은 대회에서는 더더욱. 하지만 UFN은 보는 내내 즐길 수 있는 좋은 이벤트였고, 또한 피니시로 확실하게 이기는 쪽으로 변화한 MMA 트렌드를 감상할 수 있는 장이었다.

유하람 기자 rank5yh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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