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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N 134] 리뷰 : 헨리 세후도, '플라이급' 1차 방어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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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N 134] 리뷰 : 헨리 세후도, '플라이급' 1차 방어 성공
  • 유 하람
  • 승인 2019.01.20 1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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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N 143 포스터

[랭크5=유하람 기자] "비인기 체급은 없애야지" 한두 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팔리지 않는 체급에 대해 가혹하게 비꼴 때나 쓰는 말이었다. 2019년 현재 플라이급은 이 질 나쁜 농담이 현실이 될 처지에 처했다. 그리고 헨리 세후도(31, 미국)은 20일 미국 뉴욕 브루클린 바클레이스 센터에서 열린 UFC 파이트나이트 143 메인이벤트에서 '플라이급' 1차 방어에 성공했다.

[플라이급 타이틀매치] 헨리 세후도 vs TJ 딜라쇼

"플라이급은 계속된다"
- 세후도, 플라이급을 지켜내다
평점 : ★★★★☆

종합격투기 역사상 체급을 지켜내는 매치는 없었다. 보통 악역이라고 해도 선수들끼리의 갈등이 주를 이뤘지 단체에 맞서는 경기가 펼쳐진 적은 없었다. 그러나 T.J. 딜라쇼(32, 미국)는 “주최측 사주 받고 플라이급을 죽이러 간다”고 대놓고 밝혔으며, 정황 역시 플라이급 폐지를 향해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나 헨리 세후도(31, 미국) 단 32초 만에 딜라쇼를 제압하고 데이나 화이트 대표를 항해 “플라이급은 계속된다”고 소리쳤다.

경기는 짧고 강렬했다. 세후도는 타격전을 걸어오는 딜라쇼를 힘으로 밀어 슬립다운 시킨 후 가볍게 올린 하이킥으로 큰 데미지를 입혔다. 딜라쇼가 멀쩡한 척 버티려 했으나 이미 충격이 컸고, 세후도는 피냄새를 놓치지 않고 달려들어 딜라쇼를 KO시켰다. 스톱 선언에 딜라쇼는 항의했으나 그는 여전히 비틀거리고 있었다.

분명한 승리에도 잡음은 계속됐다. 딜라쇼는 "스톱이 너무 빨랐다. 세후도, 넌 이긴 게 아니다"라고 말했으며 데이나 화이트 대표 역시 "스톱 타이밍이 끔찍했다"고 투덜댔다. 하지만 세후도는 분명 플라이급 타이틀을 넘어 플라이급을 1차 방어해내는 데 성공했다. 정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최근 UFC에서 간만에 통쾌했던 순간이었다.

[헤비급 매치] 그렉 하디 vs 엘런 크라우더

"NFL의 미운 아들, UFC에서도 사고 치다"
- NFL 피지컬 신화의 종언
평점 : ★

'NFL 선수가 종합격투기에 뛰어들면 UFC도 정복한다' 굉장히 오래된 신화 중 하나다. 그러나 어마어마한 부와 명예를 누리는 젊고 재능 있는 NFL 선수가 종합격투기에 뛰어들 일은 만무했고, 신화는 증명되지 않은 채 상상 속에 남아있었다.

그렉 하디(30, 미국)가 주목 받은 이유는 단 하나였다. 하디는 기량 하락이 아닌 전 여자친구를 향한 폭력으로 젊은 나이에 NFL에서 퇴출된 만큼 신체적 전성기가 끝나지 않은 선수다. 베일에 가려진 'NFL 육체괴물'의 신화를 드디어 두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싱거웠다. 하디는 역시 뛰어난 타격감과 파워를 선보였고, 거대한 덩치에도 좋은 움직임으로 하위포지션에서 이스케이프하는 모습을 보였다. 분명 대단한 운동신경이었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그저 그런 선수인 엘런 크라우더(29, 미국)를 상대로도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고, 그나마도 실수인지 고의인지 모를 금지된 3점 니킥을 차 반칙패를 당했다. 반칙 선언 후 하디는 억울하다는 제스처를 취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아직 하디가 종합격투가로서 성공할 수 없다고 단언하기엔 이르다. 그러나 오늘 보여준 퍼포먼스가 지나치게 평범했고, 경기 결과는 끔찍했다는 점에서 이미 실망감이 올라오는 것은 어쩔 수 없을 듯하다.

