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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N 146] 리뷰 : 사두용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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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N 146] 리뷰 : 사두용미
  • 유 하람
  • 승인 2019.03.12 0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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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N 146 포스터

[랭크5=유하람 기자] 잃을 게 많으면 과감하기 힘들다. 팬들은 이름값 있는 선수끼리 박터지게 부딪히길 바라지만 한 경기로 커리어가 뒤바뀌는 톱파이터가 위험한 싸움을 할 이유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간혹 잃을 것 없던 시절로 돌아가는 이들이 있다. 컨디션이 좋아서일 수도 있고, 어쩌면 오랜만에 정말 피가 끓어올라서일 수도 있다. 어떤 이유에서건 노련해진 파이터가 패기까지 보여주면 당연히 환호하기 마련이다. 10일 미국 캔자스 인트러스트 뱅크 아레나에서 열린 UFN 146은 그런 감흥이 큰 대회였다.

[헤비급] #3 데릭 루이스 vs #8 주니어 도스 산토스

"록키 OST와 함께 숙성된 JDS"
- 재밌게 지고 물러선 루이스
평점 : ★★★☆

주니어 도스 산토스(35, 브라질)가 부진에 빠진지도 약 7년이 됐다. 2012년 케인 벨라스케즈 2차전에서 처참하게 패한 뒤 화려하게 패하고 힘겹게 이기기를 반복했다. 최근 2연승도 부상으로 패배 직전까지 몰리고 확연히 움직임이 무뎌진 모습을 보였다. 워낙 잘했던 선수고 신체능력이 그래도 바탕이 됐기 때문에 톱컨텐더 라인에서는 끈질기게 버텼지만 확실히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에는 무리였다.

하지만 이날 산토스는 달랐다. 데릭 루이스(34, 미국)라는 피지컬 괴물을 전성기가 돌아온 듯한 인앤아웃 스탭으로 압도하며 잡아냈다. 상식 이상으로 빠르고 감각적인 루이스의 펀치에 위험한 순간도 있었지만 이마저도 예상했다는 듯 여유로운 태도가 일품이었다. 이겨도 불안한 경기를 펼쳤던 최근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등장음악도 그렇고 산토스가 커리어 내내 밀었던 콘셉은 '록키'다. 사실 나이차이도 나지 않고 엇비슷한 레벨에서 경쟁하고 있는 루이스를 잡고 록키 같은 '노장의 투혼'이라 포장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번 경기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난관을 극복하고 멋진 복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록키'가 겹쳐보이는 점이 분명 있었다. 6년 동안 승패승패의 반복에서 허우적대던 산토스가 화려하게 방점을 찍은 3연승. 과연 이 기세가 타이틀까지 닿을 수 있을까 기대된다.

[웰터급] #14 엘리제우 도스 산토스 vs 커티스 밀렌더

"급차이"
- 옥타곤에 온 걸 환영합니다
평점 : ★★★

격투기라는 종목 특성상 기세가 경기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그게 전부가 되지는 못한다. 기세만으로 극복 못하는 수준의 차이도 분명 존재한다. 옥타곤 입성까지 3연속 실신 KO승을 거두는 등 맹렬한 기세로 치고 올라오던 커티스 밀렌더(31, 미국)는 엘리제우 도스 산토스(32, 브라질)의 그래플링에 철저히 농락당하며 무력하게 탭쳤다. 3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산토스는 주짓수 강습에 가까운 퍼포먼스로 정타 한 대 제대로 맞지 않고 승리했다.

