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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칼럼] '종합격투기의 주짓수'와 '모던 주짓수의 주짓수'. 어떻게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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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칼럼] '종합격투기의 주짓수'와 '모던 주짓수의 주짓수'. 어떻게 다를까?
  • 정성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1.21 0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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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포지션에서 서브미션을 걸고 있는 ZFC 이민주 Ⓒ정성욱 기자
탑 포지션에서 서브미션을 걸고 있는 ZFC 이민주 Ⓒ정성욱 기자

[랭크5=정성훈 칼럼니스트] MMA를 풀어쓰면 Mixed Martial Arts, 즉 '종합격투기'이다. 종합격투기는 말 그대로 종합적으로 모든 무술을 수련하여 경기에 임하게 되는 무술이다. 스타일은 각자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3가지를 중점으로 수련을 한다. 주짓수, 레슬링, 타격. 도복과 노기, 레슬링과 케이지 레슬링, 그라운드에서의 타격과 서서 싸우는 타격으로 종류야 세분화 할 수 있겠지만, 그 어느 하나도 빼놓고는 종합격투기에서 균형감있는 싸움을 하기는 어렵다.

그래서인지 타격가라고 할지라도, 레슬러라고 할 지라도 주짓수가 강한 선수들이 많이 보인다. 다만 나는 종합격투기(혹은 실전)의 주짓수가 순수 주짓수와 세분화된 차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과거 종합격투기 선수 가운데 표도르를 생각해보자. 표도르는 위에서 언급한 안정감 있는 3개 분야의 균형을 갖춘 선수였다. 엄청나게 빠른 타격과, 유도가 베이스인 스탠딩, 그리고 삼보가 중심이 되었던 그라운드. 주짓수는 아니었지만 효도르는 특유의 폭발적인 움직임으로 주짓수 검은 띠인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의 가드를 완전히 부숴버리면서 프라이드 FC의 최강자로 군림했다.

나는 그렇다고 표도르가 주짓수와 그래플링에 특출난 장점을 가졌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보면 K-1 출신 타격가인 마크 헌트에게 이기긴 했지만 허무하게 깔려서 서브미션 캐치를 당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때를 생각해보면, 상대와 자신의 거리를 항상 띄워놓는 프레임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 브릿지와 같은 폭발적인 움직임으로 빠져나올 자신이 있을지라도, 그러한 위치에 스스로를 의도적으로 몰아갔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표도르는 10여년 가까운 시간동안 디테일한 주짓수의 움직임이 없이 최강자로 군림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종합격투기의 주짓수와 일반적으로 수련하는 주짓수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종합격투기 선수들의 주짓수는 아래 깔려있는 선수들을 하프가드에서 묶어놓고 파운딩으로 체력을 뺀 다음, 더 좋은 포지션인 마운트나 백 포지션으로 가서 공략을 하는 것이 대부분의 정석적인 흐름이다. 이 공식은 두 선수가 타격으로만 맞붙지 않는 이상 어느 경기에서든 적용되는 공식이며, 특히 탑 클래스 선수들 끼리의 싸움에서는 기량이 종이한장의 차이이기 때문에 하프가드 이상으로 넘어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스윕을 해 낸다면 좋겠지만, 레슬링과 주짓수의 경험이 필수인 종합격투기 선수들끼리 싸우는 상황에서 스윕을 하기란 쉽지 않다. 최근들어 UFC에서 레슬링이 아닌 순수 주짓수를 활용한 스윕을 보기가 힘들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종합격투기 선수들과 주짓수 스파링을 해보면, 하프가드의 상황에서 밑에서 받는 압박이 대부분 엄청나거나, 그 하프가드를 유지하려는 능력이 대단한 경우가 많다.

반면 순수 주짓수의 흐름은 계속해서 기술의 세분화를 거쳐 더 다양한 경기 양상을 띄어가고 있다. 물론 주짓수의 게임 역시 종합격투기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가장 기본적인 주짓수는 마찬가지로 점점 더 좋은 포지션으로 가서 서브미션을 받는 것이 목적이고, 과거의 많은 경기들이 그러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모던 주짓수'에 들어서, 특히 도복에서는 베림보로, 노기에서는 하체관절기 게임을 중심으로 더 디테일한 다양성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종합격투기가 점과 선, 면을 순차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싸움이라면 주짓수는 점에서 면, 면에서 선으로, 선에서 입체적인 도형으로 순서에 상관없이 만들어서 싸워 나가는 느낌으로 바뀌고 있다. 포지션을 스킵하고 바로 서브미션으로 향하는 하체싸움을 보면 최근의 주짓수는 많이 달라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마르셀로 가르시아는 힐훅으로 리코 로드리게스에 승리한 뒤 관객에게 야유를 듣고 물병까지 맞을 뻔 했다. 과거와 현재 종합격투기의 주짓수와 순수 주짓수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라이언 홀이나 아오키 신야와 같은 서브미션 위주의 주짓떼로-종합격투기 선수들에게 환호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보는 관점은 다를 수 있지만, 나의 눈에 주짓수는 다양하게 변해가고있다. 어느 음악가가 사람들이 모든 음악을 다 만들어 내면 더는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지 못한다고 슬퍼했다고 한다. 하지만 음악은 지금도 계속해서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내고, 새로운 곡이 탄생하고 있다. 주짓수의 기술과 체계역시 종합격투기와  '모던 주짓수'에서 각각 예상 가능한, 혹은 예상치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있다.

이후의 흐름은 과연 어떻게 될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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