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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N 144] 리뷰 : 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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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N 144] 리뷰 : 웰던
  • 유 하람
  • 승인 2019.02.06 0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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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N 144 포스터

[랭크5=유하람 기자] 특정 국가를 위한 이벤트가 타국 시청자에게 재미있기란 쉽지 않다. 3일 브라질 포탈레자에서 열린 UFN 144 역시 그런 딜레마를 안고 있었다. 메인카드에 출전하는 선수 12명 중 무려 9명이 브라질 국적이었고, 덕분에 현지 팬들은 거의 모든 경기를 '이기는 편 우리 편' 마인드로 편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 반면 바다 건너에서 모니터로 관전하는 시청자들은 그저 경기나 화끈하길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다행히도(?) 브라질 파이터들은 자국 팬과 해외 팬 모두를 만족시키는 데 성공했다.

[밴텀급] #3 하파엘 아순사오 vs #4 말론 모라에스

"역시 벨트와는 인연이 없는 아순사오"
- 2011년 이후 17승 1패 중인 말론 모라에스
평점 : ★★★☆

꼭 잘 하는데 절대 챔피언은 못 되는 선수들이 있다. UFC 밴텀급에서는 하파엘 아순사오(35, 브라질)가 그 예다. 철저한 운영 지향주의로 어지간해서는 지지 않는다. 옥타곤에서 9년 동안 싸우면서 14승을 쌓았고 이전까지 패배는 단 두 번 뿐이었다. 메이저 입성 이후 판정 승률 78%라는 극악의 재미를 자랑하면서도 꾸역꾸역 상위권에서는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절대 벨트는 감지 못한다. 재미가 없어서 타이틀전을 못 받든, 기껏 타이틀전 가서 졸전을 펼치든.

이번 경기는 아순사오가 타이틀을 앞두고 미끄러진 경기 중에서도 특히나 드라마틱했다. 스플릿 판정으로 1차전에서 패한 후 2년을 절치부심한 말론 모라에스(30, 브라질)는 1라운드에 그를 끝내버렸다. 그것도 그래플러 아순사오에게 초크로 탭을 받아냈다. 챔피언 TJ 딜라쇼와 싸워도 판정까지는 버티던 아순사오였기에 상당히 놀라운 결과였다.

한편 아순사오의 한계만큼이나 눈에 들어왔던 부분은 모라에스의 저력이었다. 모라에스는 WSOF 시절 11전 전승으로 '패왕 포스'를 뽐냈지만 옥타곤에서는 데뷔전에서 아순사오에게 미끄러지며 한동안 저평가를 당해야만 했다. 2차전에서는 다시는 질 수 없다는 각오로 연구하고 연습한 티가 분명히 났다. 느릿한 아순사오를 저격하는 원거리 훅, 그리고 그래플러도 서브미션으로 끝내버리는 결정력까지. 이 정도라면 분명 아랫 체급에서 망신을 당하고 온 챔피언을 잡아낼 수도 있겠다는 기대가 생긴다.

[페더급] #2 조제 알도 vs #5 헤나토 모이카노

"리턴 투 WEC"
- 돌아온 폭군 조제 알도
평점 : ★★★☆

조제 알도(32, 브라질)는 타이틀전 2연패 이후 메인이벤트를 고사하면서까지 3라운드 경기만 뛰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타이틀에 다시 도전할 생각은 없고, 브라질에서 계약에 남은 경기를 모두 소화한 뒤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고국에서 고국 팬을 위해 싸우고 싶은 대로 싸우며 마지막을 불태우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그래도 이번엔 쉽지 않아보였다. 헤나토 모이카노(29, 브라질)는 알도가 항상 취약한 모습을 보였던 장신의 타격가다. 더구나 강하기로는 '포스트 알도' 세대 중 손에 꼽힌다. 이제 은퇴를 염두에 두고 있는 알도가 언더독으로 평가 받을 이유는 충분했다.

1라운드만 하더라도 브라질 타격가 세대교체는 현실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알도는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이카노의 리듬을 파악한 알도는 2라운드 과감히 몰아치며 그대로 후배를 KO시켰다. 스티븐스 전에서 보여줬던 킬러본능을 이번에도 보여준 것이다.

UFC로 넘어온 이후 '폭군 알도'는 없었다. 채드 멘데스 1차전에서나 잠시 그 모습을 보여줬을 뿐 그마저도 철장을 잡으며 물의에 올라야 했다. 타이틀을 뺏기고도 프랭키 에드가에게 포인트 싸움을 벌이며 영영 WEC 시절의 맹수 같은 날카로움은 볼 수 없게 되는 듯했다. 그리고 알도가 은퇴를 코 앞에 둔 지금에서야 폭군은 돌아왔다. 비록 매치메이커 입장에서는 은퇴할 선수가 컨텐더를 정리하고 있으니 속이 타겠지만, 팬으로서는 전설의 마지막이 아름다울 수 있기에 마냥 기쁜 순간이었다.

[웰터급] #8 데미안 마이아 vs 라이먼 굿

"평화로운 승리의 대명사, 데미안 마이아"
- 통산 세 번째 0 피유효타 승리!
평점 : ★★★☆

한편 역시 은퇴가 눈앞에 닥친 데미안 마이아(41, 브라질)는 진기록을 세웠다. 유효타는 물론 스치는 타격 한 번 맞지 않고 승리했다. 야구로 치면 '퍼펙트 게임'을 달성한 셈이다.' 서로 다치지 않고 승리한다'는 평소 격투철학을 완벽하게 실현했다 하겠다. 참고로 마이아에게 0 피유효타 승리로는 통산 세 번째다.

