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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이브에도 한숨만 쉬는 실내체육 격투스포츠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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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이브에도 한숨만 쉬는 실내체육 격투스포츠인들
  • 정성욱 기자
  • 승인 2020.12.24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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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필라테스 운영자들이 진행한 국회앞 시위에 참여한 박상준 관장(가운데)
헬스, 필라테스 운영자들이 진행한 국회앞 시위에 참여한 박상준 관장(가운데) ⓒ본인 제공

[랭크5=정성욱 기자]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다. 거리엔 성탄절 트리와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여야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매우 잠잠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됐다. 행복해야 하는 크리스마스이지만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이들이 있다. 실내체육 격투기 체육관을 운영하는 관장들이다. 

올해 초 코로나19로 인해 운영이 점차 힘들어진 실내체육 격투기 체육관은 신천지 사태, 8월 광화문 사태, 이태원 사태, 10월 핼러윈 확진자 증가 등의 일을 겪으며 점차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게 됐다. 이들은 택배, 막일, 혹은 대출 등으로 버티며 체육관을 이어오려 안간힘을 써왔다.

인천에서 주짓수 체육관을 운영하는 박상준(부평 주짓수 아카데미) 관장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랭크5와의 인터뷰에서 그간 참아왔던 불만을 여지없이 터뜨렸다. 정부의 잘못된 핀셋 정책,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협회, 그리고 영향력 있는 이들의 무관심에 지쳐버렸다고 이야기한다. 

이하 인터뷰 전문

댓글에서 분노가 느껴졌다. 지금 심정이 어떤지?*
나는 체육관을 오픈한지 2년 3개월밖에 안됐다. 27개월이다. 이 기간 가운데 10달을 코로나19와 함께했다. 코로나19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퍼진 게 2월 이후니까. 그때부터 어려웠다. 처음에는 자발적으로 체육관을 닫기도 했다. 관원을 생각하고 가족을 생각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다. 그 후에 신천지 사건이 일어나고 국가에서 지침이 내려와 다시 문을 닫았다. 이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고 다시 체육관을 열었는데 기존에 있던 관원의 30%만 다시 체육관을 찾아왔다. 

* 박상준 관장이 기자의 SNS에 댓글을 달면서 이 인터뷰가 진행됐다.

30%만 말인가?
코로나19가 걱정되는 이들도 있었고 체육관을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나오기 싫어진 이들도 있었을 것이고. 무엇보다 3~4월은 신학기여서 학생들은 학업으로 체육관에 잘 나오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었지만 방역지침 지켜가며 열심히 운영했다. 근데 8월 광화문 사태가 일어났고 다시 문을 닫게 됐다. 사실은 여름휴가 이후에 운동하는 사람들이 늘어 관원 회복을 기대했지만 광화문 사태가 일어난 거다. 힘들어도 근근이 끌고 왔는데 그 광화문 사태 이후로는 (관원이) 복구되지 않는다.

관원이 다시 복구되지 않는 이유가 있나?
코로나19가 수도권 위주로 확산되다 보니 그런 듯하다. 내가 운영하는 체육관이 수도권인 인천에 위치해있고 주짓수가 밀접 접촉 운동이다 보니 꺼리는 듯하다. 근데 그런 사람들의 SNS를 보면 놀러 다니거나 술 먹으러 다니는 모습이 많이 나오더라. SNS가 자신을 잘 살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도구라서 그런 거라고 하지만... 원래 체육관 관원이 60명이었는데 지금은 등록 인원만 15명이다.

등록만 15명이면....
사실상 10명 정도 나와서 운동하는 정도였다.

체육관 운영비도 건질 수 없는 상황 아닌지.
맞다. 가족에게도 미안하고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에게도 미안하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댓글에서 이야기했던 분노 포인트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면?
우선 방역 수칙 제대로 지키고 있고 철저하게 회원제로 운영하는 실내체육은 핀셋 정책으로 들여다보고 규제하고 있다. 근데 오히려 규제를 해야 할 곳을 안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내가 운영하는 체육관은 번화가다. 체육관을 오고 가다 보면 여전히 술집은 잘 운영되고 있다.(5인 이상 모임 금지 지침 이전) 일반 식당들까지는 사람들이 밥을 먹어야 하니 뭐라 할 수 없다. 2.5단계 내려진 이후 오후 9시 전에 체육관 문을 닫고 나오면 술집에서 많은 사람들이 취해서 나온다. 

