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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Best & Worst] ⑦ 옥타곤 사상 최고의 도깨비 파이터 TOP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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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Best & Worst] ⑦ 옥타곤 사상 최고의 도깨비 파이터 TOP 5
  • 유 하람
  • 승인 2018.12.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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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스 자르딘 페이스북

[랭크5=유하람 기자] 종합격투기만큼 결과론이 냉혹하게 적용되는 세계가 있을까. 실전에서 보여줄 기회는 1년에 많아야 네 번, 그리고 그 순간마다 1:1 스포츠 특성상 승자가 모든 영광을 가져간다. 단 한 번의 패배로 몰락해 순식간에 사라지는 파이터가 옥타곤에 유독 많은 이유다. 그러나 가만보면 유난히 튀는 존재들이 있다. 분명히 질 것 같은 상대를 꺾으며 돌풍을 일으키지만, 이내 언더독에게 덜미를 잡히며 주저앉기를 반복하는 이들. 우리는 그들을 '기복왕' 또는 '도깨비 파이터'라고 부른다.

5위. 닐 매그니(31, 미국)

전적 : 21승 7패
주요 승 : 임현규, 에릭 실바, 켈빈 가스텔럼, 헥터 롬바드, 조니 핸드릭스, 카를로스 콘딧
주요 패 : 데미안 마이아, 로렌즈 라킨, 하파엘 도스 안요스, 산티아고 폰지니비오

가장 최근 도깨비 기믹으로 화제가 된 선수는 웰터급의 닐 매그니다. 매그니는 웰터급에서 190cm라는 우월한 신체조건이 아까울만큼 타격도 그래플링도 애매하지만, 사기적인 체력과 정신력으로 어떻게든 버티며 후반에 뒤집는 역전의 명수로 유명하다. 엄밀히 말해서는 역전의 명수라기보다 이길 경기도 힘겹게 이긴다는 말이 맞겠지만 그럼에도 이 늪 같은 플레이로 대어를 기가 막히게 낚아채곤 했다.

그 시작은 임현규였다. '교통사고 니킥'으로 2연속 실신 KO승을 거둔 선수답게 임현규는 초반 매그니를 매섭게 몰아쳤다. 매그니는 특유의 '형님 살려주십쇼' 모드로 1라운드 폭풍을 견뎌냈고, 결국 지친 상대를 2라운드에 손쉽게 파운딩으로 제압했다. '가오형' 롬바드 역시 조금만 더 때리면 실신할 것 같은 그의 매력(?)에 낚여들었다. 1라운드 신나게 펀치를 날리던 롬바드 역시 임현규와 같은 결말을 맞았다.

한편 매그니는 그 어정쩡한 공격기술로 진흙탕 싸움을 만드는데도 능했다. 켈빈 가스텔럼/조니 핸드릭스 같은 정상급 파워형 레슬러들이 그에게는 이상하게 말려들며 판정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매그니는 힘으로 찍어누르는 상대에게 강한 대신 정교하게 괴롭히는 선수에겐 의외로 덜미를 자주 잡혔다. 데미안 마이아와 하파엘 도스 안요스에게는 아무것도 못하고 그라운드에서 농락당했고, 산티아고 폰지니비오에게 한 방 펀치가 아닌 로킥에 질질 끌려다니다 무너졌다. 한편으론 B급 타격가 로렌즈 라킨에게 1라운드에 TKO로 나가떨어지는 이변을 당하기도 했다.

이젠 약점이 어느 정도 파해돼 앞날이 불투명한 매그니지만, 여전히 그의 들쭉날쭉한 경기력은 매력요소다.

