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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C 10] 리뷰 : 총체적 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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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C 10] 리뷰 : 총체적 난국
  • 유 하람
  • 승인 2019.01.30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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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C 10 포스터

[랭크5=유하람 기자] 28일 신도림 테크노마트에서 열린 'AFC(엔젤스파이팅 챔피언십, 대표 박호준) 10 - Wave of Change'는 유쾌한 대회가 아니었다. 경기는 영 갑갑했고 판정은 이상했다. 진행에서마저 프로페셔널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AFC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사상 가장 흥미로운 대진으로 꾸려졌으나 내용물은 그 기대치의 반도 채워주지 못했다.

케이지 끝에서 공격하는 자코모 레모스 © 정성욱 기자

[무제한급 타이틀전] 이상수 vs 쟈코모 레모스

"압도적인 힘으로"
- 황소개구리의 침공
평점 : ★★

세계 최강자들만 모인다는 UFC에서도 헤비급은 통칭 OME(Oh My Eye) 경기가 종종 나오곤 한다. 그만큼 선수 풀이 현저히 좁아 경기력이 보장이 되지 않는다. 가장 무겁고 강력한 체급이라는 상징성과 가끔 터지는 화끈한 한 방 때문에 존속될 뿐이다. 이번 타이틀전은 이도 저도 아니었다. 경기력도 나빴고 화끈하지도 않았다. 쟈코모 레모스(31, 브라질)가 펀치를 날릴 때마다 터지는 묵직한 타격음이 유일한 감상 포인트였다.

초반에는 이상수(37, 팀 매드)가 나쁘지 않았다. 베테랑답게 노련한 타격 움직임이 좋았고, 이상수의 테크닉을 의식한 레모스가 평소와 달리 테크니컬한 싸움을 받아주며 팽팽한 양상이 유지됐다. 그러나 갑갑해진 레모스가 원래 스타일대로 힘을 앞세워 우격다짐으로 밀고 나오자 경기는 바로 기울었다. 한 번 머리에 큰 펀치를 허용하자 이상수는 바로 발이 굳어버렸다. 이후 경기는 일방적이었다.

문제는 양쪽 다 경기력이 심각했다. 반격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서서 버티기 바쁜 이상수나 그로기로 몇 번을 몰고도 끝내지 못하는 레모스나 안타깝기는 매한가지였다. 결국 2라운드 종료 후 이상수의 엄지손가락 골절로 경기 종료. 마무리까지도 개운하지 않은 아쉬운 경기였다.

경기를 마무리 짓는 훅을 뻗는 이도겸 © 정성욱 기자

[페더급 매치] 이도겸 vs 후미야 사사키

"양민학살"
- 땡큐 사사키
평점 : ★★☆

냉정히 말해 후미야 사사키(36, 일본)는 그냥 못하는 선수다. 승보다 패가 곱절 가까이 많고 심지어 3연패 중인 선수가 타이틀 도전권을 놓고 싸운다? 당연히 말이 안 된다. 그는 해외에서만 활동하던 이도겸(30, 왕호 MMA)이 드디어 한국에 들어왔으니 앞길을 닦아주기 위해 주최측이 바친 제물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경기는 주최측이 원하는 대로 흘러갔다.

초반 사사키가 난 멀쩡하니 더 때려보라며 도발하자 이도겸은 그가 원하는 대로 스트레이트 연타를 꽂아 넣었다. 케이지 밖으로 도망다니던 사사키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실신했다. 상대가 되지 않았다. 화끈하긴 했지만 멋진 경기라기보다 미스매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차라리 걸쭉한 사투리로 "기분 쥑이네예"라고 말하던 이도겸의 승자 인터뷰가 훨씬 재밌었다. 그래도 문기범 대 이도겸을 볼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위안이 된 정도다.

탑 포지션에서 공격하는 서진수 © 정성욱 기자

[밴텀급 매치] 서진수 vs 장원준

"강력한 선수 둘의 강력하지 않은 경기"
- 3연패 수렁에 빠진 장원준
평점 : ★☆

서진수(30, 코리안 좀비 MMA)는 강한 선수다. 장원준(34, 팀 마초)도 분명 강하다. 그 강한 선수 둘은 이번 경기에서 초강력 로블로와 로킥 몇 번, 그리고 발목 부상밖에 보여주지 못했다. 서진수의 날카로운 잽과 무시무시할 정도로 빠른 낮은 로킥은 분명 놀라웠지만 그게 전부였다. 장원준은 그나마 몇 번 얻어맞은 발목이 막판에 일어나는 순간 삐끗해버리며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패했다. 이 경기 역시 "송영재, 지난번에 날 이긴 건 순전히 운이었다. 이제 KO 되고 군대나 가라"는 서진수의 승자인터뷰밖에 건질 게 없었다.

