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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진공수도' 최배달의 아들 최광수, 그가 주짓수를 수련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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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진공수도' 최배달의 아들 최광수, 그가 주짓수를 수련하는 이유는?
  • 송광빈 기자
  • 승인 2019.12.16 1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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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광빈 기자
Ⓒ 송광빈 기자

[랭크5=송광빈 기자] #팩트체크

“집이 여기서 가까워요?”

내가 최광수(44, 존프랭클 김포) 씨를 만나 건넨 첫번째 질문이다. 

중학생 2학년, “바람의 파이터: 방학기 장편 실화소설”을 읽고 피 끓는 마음을 견디지 못하고, 나는 실전 최강의 무술이 바로 극진공수도라 확신하며 PC통신으로 그와 관련된 정보를 찾아다녔다. 얼마 되지 않아 상당히 놀라운 글을 하나 읽었다. 아마 나는 어디로 가야 극진공수도를 배울 수 있는지 검색했던 모양이다. 내가 읽은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극진공수도를 창시한 최영의 총재의 아들은 극진공수도를 안 하고 킥복싱을 배운다고 합니다. 아버지에게 운동 하고 싶다고 했더니, 집에서 가까운 도장이 제일 좋은 도장이라고 해서 집 앞에 있는 킥복싱 도장을 다닌대요.”

이 사실을 확인할 기회가 찾아왔다. 그렇다. 최광수 씨는 “바람의 파이터” 최영의 총재의 차남이다. 나는 그를 김포의 한 주짓수 도장에서 만나, 초면 댓바람에 이걸 묻고야 말았다. 내 질문의 의도를 몰랐던 그는 가깝다며, 차로 넉넉 잡아 10분 정도라 답해줬다. 물음의 숨은 뜻을 듣고 나서 내가 알고 싶어 했던 것을 확인해주었다.

“사실입니다. 빠지지 말고 성실하게 운동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신 말씀이었어요. 첫째형 하고 저는 집 앞에 있는 킥복싱 도장을 다녔어요.”

직장은 의정부지만, 자제의 교육 때문에 김포에 산다고 한다. 집에서 가까운 도장이 제일 좋은 도장이라는 것이 사실로 확인됐다.

#최배달아들

최광수 씨가 유명한 무술가의 아들이 아니라면, 기사의 소재가 되어 인터뷰할 일이 있었을까. 하지만 내가 “나”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아들”로 살아가라면 그것이 인생에 대한 올바른 예의일까. 무술가도 아니고, 평범한 직장인이며 생활체육으로 평범하게 주짓수를 수련하고 있는 그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까. 나의 두 번째 질문은 “위대한 아버지의 아들로 살아가는 게 힘들지 않은지”였다. 그는 멋쩍은 웃음부터 보여줬다. 

“굉장히 부담스럽죠.” 

내가 만난 본, 자수성가한 아버지를 둔 아들들은 대체로 주눅이 들어있다. 불혹을 넘겨서 가장이 된 사람들을 봐도 어딘가 그늘진 분위기가 있다. 최광수 씨는 자신도 “그중의 하나”라고 하지만 그의 얼굴 어디에서도 어두운 그늘은 찾을 수 없었다. 

“제가 먼저 누구의 아들이라고 말하고 다닌 적은 없어요. 그런데 어떻게들 알고, 여러 말씀을 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제가 그래서 동창들 모임이나 온라인에서 활동을 안 합니다.”

Ⓒ 송광빈 기자
Ⓒ 송광빈 기자

#기무라는아빠친구

아버지의 명예까지 어깨에 짊어지진 않더라도, 번창하는 아버지의 사업을 아들이 이어서 하려고 하지 않으면 또 주변의 구설에 오르기 마련이다. 나의 인생을 살고 싶어도, 왜 사서 고생하냐는 식이며 괴짜 취급받기도 한다. 또는 사춘기 소년 같은 반항처럼 볼 수도 있는 일이다. 

“아버지가 창시자인 극진공수도를 안 하고 주짓수를 하면… 예를 들면…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사실은 아이폰 쓴다더라… 같은 소문이 되어서…. 극진공수도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명예에도 누가 된다 이런 이야기도 나올 수 있지 않겠어요?” 

광수 씨는 극진공수도를 전혀 할 줄 모르는 자신을 보고 실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런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지리산에 사는 생면 부지의 사람이 찾아와서 왜 극진공수도를 배우지 않냐고 따라다니며 항의까지 했다고 한다. 하지만 광수 씨를 비롯한 삼 형제는 각자의 인생을 살고 있다. 

“아버지는 저희 형제에게 챔피언이 되라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어요. 오히려 교육에 관심이 더 많았죠. 그렇게 공부하면 의대에 못 간다던지 학업 성적 관리를 더 많이 하셨어요. 다만 적당한 운동을 하라고 했죠. 하루에 한 시간은 운동을 꼭 하라면서요.” 