4위. 클레이 구이다(37, 미국)

전적 : 34승 18패
주요 승: 조쉬 톰슨, 네이트 디아즈, 하파엘 도스 안요스, 앤소니 페티스
주요 패: 길버트 멜렌데즈, 타이슨 그리핀, 로저 후에르타, 디에고 산체스, 데니스 버뮤데즈

이제는 다소 옛날 사람이 됐지만 '불꽃 목수' 클레이 구이다 역시 들쭉날쭉한 경기력으로 유명했다. 구이다의 경우 부실한 기본기를 조증이 의심될 정도로 활발한 움직임과 무한에 가까운 체력, 강철 같은 맷집으로 커버한 탓에 일관된 기량을 보이기가 어려웠다.

특히 UFC에 입성한 2007년부터 승과 패가 비슷해진 2011~12년까지는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찍었다. 데뷔 당시에는 타이슨 그리핀/로저 후에르타 등에게 잡히며 퇴출을 걱정하더니, 옥타곤 입성 후 내리 5연승을 달리던 네이트 디아즈에게 판정패를 안겨준다. 그 다음 케니 플로리안에게 목을 헌납하더니 특급 그래플러로 유명한 하파엘 도스 안요스를 서브미션으로, WEC 마지막 라이트급 챔피언에 등극하며 화려하게 옥타곤에 데뷔한 앤소니 페티스를 레슬링으로 제압한다. 그러곤 정작 페티스에게 매트릭스 킥을 맞고 벨트를 내준 핸더슨에게는 다음 경기에서 '관광'에 가까운 패배를 당한다. 라이트급 2인자 그레이 메이나드를 상대로는 그 부실한 타격으로 포인트 타격 운영을 선보이며 이기는 경기를 한다.

이후엔 체급 수준이 상향평준화되며 경쟁력을 잃고 카와지리 타츠야나 조 로존 같은 또래나 잡는 선수가 됐지만, 당시 구이다가 보여준 상승과 추락은 확실히 다이나믹한 구석이 있었다.

3위. 릭 스토리(34, 미국)

전적 : 21승 10패
주요 승 : 조니 핸드릭스, 티아고 알베스, 거너 넬슨, 타렉 사피딘
주요 패 : 찰리 브레네먼, 마틴 캠프만, 데미안 마이아, 마이크 파일, 도널드 세로니

한때 '왕의 남자'가 될 뻔했던 릭 스토리가 3위를 차지했다. 2011년 초반까지 스토리는 웰터급의 신데렐라, 웰터급의 미래, 웰터급의 차기 챔피언으로까지 꼽혔다. UFC 입성 후 내리 6연승을 달리는데, 그 화룡정점은 연승 마지막 순간에 만난 티아고 알베스 전이었다. 당시 알베스는 너무나도 막강한 웰터급 원투펀치 조르주 생피에르와 존 피치에게 막혔을 뿐, 그 아래로는 적수가 없다고 평가받는 최강의 3인자였다. '핏불'이라는 별명답게 힘을 앞세운 난폭한 타격으로 상대를 제압하는데 능했고, 신예 입장에서는 그만큼 부담스러운 상대는 없었다. 그러나 스토리는 더욱 터프하게 맞불을 놓으며 알베스를 뒷걸음질치게 만들었다. 결과는 만장일치 판정승. 정말 신데렐라가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 직후 은퇴할 때까지 UFC에 턱걸이하는 수준이었던 찰리 브레네먼에게 뜬금포 만장일치 판정패를 당하며 스토리의 커리어는 확 꼬여버린다. 이후 거너 넬슨, 타렉 사피딘 등 굵직한 선수들을 힘으로 잡아내는 모습도 보이지만 올라가려고 하는 순간마다 주저앉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마이크 파일과 켈빈 가스텔럼에게는 잘 싸우고도 판정에서 발목이 잡혔고, 도널드 세로니에게는 '철권콤보 관광'을 당하는 굴욕까지 겪는다.

드럼통 같은 몸통에서 나오는 '똥파워'와 투지 넘치는 파이팅만으로도 스토리는 준수한 선수다. 굳이 따지자면 그의 커리어에서 이변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렇게 크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 시절만큼은 그 누구보다 센세이션한 도깨비였던 스토리였다.