펀치를 뻗는 샤사 © 정성욱 기자

[웰터급 매치] 안재영 vs 사샤 팔라트니코브

"화끈한 선수 둘의 화끈하지 않은 경기"
- 판정은 또 왜?
평점 : ★☆

뒷맛이 쓴 경기가 한둘이 아니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대를 저버린 경기는 단연 안재영(31, 팀 마초) 대 사샤 팔라트니코브(31, 홍콩)였다. 입식에서 커리어를 쌓은 두 스트라이커가 MMA 무대에서 '타격 대전'을 벌인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지지부진한 경기 끝에 그래플링에서 승부가 갈렸다.

초반에는 안재영의 우직한 타격이 먹히는 듯했으나, 2라운드 들어서는 사샤가 집요하게 레슬링과 클린치로 점수를 올렸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리드한 시간이 더 길었던 안재영이 유리해 보였으나 판정단은 사샤의 손을 들어줬다.

서로 손발이 꼬이며 시원하게 채점하기 좋은 경기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쉽게 납득이 될 만한 판정은 아니었다. 판정단이 그래플링을 중요시했다기엔 2경기 여성 스트로급 매치에서는 비슷한 경기에서 거꾸로 판정이 나왔다. 홈 어드벤티지 논란을 의식해 역으로 사샤에게 후하게 점수를 준 것일까. 알 수가 없는 일이다.

어퍼컷을 치는 권기섭 © 정성욱 기자

[입식 페더급 매치] 권기섭 vs 안찬주

"투혼"
- AFC 10을 구원한 두 신성
평점 : ★★★★☆

4경기는 근래 보기 드문 난타전으로 장식됐다. 맥스 FC의 권기섭(20, IB짐)은 엔젤스히어로즈의 안찬주(25, 대무 팀카이저)는 3라운드 내내 영혼까지 쏟아붓는 난타전 끝에 3라운드 종료 3-0 판정승을 거뒀다.

경기는 권기섭의 영리함과 안찬주의 정신력으로 요약할 수 있었다. 권기섭은 본래 킥이 주특기다. 그러나 상대가 근접전에 약하고 룰 변경으로 오픈핑거 글러브가 도입됐다는 점을 이용해 과감히 주특기를 내려놓고 펀치 싸움을 들고나왔다. 전략은 적중했다. 서로 큰 충격을 입었지만 준비한 싸움을 하는 권기섭과 준비하지 않은 싸움을 하는 안찬주의 차이는 후반 갈수록 벌어졌다. 안찬주는 2라운드 후반부터 가만히 있어도 다리가 풀릴 정도로 지쳐버렸다. 그럼에도 안찬주는 안찬주 대로 정신력으로 버티며 판정까지 끌고 갔다.

결과는 비록 권기섭의 승리였으나 객석에서는 두 선수 모두에게 열렬한 환호가 터져 나왔다. 권기섭과 안찬주 모두 퇴장할 때까지 박수를 받았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전쟁' 같은 경기였고 투혼이었으며 명승부였다.

펀치를 뻗는 강지원 © 정성욱 기자

[헤비급 매치] 정철현 vs 강지원

"젊음의 승리"
- 아킬레스건을 훤히 드러낸 강지원
평점 : ★★★☆

강지원(25, 왕호 MMA)는 분명 재능 있는 선수다. 동양인이 그런 덩치와 체지방에 그 정도로 가벼운 스텝과 움직임을 가지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거기에 신예답지 않게 위기 상황에서 침착하고도 정확하게 대응할 줄 알고 있다. 적어도 국내 중량급에서는 독보적인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는 그릇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강지원은 너무 일찍부터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해버렸다. 데뷔전에 이어 2차전에서도 정철현(36, 영암군청/팀 MPA)에게 수차례 실신 직전에 몰렸다. 훨씬 젊은 덕에 회복력을 앞세워 승리하긴 했지만 심각하게 부실한 안면방어가 탄로나는 순간이었다.