엘리제우는 UFC 데뷔전에서 2-1로 아깝게 패한 뒤로 무려 7연승을 달리게 됐다. 정작 그를 잡았던 니콜라스 달비는 이후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옥타곤에서 퇴출됐지만 엘리제우 본인의 주가는 상한선을 달리고 있다. 더욱 고무적인 부분은 결정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두 경기에서는 스피닝 휠킥과 플라잉 니킥으로 실신 KO승을 거뒀고, 이번엔 타격을 보여줄 틈도 없이 그래플링으로 압살해버렸다. 그래플링까지 되는 카포에라 파이터라. 실로 무서운 조합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톱파이터와 견줘볼 필요는 있겠지만 분명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웰터급] 니코 프라이스 vs 팀 민스

"아.깝.다!"
- 한순간의 과욕이 경기를 뒤집다
평점 : ★★★★

조 로존, 짐 밀러 등 전통적인 명승부 제조기들이 부진하는 가운테, 팀 민스(35, 미국)마저 그 대열에 합류하고 말았다. 경기 자체는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명승부였지만 결과는 민스의 KO패였다. 이번 패배로 민스는 최근 전적 2승 3패 1무효까지 떨어졌다.

내용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니코 프라이스(29, 미국)는 초반부터 스트레이트를 적중시키며 다운을 따냈다. 이후 민스가 노련하게 데미지를 회복한 후 차곡차곡 펀치를 쌓아가며 오히려 상대를 위기로 몰았다. 몇 번이고 정타를 허용하던 프라이스는 다리가 풀려 KO되기 직전까지 몰렸고, 경기 종료 1초 전까지만 해도 변수는 없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피냄새에 흥분한 민스는 피니시 욕심에 무리해서 걸어들어가다 정확한 스트레이트를 허용하고 말았다. 이미 충격이 쌓여있던 민스는 그대로 고꾸라져 일어나지 못했다.

베테랑의 부진을 본다는 건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다. 간만에 이길뻔한 경기를 한 순간 놓쳐버린다면 더더욱. 그럼에도 너무나 화끈한 경기에 또 손은 박수를 치고 있었다면 거짓말일까.

[헤비급] #15 블라고이 이바노프 vs 벤 로스웰

"애매한 경기, 애매한 판정"
- 아직 죽지는 않은 로스웰
평점 : ★★

존 존스가 아닌 이상 한 번 약물에 걸렸으면 중징계를 받고 기량이 떨어져 돌아오는 게 정상이다. 단순히 '약이 빠져서'라기보다도 그 사이 경기를 뛰지 못하는 점이 크다. 그래서 벤 로스웰(37, 미국)이 아쉬웠다. 맷집도 터프함도 여전하지만 주먹이 거리를 못 잡고 헤메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후반 갈수록 블라고이 이바노프(32, 불가리아) 안면에 닿는 걸 보면 경기를 제대로 뛰었다면 진작 KO시켰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경기는 애매하게 비벼져버렸고 판정단은 또 애매하게 이바노프의 승리로 채점했다. 결과 발표 후 쏟아진 야유는 단순히 이바노프를 향한 비난이 아니라 뭔가 처음부터 끝까지 갑갑했던 이번 경기에 대한 원망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라이트급] 베네일 다리우쉬 vs 드류 도버

"그래도 영리한 다리우쉬"
- 드디어 부진 탈출?
평점 : ★★☆

한때 베네일 다리우쉬가 신성으로 꼽히던 때도 있었다. 2015년 대런 크룩생크, 짐 밀러, 마이클 존슨을 연파할 때까지만 해도 그가 대성하리라 예상한 사람도 꽤 많았다. 그러나 마이클 키에사에게 한 번 미끄러진 이후 그는 ‘보통 파이터’로 전락했다. 2016년부터 그의 전적은 2승 1무 3패. 퇴출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상황까지 도달했다. 지고 싶은 선수는 없다지만 다리우쉬는 더더욱이나 1승이 간절해졌다.

그래서인지 지난 경기에서 그는 철저히 이기기 위한 경기를 펼쳤다. 30-25가 나올만큼 압도적이었지만 그러고도 끝내지는 못했다. 그저 옥타곤에서 커리어를 더 이어나간다는 이상의 의미를 찾기는 어려웠다. 이번 경기는 달랐다. 특유의 영리한 파이팅이 피니시까지 이어지며 준수한 승리를 거뒀다. 공격적인 드류 도버(30, 미국)와 쿵짝이 잘 맞은 탓도 있겠지만 상대를 떠나 다리우쉬 본인이 자신감을 찾은 모습이었다.