“그리고 아버지가 기무라와 친구예요. (주: 기무라 록은 최영의 총재와 동시대를 살았던 유도가 기무라 마사히코의 이름에서 따왔다.) 아버지 역시 유도 유단자여서. 그래플링 종목의 강함을 알고 계셨어요. 가능하면 유술 같은 무술을 배워보라고 했습니다.”

Ⓒ 송광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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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운동을재미로한다

사실, 그를 주짓수의 세계로 이끈 건 아내였다고 한다. 자식의 교육 때문에 김포로 이사 와서 자신도 모르고 있었던 주짓수 도장을 아내가 먼저 알고, 거기에 가서 운동을 배우라고 권했다고 한다. 이제 수련을 시작한 지 햇수로 8년이 되었다. 주변에 다른 무술 도장도 많은데 주짓수를 택한 이유는 ‘나이와 건강’이었다.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투기 종목을 시작하려고 하니, 타격 계열은 부담이 가더라고요. 역시 부담 없이 시작하는 데에는 주짓수만 한 게 없었습니다.” 

나이 부담 없이 시작했다더니, 성인병 예방 차원에서 운동한다고도 하더니, 역시 주짓수가 재미있다고 한다. 주말에는 아들과 함께 주짓수를 한다. 밤에 운동한다고 늦게 들어와서 아내가 좋아한다고 너스레도 떤다. 그렇게 퇴근 후 일주일에 서너 번 이상 빼먹지 않고 도장에 나오다 보니 어느덧 브라운벨트로 승급했다. 승급 소감을 묻자, “미안하다”는 말부터 먼저 나왔다. 

운동을 재미로 하고, 건강하려고 하지만. 없지 않아 강해지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실력이 없어서 항상 진다고 여러 번 강조한다. 마음은 언제나 이기고 싶지만, 주짓수 시합에 나가면 언제나 져서 돌아오고 심지어 체육관에서는 흰띠에게도 탭을 친다. 비록 나보다 띠는 낮지만 실력이 좋은 친구들이 많이 있는데 먼저 승급하는 것이 미안하단다.

#사실은강해지고싶었던아들

체육관 한쪽 벽면에는 여느 주짓수 도장이 그렇듯 엘리오 그레이시의 사진이 걸려 있고, 종합격투기에서 활약한 엘리오의 아들들의 사진이 함께 있었다. 생각해보니 엘리오 그레이시와 최영의 총재는 비슷한 면모가 많다. 주짓수를 진지하게 수련하는 이들이 언제나 강조하는 것이 “증명" 아니던가. 증명을 강조하며 종종 최영의 총재의 말을 빌리기도 한다. 
‘실천이 없으면 증명할 수 없고, 증명이 없으면 신용받을 수 없고, 신용이 없으면 존경받을 수 없다.’ 

힉슨과 호이스의 활약으로 주짓수는 이미 증명을 마쳤지만, 그레이시 가문의 입증 강박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최광수 씨와 그레이시 패밀리 사진을 보며 이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물어봤다. 

“굉장히 부럽습니다. 내가 운동신경이 좋았어도… 아버지에게 좀 미안하기도 해요.” 

극진회관의 총재가 아닌, ‘아버지’ 최영의는 자식들이 학업에 열중해 의대에 진학하길 바랐다지만. 최광수 씨는 아버지가 그렇게 위대한 무도가인 줄 몰랐었다고 말했지만. 내심 강한 아버지가 존경스럽고 닮고 싶었던 모양이다. 실력이 없는데도 먼저 승급해서 팀 동료에게 미안하고, 열성으로 가르쳐 주지만 따라오지 못해서 사범님에게 미안하고, 엘리오 그레이시의 아들들처럼 강하지 못해서 아버지에게 미안하다. 자책을 심하게 하는 것 같아 괜히 다른 집이랑 비교했다 싶다. 

무엇보다 오늘은 승급식 날이다. 자신의 실력을 낮게 보는 것도 띠를 매어주는 스승에게 실례 아닌가. 최광수 씨에게 평범한 사람의 위대한 승리를 칭찬했다.

Ⓒ 송광빈 기자
Ⓒ 송광빈 기자

“직장인이 부상 없이 꾸준히 운동해서 주짓수 브라운벨트까지 매게 된 것만으로도 생활체육인으로 자랑스러워해도 됩니다. 승급을 축하드립니다.” 

‘바람의 파이터’ 최영의 총재의 아들이 아니라, 생활체육 주짓수 수련자 최광수를 취재하려고 했지만. 결국 그렇게 하지 못했다. 오랜만에 누군가와 아버지 이야기를 나눈 것이 마음에 와 닿았는지. 오늘따라 아버지가 보고 싶다고 했다. 위대한 아버지의 아들로 사는 게 부담스럽다고 말했지만, 아버지가 자랑스럽고 아버지처럼 강해지고 싶은 최광수 씨의 마음은. ‘아버지가 나의 영웅’인 세상의 모든 아들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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