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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칼럼] 나의 블랙 벨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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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칼럼] 나의 블랙 벨트 이야기
  • 정성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7.16 0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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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지만 되돌아보니 더 길었던, 나의 주짓수 이야기
7월 14일, 블랙 벨트를 받는 필자

[랭크파이브=정성훈 칼럼니스트] 항상 이 순간을 꿈꿔왔던것 같다. 내 허리에 감긴 블랙 벨트. 흰 띠에 처음 그랄을 감던 그때는 보이지도 않던 블랙 벨트를, 마침내 허리에 감았다. 처음 종합격투기(MMA)를 시작한지 16년, 브라질리안 주짓수(BJJ)를 시작한지 14년만의 일이다. 학생때 처음 주짓수를 시작했지만, 8년차 직장인이 된 지금까지 나는 주짓수를 한번도 놓은적이 없다. 그만큼 주짓수를 사랑하고 열심히 노력해 온 것 같다. 이번 글에서는 나의 주짓수 블랙 벨트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수능이 끝나고, '효도로 vs 크로캅'의 열기가 아직도 식지 않았을 무렵. 나는 프라이드 FC에서 미르코 크로캅을 암바로 잡아내는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의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 바로 나는 인터넷을 검색해 선릉에 어느 종합격투류 가라데 도장을 찾았다. 진무관 가라데. 오쿠다 마사카츠 사범님과 당시 스피릿MC 사총사으로 이름을 날리던 최영 코치. 이 두 분은 나의 긴 여정에 있어서 첫 스승님들이었다. 타격도, 주짓수도 너무나 재미있었다. 그러던 중 학교 유도 동아리에서 만난 어느 선배님의 소개로 처음 BJJ에 발을 담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자연스럽게 MMA에서 주짓수로 나의 취미를 옮겨갔다. 2008년 압구정 존 프랭클은 그렇게 나의 첫번째 주짓수 도장이 되었다. 

2006년. 저때는 왜 저런머리가 유행했을까...
2006년. 진무관 시절. 그때는 왜 저런 머리가 유행했을까...

제대하고 돌아가려고 생각했던 진무관은 문을 닫았다. 압구정에 계시던 나의 사범님은 팀을 독립해 나오셨다. 자연스럽게 같이 운동하던 형, 동생들과 함께 팀을 옮기게 되었고, 나는 2011년 교환학생으로 나가기 전 파란 띠를 받게되었다. 교환학생으로 우크라이나에 나가 현지에서도 시합에 출전했다. 타지의 외로움을 주짓수로 달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때 당시 그레이시 바하 키예프(현재 ZR 키예프)는 나의 기본기를 철저하게 닦았던 도장으로 기억하고있다. 

노기 우크라이나에 참가했던 필자의 모습
노기 우크라이나에 참가했던 필자의 모습

2012년 우크라이나에서 귀국하고, 2013년 나는 카자흐스탄에 반년간 해외인턴으로 출국했다. 현지에서 나갔던 어느 시합에서 만난 친구와의 인연으로, 나는 BARS ALMATY (현재 Checkmat Almaty)에서 운동을 하게 됐다. 당시 알마티에는 파란 띠가 다섯 명 밖에 없던 시기로, 내 실력과 관계없이 파란 띠라는 이유로 대접을 받으면서 운동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내가 뭐라고) 나랑 스파링을 해보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기도 하는 어색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카자흐스탄에서 운동 후 사진. 아직도 연락하고 지내는 친구들이 있다.
카자흐스탄에서 운동 후 사진. 아직도 연락하고 지내는 친구들이 있다.

그렇게 2013년 여름 카자흐스탄에서의 추억을 뒤로하고, 나는 한국에 들어와 보라 띠를 받았다. 이때 나는 주짓수에 엄청난 열정을 쏟았다. 정말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운동했다. 결과는 오르락 내리락이었지만 시합에도 꾸준히 나갔고, ADCC 한국예선에서는 처음으로 블랙 벨트와 싸워보기도 했다. 취직을 했지만 변하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더 주짓수에 열중했던 것 같다. 해외 시합을 나가면서 주짓수박스 김종목 관장, 골든라이온 김건우 사범, 그외에 수많은 사람들과 소중한 인연을 만들었다. 정말 꿈 같았던 시간이었다. 이 시기, 도쿄에서 나의 주짓수 인생에 큰 영향을 준 고(故) 사사 유키노리 선생을 만나기도 했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아직도 내 마음엔 큰 경험으로 남아있다. 유키노리 선생께 지금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사사선생, 리카코, 타케지와 함께
고(故) 사사 유키노리 선생, 그리고 제자 리카코, 타케지와 함께

와이어 주짓수 최용원 관장님(당시에는 와이어 주짓수가 존재하지 않던 시기)을 처음 만나게 되었고, 리스펙트 박진호 관장님(현재 그레이시 얼리전스), 서래주짓수 권혁일 관장님과 정말 매주 시간이 날때마다 만나 함께 운동하면서 기술교류를 하고 실력을 키워나갔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팔팔한 젊은 선수들과 격한 스파링을 마다않는 박진호 관장님을 보면서 큰 감명을 받기도 했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오전에 시간을 내 시합수준의 스파링을 계속했고, 불규칙한 시간에도 어떻게든 근처에 있던 도장을 찾아가면서 운동을 계속하려고 노력했다. 