사실 그 이상 말할 것은 없었다. 라이먼 굿(33, 미국)은 대놓고 덤벼드는 마이아를 오래 막지도 못하고 158초 만에 탭을 쳤다. 마이아가 3연패를 끊었고 신예 하나 일찌감치 걸러냈다는 데나 의의를 둘 뿐이었다.

[라이트급] 찰스 올리베이라 vs 데이빗 테이머

"천상 문지기 올리베이라, 이러다 타이틀전까지?"
- 옥타곤 최다 서브미션 승도 다시 갱신!
평점 : ★★★☆

보통 젊은 선수가 한 번 미끄러지면 밑도 끝도 없이 추락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패배를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자멸하든 약점이 노출돼 베테랑에게 잡아먹히든 하는 식이다. 그래서 찰스 올리베이라(29, 브라질)는 참 대단한 선수다. 무패로 UFC에 입성했지만 이후 커리어는 정말 험난했다. 감량실패가 네 번에 연패가 두 번, 타이틀전 문턱에서 무너지기도 했다. 전적엔 어느 새 8패가 추가됐다. 그럼에도 올리베이라는 다시 일어났다.

간만에 3연승 중이었던 올리베이라는 데이빗 테이머(29, 스웨덴)에게 '분노의 1승'을 따내며 랭킹 재진입을 노리게 됐다. 시작부터 써밍을 두 차례 당한 올리베이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공격으로 일관한 끝에 서브미션 승을 따냈다. 도중 다운을 당하는 위기도 있었지만 아드레날린이 과다분비된 올리베이라는 그마저도 극복해냈다.

페더급 시절 계체 전날에 햄버거를 먹는 놀라운 프로정신으로 네 차례나 체중을 맞추지 못했다. 덕분에 강제로 라이트급에 올라왔지만 의외로 선방하며 4연승을 기록하고 있다. 양심 없게도 다시 페더급으로 내려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당분간은 라이트급 타이틀 전선에서 활약하는 올리베이라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여전히 젊고 강한 선수니 헛된 기대는 아니리라 생각한다.

[라이트헤비급] 조니 워커 vs 저스틴 레뎃

"거침 없는 '괴물 신예'의 질주"
- 근래 등장한 최고 기대주 조니 워커
평점 : ★★★★

절망의 라이트헤비급에 드디어 기대주가 나타났다. ‘괴물 신예’ 조니 워커(26, 브라질)는 저스틴 레뎃(30, 미국)을 단 15초 만에 백스핀 블로에 이은 펀치로 TKO시키며 데뷔전부터 2연속 초살승을 거뒀다. "아~주 쉬웠다"고 능청부리는 승자 인터뷰가 전혀 허세로 보이지 않는 완벽한 경기력이었다. 탑 컨텐더와는 붙어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보여주는 퍼포먼스와 운동신경로는 라이트헤비급 타이틀전선에 큰 충격이 예상된다.

[여성 스트로급] 리비냐 소우자 vs 사라 프로타

"지지부진"
- UFC 포탈레자 유일의 흠
평점 : ★☆

브라질의 두 인상파 파이터는 비쥬얼에 맞지 않는 지지부진한 경기를 펼쳤다. 승자 리비냐 소우자(27, 브라질)는 3라운드 가서 체력이 빠져 '드러눕기'로 일관했고, 패자 사라 프로타(31, 브라질)는 2.4kg 차이로 제한체중을 초과하며 저질 경기력을 선보였다. 별로 할 말이 많은 경기는 아니었다.

총평

"웰던"
- 자국과 해외 모두 만족시킨 일곱 브라질 파이터
평점 : ★★★★

보통 브라질의 대회는 브라질의 대회, 일본의 대회는 일본의 대회가 되곤 한다. 오로지 한 나라를 위해 대진을 짜기 때문이다. 특정 국가를 위한 대회가 전 세계에게 사랑받으려면 경기력으로 어필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UFN 144는 정말 간만에 나온, 대회 내내 보는 재미가 있었던 좋은 대회였다. 정말 UFC 포탈레자에 해줄 말은 단 한 마디다. 웰던.

유하람 기자 rank5yhr@gmail.com

UFC Fight Night 144 경기 결과
–  2019년 2월 3일, 브라질 포탈레자

[밴텀급] #3 하파엘 아순사오 vs #4 말론 모라에스
– 말론 모라에스 1라운드 3분 17초 서브미션 승(길로틴 초크)

[페더급] #2 조제 알도 vs #5 헤나토 모이카노
– 조제 알도 2라운드 54초 TKO 승(펀치)

[웰터급] #8 데미안 마이아 vs 라이먼 굿
– 데미안 마이아 1라운드 서브미션 승(리어네이키드 초크)

[라이트급] 찰스 올리베이라 vs 데이빗 테이머
– 찰스 올리베이라 2라운드 54초 서브미션 승(아나콘다 초크)

[라이트헤비급] 조니 워커 vs 저스틴 레뎃
– 조니 워커 1라운드 15초 KO 승(백스핀 블로와 파운딩)

[여성 스트로급] 리비냐 소우자 vs 사라 프로타
– 리비나 소우자 3라운드 종료 판정승(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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