[라이트급 매치] 그레거 길레스피 vs 얀시 메데이로스

"무패 신성이긴 한데…"
- 톱 컨텐더에게는 과연?
평점 : ★★

'무패 신성'이란 언제 들어도 호기심이 생기는 타이틀이다. 아직 랭킹에도 없는 그레거 길레스피(31, 미국)가 메인카드 중앙에 박힌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그리고 ‘의지의 레슬링’으로 13연승을 이어갔다. 얀시 메데이로스(31, 미국)를 2라운드 4분 59초 종료직전에 파운딩에 의한 TKO승을 거뒀다. 하지만 기대치에 걸맞는 수준이었는지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경기 양상은 단순했다. 길레스피는 일어나면 넘기고 일어나면 넘기기를 반복한 끝에 2라운드 종료 직전 파운딩으로 버저비터 TKO를 따냈다. 과거 하빕 누르마고메도프가 떠오르던 시절과 비슷했지만, 퍼포먼스는 그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박진감은 물론 더욱 떨어졌다. 톱 컨텐더를 만나서 이길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건 물론이었다.

[플라이급 매치] 조셉 베나비데즈 vs 더스틴 오티즈

"이래서 플라이급은....?"
- 세후도에게 미안해
평점 : ★★

메인이벤트에서 세후도가 플라이급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사이 플라이급의 영원한 이인자 조셉 베나비데즈(34, 미국)는 낙승을 챙겼다. 랭킹 8위 더스틴 오티즈(30, 미국)를 3라운드 종료 3-0 판정으로 잡아냈다. 하지만 플라이급 폐지론의 주된 원인이 된 '지루한 경기진행'에서는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베나비데즈의 복귀와 플라이급 최다승 2위 기록은 축하하지만, 마냥 가벼운 마음으로 박수를 보내지는 못했다.

[여성 플라이급 매치] 페이지 벤젠트 vs 라첼 오스토피치

"댄싱 위드 더 스타 말고, 이제는 옥타곤에서"
- 페이지 벤젠트, 꼬박 3년 만의 승리
평점 : ★★★

한창 '백사장 패밀리'라는 용어가 유행할 때가 있었다. 코너 맥그리거, 세이지 노스컷, 론다 로우지 등 유독 주최측에서 밀어주는 선수들이 사실 데이나 화이트 대표의 자식이라는 농담이었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사이 백사장 패밀리는 거의 바닥까지 추락했다. 맥그리거는 입지가 불안정하고, 노스컷과 로우지는 각각 원 챔피언십과 WWE로 이적했다. 패밀리의 막내 페이지 벤젠트(24, 미국) 역시 꼬박 3년 동안 승리가 없었다.

귀여운 외모와 우수한 타격 실력으로 인기를 끌었던 벤젠트는 2016년 중순 이후로 옥타곤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댄싱 위드 더 스타 등 연예 활동과 파이터임에도 감행한 가슴 확대 수술 등 경기 외적인 내용으로만 화제가 됐다. 출전한 두 경기에선 모두 패배를 기록했다. 선수 활동에 더 이상 관심이 없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리고 벤젠트는 1년 만의 복귀전 승리로 의혹에 대답했다. 레이첼 오스토비치(27, 미국)를 상대로 특유의 난전 끝에 2라운드 1분 15초 리버스 암바 승을 거뒀다. 플라이급 전향 후 첫 승이자 정말 오랜만의 승리였다. 원래 한 가닥 선수였던 만큼 이젠 본업에서의 모습을 기대한다.

