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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창 칼럼] 트랜스젠더, 종합격투기는 그들을 맞이 할 준비가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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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창 칼럼] 트랜스젠더, 종합격투기는 그들을 맞이 할 준비가 되었나
  • 성우창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2.12 0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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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마주해야 할 문제
[랭크5=성우창 칼럼니스트] 2013년 해외 종합격투기계에 작은 논란이 일었다. 한 여성 종합격투기 리그에서 촉발된 사건으로, 주인공은 팔론 폭스(44, 미국). 그녀는 어떤 경기에서 일방적인 구타 끝에 승리를 거머쥐었고, 상대방은 두개골 일부 골절 및 뇌진탕, 안와골절상을 얻게 되었다. 단순히 선수 간 실력 차이가 너무나 컸던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 사건이 논란을 일으킨 이유는 다름 아닌 팔론 폭스가 트랜스젠더이고 누가 보더라도 남성에 필적할 강력한 신체능력을 지녔다는 사실 때문이다.
 
정작 팔론 폭스는 이후 다른 여성 격투가에게 패했으며, 곧 은퇴를 선언해 논란은 가라앉았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현 시대, 스포츠계 범종목적 화두는 트랜스젠더의 여성 리그 참가 문제다. 정확히는 MTF, 즉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한 트랜스젠더의 논란이다.
 
 
그들의 현 주소
 
남자 역도 선수로 활약하다 후일 여자 역도선수 자격을 받은 로렐 하버드, 배구선수 티파니 아브레우, 단거리 육상 선수 테리 밀러 등이 모두 트랜스젠더 여성 리그 선수이며, 각 분야에서 압도적인 호성적을 거둬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티파니 아브레우와 같은 배구 리그에서 활약하는 한 선수는 말한다.
“아브레우를 존중한다. 그러나 여성 리그 참가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민감한 주제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혐오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인체 생리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입장도 대체로 이와 같다. 기본적으로 본인은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제3성, 이를 모두 포함한 성 소수자를 존중하는 편이다. 특히 MTF 트랜스젠더의 경우 그들의 내면이 여성이라는 점을 의심치 않으며, 여성으로서 우리 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을 찬성한다. 물론 당장 급진적인 변화는 무리일지 모르지만, 점차 우리 사회가 그들을 위한 인프라를 확보하거나, 최소한 사회적 논의를 거치며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신체활동 면에서 무작정 그들의 여성성을 존중하기란 어렵다. 현실적인 한계, 즉 인체 생리학적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성전환 수술 및 호르몬 치료 등 각종 시술을 받았다 하더라도, 태어난 후 인생 어느 시점까지 남성으로 살아온 이상 남성으로서 성장한 신체가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육체적 경쟁인 스포츠에서 기존 여성 리그 참가자들과 심각한 불공정을 낳게 된다. 서로를 공격하는 격투 스포츠 분야일수록 더욱더 그렇다. 비약해 설명하자면 기존 여성 선수들에 비해 트랜스젠더들은 이미 한껏 도핑으로 몸을 강화해놓은 상태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한편 IOC에서는
 
2004년 IOC는 트랜스젠더 선수들의 바뀐 성별을 인정하고 경쟁의 무대 참가를 허용한 ‘스톡홀름 선언’을 했으며, 재차 2016년 관련 규정을 개정해 트랜스젠더 선수들은 검사를 통해 남성 호르몬 수치가 일정 이하 수준으로 내려가야만 한다고 못박았다. 그리고 그해 겨울 곧장 상기한 역도선수 로렐 하버드의 기록 문제가 대두되었다. 여전히 IOC의 트랜스젠더 관련 규정이 여전히 경쟁의 공정성과 참가자의 인권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일었고,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물론 성전환 과정의 필수인 호르몬 대체 요법, 즉 남성호르몬 억제제와 여성호르몬 투여를 받을수록 근육이 줄어드는 등 남성성이 줄고 여성 신체적 변화가 나타난다. IOC의 현 방침도 그것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여성으로서 처음부터 각종 운동과 노력으로 몸을 단련해 무대에 오르는 기존 여성 선수들과 남성으로서 완성된 신체를 가진 후 뒤늦게 호르몬 대체 요법으로 여성화가 되는 것은 명백히 출발선이 다르다. 그렇다고 트랜스젠더들이 호르몬 시술을 받는 동안 각종 단련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한편 현재 격투기계에는 팔론 폭스 사태 이후 이렇다 할 트랜스젠더 관련 이슈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앞으로 미래에 새로운 논란이 대두되는 것은 시간문제며, 종합격투기를 바라보는 우리들은 이에 대비해야만 한다. 그들을 무시하든, 여성 리그에 밀어 넣든, 트랜스젠더를 위한 새로운 리그 창설을 논의하든 말이다.
 
 
마치며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 소수자의 인권 기준이라 불리는 욕야카르타 원칙(The Yogyakarta Principles)은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스포츠에 참여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이 SOGIESC와 무관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모든 이들이 합리적이고, 비례적이고, 자의적이지 않은 요건을 제외한 모든 제한에서 자유롭게 그들 스스로 정체화한 성별로서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보수적 사회 분위기로 트랜스젠더 논란이 다른 나라 이야기로만 느껴졌던 대한민국이지만, 올해만 들어 벌써 트랜스젠더의 여대 입학, 트랜스젠더 부사관의 전역 조치 논란을 마주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더욱더 많은 이슈가 대두될 것이며, 스포츠, 특히 격투 스포츠도 예외일 리 없다.
 
여러분들 개개인이 트랜스젠더 등 성 소수자를 혐오하느냐, 긍정하느냐는 각자 성향에 기인한 나름의 의견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결국 그들이 같은 국민이자 이웃, 한 울타리에 있는 사회구성원이 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트랜스젠더를 위한 스포츠 인프라 구성에 대한 논의가 발생할 것이며, 격투 스포츠 및 종합격투기 관계자도 이러한 고민과 논의의 시간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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