다리우쉬는 장장 3년만에 연승을 기록했다. 3연승의 도버를 꺾고 만든 성과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과연 과거의 영광까지 되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여전히 젊고 강한 다리우쉬기에 지금만 같다면 기회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들급] 팀 보에치 vs 오마리 아크메도프

"아크메도프의 강습시간"
- 보에치, 퇴출위기?
평점 : ★★

팀 보에치(38, 미국)는 딱 10개월 동안 주목 받은 선수였다. 오카미 유신에게 뜬금포 KO승을 거둔 뒤 헥터 롬바드의 거품을 꺼뜨리며 4연승, 컨텐더 대열에 올랐다. 그 직후 코스타 필리푸에게 자폭 셀프가드를 연거푸 시전한 끝에 처참히 박살나며 자신도 훅 꺼져버렸다. 이게 불과 2012년 2월부터 12월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후 전적이 5승 8패. 이때 인지도가 너무 높아진 바람에 상대하지 않아도 됐을 강자를 너무 많이 만난 탓이었다. 루크 락홀드, 댄 핸더슨, 자카레 소우자 등등. 정상적으로 문지기로 활동했으면 충분히 전적관리하며 편안히 싸웠을 선수가 한때의 실수(?)로 굴려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번엔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상대도 이미 충분히 굴러본 오마리 아크메도프(31, 러시아)였지만 거의 관원이 관장에게 배우듯 15분 내내 농락당했다. 이제 나이가 나이인만큼 보에치를 보내줄 때가 됐다는 예감이 들었다.

[웰터급] 앤소니 로코 마틴 vs 서지오 모라에스

"개명, 성공적"
- 그런데 경기력은?
평점 : ★★

한국에서 마동현이 웰터급 김동현 때문에 이름을 바꿨다면, 앤소니 로코 마틴(29, 미국)은 자기 존재감이 적다고 토니 마틴이란 이름을 버렸다. 이번 경기는 그가 목표한 존재감을 만들려면 좀 더 분발해야 된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개명 직후 경기에서는 준수한 퍼포먼스로 3라운드 서브미션승을 거뒀지만, 이번엔 최근 상승세와는 맞지 않는 평범한 경기력으로 판정승을 거뒀다. 최근 전적 7승 1패에 지금 4연승이니 더 높은 곳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총평

"사두용미"
- 이번에는 이름값한 빅네임들
평점 : ★★★☆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 한다. UFN 146은 오프닝 세 경기가 연달아 평범한 경기 내지 졸전이 펼쳐지며 불안하게 시작했지만, 정작 몸 사릴 줄 알았던 톱 파이터들이 확실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기분 좋게 막을 내렸다. 특히 민스-프라이스의 혈전으로 시작해 두 도스 산토스의 화려한 퍼포먼스로 끝나는 마무리는 근래 대회 중 가장 완벽한 결말이었다 생각된다. 뱀의 머리로 시작했지만 용의 꼬리로 끝난 특이한 UFN이었다.

유하람 기자 rank5yhr@gmail.com

UFN 146 메인카드 경기결과

[헤비급] #3 데릭 루이스 vs #8 주니어 도스 산토스
– 주니어 도스 산토스 2라운드 1분 58초 TKO승(펀치)

[웰터급] #14 엘리제우 도스 산토스 vs 커티스 밀렌더
– 엘리제우 도스 산토스 1라운드 2분 35초 서브미션승(리어네이키드초크)

[웰터급] 니코 프라이스 vs 팀 민스
– 니코 프라이스 1라운드 4분 50초 KO승(펀치)

[헤비급] #15 블라고이 이바노프 vs 벤 로스웰
– 블라고이 이바노프 3라운드 종료 판정승(3-0)

[미들급] 팀 보에치 vs 오마리 아크메도프
– 오마리 아크메도프 3라운드 종료 판정승(3-0)

[웰터급] 앤소니 로코 마틴 vs 서지오 모라에스
– 앤소니 로코 마틴 3라운드 종료 판정승(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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