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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창 칼럼]진도 폭력사건 -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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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창 칼럼]진도 폭력사건 -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 성우창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2.27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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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힘을 가르치는 분들께
출처 - 영화 "스파이더 맨"(2002년 작)
출처 - 영화 "스파이더 맨"(2002년 작)

[랭크5=성우창 칼럼니스트]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미국 유명 코믹스 ‘스파이더맨‘의 명대사이자 시리즈를 관통하는 유명한 대사이다. 작년에 작고한 유명 마블 작가 스탠 리는 이 한 줄의 간단하면서 임팩트 있는 명언을 창조하여 만화라는 분야의 한계를 벗어나 우리 모두에게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왜 뜬금없이 만화 이야기를 하고 있냐면, 코로나 19 바이러스 이슈에 묻혀 그리 큰 반향을 일으키지 않았지만 그야말로 엽기적이라 할 수 있는 진도 폭력사건을 접하자마자 떠오른 생각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예비 고교생이 아버지뻘의 남성을 폭행한 사건이다. 그런데 폭행의 모든 장면이 담긴 영상을 보면, 단순한 주먹질이 아닌 교육받은 기술에 의한 정확한 그라운드 포지션 및 서브미션 기술이 등장하기에 더욱 큰 충격을 가져다준다. 가해 학생을 넘어뜨리고 상위포지션을 잡은 취객, 그에 맞서 클로즈가드 포지션 확보 후 트라이팟 스윕 시도, 이후 니바 및 토홀드 그립에 오래지 않아 취객은 고통을 호소하며 항복 의사를 표한다. 그러나 가해 학생은 ‘다리를 못 쓰게 만들어줄 것’이라며 위험한 서브미션 그립을 놓지 않는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 흥미롭게도 현대 법학에도 이와 비슷한 명제가 있다. 모든 권리에는 그에 상응하는 의무가 따른다는 점, 그리고 그 권리가 커질수록 그에 따르는 의무도 커진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보면 볼수록 다시금 코믹스의 명대사를 되새기게 하는데, 여지없이 휘둘렀던 큰 힘에 대한 대가로 그 어린 친구는 실제로 큰 책임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에 입건되었으며, 진도의 그 좁은 지역 사회에서 낙인이 찍힌 채 지워지지 않을 테고, 모든 신상이 털려 SNS를 통해 전국적으로 퍼지기까지 했다. 자기 친구가 찍은 폭행 영상을 업로드하고 시시덕거렸던 바로 그 SNS에서 말이다.
 
배우지 않은 단순한 주먹도 남을 향해서는 아니 되며, 하물며 지도자로부터 배운 격투 기술도 당연하다. 이미 문제의 학생은 격투기 경험자, 특히 주짓떼로라면 누구나 짐작했듯 모 주짓수 도장의 수련생으로 알려졌다.
 
출처 - 폭행영상 캡처
출처 - 폭행영상 캡처
큰 힘을 가르칠 땐 큰 책임도 가르쳐야

본 사건의 경우 비록 피해자의 행패가 있었다지만, 충분히 회피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회피 대신 격투 기술을 가미한 폭행을 가한 것은 분명 잘못된 선택이다. 이런 사고가 발생한 것은 누구의 잘못인가. 단순히 폭력을 휘두른 가해 학생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일까.
 
교육받은 전투기술은 곧 큰 힘이다. 나이를 떠나 한눈에 봐도 체급의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어렵지 않게 취객이 제압당하고 각종 서브미션 기술에 걸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 힘을 가르치며 힘을 제어하는 큰 책임이 부재했기에 본 사건이 일어났으니, 물론 그 가해자의 주변 올바른 인격 성장을 도와야 할 어른 모두의 잘못이겠지만, 그를 가르친 주짓수 스승이 책임을 느껴야 할 제일 첫 사람이 아닐까.

격투 무술을 가르치는 도장, 체육관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으레 이런 이야기가 들린다. 각종 커뮤니티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요즘 세상에 무슨 인성교육?
지도자가 꼰대질하기 위한 구실이 아니냐.
시대가 바뀌었으니 사제관계가 아니라 철저한 판매자와 구매자의 관계로 봐야 한다.
 
즉 기술의 전수만이 전부일 뿐, 정신적인 면에서의 수양과 지도를 부정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넷플릭스에 공개된 '카운터 펀치'라는 복싱 다큐멘터리를 보면, 미국의 문제아들을 상대로 경찰과 지역 복싱체육관이 나서 무료로 복싱을 지도하자 오히려 우범률이 낮아지고 문제아들이 복싱에 집중하며 스스로 성실한 사회구성원으로 거듭났다는 사례가 소개된다.

그들이 제대로 다룰 줄 몰랐던 자신의 폭력을 체육 지도자들이 올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준 것이다. 단순히 운동을 가르치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들의 일탈, 게으른 일상의 루틴 속에 꾸준한 운동이라는 규칙성을 삽입 부여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마찰이 일어났을 것이며, 지도자들은 때론 엄하게, 때론 자상하게 타이르며 차차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해나갔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겸허함, 성실, 인내를 몸으로 체득하게 된다. 지도자와의 관계를 성립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융화, 남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체득하게 된다. 우리가 인성교육, 지도수양이라고 부르는 것들이다. 저 복싱 다큐멘터리만이 아니라 이와 비슷한 미담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또 다른 관점에서 살펴보자면, 새삼 현시대에서 격투기, 무술을 배우는 의미는 어디까지나 호신술의 영역으로 회피 내지 도주조차 여의치 않은 위급한 상황에서 탈출을 위해 비로소 쓰여야 한다는 점이다.
 
상술한 것처럼 인격 수양이 무술로 얻는 덕목 중 하나임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 위기상황이라는 극한상황을 이겨내고 냉정함과 침착을 유지한 채 위기를 탈출할 정확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정신적인 극기가 요구되며, 기술을 몸에 체화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수련을 계속해야 하는 인내가 필요하다. 결국 무술이 호신술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현대인이 경시하는 정신적인 수양이 병행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저절로 습득해야 할 중요한 이치가 있다. 그 기술의 칼끝이 결코 무고한 상대방에게 향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이제는 단순히 운동을 지도하는 것을 떠나 이 필요 최소한의 인성과 철학을 각 지도자가 교육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우리 모두 깨닫게 되었다. 비록 장전되어 있지 않더라도 총 끝을 타인에게 돌리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시기, 각 무술 지도자들은 스스로 자신이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지, 싸움을 수련함에 있어 당연한 사실을 제자들에 전달하고 있는지, ‘주제넘게 간섭하지 마라.‘라는 말을 넘어서서라도 반드시 전달해야 하는 한 가지를 빠뜨리지는 않았는지 재고해봐야 하지 않을까.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라는 문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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