[라이트헤비급 매치] 글로버 테세이라 vs 칼 로버슨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
- 베테랑이란 이런 것
평점 : ★★★★

오프닝 매치에서는 라이트헤비급 랭킹 12위 글로버 테세이라(39, 브라질)가신예 칼 로버슨(28, 미국)에게 대역전 서브미션 승을 거뒀다. 테세이라는 초반 태클 시도 중 측두부를 난타당하며 KO 직전에 몰렸으나 베테랑다운 노련한 플레이로 뒤집어내며 1라운드 3분 21초 만에 암 트라이앵글 초크로 승리했다.

테세이라는 워낙 늦은 나이에 빛을 본 만큼 당최 신체능력보단 노련한 플레이로 유명했다. 비록 피지컬도 스킬도 정상급인 앤소니 존슨, 알렉산더 구스타프손 등에게는 쓰라린 패배를 당했지만 '애송이'들에게는 여전히 폭군으로 군림하고 있다. 이번 경기에서도 테세이라는 두 다리가 완전히 풀리고도 놀라운 정신력으로 위기를 모면하며 레슬링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상위를 잡고는 서브미션으로 위협하다 파운딩으로 전환할 때 상대가 몸을 세우는 순간 그대로 암트라이앵글 초크를 낚아채는 훌륭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제 불혹을 앞둔 테세이라가 얼마나 더 오래 경쟁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평범하게 강한', 그래서 더 재밌는 그의 경기를 조금은 더 즐길 수 있을 듯하다.

언더카드

한편 언더카드에서는 정찬성에게 패한 뒤 4연패 수렁에 빠진 데니스 버뮤데즈(32, 미국)가 라이트급 첫 경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함서희를 이긴 경기로 유명한 '꿀성대' 조앤 칼더우드(33, 스코틀랜드)도 판정승으로 2연승을 기록했다. 최종전에 출전한 도널드 세로니(35, 미국)은 3라운드 하이킥 TKO 승을 거두며 UFC 최다승(22승)과 최다 피니시 승(16승) 기록을 갱신했다.

총평

"헨리 세후도, '플라이급' 1차 방어 성공"
- 그래…그거면 된 거야
평점 : ★★★☆

냉정히 말해 UFN 143이 박진감 넘치는 대회는 아니었다. 반칙패, 통칭 '개비기', 지루한 판정 경기가 절반 이상이었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고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 했던가. 테세이라의 놀라운 관록과 세후도의 '정의구현'은 부실한 내용물을 싹 잊게 할 만큼 화려했다. 단 두 경기의 존재만으로도, 이번 대회는 평균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유하람 기자 rank5yhr@gmail.com

UFC Fight Night 143 경기 결과
– 2019년 1월 20일, 미국 뉴욕 브루클린 바클레이스 센터

[플라이급 타이틀매치] 헨리 세후도 vs TJ 딜라쇼
- 헨리 세후도 1라운드 32분 TKO 승(펀치)

[헤비급 매치] 그렉 하디 vs 엘런 크라우더
– 엘런 크라우더 2라운드 2분 28초 반칙승(반칙니킥)

[라이트급 매치] 그레거 길레스피 vs 얀시 메데이로스
– 그레고르 길레스피 2라운드 4분 59초 TKO 승(파운딩)

[플라이급 매치] 조셉 베나비데즈 vs 더스틴 오티즈
– 조셉 베나비데즈 3라운드 종료 판정승(3-0)

[여성 플라이급 매치] 페이지 벤젠트 vs 라첼 오스토피치
– 페이지 벤젠트 2라운드 1분 50초 서브미션 승(암바)

[라이트헤비급 매치] 글로버 테세이라 vs 칼 로버슨
– 글로버 테세이라 1라운드 3분 21초 서브미션 승(암 트라이앵글 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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