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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칼럼] '주짓수 약물 파문', 나는 분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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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칼럼] '주짓수 약물 파문', 나는 분노한다.
  • 정성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2.11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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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크5=정성훈 칼럼] 얼마전 보디빌더 황철순씨는 이른바 '약밍아웃'을 했다.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것 처럼 황 씨가 약물을 한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서로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보디빌딩 업계에서 탑 클래스를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약'은 순리처럼 받아들여 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직접 고백한 말을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세계 프로 무대에서 인정을 받기 위해, 그 시점으로부터 비내츄럴의 세계로 결정했다. 목표에 따라 약물도 선택되고, 언제까지나 본인의 선택이다. 타인에게 피해, 사기를 치는 일이 아니면 문제 없다"

나는 황 씨가 운동인으로서야 넘사벽의 존재고, 존경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코 좋은 마음으로 황 씨를 바라본 적은 없었다. 이전 보디빌더의 '약투 사건'에서 있었던 많은 충돌들도 있었지만, 결정적으로는 약물을 했느냐, 안했느냐 부분에서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계속해서 논란을 일으키는 부분이 있었다. 이번 용기있는 고백으로 나는 황 씨에 대한 존경어린 마음이 조금은 생긴것 같다.

황철순 선수의 약밍아웃. 애매한 답변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든다.
황철순씨의 약밍아웃. 애매한 답변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든다.

주짓수나 종합격투기에서 '약'은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주짓수나 종합격투기는 상대방을 완전히 제압하는 상황을 만들어야 하는 격투 스포츠다. 관절을 직접적으로 꺾거나, 목을 졸라 기절시키고, 종합격투기는 심지어 실신할 때까지 타격을 가하는 스포츠다. 그야말로 인간이 무기 없이 최대한, 룰 안에 묶어서 상대방을 제압하는 스포츠가 주짓수, 종합격투기다.

이런 스포츠에서 약물을 한다는 것은 위험하다. '무슨 수를 써서든 상대방을 이겨야만 하겠다'라는 위험한 생각에서 나온 행위다. 고백을 하느냐, 안 하느냐의 여부는 상관없다. 약물을 한다는 행위 자체가 격투 스포츠에서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다. 상대방의 관절을 부수거나 기절할때까지 때리기 위해 약물을 한다는 것은, 이 스포츠에서 정직하게 운동하고 정점을 바라보며 묵묵히 훈련하는 선수들에게 크게 욕된 일이다. 

현재 칼럼을 작성하고 있는 시점에 2019년 문디알 챔피언인 카이난 두아르테가 약물로 인하여 챔피언을 박탈당했다는 소식이 전했졌다. USADA 측의 검사 결과에 대해 카이난 항소를 했다. 4년 출전 정지가 1년 정지로 감면됐다. 카이난 본인은 약물을 하지 않았고 항상 조심해서 보충제를 먹어왔지만 어쩌다 보니 걸린것같다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자신의 SNS에 적었다. 그리고 '가족, 친구, 코치, 스폰서와 팬들에게 사과하고 싶다' 라고 말했다.

필자는 이해 가지 않는 부분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첫째로, 문제가 되었다는 성분인 Ostarine(에노보삼-Enobosarm이라고 부르기도 함)은 FDA에서 허가조차 되지않은,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대체제이자 음지에서 남용되는 약이다. 보충제에서 걸릴만한 성분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둘째로, 그런 자신과 싸워준, 그리고 처참하게 자존심을 구기며 무너져간 호돌포, 레안드로와 같은 선수들에게 사과를 해야 했다. 본인이 설령 몰랐다고 한들, 본인과 싸운 수많은 선수들이 패배로 챔피언의 길목에서 무너졌고, 스파이더 챔피언십과 같은 대회에서도 본인이 우승상금을 차지하지 않았던가. 카이난은 ADCC 체급 우승, 문디알 우승 등 그야말로 주짓수의 정점을 찍었다. 심지어 P4P 랭킹 1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그런데 약물과 함께였다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리고 그로 인해 기회를 잃은 수많은 선수들의 기분은 어떨까.

 

 
 
 
 
 
 
 
 
 
 
 
 
 

After fully investigating my case, USADA agreed that my positive test was for trace amounts of the banned substance ostarine, and that it was not the result of intentional use. It is for that reason that USADA agreed to reduce my sanction from four years to one year. Before I was notified of my positive test, I did not even know what ostarine was. I have always taken special care to only use safe supplements; unfortunately, despite being careful, I was still exposed to trace amounts of ostarine in the months leading up to the World Championships. Even though this was an accident, I know that I am ultimately responsible for everything that goes into my body. I would like to apologize to my family, friends, coaches, sponsors and fans, and also thank them for their support during what has been a difficult time away from the sport. I continue to focus on training and staying in shape, and look forward to my return to IBJJF competition after this year’s World Championships.

Kaynan(@kaynanduarte)님의 공유 게시물님,

<카이난 두아르테의 포스팅>

사실 주짓수계는 더 이상 약물의 청정지역이 아니다. 수많은 선수들이 도핑검사에서 약물이 적발되어왔다. 브라울리오 에스티마, 가비 가르시아, 필리페 페냐, 파울로 미야오, 레오 노게이라 등, 굵직한 이름의 선수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고 아마도 '아직 안걸렸다'의 문제일 뿐이지 많은 선수들이 약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내 개인적인 추정이기에 이름을 밝힐수는 없지만 일부는 거의 확실한 선수들도 있다.

가령 나는 미국 명문도장에서 수련했던 모 선수를 거의 5년만에 다시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당시 그 선수는 나이도 어리기도 했지만 호리호리하다 싶은 수준의 마르고 긴 체형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만난 그 선수는 말도안되게 커진 몸으로 나타났다. '운동 열심히 했네' 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말도안되게 비대한 근육질이 되어 있어서 나는 속으로 '정말 다 시키는가 보다' 하는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약물 선수'와 싸워야 하는 비 약물 선수들은 무슨 죄란 말인가. 재능이 있는 선수가 명문팀에서 훈련하며 약물까지 한다면, 그야말로 반칙이다. 나는 분노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현상은 주짓수라는 운동 자체가 큰 대회에서 우승을 해야만 경제적인 힘을 얻을수 있는 경쟁의 스포츠인 이상, 바뀌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걱정되는 것은 선대의 노력을 통해 전성기가 온 한국의 주짓수계에 알게 모르게 이러한 흐름이 번지게 되지는 않을지. 심히 우려하지 않을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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