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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FC 052] 리뷰 :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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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FC 052] 리뷰 : 하이라이트
  • 유 하람
  • 승인 2019.02.25 0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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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FC 052 포스터

[랭크5=유하람 기자] 최근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지지부진하게 흘러가는 대회가 속출했다. 너무나 처참한 경기력 때문에 차마 리뷰로 다루지 못한 대회가 있을 정도였다. 그런 와중에 23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로드FC 052는 예상보다도 훨씬 좋은 결과물을 내놨다. 100만불 토너먼트 결승이라는 묵직한 타이틀에 격을 맞추려 심혈을 기울인 대진이 빛을 발한 듯했다.

[100만불 토너먼트 결승전] 샤밀 자브로프 VS 만수르 바르나위

"난공불략의 만수르"
- 커리어 최대 위기를 맞은 권아솔
평점 : ★★★☆

주최측에서 열심히 민 권아솔의 '끝판왕' 기믹은 이 한 경기로 물거품이 됐다. 토너먼트 1차전부터 주목받은 만수르 바르나위(26, 튀니지)는 '하빕 사촌형’ 샤밀 자브로프(34, 러시아)마저 압살해버리며 타이틀 도전권을 얻었다. 로드FC 라이트급 수준을 웃도는 레슬러 샤밀을 상대로 테이크다운 당하는 족족 스윕해버리며 결국 스탠딩 니킥 한 방으로 끝내버리는 모습은 가히 경악이었다. 'UFC에서도 통한다'는 설레발이 설레발로만 들리지는 않을 정도였다.

이번 경기는 크게 두 가지 감상 포인트를 남겼다. 첫째로는 오펜스/디펜스 레슬링 모두 뛰어나지 않은 선수가 주짓수만으로 상대 포지셔닝을 무력화시켰다는 점, 둘째로는 경기 후 그 권아솔이 침묵했다는 점이다. 요약하자면 로드FC는 생각보다도 강력한 황소개구리를 맞이하게 됐다.

이미 '로드 투 아솔' 결승 우승으로 20만 달러를 확보한 만수르는 남은 80만 달러와 로드FC 라이트급 챔피언 벨트를 차지하러 권아솔을 겨냥했다. 그동안 100만불 토너먼트를 기다리며 해놓은 말이 많은 권아솔에게는 커리어 사상 최대 위기가 닥쳤다.

[밴텀급 타이틀전] 김민우 VS 문제훈

"원사이드"
- 타이거 무에타이에서 주짓수를 배워온 김민우
평점 : ★★★☆

‘코리안 모아이’ 김민우(25, 모아이짐)는 타이틀전이라는 명색이 무색할만큼 손쉬운 승리를 거뒀다. 이미 두 차례 판정승부를 펼치며 1승 1패를 주고 받은 라이벌 ‘태권 파이터’ 문제훈(34, 옥타곤 멀티짐)을 135초만에 압살했다. 안면타격 한 번 제대로 맞지 않고 테이크다운, 스무스한 가드패스에 이어 서브미션 콤비네이션으로 탭을 받는 모습은 관장이 제자에게 강의한다는 인상까지 줬다.

이번 승리로 김민우는 많은 전리품을 챙겼다. 2년에 이르는 공백기를 털어내는 동시에 체급 정상에 올랐다. 더불어 라이벌과의 트릴로지를 깔끔하게 마무리했고 눈부신 그래플링 능력 향상을 입증했다. 로드FC 사상 한 경기로 이만한 성과를 올린 선수가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한편 김민우는 강경호부터 이길우, 이윤준과 김수철에 이르기까지 유독 바람 잘 날 없었던 로드FC 밴텀급 챔피언 계보를 잇게 됐다. 과연 김민우는 로드FC 밴텀급 첫 장기집권자가 될 수 있을까.

[라이트급] 브루노 미란다 VS 홍영기

"저평가, 로블로 모두 이겨냈지만…"
- '한 끗'이 모자랐던 홍영기
평점 : ★★★★

또 다른 '태권 파이터' 홍영기(34, 팀 코리아 MMA)는 로드FC 자체 인터뷰에서도 "진짜 태권 파이터는 문제훈 아니냐"는 악랄한 공격을 받을만큼 실력에서나 입지에서나 어정쩡했다. 로드FC 라이트급 최강 타격가로 꼽히는 브루노 미란다(28, 브라질)와 대진이 확정됐을 땐 "험한 꼴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비관론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홍영기는 놀라운 경기력을 선보였다. 미란다가 압박에 부담을 느껴 클린치를 시도하다 스트레이트에 나동그라지는 진귀한 장면을 연출했다. 살아남으려 일어나는 미란다는 후속 하이킥에 2차 다운까지 당했다. 아쉽게도 끝내지는 못했다. 파워 로블로로 몸이 위축됐는지 자기 타격에 자신이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결정타를 넣지는 못하다 역전을 당했다.

