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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231] 리뷰 : 기록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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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231] 리뷰 : 기록의 탄생
  • 유 하람
  • 승인 2018.12.15 1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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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231 포스터

[랭크5=유하람 기자] 페더급의 '포스트 알도' 시대는 결국 맥스 할로웨이(27, 미국)로 귀결됐다. 할로웨이는 페더급 사상 최초 13연승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동갑내기 숙적 브라이언 오르테가(27, 미국)를 꺾고 2차 방어에 성공했다. 한편 발렌티나 셰브첸코(30, 키르기스스탄)는 요안나 옌드레이칙(31, 폴란드)을 제압하며 아시아인 최초 UFC 정규 챔피언에 등극했다. 9일 캐나다 온타리오 토론토 스코티아뱅크 아레나에서 열린 UFC 231은 이렇듯 역사적으로 굵직한 발자국을 두 개나 남겼다.

메인이벤트 : C 맥스 할로웨이 vs #1 브라이언 오르테가

"포스트 알도 시대? 이제는 할로웨이 시대"
- 할로웨이, 최대 라이벌 제압!
평점 : ★★★☆

조제 알도(32, 브라질) 1인 독주체제가 끝나자 페더급은 혼란에 빠졌다. 이때 기성 파이터를 빠르게 제압하고 세대교체에 앞장선 두 선수가 맥스 할로웨이와 브라이언 오르테가였다. 동갑내기 두 선수는 개성 있는 스타일로 연승을 달렸지만 지금까지 행보가 엇갈려 만날 일이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결국 체급의 패권을 두고 가장 높은 곳에서 맞붙게 됐다.

의외로 경기는 일방적이었다. 할로웨이는 오르테가를 스탠딩에서 압살해버렸다. 테크닉 차이가 너무나 심했다.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쉴 새 없이 사각을 만드는 할로웨이를 오르테가는 따라가기 바빴다. 하지만 오르테가도 이대로 끝날 인물은 아니었다. 초인적인 맷집과 정신력으로 버티며, 오히려 강하게 압박해 중간중간 분위기를 뒤집기도 했다. 하지만 데미지가 너무 컸고, 4라운드 종료 후 링 닥터는 경기를 중단했다.

승부는 눈이 즐거웠다. 황소처럼 우직한 오르테가와 그를 닿을 듯 안 닿을 듯한 거리에서 요리하는 투우사 같은 할로웨이. 분명 일방적인 흐름에도 이 싸움은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팽팽함이 있었다. 할로웨이 본인도 승리선언 직후 해설진에게 달려가 "한 끗 차이였다"고 말할 정도였다.

오르테가가 워낙 많은 정타를 허용한 탓에 이후에도 같은 경기력이 나올지는 의문이지만, 이 승부로 그의 가치는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승리한 할러웨이는 말할 것도 없다.

준 메인이벤트 : #1 발렌티나 셰브첸코 vs SW #1 요안나 옌드레이칙

"평범해도 괜찮아"
- 아시아에 희망을 안긴 셰브첸코
평점 : ★★☆

아시아인에게 UFC 챔피언이란 통곡의 벽과도 같았다. 사쿠라바 카즈시(49, 일본)가 일찍이 토너먼트 챔피언을 차지하긴 했지만, 정규 디비전에서는 벨트소식이 없었다. 이후 아시아인은 타이틀 문턱은 수차례 두드렸으나 끝내 열어제치지는 못했다. 그리고 키르기스스탄의 발렌티나 셰브첸코는 드디어 정상에 첫 깃발을 꽂는 데 성공했다.

케이지에선 굉장히 수준 높은 공방이 펼쳐졌다. 요안나 옌드레이칙은 특유의 부지런하고 날카로운 타격을 선보였고, 셰브첸코는 그 흐름을 완벽하게 읽으며 스탠딩-그라운드 연계로 앞서나갔다. 타 종목 무대에서 이미 세 차례나 옌드레이칙을 잡아본 셰브첸코는 옥타곤에서 펼친 4차전마저 부드럽게 압도하며 여성 플라이급 왕좌에 안착했다.

워낙 셰브첸코가 안전한 스타일로 일관해 메인이벤트에 비하면 박진감은 떨어졌지만, 여성 경량급이 짧은 시간 내에 정말 큰 폭으로 성장했음을 다시 한 번 체감할 수 있는 경기였다. 또한, 이중국적으로나마 아시아인이 정상에 올랐다는 의의도 있었다.

3경기 : #14 거너 넬슨 vs #13 알렉스 올리베이라

"오랜만에 나온 잔혹한 엘보"
- 밉상 올리베이라도 안쓰러워지는 경기
평점 : ★★★☆

UFC에서 허용하는 가장 잔혹한 기술은 단연 엘보다. 과거 프라이드에서 자주 나온 싸커킥/스탬핑과는 다른 의미로 폭력적이다. 싸커킥/스탬핑은 누워있는 상대 안면을 밟는 '동작'이 그렇다면, 엘보는 케이지를 피칠갑하는 '효과'가 그렇다. 한 번만 정통으로 들어가도 얼굴이 죽죽 찢어지는 탓에 옥타곤에는 소위 '김장', '토마토 축제'라 불리는 경기가 종종 발생한다. 이번엔 거너 넬슨(30, 아이슬란드)이 그 '김장 신화'를 이어갔다.

