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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칼럼니스트] 심판을 '심판'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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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칼럼니스트] 심판을 '심판'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 정성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2.10 0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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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 위에서 싸우는 또 다른 한 사람, 심판
심판
주짓수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과 심판

[랭크5=정성훈 칼럼니스트] 작금의 대한민국의 주짓수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정말 놀라운 수준에 올라섰다. 스파이더와 같은 세계가 주목할만한 국제 수준의 프로 대회도 열리고, 선수들의 수준 역시 매우 높아졌다. 주짓수 아시아권 종주국이라고 할만한 일본과도 근접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해외 주짓수 체육관에 방문해서 대한민국에서 왔다고 이야기 하면, 먼저 관심을 가지고 한국의 주짓수에 대해서 물어보는것이 대부분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더이상 주짓수의 변방이 아니다. 

특히 한 달에 두 번, 어떨 때는 날짜마저 겹칠 정도로 대회가 자주 열리는 것은 한국 주짓수의 성장에 크게 기여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전에는 연례 행사처럼, 혹은 분기별 행사처럼 여겨지던 주짓수 대회와 비교했을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주짓수를 수련하게 되었는지를 증명하는 부분이다. 

대회가 자주 열리는 만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분들이 많다. 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또 대회의 운영을 위해 많은 분들이 노력한다. 잘 모르고 그냥 넘어갈 수 있겠지만 사실 대회의 운영에 있어서 가장 고생하시는 분들중 하나가 심판이다. 대부분 심판은 평소에는 체육관을 운영하시는 관장님들이거나, 오랫동안 매트 위에서 시간을 할애해 온 선수 내지 관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심판의 위치에서 경기를 진행해본적은 없지만, 절대 심판을 하고싶지 않다. 그러한 이유는 다름아닌 판정 결과에 따른 '비난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나 역시 선수로서 주짓수 룰에 대해서 공부를 많이 하고 있지만 심판의 관점에서 본다면 분명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오심의 여부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렇기에 IBJJF에서도 유도와 마찬가지로 3심제를 도입하고 있다. 한국의 대회는 3심제를 적용하는 케이스들도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은 한 매트에 한 명의 심판이 올라가며 때에 따라서 경기별로 심판의 휴식을 위해 교체하면서 경기를 진행한다. 하루에 몇 시간 이상 심판으로 오를 경우 정말 애매한 부분이나 너무나 빠르게 진행되는 엎치락 뒤치락의 상황에서 정확한 판단이 흐려질수 있는 여부도 분명히 발생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한국에서는 '심판을 심판하려는 사람' 들이 등장한다. 

판정에 대한 불만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내려진 결과에 대해 판정 번복은 있을 수 없겠지만 애매한 부분이 있다면 얼마든지 불만을 가질수 있다. 나 역시도 이해가 되지 않는 판정으로 점수를 뺏겨 진 적이 있고, 심판에게 항의하고 싶을만큼 불만을 가진적도 있다. 경기 끝나고 SNS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수 있도록 경기 영상을 올려서 함께 판정의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기도 한다.(저격을 말하는 것과는 별개이다) 심지어 'BJJ SCOUT'라는 곳은 아예 이러한 영상들만 모아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다. 댓글이 조금 과격할 때도 있지만, 어떨 때는 그런 과격함이 수긍이 갈 정도로 말도안되는 심판의 판정도 있다. 나는 이런 것이 더 공정한 주짓수 대회를 만드는데 도움을 주는 '순기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일부 지도자들의 선을 넘는 행동이다. 불만 표출이 몰지각한 행동과 결합하여 도를 넘는 언행들이 나온다. 심지어 신체적인 물리력 행사까지 나온다. 10년이 넘는 오랜 시간동안 대회에 참가하거나 동료의 응원을 위해 경기장을 다니며, 내가 실제로 들었던 이야기 중에는 욕설은 물론이거니와, "너 몇 살이야?", "너 어디 소속이야?", "너 운동 얼마나 했어?"와 같은, 그야말로 한국식 꼰대(아무리 생각해도 이 단어를 대체할 적절한 말이 생각나지가 않는다)스러운 발언들도 있었다.

아무리 판정에 불만이 있어도, 심판의 판정이 잘못되었다고 해도, 결국 판정은 심판이 내릴수 있는 고유의 권한이고 이는 뒤집기는 힘들다. 제자를 지도하는 관장님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보고있는 경기장에서 소리지르며 심판을 욕을하는 것이 옳은 행동일까? 판정도 경기의 일부임을 수긍하고, 제자를 더 나은 수련자로 만들기 위해 피드백을 해주는것이 진정한 지도자의 자세가 아닐까? 

불만도 있을수 있고, 경기 결과에 대한 이의제기나 토론도 얼마든지 있을수 있다. 하지만 심판을 '심판'해서는 안된다. 특히 싱글렉 엑스가드와 아킬레스 홀드와 같이 실격이 매우 자주 등장하는 자세에서는 상대가 먼저 돌았고 따라 돌아갔느니, 상대가 리핑으로 다리를 넣었느니 하는 부분은 전적으로 심판이 매트위에서 판단하는 것이다. 심판은 가장 가까이서 선수를 지켜보는 사람이고, 그러한 판정이 내려진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리고 내려진 판정은 절대적으로 되돌리기 어렵다.

앞으로도 판정이란 것은 주관적이기에 계속해서 불만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언제든지 수긍이 되지 않는 판정은 나올수 있다. 간단하다. 남은 것은 그걸 받아들이는 선수와 지도자의 자세일 뿐이다. 지난 근 10년간 대한민국의 주짓수가 광범위하게 퍼져나가 활성화 되고 있는 만큼, 심판을 존중하는 성숙한 마인드도(오심을 존중하라는 뜻이 아니다) 빠르게 자리잡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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