그럼에도 그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홍영기란 인물에 대한 시각을 바꿔놓을 만큼 강렬했다. 단 한 경기로 홍영기에 대한 평가는 그저 그런 선수에서 정상급 파이터와 호각을 다툴 수 있는 저력 있는 싸움꾼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서른 넷의 늦은 나이에 각성한 홍영기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밴텀급] 장익환 VS 장대영

"사라진 '케이지의 낙무아이'"
– 계체실패와 졸전으로 얼룩지다
평점 : ★★

장대영(28, 병점 MMA) 대 장익환(31, 팀 파시)은 경기만 놓고 본다면 로드FC 052 최대의 결점이었다. 우선 장대영은 계체실패로 라운드당 10점을 안고 시작했고, 장익환은 '케이지의 낙무아이'라는 별명이 무색하리만치 스탠딩에서 무력했다. 장기인 타격전에서 1라운드부터 다운을 당했고 후반에도 역전을 만들지 못했다. 감점이 없었다면 무조건 패했을 장익환도 완벽히 이길 경기를 계체 실패로 날려버린 장대영도 박수쳐주기 어려운 경기였다.

[-80kg 계약체중] 김승연 VS 기노주

"돌아온 타격 스페셜리스트"
- 로드FC 사상 최단경기시간 기록 경신
평점 : ★★★★

화려한 장면이 속출했던 로드FC 052에서도 가장 큰 환호를 받은 선수는 단연 김승연(29, 프리)였다. 국내 팬은 직접 본 적이 거의 없는 7초 초살 실신 KO승을 선보이며 우레와 같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한국 선수 중 손에 꼽는 타격센스와 스킬을 자랑하는 김승연이 제 체급과 기량을 찾는 모습이 반가울 따름이었다. 오버핸드 라이트 한 방에 쓰러진 기노주(33, BNM 멀티짐)는 경기력에 대해 논하기도 어렵게 됐다.

[무제한급] 미첼 페레이라 VS 김대성

"더욱 화려하게 돌아온 케이지의 곡예사"
– 로드FC에서만 3연속 KO승
평점 : ★★★★☆

'케이지의 곡예사' 미첼 페레이라(25, 브라질)가 또 한 번 한국 격투팬을 열광케 했다. 페레이라는 작정이라도 한 듯 전보다도 더욱 난이도 높은 묘기를 연달아 선보이며 공중을 날아다녔다. 슈퍼맨 펀치, 카포에라 킥, 공중 옆차기, 케이지 딛으며 파운딩, 케이지 딛고 백덤블링 가드패스 등 묘기에 가까운 동작을 연달아 선보이며 객석을 뜨겁게 달궜다.

그러면서도 실속은 놓치지 않았다. 김대성(33, 팀 크로우즈)의 오버핸드 라이트가 슬슬 얹히자 바로 테이크다운을 따내버렸고, 1라운드 보여줄 건 다 보여준 듯하자 2라운드 대놓고 넥클린치 니킥을 난사하며 바로 KO 사인을 받아냈다. 그야말로 영화에서나 볼 법한 농락이었다.

이제 페레이라는 미들급 톱컨텐더가 아니면 맞상대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괴물이 돼버렸다. 이른 시일 내에 황인수, 라인재 등 다른 '진짜배기'들과 만나기를 희망한다.

[영건스/미들급] 양해준 VS 임동환

"드디어 돌아온 전통강호"
- 완력만으로 제압당한 임동환
평점 : ★★★☆

딱 90초가 걸렸다. 힘 좋기로 유명한 임동환(23, 팀 스트롱 울프)이 힘으로 제압당하기까지 90초면 충분했다. 양해준(30, 팀 포스)은 초반 타격으로 신내는 상대를 헤드록으로 끌어내려 그대로 뭉개버렸다. 임동환은 경기 종료까지 헤드록을 벗어나지 못한 채 다리로 들어오는 키락에 탭을 쳤다. 양해준이라는 인간 자체가 얼마나 강한지 짧고도 강렬하게 보여준 경기였다.

[-64kg 계약체중] 신승민 VS 정상진

"로드FC 052 최대의 흠"
- 심판이 재를 뿌리다
평점 : ★

영건스 4경기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 나왔다. 2라운드 역공을 펼치던 신승민(25, 쎈짐)은 정상진(36, 팀 코리아 MMA)의 일격에 밀려 잠시 주저앉았다. 그러나 그 순간 심판이 바로 경기를 중단시키며 정상진의 2라운드 1분 15초 펀치 TKO승이 선언됐다. 정상진이 조금 유리하게 끌고 가던 중 기회를 만들던 신승민은 정신이 멀쩡한데도 케이지를 떠나야만 했다. 신승민 본인 역시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국내 최대 종합격투기 무대라는 곳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미숙한 판정이었다. 객석에서도 "심판이 반칙이다!"라는 분에 찬 고함이 들려왔다.

