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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창 칼럼] 정당방위를 위한 격투 기술의 법적 허용범위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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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창 칼럼] 정당방위를 위한 격투 기술의 법적 허용범위에 대해
  • 성우창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4.23 0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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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크5=성우창 칼럼니스트] 주짓수, 복싱, MMA 등 그 어느 종목을 불문하고 격투 스포츠를 수련하는 사람의 여러 목적 중 하나는 바로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실전 상황에서의 호신이다. 먼저 공격하지 않음은 물론 공격당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신체에 들어오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할 수 있다면 위험의 근원을 제압하는 것이 엄연한 목적에 들어가 있다.

다만 이 격투 스포츠의 실전성, 호신성에 의문을 표하는 사람은 많다. 사실 격투기와 실전, 그리고 한국의 사회상에 대해 조금이라도 인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단순히 ‘호신’만을 목적으로 그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것이 상당히 가성비가 맞지 않는 일임을 알고 있다. 우선 대한민국이 비교적 치안력이 좋은 나라로써 스스로 시비에 응하지만 않는다면 주먹을 들어 올릴 상황을 충분히 피한 채 살아갈 수 있을뿐더러, 불가피한 상황에 부닥친다 해도 상대가 다수거나 위험한 물건을 손에 든 상태라면 맞서기보다 도주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또한 상대가 나와 마찬가지로 비무장인 상황일지라도 습득한 격투 기술을 이용해 맞서는 것은 그리 추천되지 않는다. 이유는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듯, 한국 형법상 정당방위의 인정 범위가 상당히 좁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호신에 있어 격투 기술이란 과연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일까. 정확히는 좀 더 좁은 범위로써 자신을 공격해오는 충분히 맞대응이 가능한 상황에 격투기를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은 어떤 것일까. 우리가 이 문제의 해답을 알려면 현행 법령과 재판부의 판결 경향상 정당방위의 정확한 인정 범위를 알아야 한다.

정당방위란
정당방위란 형법에 명시된 위법성 조각 사유 중 하나이다. 즉 여러분이 비록 폭행이나 상해 등 형법에 명시된 범죄를 저질렀다 할지라도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면 그 행위의 ‘위법성’이 사라지기 때문에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정당방위의 규정인 형법 제21조 1항을 찾아보면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않는다’라고 되어 있다. 또한 그 바로 2항에는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때에는 정황에 의하여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과잉방위로써, 간단히 말해 정당방위의 선을 넘을 경우 과잉방위로써 처벌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어떤 사건에서는 방위행위를 넘어 도저히 방위라 볼 수 없을 필요 이상의 폭력을 가해, 과잉방위조차 인정받지 못한 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다.

정당방위의 정확한 법적 요건을 세세하게 따지려면 지면이 지나치게 길어질 뿐 아니라 격투기 칼럼으로서의 성격을 상실하며, 시시콜콜한 법률용어의 나열은 독자들의 피곤함만을 증가시키기에 가급적 쉽게 설명해보고자 한다.

정당방위가 인정받을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법익침해의 현재성이다. 즉 상대가 가하는 부당한 법익침해에 대해 반드시 그 현재의 침해를 타개할 만큼만의 방위행위만 가능하며, 어떤 식으로든 침해행위가 그치는 순간 유형력의 행사 또한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사건1
여기에 대해 들 수 있는 가장 좋은 사례가 바로 2014년 있던 도둑 뇌사 사건이다. 어느 가정집에 침입한 도둑에 대해 집주인이 얼굴을 때려 쓰러뜨려 제압을 완료했음에도 불구하고, 집안의 집기를 이용해 무려 수십분간 폭행을 가해 뇌사상태에 빠뜨린 사건이다. 결국 도둑은 목숨을 잃고 말았는데, 당시에는 언론을 통해 짤막하게 ‘도둑을 때려 제압한 집주인에게 상해치사죄 유죄가 선고되었다’라고만 알려져 정당방위의 인정 범위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던 사건이다.

본사건 2심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해 첫 번째 폭행, 즉 최초 도둑을 발견하고 주먹으로 안면을 가격해 쓰러뜨려 제압한 행위에 대해서는 정당방위를 인정했다. 그러나 이내 아무런 저항 없이 도망가려고 한 도둑에 굳이 무기를 이용한 폭행을, 그것도 수십분간 가해한 것은 정당방위가 성립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즉 도둑의 법익침해행위에 비례하지 않고 지나치게 과도한 상해를 가했다는 것이다.