해외시합으로 맺어진 소중한 인연들
해외시합으로 맺어진 소중한 인연들

이 시기 와이어 주짓수가 서울 잠실새내에 탄생했고 최용원 관장님이 이끄는 8분 10라운드의 오픈매트가 처음으로 시작되었다. 최용원 관장님의 강함이 입소문을 타고 강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나 역시 계속된 인연으로 와이어 오픈매트에 계속해서 나가며 내 실력을 늘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최용원 관장님의 권유로, 정들었던 이전 팀과 작별하고 와이어 주짓수로 팀을 옮기게 되었다. 오랜시간 모신 관장님께 하는 작별인사는 쉽지 않았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최용원 관장님께 정말 감사하다. 그때 그 권유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내 주짓수는 또 다른 길을 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초창기 와이어 오픈매트.
사진속의 인물들 중 현재는 2명 갈 띠, 나머지는 전원 블랙 벨트.

와이어 주짓수에 팀을 옮긴 이 시기, 회사가 스케줄이 불규칙하고 서울과 거리가 있어 고민하던 차, 우연하게 인연이 되어 싸비MMA의 이재선 관장님의 허락으로 홍대에서 운동을 할 기회를 잡았다. 정말 감사하게도 주짓수를 회사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계속 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까지 계속되는 싸비MMA의 도복 주짓수 클래스는 나의 권유로 처음으로 시작되어지기도 했다. 

이 시기, 해외에 적극적으로 나가 운동을 하기도 했다. 특히 샌디에이고에서 아토스와 아레나 주짓수에서 운동을 했던건 정말로 평생 잊혀지지 않을 기억이다. 내가 유튜브에서 보던 사람들과 함께 운동하며 같은 매트에서 구르는건 아마 다시 없을 인생의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아토스 스파링매트에서 만난 딘 리스터
아토스 스파링매트에서 만난 딘 리스터

그렇게 나는 우여곡절을 거듭하며 계속해서 나의 주짓수 라이프를 이어갔고, 2016년 12월, 최용원 관장님에게 갈 띠를 수여받았다. 갈 띠를 매고 처음으로 나간 시합은 카자흐스탄 알마티의 ADCC 아시아 트라이얼. 이때 주짓수 랩 노영암 관장님, 이강재 관장님과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되었다. 놀랍게도 나는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않아 부산 발령을 받게되었고 주짓수랩에서 1년간 노영암 관장님의 가르침을 받게 되었다. 그 시기에 아무리 바빠도 분기별로 1번씩 시합에 꼭 나가자는 나와의 약속을 했고, 역시 결과는 오르락 내리락이었지만 그래도 잘 지키며 운동을 계속했던것 같다. 그리고 여전히, 뉴욕을 방문해서 마르셀로 가르시아, 유니티에서 운동을 하며 주짓수에 대한 시야를 넓혀갔다.

너무나 친절했던 마르셀로 가르시아
너무나 친절했던 마르셀로 가르시아

그렇게 행복한 부산 생활을 하던 도중, 나는 또 갑자기 회사의 부름을 받고 러시아 모스크바로 2년간 파견을 나가게 된다. 파견 직전 시기에 악화된 무릎 수술을 했다. 쉬어야 했는데 참지 못하고 수술 일주일 만에 스파링을 하는 등... 당시의 나는 정말 열정 하나는 누구 못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파견나간 모스크바에서 헨조 그레이시 블랙 벨트이자 러시아 최초의 블랙 벨트인 레오니드 가토브스키를 만났고, 이때 본격적으로 주짓수에 더 애정을 가지고 '공부'를 하며 기술체계를 잡아가려고 노력했다. 특히 하체관절기와 라펠가드에 많은 관심을 갖고 공부했다. 지금 나의 주요 기술 가운데 대부분이 이 시기에 완성이 되었다. 이 시기, 나의 유튜브인 '러운동'을 시작했다. 나의 채널은 나의 주짓수 인생에서 뗄 수 없는 존재로 성장했다. 

모스크바 Lion Academy. 정말 그립다.
모스크바 Lion Academy. 정말 그립다.

코로나로 인해 반년정도 조기 귀국을 했고, 심각한 허리디스크가 찾아왔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수련했다. 정말, 아프다고 할지라도 멈추기가 싫었다. 그만큼 나는 주짓수를 좋아했다. 그리고 아직 마스크를 벗지 못한 시기인 2021년 7월 14일, 나는 마침내 나의 짧지않았던 주짓수 인생의 큰 이정표, 블랙 벨트를 최용원 관장님께 받았다.  

주짓수 여정에서 나는 참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나의 벨트는 결코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받게 된 것이 아니다. 정말 많은 분들의 스파링과 기술연습, 그리고 교류와 시합을 통해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한 결과로 받게 된 것이다. 정말 자랑스럽고 한점 부끄럼이 없다. 

2014년 ADCC 한국예선. 박현갑 관장님과 시합을 하고 있던 필자
2014년 ADCC 한국예선. 박현갑 관장님과 시합을 하고 있던 필자

블랙 벨트를 받았지만 앞으로도 달라지는것은 없다. 나는 여전히 열심히 주짓수를 수련하고 연구할 생각이다. 시합도 계속 출전할 생각이다. 환경이 허락하는 한 달라질것은 없다. 주짓수 칼럼니스트가 되었고, 주짓수 대회 해설위원이 되었지만, 그 모든것이 내가 주짓수를 지금까지 진심으로, 열정적으로 수련해 왔기에 생긴 작은 결실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니온밸리컵 해설을 하고있는 필자
니온밸리컵 해설을 하고있는 필자

 나는 나의 블랙 벨트가 자랑스럽다. 그리고 앞으로도 주짓수를 알리기 위해서, 나의 실력 향상을 위해서 노력하리라고 다시 한 번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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