그뿐만 아니다. 오후 9시 이후 영업 금지 지침이 내린 이후 5~6시에 열었던 술집들이 낮부터 영업을 시작한다. 사람들은 그걸 어떻게 알고 낮부터 술을 먹는 사람들도 있더라. 그런 것을 보면서.... (한숨) 최근 코로나19는 특정 업종의 문제가 아닌 불특정 다수라는 요건으로 감염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면 그에 맞춰 규제 또한 바꿔야 하는데 전과 같은 정책으로 밀고 나가고 있다. 이러다 보니 사람들이 서로 편을 가르기 시작했다. 이게 너무 싫다.
  
두 번째는 단체에 대한 불신이다. 내가 운영하는 체육관인 주짓수도 종목을 대표하는 단체가 있다. 근데 그들이 활동하는 것을 볼 수 없었다. 그저 코로나19가 잠시 잠잠했을 때 대회를 열어 자기들의 홍보만 했다. 정부에서 내리는 지침에 대해 단체는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이 정말 불만이다. 그들은 처음 주짓수인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자신들이 뭉쳤다고 이야기했다. 근데 지금은 권익 보호에 대한 관심이 없어 보인다. 자신들이 모든 것을 가져가야 지킬 수 있다고 이야기했지만 그저 대회만 열고 체육관 가맹에만 신경 썼다. 나와 같은 신생 체육관의 경우엔 가맹비가 비싸서 가입도 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주짓수 유튜버, 인플루언서 분들, 정말 서운하다. 다들 주짓수 체육관 관장이거나 선수일 텐데지금 어려운 시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나는 지난주 다른 운동 단체-헬스, 필라테스 등의 종목이 주축이 되어 진행하는 시위에 참여했다. 갔다가 더 열이 받았다. 주짓수 하는 분들은 아무런 관심이 없더라. 학원연합회는 이미 국가를 상대로 두 번이나 소송을 진행했다고 하더라. 헬스, 필라테스 하는 분들은 기자들을 모으기도 하고 자신들의 SNS를 통해 여러 이야기를 하는데 주짓수 하시는 분들은 여전히.... 개인 피드에 그냥 힘들다고만 하시니. 아쉽다.

3가지를 이야기했다. 하나하나 집어보며 다시 이야기해보겠다. 현재 정부에서 진행하는 핀셋 정책에 대해 불만이 많은 관장님들이 많더라. 실내 체육 종목은 앞서 이야기했던 회원제, 방역정책을 잘 지키는 곳도 없다고 말하는 관장님들이 많다.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술집, 스키장에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보면서 분통 터뜨리는 분들이 많더라.
근데 이렇게 목소리를 내면 식당, 술집 등을 하시는 분들께선 “같이 죽자는 거냐”라고 이야기를 하신다. 결국 국민들 사이에 편이 갈라지고 있다. 

따로 바라는 점은 없나?
바라는 점을 이야기할 시기는 이미 넘어갔다. 이렇게까지 되기 전에 정부는 원인을 잘 파악해야 했다. 왜 스키장 같은 것을 생각하지 않았나? 야외 스포츠라고 해서 괜찮다? 그러면 8월 광화문 시위에서 말했던 “야외에선 코로나19 감염 안 된다”라는 말과 뭐가 다른가? 이렇게 회원제로 운영하는 실내체육만 때려잡고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곳은 그냥 놔두고 있지 않은가? 그래도 우리 실내체육 하는 사람들은 “그래도 어떻게 하냐. 존버해야지.”하고 시내로 나가면 패스트푸트점에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두 번째로 협회 이야기를 했다. 협회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점이 화가 난다고 이야기했다.
대신해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나와 같은 비가맹 체육관 “네가 뭔데?”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가맹 체육관 관장님들의 생각도 나와 비슷하거나 같다. 내가 이 단체에 가입을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야 할 정도로 열심히 활동해야 하지 않나? 나도 주짓수 체육관을 하고 있기에 언젠가는 가맹을 할 것이다. 가입을 안 했다고 해서 신경을 끄고 싶지 않다. 단체가 잘 되면 좋은 것 아닌가?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모습이 언짢다. 

대한킥복싱협회의 경우엔 정부의 핀셋 정책이 잘못됐다는 기사를 낸 적이 있다.
뭐가 되었던 조금이라도 이야기를 해줬으면 좋겠다. 주짓수라는 운동이 비인기 종목이다. 일반인들은 이 종목에 단체가 있는 줄도 모른다. 이럴 때 더 나서야 단체 이미지 홍보에 더 도움이 될 텐데 왜 가만히 있느냐는 거다.

사실상 한국에서 격투 스포츠/실내체육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정치인이 없어 보인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살펴보면 대변할 만한 정치인이 보이지 않더라.
사실상 없다. 비인기 종목인데 누가 하겠나? 태권도라고 한다면 너도 나도 가서 포토라인에 서고 싶겠지만. 힘이 없는 거다. 힘이 없다고 해서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닌데....