그러나 경기 종료 후 마음을 추스린 신승민은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실력 인성 모두 내가 졌다. 돌발행동으로 논란이 많아지는데 죄송하다. 경솔했다"고 수습했다. 그는 "내가 실력이 부족했던 결과"라면서 "판정결과에 순응하며 재경기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페더급] 홍정기 VS 김태성

"미들킥, 미들킥!"
- 주목할만한 신인 김태성
평점 : ★★★

김태성(25, 싸비 MMA)은 미들킥 2연타 KO라는 보기 드문 피니시를 냈다. 그래플러 홍정기(34, 울프짐)는 주특기인 클린치와 테이크다운이 모조리 막히며 힘겨운 싸움을 벌였으나, 같은 곳으로 들어오는 강력한 킥에 고통을 숨기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데뷔전에 이어 2차전까지 확실한 피니시를 낸 김태성의 존재감이 상당했다.

[밴텀급] 황창환 VS 이성수

"판정을 앞둔 결단"
- 23살 신성의 킬러본능
평점 : ★★★

황창환(23, 팀 피니시)은 이성수(31, 팀 코리아 MMA)의 레슬링에 침착하게 대응하며 바디 니킥에 이은 파운딩으로 TKO승을 거뒀다. 불리한 경기가 판정으로 가기 직전 몰아쳐 그대로 끝내버리는 결단력과 화력이 눈에 띄었다. 과거 탄탄한 디펜스 레슬링을 기반으로 불꽃 같은 니킥을 자랑하던 장신 타격가 브랜든 태치를 연상케했다.

[-60kg 계약체중] 이정현 VS 박수완

"형의 아성에 미치지 못하다"
- 데뷔전에서 무너진 '챔피언의 동생'
평점 : ★★

‘챔피언의 동생’ 이정현(21, 쎈짐)은 박수완(28, 싸비 MMA)의 그래플링에 말려들며 1-2 판정패를 당했다. 타격감은 확실히 좋았으나 결정적인 순간 집중력을 잃거나 큰 펀치를 맞으며 주저앉았다. 경험 미숙도 분명 있겠지만 '이정영의 동생'이라는 후광에 부응하려면 아직 많은 발전이 필요해보인다.

총평

"하이라이트"
- 매 순간 화려했던 오랜만의 대회
평점 : ★★★★

단도직입적으로, 이번 로드FC 052는 메인카드 전 경기가 1라운드에 끝났던 로드FC 015 이후 가장 훌륭한 대회였다. 영건스에서 나온 이해하기 어려운 스톱이나 장익환-장대영의 졸전은 옥의 티였다. 그럼에도 메인이벤트 종료 후 자리를 떠나는 관객 입에서 "모든 경기가 재밌었다"는 말이 숱하게 들릴만큼 대회의 가치는 가려지지 않았다. 국내 최대 종합격투기 대회라는 로드FC의 명성에 걸맞은 대회였다.

유하람 기자 rank5yhr@gmail.com

[굽네몰 ROAD FC 052 / 2월 23일 서울 장충체육관]

[100만불 토너먼트 '로드 투 아솔' 결승전 샤밀 자브로프 VS 만수르 바르나위]
– 만수르 바르나위 3라운드 40초 KO승(니킥)

[밴텀급 타이틀전 김민우 VS 문제훈]
– 김민우 1라운드 2분 15초 서브미션승(트라이앵글초크)

[라이트급 브루노 미란다 VS 홍영기]
– 브루노 미란다 1라운드 2분 45초 TKO승(펀치)

[밴텀급 장익환 VS 장대영]
– 장익환 3라운드 종료 판정승(3-0)

[-80kg 계약체중 김승연 VS 기노주]
– 김승연 1라운드 7초 KO승(파운딩)

[무제한급 미첼 페레이라 VS 김대성]
– 미첼 페레이라 2라운드 1분 2초 TKO승(니킥)

[굽네몰 ROAD FC YOUNG GUNS 41 / 2월 23일 서울 장충체육관]

[미들급 양해준 VS 임동환]
– 양해준 1라운드 1분 30초 서브미션승(키록)

[-64kg 계약체중 신승민 VS 정상진]
– 정상진 2라운드 1분 15초 TKO승(펀치)

[페더급 홍정기 VS 김태성]
– 김태성 2라운드 3분 52초 TKO승(미들킥)

[밴텀급 황창환 VS 이성수]
– 황창환 2라운드 3분 56초 TKO승(파운딩)

[-60kg 계약체중 이정현 VS 박수완]
– 박수완 2라운드 종료 판정승(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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