아마 강지원이 앞으로도 쉽게 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가서 롱런하려면 훌륭한 코치에게 제대로 가드를 배울 필요가 절실해보인다.

펀치를 뻗는 장현지 © 정성욱 기자

[여성 스트로급 매치] 박보현 vs 장현지

"AFC 스트로급은 장현지"
- 테크닉 앞에 침묵한 박보현
평점 : ★☆

박보현(21, 웨스트짐)은 여성부에서 보기 드물게 공격 일변도 스타일이다. 그 하나만으로도 기대를 걸 가치가 있는 선수다. 그러나 이번엔 AFC 여성 스트로급 대표주자 장현지(27, 더쎄진)의 능수능란한 타격에 저지당하며 패했다. 오히려 먼저 선공을 걸어 박보현이 밀고 들어올 거리를 주지 않는 영리함이 돋보였다. 박보현은 레슬링으로 돌파구를 찾았으나 판정단은 그의 그래플링에 점수를 주지 않았다. 판정이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타격 테크니션에게 약하다는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아직 한참 어리고 성장 중인 박보현이 과연 이 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하이킥을 차는 김도윤 © 정성욱 기자

[입식 미들급 매치] 김도윤 vs 김상호

"지루한 경기, 이상한 판정, 미숙한 진행의 삼위일체"
- 유일하게 희망적이었던 김도윤의 가능성
평점 : ★

경기 내내 김도윤(30, 골든보이 짐)은 움직임이 굳어 있었고 김상호(32, 팀 마초)는 소극적이었다. 서로 눈치만 보는 시간이 이어졌다. 그래도 1, 2라운드를 주도한 김상호가 이기나 싶었으나 1-0으로 김도윤이 우세하다는 판정이 떨어졌다. 두 심판이 무승부를 선언했으니 당연히 연장전에 들어가야 했지만 어째서인지 김도윤 판정승이 선언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과가 번복되는 굉장히 아마추어스러운 상황이 연출됐다. 연장전에서 김상호는 집중력이 떨어져 슬립다운 된 상대의 안면에 펀치를 냈다. 굳이 굳이 이 경기의 소득을 찾자면 김도윤이 경기 시간이 길어질수록 경기 감각을 찾았다는 점 정도. 이외엔 어떤 칭찬도 할 수 없는 경기였다.

총평

"총체적 난국"
- 타 단체 출신이 살린 대회
평점 : ★☆

난감했다. 이렇게 좋은 대진에서 왜 이런 결말이 나왔을까. 유일하게 박수갈채를 보낼 경기는 타 단체에서 주로 활동했던 선수들이 주역이었다. 운이 안 좋기는 했다. 평소 화끈하게 싸우던 선수는 손발이 꼬였고, 부상으로 경기를 계속하지 못한 선수만 두 명이 나왔다. 하지만 지나치게 약한 선수를 출전시키고 판정을 제대로 발표하지 못한 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제 정규 넘버링이 두 자리에 들어선 AFC의 대회라기엔 너무나 초라하고 엉망인 대회였다.

대회명 : AFC 10 ‘Wave of Change(변화의 물결)
일시 : 2019년 1월 28일 오후 7시
장소 : 신도림 테크노마트 특설 케이지
방송 : KBS N 스포츠 독점 생중계

경기 결과
[무제한급 타이틀전] 이상수 vs 쟈코모 레모스
– 쟈코모 레모스 2라운드 종료 TKO승(이상수 엄지손가락 골절)
[페더급 매치] 이도겸 vs 후미야 사사키
– 이도겸 1라운드 54초 KO승(펀치)
[밴텀급 매치] 서진수 vs 장원준
– 서진수 1라운드 종료 TKO승(장원준 발목 부상)
[웰터급 매치] 안재영 vs 사샤 팔라트니코브
– 사샤 팔라트니코브 3라운드 종료 판정승(3-0)
[입식 페더급 매치] 권기섭 vs 안찬주
– 권기섭 3라운드 종료 판정승(3-0)
[헤비급 매치] 정철현 vs 강지원
– 강지원 1라운드 4분 6초 TKO승(펀치)
[여성 스트로급 매치] 박보현 vs 장현지
– 장현지 2라운드 종료 판정승(3-0)
[입식 미들급 매치] 김도윤 vs 김상호
– 김도윤 연장 4라운드 종료 판정승(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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