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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칼럼] '진도 폭력사건'을 바라보는 주짓수 수련자의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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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칼럼] '진도 폭력사건'을 바라보는 주짓수 수련자의 시각
  • 정성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2.25 0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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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폭력사건
진도 폭력사건

[랭크5= 정성훈 칼럼니스트] 과분하게도 주짓수 칼럼니스트를 맡아서 하고 있지만, 나는 동시에 주짓수를 소재로 한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다. 내가 다른 선수들처럼 이름을 날리는 수준의 실력을 가진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도 아니다. 그저 취미로 시작한 채널은 많은 분들의 사랑으로 커지고 커져 적지 않은 구독자를 갖게 됐다. 인스타, 페이스북을 통해 주짓수 관련된 질문을 받기도 한다. 정말 어렵거나 장황한 (특히 정말 밑도 끝도 없이 읽기조차 힘들 정도로 장황한 질문이 많다) 질문만 아니라면 항상 대답을 해준다. 

며칠 전 아침, 구독자 중 한 명이 인스타그램으로 페이스북 링크를 공유하며 해당 영상에 사용된 기술이 무엇인지를 물어봤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링크를 누르고 영상을 봤는데, 내용이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할 말을 잃어버렸다. 사건은 전라남도 진도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하는데, 어떤 청소년으로 보이는 사람이 나이 지긋한 취객을 마구 구타한 후 넘어진 상태에서 하체관절기를 거는 내용이었다. 

나는 구독자에게 차마 답변을 할 수가 없었다. 해당 영상이 너무나 아프게 내 마음을 후벼파왔다. 특히 다리가 꺾이면서 비명을 지르는 어르신의 모습에 나는 영상을 다 보지 못하고 띄엄띄엄 보다가 결국은 꺼버렸다. 도저히 끝까지 볼 수 없었다. 내 인생에서 봤던 영상 가운데 가장 끔찍한 영상이었다. 

<해당 사건 뉴스 영상>

이 영상을 보니 내가 화나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우선 취객이라지만 어른에게 해를 가한 것이 문제다.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애초에 취객을 가까이하지 않는다. 멀리 돌아가거나, 시비를 걸어오더라도 자리를 피한다. 그런데 동영상의 주인공은 이성적인 반응이 아닌, 먼저 시비를 걸었다는 이유로 본인보다 나이가 많은 어른을 정말 인정사정없이 때렸다. 그리고 다리를 꺾었다. 

다음으로 어딘지 모르게 어설픈 모습이 과연 배웠는지 모르겠지만-사실 차마 보지 못하겠더라-주짓수 기술인 힐훅으로 보이는 기술을 거는 점이다. 그 누가 이 영상을 보고 주짓수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겠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영상을 보고 주짓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될 것인지 걱정된다. 최근 키즈 주짓수, 여성 호신술을 위시로 한 주짓수가 활성화가 되고 있는데, 과연 이 영상을 보게 된다면 누가 주짓수를 하고 싶어질까.

마지막으로 카메라로 해당 영상을 찍었다는 점이다. 애초에 카메라로 이 영상을 찍는다는 건 목적이 정해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영상을 찍어 피해자를 조리돌림을 하기 위함이다. 이 영상은 페이스북 주소를 내게 공유했던 구독자 분과 마찬가지로, 수없이 공유되어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될 것이다. 특히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는 페이스북 이슈 채널들에게는 이런 영상은 좋은 먹잇감이다. 이 영상을 보는 피해자의 가족들 마음은 과연 어떨까. 비명을 지르는 가장을 본 아내분의, 아들, 딸의 마음은 과연 어떨까. 아무 관련이 없는 내가 봐도 찢어지듯이 마음이 아픈데 말이다.

주짓수를 오래 수련하면서 많은 관장님들과 알고 지내게 되었지만, 정말 극히 일부 도장을 제외하고 '장사가 잘 된다'라고 말하는 체육관을 본 적이 없다. 그런 체육관에게 회원 한 명 한 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매우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선 관장님들은 '사정이 어렵더라도 사람을 가려서 받아야 한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인성이 부족한 제자를 거둬서 사람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으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 관원 사이의 충돌, 이로 인해 엉망이 될 수 있는 분위기 등을 미리 방지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죄송하지만, 수업 인원이 다 찼습니다, 나중에 연락드릴 테니 번호를 남겨주고 가세요'와 같은 핑계를 대는 관장님들을 본 적도 있다. 나는 솔직히 '그러한 회원을 받는 것'이 체육관 경영을 위해서라도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마음이 완전히 바뀌었다.

개인적으로 이번 사건의 가해자는 누구의 가르침으로도 갱생할 여지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부디 정의와 법치가 이 사회에 살아있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엄정하게 법으로 다스려 사회와 완전히 격리시켜야만 한다. 가해자가 만에 하나 수감이 되었다가, 다시 사회에 나와 가정을 이뤄도 나이와 성별 등에 관계없이 또 폭력을 저지를 여지가 충분하다. 그 가해자가 가정을 꾸린다면 그 배우자에게, 그 자녀에게도 폭력을 행사할 것이라 생각한다. 남의 눈에 성급해 보일지라도, 비명을 지르는 아버지뻘의 사람의 다리를 꺾는 모습을 본 나는 그렇게 확신했다.

나는 진심으로 주짓수를 사랑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주짓수를 수련하며 건전한 스포츠가 주는 행복감과 성취감을 느끼기를 바란다. 그래서인지 이번 사건이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안 그럴게요" 와 같은 어린 철부지의 한낮 진심 없는 사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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