상대 알렉스 올리베이라(30, 브라질)는 비매너 논란과 별개로 굉장히 터프한 파이터다. 힘이 좋고 덩치가 큰데다 팔다리까지 길어 이길 땐 이기더라도 상대하기 좋은 선수는 아니다. 넬슨 역시 장기인 주짓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며 힘으로 압살당하는 듯했다. 이에 올리베이라는 자신감이 붙었고, 2라운드 하위에 깔렸을 때도 긴장감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넬슨은 침착하게 풀마운트를 타며, 힘으로 버티는 올리베이라에게 서브미션을 거는 척 엘보로 안면을 찍어버렸다. 여유부리던 올리베이라는 단도처럼 얼굴에 박히는 엘보 한 방에 커다란 컷이 났으며, 고통과 전의상실을 숨기지 못했다. 이미 싸울 의지가 꺾인 올리베이라는 헌납하듯 백을 내주며 초크에 탭을 쳤다.

올리베이라는 경기 종료 후에도 피를 수돗물처럼 흘리며 고통을 숨기지 못했다. 넬슨은 이로서 다시 한 번 연패를 면하고 승리했으며, 올리베이라는 2연승을 마감했다.

2경기 : 하킴 다우두 vs 카일 보크니악

"표정만큼은 '월클'"
- 자신감과 실력은 비례하지 않는다
평점 : ★★

하킴 다우두(27, 캐나다)는 분명 괜찮은 파이터다. 중견급 파이터 카일 보크니악(31, 미국)을 타격으로 확실히 제압하는 모습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그렇게 '월클' 표정을 지을 만큼은 아니었다. 경기 종료 후 다우두는 “나는 터프하지만 스킬도 좋다”며 자신감을 내비쳤고, 다음 상대를 묻는 질문에는 “나는 어리고 강하다. 돌아가서 매니저와 생각해봐야겠다”고 말했다. 돌아가서 자기 위치에 대해서도 재고해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오프닝 매치 : 티아고 산토스 vs 지미 마누와

"이것이 중량급, 이것이 난타전"
- 라이트헤비급은 정말 최약체급인가
평점 : ★★★★☆

'라이트헤비급 최약체설'은 생각보다 진지하게 논의되는 유사 가설 중 하나다. 최중량급인 헤비급과 라이트헤비급은 선수층이 얇기로 악명 높은데, 그러다보니 오히려 하위체급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그 요다. 특히 라이트헤비급은 헤비급처럼 무지막지한 피지컬 괴물이 많지도 않고, 어중간하게 무겁고 스킬도 떨어지는 선수들이 많다는 평이다. 그리고 불행히도(?) 한때 라이트헤비급 최강 타격가 중 하나였던 랭킹 7위 지미 마누와(38, 잉글랜드) 역시 이 혹평을 피해가지 못했다. 그는 미들급 15위 티아고 산토스(34, 브라질)과 희대의 명승부 끝에 실신하며 '명품 조연'으로 전락했다.

총평

"기록의 탄생"
- 함정을 감수하고 볼 만한 이벤트
평점 : ★★★☆

UFC 231은 내용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대회였다. 할로웨이-오르테가는 페더급 향후 수년을 좌지우지할 경기였고, 셰브첸코-옌드레이칙 역시 진정한 플라이급의 주인이 탄생하는 자리였다. 그 결과 할로웨이는 명승부 끝에 승리했고, 셰브첸코는 '최초'의 기록을 하나 가지게 됐다. 한편 오프닝에서는 티아고 산토스가 서로 실신 직전까지 수 차례 모는 난전 끝에 승리하며 대회의 격을 올렸다. 중간중간 함정이 없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대회였다.

유하람 기자 rank5yhr@gmail.com

UFC 231 경기결과

[페더급 타이틀전] 맥스 할로웨이 vs 브라이언 오르테가
- 맥스 할로웨이 4라운드 종료 TKO승(닥터스톱)

[여성 플라이급 타이틀전] 발렌티나 셰브첸코 vs 요안나 옌드레이칙
- 발렌티나 셰브첸코 5라운드 종료 판정승(3-0)

[웰터급 매치] 거너 넬슨 vs 알렉스 올리베이라
- 거너 넬슨 2라운드 4분 17초 서브미션 승(리어네이키드 초크)

[페더급 매치] 하킴 다우두 vs 카일 보크니악
- 하킴 다우두 3라운드 종료 판정승(2-1)

[라이트헤비급 매치] 티아고 산토스 vs 지미 마누와
- 지미 마누와 2라운드 44초 KO승(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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