2위. 댄 핸더슨(48, 미국)

전적 : 32승 15패
주요 승 : 미사키 카즈오, 반다레이 실바, 비토 벨포트, 마이클 비스핑, 헤나토 소브랄, 예멜리야넨코 표도르
주요 패 : 미사키 카즈오, 반다레이 실바, 비토 벨포트, 마이클 비스핑, 호드리고 노게이라, 호제리오 노게이라, 퀸튼 잭슨

댄 핸더슨은 제이크 쉴즈와 더불어 가장 다양한 챔피언 벨트를 수집한 남자로 유명하다. UFC 미들급 토너먼트, 링스 헤비급 토너먼트, 프라이드 웰터급/미들급, 프라이드 웰터급 그랑프리, 스트라이크 포스 라이트헤비급... 체급부터 단체까지 각양 각색이다. 그런데 팀 동료이자 역시 한 디비전에 가만 있지 않았던 랜디 커투어를 보면 알겠지만, 이런 방랑자들은 전적관리가 잘 안 된다. 자신부터 환경이 불안정한데 무슨 전적관리를 하겠는가. 유독 뜬금승, 뜬금패, 리벤지 매치가 많은 이유도 달리 없다. 워낙 자리 잡지 않고 떠돌아다닌 탓이다.

핸더슨은 UFC 토너먼트 챔피언 출신으로, 프라이드 이적 후엔 미들급에서 연달아 미끄러지며 웰터급에 안착한다. 그리고 웰터급 정상을 한참 지키던 2006년 무렵부터는 아예 은퇴할 때까지 도깨비 행보를 걷는다. '아웃복싱 마스터' 미사키 카즈오를 상대로 1차전에서는 잘만 거리를 뚫고 타격이든 레슬링이든 모두 압도하더니, 겨우 반 년 만에 만나서는 무기력하게 끌려다니며 그랑프리 4강 진출권을 헌납한다. 반면 반다레이 실바에게는 1차전에서 스탬핑까지 얻어맞으며 패하더니 미들급 타이틀전이 걸린 2차전에서는 실신 KO를 따낸다. 당시 웰터급 챔피언이었던 핸더슨은 '명분도 없이 도전한다'는 잡음을 잠재우고 두 체급 동시 챔피언에 등극한다.

그렇게 금의환향한 옥타곤에서는 퀸튼 잭슨과 앤더슨 실바에게 연달아 패하며 프라이드 타이틀이 UFC와 통합되는 데 기꺼이 봉사한다. 이후 분노한 듯 마이클 비스핑의 턱을 돌리며 3연승을 기록하고는 돌연 스트라이크포스로 이적, 한 수 아래로 평가 받던 제이크 쉴즈를 다운까지 시켜놓고 5라운드 완봉패를 당하며 미들급 방어전의 제물이 된다.

그랬더니 스트라이크포스 라이트헤비급으로 올라가 애꿎은 헤나토 소브랄을 실신시키며 챔피언벨트를 따냈고, 곧이어 얼마 전까지 헤비급 최강자였던 예멜리야넨코 표도르까지 1라운드 TKO로 제압한다. UFC는 눈엣가시였던 표도르를 퇴치한(?) 공로로 핸더슨을 재영입하지만 이후 그는 4승 7패라는 초라한 전적을 남기고 은퇴한다. 10년에 걸친 질서파괴의 역사도 이때 막을 내린다. 물론 다른 도깨비들과는 다르게 핸더슨은 모든 여정을 끝낼 때쯤 벨트 6개는 들고 있었으니 실속도 챙긴 셈이지만 말이다.