격투스포츠를 모두 묶으면 적지 않은 수련인구가 있지 않을까?
맞다. 복싱, 킥복싱, 무에타이, 종합격투기, 주짓수.... 다 들어간다면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이런 종목을 대변할만 정치인이 갑자기 나타날 수도 없는 거다. 여러 단체가 목소리를 내서 하나로 모아야 하지 않을까? 거듭 이야기하지만 실내체육뿐만 아니라 현재 피해를 보고 있는 업종은 목소리를 내냐 안 내냐에 따라 차이가 크다고 생각한다.

동감이다. 나의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인터뷰를 해서 도움을 주려고 해도 선뜻 나서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다들 꺼려 할 것이다. 나는 내가 소속 네트워크와 이야기를 먼저 한 후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작은 불씨가 되어서 주짓수, 나아가서 여러워하는 실내체육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유튜버, 인플루언서에 대해서도 불만을 이야기했다.
유튜브 잘 되면 좋다. 여러 가지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도 지금 어려운 상황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아마도 조회 수가 올라가지 않으니까 하지 않은 것 같다. 왜냐면 유튜브라는 것이 어그로가 끌려야 조회수가 올라간다. 그게 아닌 지금 어려워하는 실내체육을 위한 이야기도 해줬으면 좋겠다. 지금 벼랑 끝까지 몰렸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면 안 될까. 다들 선수, 관장, 코치일 텐데. 
  
한마디 더 하자면, 마스크 쓰지 않고 촬영하는 것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언제 촬영했는지 모르겠지만 집합 금지가 시작된 지 오래됐다. 근데 마스크를 하지 않은 채 방송을 하는 것은 참 위험하다. 이번에 동부 구치소에서 확진된 것을 봐라. 184명 죄수들 가운데 거의 다가 경증에 무증상자였다. 누가 무증상으로 다닐지 모르는 거다. 그 와중에 마스크도 안 끼고 촬영한다는 건 위험하다. 불필요한 행동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들 말로만 어렵다, 위험하다, 힘들다고만 말하고 사실은 행동은 보여주지 않는 것 같다.

결국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어려운 현 상황에 대해 이야기해 줬으면 하는 것이다.
근데, 다들 그런 것에 관심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조두순 출소와 관계된 이야기를 더 많이 하더라. 한동안 그런 내용 많이 올라오던데. 
  
지금 어려운 상황에서 지원을 받는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나? 국민으로서 세금을 낸 납세자로서 지금같이 어려울 때 지원을 받는 것이 맞다. 세금이 국가 운영뿐만 아니라 국민이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써야 하는 것 아닌가?
(한숨) 아, 그런 것은 있다.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료에 대한 감면을 해줬으면 좋겠다. 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조금 유예해달라는 거다. 나라에서 문 닫으라고 했던 업종의 정보를 국세청에서 가져가면서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료에 대해선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몇 번 지원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어려운 부분도 핀셋 정책으로 했으면 하는 마음인 듯.
지금 월세를 못 내는 것도 힘든데 건강보험, 국민연금도 내야 한다. 이 때문에 대출받은 관장님들도 많다. 그러다 보니 폐업도 못한다. 받은 대출이 사업자 대출이라 폐업을 하면 바로 상환을 해야 한다.

폐업할 수밖에 없는 관장님들에게도 유예기간을 달라는 것인지. 안 갚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니까.
물론이다. 왜 시간이 똑같이 안 가는 건지 모르겠다. 처음에 코로나19가 터지고 나서 신용이 좋은 관장님들에겐 신용 대출을 해줬다. 아무리 이자가 낮고 상환 기간이 길다고 해도 결국엔 빚이다. 이렇게 잘 버티다가 나아지면 다들 갚을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근데 8월 광화문 사태 이후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문 닫고 싶어 하는 분들이 늘었다. 하지만 대출 때문에 대부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뭐랄까, 당장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하나로 이야기하기 어렵다. 그래서 나도 뭘 바라야 하는지 이야기하기도 어렵다. 뉴스에서 3차 지원금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임대료가 포함된다고 이야기는 나오는데 그거 한 달 지원한다고 뭐가 해결될까? 3분기에 대출이 9조 이상 늘었다고 하더라. 그거 대부분 자영업자인데 그들에게 한번 임대료 지원한다고 해결될까? 그 빚은 어떻게 할까? 우리가 원해서 빚진 것도 아닌데. 이렇게 어려운데 아무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어떤 해결책을 바라고 인터뷰를 원했던 것이 아닌 듯하다.
나도 내가 신의 묘수를 이야기하고 싶어서 인터뷰를 한 것은 아니다. 

그간 실내체육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해 줄 분을 찾고 있었다. 인터뷰에 응해주어서 감사하다.
너무 화만 가득히 이야기한 것 아닌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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