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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칼럼] 주짓수 '보라 띠'의 의미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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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칼럼] 주짓수 '보라 띠'의 의미에 관하여
  • 정성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7.14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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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k Performance Jiu Jitsu

[랭크5=정성훈 칼럼] 종합격투기를 그만두고 정통 브라질리언 주짓수를 시작하게 되면서 처음 본 사범님의 띠는 보라 띠였다. 당시만 해도 색깔이 들어간 띠라고는 태권도에서 본 게 전부였던 나는, 올이 거의 다 풀려서 색이 바래있는 사범님의 띠를 보면서 단번에 주짓수의 유색 띠는 결코 가벼운 의미가 아닌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 처음 본 그 바래진 보라색을 동경해서였는지, 처음으로 내가 갖게 된 목표는 주짓수 보라 띠였다.

다른 주짓수 수련자들에게도 보라 띠는 단기적인, 지금 돌아보면 소박한 첫 목표가 될만한 이정표다. 그러나 나의 관점에서 지금까지 수련을 해오면서 보라 띠의 이면에는 어떠한 역할이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는 단순히 본 것뿐만이 아니라, 지금은 꽤 시간이 흘렀지만 내가 보라 띠를 매고 있었던 시기에 경험을 한 부분이기도 하다.

첫째로, 보라 띠는 처음으로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는 관점에 서는 위치다. 대부분의 체육관이 개관을 할 때 관장님들은 흔히 보라 띠 이상이다. 이는 띠의 높이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보라 띠라는 위치에 대해서 주짓수 수련자들이 생각하고 있는 암묵적인, 약속된 위치라고 생각한다. 흰 띠와 파란 띠의 경험은 결코 가볍지 않다. 다른 운동과 달리 주짓수의 띠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스파링을 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아가야 한다. 이를 통해 대부분의 보라 띠들은 수천 번에 달하는 모의전을 통해 본인의 스타일과 주짓수의 해답을 찾아간다. 그렇기에 흰 띠와 파란 띠들은 관장님께 질문하기 어렵다고 생각이 되면 주로 같은 체육관 내의 보라 띠를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좌측 첫 번째가 정성훈 칼럼 Ⓒ정성훈 칼럼 제공
좌측 첫 번째가 정성훈 칼럼 Ⓒ정성훈 칼럼 제공

둘째로, 보라 띠 자신은 나비가 번데기를 벗고 날개를 처음으로 펴는 시기이다. 기술적인 측면과 수련 자세의 성숙기다. 나 자신의 경험을 빗대어 보자면, 나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보라 띠를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매고 수련을 하게 됐다. 그러나 그 시기 동안 정말 '꽉 채워' 수련했다는 말이 딱 알맞을 만큼 열심히 수련을 했던 것 같다. 많은 사람들과 스파링을 거치고 다양한 분들에게 가르침을 받으면서 내가 쓰는 기술의 주무기가 변화하기도 했고, 욕심을 내서 연차를 쓰고 평일에도 선수부에 참여해서 운동을 하기도 했다. 내 실력이 가장 많이 늘었던 시기이기도 했고, 내가 가장 주짓수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은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시기는 내가 주짓수를 더 깊이 있고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다.

마지막으로, 보라 띠는 검은 띠로 가게 되는 출발선에 서게 되는 시기이다. 많은 수련자들이 흰 띠나 파란 띠 시기에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주짓수를 그만둔다. 학업, 가정, 부상, 다양한 이유에서 수련의 멈춤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시기를 넘긴 보라 띠들은 특별한 예외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거의 검은 띠까지 수련을 지속하게 된다. 흰 띠에서 출발선도 중요하지만, 일종의 스퍼트를 올려야 하는 출발선이기도 하다.

지나가고 보면 주마등이지만, 보라 띠 시기는 내게 참으로 중요한 때였다. 나뿐만이 아닌 모든 주짓수 수련자들에게도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모든 초심자들이 첫 스퍼트 출발선에 도달할 수 있기를, 그리고 모든 수련자들이 주짓수의 즐거움을 느끼며 검은 띠를 넘어 평생 수련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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