1위. 키스 자르딘

전적 : 17승 11패 2무
주요 승: 마이크 화이트헤드, 포레스트 그리핀, 척 리델, 브랜든 베라
주요 패: 스테판 보너, 휴스턴 알렉산더, 반더레이 실바, 퀸튼 잭슨, 티아고 실바, 라이언 베이더, 맷 해밀
주요 무승부: 게가드 무사시

사실 이 리스트는 결국 키스 자르딘을 위해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선 선수들이 '기복왕'이라고 한다면 자르딘은 차라리 '흑마술사'에 가깝다. 다른 선수들은 정상적으로 싸우는데 결과가 들쭉날쭉하다면, 자르딘은 그냥 나오는 경기마다 양상이 이상하게 꼬였다.

현상금 사냥꾼으로 일하는 등 한동안 야인으로 살던 그가 종합격투기 선수로 이름을 날리게 된 시점은 2000년 경 명문 팀 ‘잭슨 윙크 MMA 아카데미’에 들어가면서부터였다. 잭슨 윙크 MMA 아카데미는 역사상 가장 뛰어난 코치 중 하나로 꼽히는 그렉 잭슨이 이끄는 팀으로, 특정 스타일을 강요하지 않고 선수가 가진 강점을 최대한 살리는 스타일을 만들어 주기로 유명하다. 특정 종목에서 성과를 내기는커녕 수련 기간도 길지 않은 야인 키스 자르딘과 선수를 ‘마개조’시키는 그렉 잭슨이 만나자 그 시너지는 가히 기묘했다.

당시 종합격투기 선수들은 대개 레슬링·복싱·주짓수 등 분명한 베이스를 가지고 케이지에 올랐다. 로리 맥도날드 등 종합격투기 자체가 베이스인 선수들이 2010년 전후를 기점으로 메이저 무대에 등장하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훗날 일일뿐더러 베이스가 없는 케이스는 아니었다. 하지만 자르딘은 잭슨 휘하에서 베이스 무술이 없는 희대의 변종으로 재탄생한다. 특히 알통을 자랑하듯 들어 올린 괴이한 가드, 고양이 앞 손 휘두르듯 한 펀치는 자르딘 표 트레이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어딘가 ‘아다리’가 맞지 않는 이 자르딘 스타일은 옥타곤에 들어서면서부터 사고를 치기 시작한다.

TUF 1 준우승자 스테판 보너에게 판정으로 패했을 때만 하더라도 시청자 대부분은 이변이라기보다 자르딘이 한계를 맞이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겨우 8개월 뒤 그가 TUF 1 우승자 포레스트 그리핀을 기막힌 어퍼컷에 이은 폭풍 난타로 1라운드에 KO 시키자 팬들은 술렁였다. 이후에도 갓 UFC에 데뷔한 신인 휴스턴 알렉산더에게 48초 만에 실신하고는 방금 챔피언에서 내려온 척 리델에게 기가 막힌 역전승을 거두는 이변을 일으켰다. 그 척 리델에게 완봉패를 당하며 경쟁력을 상실했다던 반다레이 실바에게 36초 KO패를 당하더니, 헤비급에서 내려온 신성 브랜든 베라를 제압해버릴 때쯤 그는 이미 승패를 예상할 수 없는 선수가 돼있었다.

‘도박사의 적’, ‘랭킹 파괴자’, ‘도깨비 파이터’ 등 그에게 따라붙던 수식어는 당시 그가 가진 위상이 어땠는지 보여준다. 승패승패 행진을 멈추고 연패에 빠졌을 때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도박사는 그가 연패 중일 때 오히려 ‘이번에는 이기겠지’라고 생각하기라도 한 듯 그를 탑독으로 선정했으며, 자르딘은 역시 이 기대를 깨고 패배했다. UFC에서 퇴출당한 이후에도 그는 무명 선수에게 판정으로 패하고는 스트라이크포스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게가드 무사시를 상대로 일주일 준비하고 나가 무승부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현재는 배우로 활약하며 준수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자르딘이지만, 종합격투기 박물관이 있다면 커리어 자체를 기증해야겠다 싶을만큼 그는 놀랍고 또 놀라운 남자였다.

유하람 기자 rank5yh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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