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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창 칼럼] 승패 판정 논란은 영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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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창 칼럼] 승패 판정 논란은 영원할 것이다
  • 성우창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5.21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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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화 할 수 없는 투기 종목의 근본적 특징
에드손 바르보자 vs 댄 이게 채점표
에드손 바르보자 vs 댄 이게 채점표

[랭크5=성우창 칼럼니스트] 최근 한국프로야구는 한 차례 논란에 휩싸였다. 전 세계 야구팬들이 시선을 모으고 있는 와중에 상당한 경기에서 심판들이 갖은 추태를 일으켜 상당수가 징계적 조치로 2군 강등된 것이다. 이를 보면 프로 스포츠에서 종목을 초월해 심판이 가지는 문제는 공통된 것 같다. 축구도 그렇고, 농구도 그렇고, 배구도 그렇고, 예외는 없다. 종합격투기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종합격투기 단체 UFC에서도 최근 심판, 정확히는 판정승 여부를 가리는 저지(judge)에 의한 판정 논란이 나왔다. UFN 176에서 무려 세 경기나 판정 논란이 나왔는데, 송야동 vs 말론 베라, 에드손 바르보자 vs 댄 이게, 클라우디아 가델라 vs 안젤라 힐의 경기가 그것이다.

각각 송야동, 댄 이게, 가델라에게 승리가 선언되었으나, 경기를 지켜본 많은 관계자, 팬들은 저지들의 판정을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국내 UFC 해설자로 이름 높은 이교덕 격투기 전문 기자 역시 본 대회가 일관적이지 않은 저지의 채점 기준이 대회 질을 떨어뜨렸다며 박한 평점을 매겼을 정도였다.

상기 프로야구의 사례처럼, 사실 이러한 종합격투기에서의 판정 논란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적지 않은 유명 선수들도 한 번 이상씩은 판정 논란 한가운데에 선 적이 있을 정도다. 아예 대회마다 크고 작은 판정 논란이 발생하지 않으면 위화감이 들기도 한다. 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 역시 커리어 초기 글레이슨 티바우 전에 대한 판정 논란이 존재한다.

우리는 과연 어떻게 해야 앞으로 이 보기 싫은 판정 논란을 마주하지 않을 수 있을까. 비단 팬 개인의 경험적 문제만이 아니라 선수 개인의 커리어가 달린 문제이기도 하다. 게다가 근본적으로 페어플레이에 기반한 스포츠인 종합격투기 종목에 있어 오심에 의한 판정 논란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고의에 의한 편파판정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승부조작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임은 분명해보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판정 논란이 뿌리 뽑히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여타 구기 종목처럼 ‘이렇게 하면 1점, 저렇게 하면 2점’하는 식의 딱 잘린 승패 기준이 종합격투기 종목이 가진 근본적 한계로 도입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시 야구를 예로 들자면 이 종목은 명백한 룰에 의해 점수를 많이 낸 팀이 승리를 가진다. 좀 더 미시적인 관점으로 보자면, 안타를 친 타자가 1루 베이스로 달려갔을 때 거의 동시에 1루수가 송구를 받았을 경우 비록 심판이 오심하더라도 VAR 판독 등을 통해 판정을 바로잡는 일이 가능하다.

그러나 격투 종목은 그게 되지 않는다. 아예 속 시원히 KO나 서브미션 승이 나타날 경우 상관없겠지만, 판정으로 넘어갔을 때는 ‘10포인트 머스트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는 이상 3인의 저지가 라운드마다 자신이 느낀 대로 채점해 판정을 부여할 수밖에 없다. 최대한 객관적이려 노력하겠지만, 근본적으로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UFC 자체적으로 타격 횟수, 유효타 횟수, 테이크다운 및 컨트롤 시간 등을 스탯으로 체크하지만, 옥타곤 내의 상황이 이 절대적인 ‘수치’에 의해 승패가 판가름 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수치로 표현되지 않는 노련한 운영, 공격적인 태도가 존재할 수 있으며, 또 전체적인 수치가 높을지 몰라도 라운드 당 상황은 판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10포인트 머스트 시스템’ 외 보다 획기적인 판정 방법이 나오지 않는 한은 오늘날과 같은 판정 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게다가 종합격투기 대회 현장을 직접 찾아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현장에서 느껴지는 실제 시합의 분위기와 화면 구도는 또 달라서 관중이 느끼는 바와 저지가 느끼는 판단에 괴리가 생길 수 있다.

끊임없는 자성과 자정을 통해 저지들이 객관적이고 투명한 판정 기준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지만, 어쩌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외부적인 수단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일례로 대회사 측에서 경기 양상을 심사해 사후 선수 대우나 매치메이킹에 어드밴티지를 주는 것도 이 불합리한 판정 논란을 불식시키는 보완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UFC의 데이나 화이트 대표가 그러한데, 판정 논란이 있더라도 저지의 독립성 자체는 보장하는 한편 억울하게 패한 선수에게 패자 취급을 하지 않고 유연하게 대우를 계속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비록 이미 생긴 패배의 흉터는 어찌할 수 없지만 적어도 불합리하게 잃을 뻔한 앞으로의 커리어는 지킬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번 UFN176을 직접 관람한 데이나 화이트 대표 역시 논란이 된 몇몇 경기에 대해 코멘트를 했다. 의외로 판정이 잘못되었다고 말한 것은 바르보자 전 하나로, 말론 베라 전은 미처 보지 못했으며 안젤라 홀의 경기는 옳은 판정이라는 말을 남겼다.

사실 실제 경기 내용을 보더라도, 사후 공개되었던 채점표를 봐도 명백한 일방의 우세가 보이지 않은 만큼 승패가 갈리는 결정적인 공격을 성공시킬 수 있도록 선수 본인들이 더 노력해야 하는 부분도 존재한다. 있으나 마나 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수치화 할 수 있는 승패 요소가 없어 사람에 의한 판정시스템을 도입한 종목 특성상 선수뿐 아니라 팬들 역시 이 점을 감안하고 대회를 감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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