도둑이 곧 돌아와 집주인에게 위협이 될 행위를 할 수 있지 않겠느냐 반문할 수 있지만, 상기했듯 정당방위는 어디까지나 현재의 위난에 대해서만 방위할 수 있으며, 미래의 법익침해를 예견하고 그에 대한 추가적 방위를 행사하는 것은 인정되지 않는다.

사건 2
그렇다면 이번엔 정당방위가 인정되어 무죄를 선고받은 상황을 알아보자, 특히 이 사건은 우리가 격투 실력을 행사할 때 충분히 상정 가능한 ‘싸움’의 상황이다.

이 사건 피고인은 시비 거는 피해자의 어깨를 밀쳤는데, 피해자가 뒤로 넘어지며 불운하게도 머리를 보도블록에 부딪혀 사망케 한 사건으로 행위와 결과로만 봤을 때 폭행치사죄에 해당하며, 실제로 그 죄로 재판에 기소되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어깨를 밀쳤다는 폭행행위를 인정했으나, 애초에 피해자가 이유 없는 욕설과 근처에 있던 다른 사람에 대한 폭행행위를 제지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행하여진 것, 그것도 어깨를 미는 정도로 법익침해를 막는데 지나친 정도가 아닌 행위로써 정당방위로 인정되었다.

즉 피고인이 폭행으로 공격당한 후 1회 밀친 것은 싸움에서의 적극적 반격행위가 아니라 소극적 방어행위로 판단된 것으로, 그 목적 역시 동반인에 대한 폭행을 말리기 위해 한 것임을 고려해볼 때 재판부에서도 정당방위가 인정된 것이다.

결론
이 사건뿐만 아니라 싸움에서의 정당방위 성립 여부에 관한 약 20건의 유무죄 판례를 볼 때, 정당방위로 인정받는 것은 공통적으로 도구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물론 손으로 미는 정도의 행위였으며, 그 폭행의 정도가 매우 미약한 경우였다.

특히 정당방위로 인정되지 않은 사건들의 경우 비록 공격행위자로부터 싸움이 시작되었더라도 어떤 이유로든, 잠시라도 공격행위가 중단된 상태에서의 폭행이었다면 침해의 현재성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보아 정당방위가 부정되었다.

이러한 판결의 경향으로 볼 때 실제 싸움에서 적극적인 격투 기술의 사용을 바라는 것은 다분히 절망적으로 보인다. 상대의 공격행위가 없는 한 절대 공격을 가해서는 안 되며, 방위행위를 취할 때라 하더라도 펀치나 킥 같은 적극적인 타격 수단이 아니라 상대를 밀치는 정도의 유형력, 예를 들어 약하게 복부를 밀어내는 무에타이 딥 킥 정도만이 인정될 것이다. 물론 거리를 벌린 이후 경계를 취하더라도 추가로 2차적 공세를 가한다면 정당방위를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그래플링 기술에서는 상기 밀치는 행위와 함께 아예 적극적으로 거리를 지우고 상대의 타격력을 약화하는 주짓수의 클로즈가드포지션이나 입식 및 레슬링에서의 클린치를 생각해 볼 법하다. 다만 이 경우에도 유형력의 크기가 큰 태클 등 적극적인 테이크다운은 권장되기 어렵고, 그라운드에서도 니온 밸리 등 압박이 지나쳐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는 기술은 사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풀마운트 포지션이라면 되도록 상대의 움직임을 봉쇄하는 데에만 그칠 뿐 흉부 압박이 지나쳐 상대의 호흡을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러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실전 호신 상황에서의 정당방위 인정을 감안한 격투 기술이 가지는 가치는 상기한 기술들과 방어기술 정도가 전부인 것으로 판단되는데, 다만 경우에 따라 보다 적극적인 폭행이 정당방위로 인정될 수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해당 상황에 따른 본인의 유동적인 판단도 어느 정도 필요할 것이다.

이번 편에서 적극적으로 참고한 자료는 2019년 사법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한 ‘각국의 정당방위 판단기준과 국민의 법의식’이다.

마지막으로 본 칼럼은 어디까지나 변호사가 아닌 법학 전공자에 불과한 필자가 자료를 참고해 밝히는 짤막한 견해에 불과함을 명심하고 실제 상황이 벌어져 형사입건되었을 경우 적극적으로 변호사를 찾아 구체적인 법률 조력을 받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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