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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칼럼] 격투기, 기록에 대한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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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칼럼] 격투기, 기록에 대한 아쉬움
  • 정성욱 기자
  • 승인 2019.11.28 0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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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크5=정성욱 편집장] 나는 2004년에 본격적으로 격투기계로 들어와 기자가 되어 일을 시작했다. 격기 운동을 조금 했지만 이야기하기 민망할 정도라 말하긴 부족하고. 최근에는 운동에 필요성을 느끼고 주위에서 권유도 많이 하지만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차일피일이다.
 
중간에 잠시 공백이 있긴 했지만 격투기 기자로 일을 한 것도 10년이 넘어간다. 처음에는 기사 몇 줄도 쓰지 못해 곤란해했던 내가 기사를 올리고 남의 글도 보며 확인하는 편집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때가 많다. 그만큼 시간이 많이 흘렀다.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격투계는 부족한 것들이 많다. 기자로서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들을 계획하고 만들어 나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10년이 지나 RANK5를 설립하고 기사 쓰는 것에만 몰입하지 말고 뭔가를 하나하나 만들어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기록'이다. 아쉽게도 한국 격투기는 제대로 된 기록을 찾기 힘들다. 과거 몸담았던 격투기 전문지 MFIGHT(엠파이트)에 많은 기록이 남아있었지만 홈페이지가 사라지면서 2000년대 초반 기사는 많이 사라졌다. (그나마 포털 다음에 송고된 기사들이 남아있긴 하다)

셔독과 타폴로지 캡쳐
셔독과 타폴로지 캡쳐

선수들의 전적을 기록하는 시스템조차 없다. 2000년대 초반 '이종격투기'시절엔 변변한 기록 시스템이 없어 해외 격투기 사이트 셔독(Sherdog)에 의지했다. 여기에 전적이 올라가면 인정을 받기도 했을 정도다. 최근에는 셔독의 기록이 제대로 되지 않자 새롭게 생긴 타폴로지(Tapology)라는 사이트에 한국 선수들이 자신의 전적을 기록한다. 10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한국 자체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 격투기를 기록하여 남기고 전달해야 하는 격투기 전문기자로서 아쉬움과 죄송함을 느끼고 있다.
 
기록에 대해 언급하는 이유가 있다. 기록은 이야깃거리를 만든다. 2000년대 초반이야 격투기 붐이 막 시작했을 때라 기록이 아닌 이슈를 일으켜 이야기를 만들었다. 이종격투기 시절이라 종목과 종목의 강함을 겨루는 것으로도 이슈화하기 충분했다. 물론 그 '떡밥'은 여전히 잘 먹히고 있다. 종목과 종목의 대결, 강자와 강자의 대결에 대해선 여전히 회자되고 1인 방송에서도 많은 구독자를 이끌고 페이지뷰를 만든다.
 
10년이 넘었다. 어느 정도 체계화되어 기록된 것들로 격투기도 이야기를 만들어야 할 시기가 되었다고 본다. 하지만 여전히 기록으로 이야기를 만들기란 쉽지 않다. 그나마 기록되어 있는 선수들의 전적은 해외에 있으며 종목은 모두 종합격투기다. 프로 입식격투기의 경우엔 대회 결과를 찾기도 힘들도 제대로 기록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많다.
 
해외로 눈을 돌려보자. 세계 1위 종합격투기 단체라고 불리는 UFC는 기록으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경기가 시작하기 전, 선수가 등장하면 그 선수를 이야기할 만한 기록들을 보여준다. 어떤 종목으로 격투기에 입문했고 주짓수 띠는 무엇이며 과거 아마추어 레슬링에서 어떤 결과를 냈는가 등등을 보여준다. 또한 경기후 그 선수가 자신의 체급, 나이, 국가와 관련해 기록을 세우면 바로 자막에 띄운다. 심지어 그 선수가 상대 선수를 몇 대나 정확하게 때렸는지도 기록에 나온다. 

UFC에서 제공하는 기록들
UFC에서 제공하는 기록들(스포티비 캡쳐)

이러한 기록은 이야기를 만든다. 그 선수에 대한 기록 가운데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소재를 골라 기사를 쓸 수 있다. 그러면 그 선수에 대한 이야깃거리가 생긴다. 다음 상대도 가늠해볼 수 있다. 팬들은 기록과 기사를 보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심지어 논쟁을 펼치기도 한다.
 
한국으로 돌아오자. 앞서 이야기했지만 부족하다. 시스템은 고사하고 경기 결과 기록을 찾기도 힘들다. 어디서 대회가 열렸다는 내용을 봤지만 거기엔 경기 결과를 찾기 힘들다. 경기 결과를 찾는다고 해도 정확히 기록이 되지 않았을 경우도 많다. 몇 라운드에 이겼다고 적는 경우도 있고 어떻게 이겼는지도 기록이 안 되어있는 경우도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기록은 대회사와 선수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좋은 소재다. 제대로 기록되어 있지 않은 경우 기록 안 하느니만 못하다. 대회사에선 신경 써서 경기 결과 기록을 해줬으면 한다.(몇 분 몇 초에 어떤 것으로 이겼는지 제대로 적어서 공개했으면 한다.)

기록을 잘 하고 제공하는 한국 단체도 있다. 로드 FC는 다양한 기록을 기자들에게 제공한다.
물론 기록을 잘 하고 제공하는 한국 단체도 있다. 로드 FC는 다양한 기록을 기자들에게 제공한다.

한국에서 열린 프로 대회 결과를 정리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만들어보고자 한다. RANK5 연말 특집 기사로 만들어볼 생각이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내용도 포함하려 했으나 모두 조사하기도 힘들고 누락될 경우도 있을 것 같아 올해는 국내 대회를 위주로 정리 중이다. 
 
타 종목 기사를 쓰다가 격투기 기사도 함께 쓰기 시작한 선배가 이야기했다. 격투기는 기록이 너무 없다고. 물론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과 격투기의 기록을 비교하긴 곤란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정리된 기록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0년에는 격투기 대회사들이 좀 더 분발에서 여러 가지 기록을 남겨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면 이슈에만 기대지 않고 기록을 통한 이야기로 더 많은 기사가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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