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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파이트 머니 횡령 피해 함서희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내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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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파이트 머니 횡령 피해 함서희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내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 정성욱 기자
  • 승인 2020.01.02 0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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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서희 "나와 같은 피해를 받는 선수가 없어야 합니다."
함서희
함서희

[랭크5=정성욱 기자] 12월 31일 로드 FC 아톰급 챔피언 함서희(32, 부산 팀 매드)는 하마사키 아야카(37, 일본/AACC)를 판정승(2-1) 하여 라이진 여성 슈퍼 아톰급 챔피언에 올랐다. 한국 종합격투기 사상 처음으로 한국과 일본, 두 단체를 석권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날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감은 함서희였지만 기쁘지만은 않았다. 경기 두 달 전부터 파이트머니와 관련해 속앓이를 하고 있었던 것. 2007년 2월 16일, 일본 종합격투기 단체 DEEP을 통해 처음 일본 무대에 올랐던 함서희는, 15년간 일본의 모로오카 히데가츠 CMA(격투기 단체) 회장*의 소속으로 경기를 뛰었다. 오랫동안 그들과 함께 해왔던 함서희는 모로오카 회장 측을 매우 신뢰하고 있었다. (*모로오카 회장과 그의 부인 이윤식 씨가 함께 업무를 보았기에 모로오카 회장 측으로 통일함)

작년 10월부터 그 신뢰에 금이 갔다. 2019년 7월 28일 일본 격투기 단체 라이진에 진출한 함서희는 두 경기-라이진 17, 라이진 19에서 승리를 거두고 여성 슈퍼 아톰급 타이틀 도전권을 얻었다. 문제는 파이트머니였다. 두 경기 후 원래 들어와야 했던 금액보다 3천만 원이 적게 함서희에게 전달됐다. 모로오카 회장 측의 횡령이었다. 그 사실을 12월 연말 경기를 두 달 앞둔 상황에서 알게 됐다. 함서희는 로드 FC 측에 이 사실을 알렸고 현재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작년 12월 31일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 백 스테이지에서 정문홍 전 로드 FC 대표가 이야기한 내용은 함서희와 관련된 것이었다.

랭크5는 함서희와 인터뷰를 통해 파이트머니 횡령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들어봤다. 함서희는 더 이상 자신과 같은 피해를 입는 선수가 없었으면 하는 마음을 전했다. 

함서희가 모로오카 회장 측의 횡령을 알게 된 것은 10월 12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라이진 19 대회 이후였다. 이전부터 횡령에 대한 소문은 듣고 있었지만 15년간의 믿음이 있었기에 함서희는 의심하지 않았다.

"라이진 19회 대회가 끝나고 돈을 덜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안 그래도 모로오카 회장 측이 선수들에게 많은 돈을 떼고 있다는 소문은 듣고 있었지만 믿지 않았다. 내가 직접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그간 함께 해온 정도 있어서 그들을 믿고 있었다. 근데 경기를 두 달 앞둔 상황에서 내가 적은 금액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함서희는 적지 않은 부분의 돈을 떼어 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주위에서 계약서를 확인해보라는 말을 듣게 됐다. 사실 함서희는 15년간 계약서를 보지도 못했고 직접 서명도 하지 않았다. 모로오카 회장 측에서 건네는 파이트머니가 전부라고 생각했다.

"내 파이트머니를 알게 됐다. 그래서 확인을 위해 대회사에 파이트머니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나에 대한 계약서가 있었고 파이트머니가 적혀있더라. 나는 15년간 계약서를 본 적이 없었다. 단 한 장도 본 적이 없었다. 아, 경기를 할 때마다 모로오카 회장 측에서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종이를 주면서 '영수증을 내야 하니 서명을 해달라'라고 해서 서명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를 믿었기에 의심하지 않고 서명을 했다. "

일본에서 활동하던 시절 초창기 함서희(2007년 5월) Ⓒ정성욱 기자
일본에서 활동하던 시절 초창기 함서희(2007년 5월) Ⓒ정성욱 기자

계약서를 확인하기 전에는 대회사와의 문제가 있었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작년에 출전했던 12월 라이진 출전 계약을 미루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계약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서로 알게 됐다. 

"파이트머니 문제를 알게 되고 나서 작년 12월 대회의 확답을 늦췄다. 정확한 파이트머니를 알아야 했다. 그래서 대회사에 답을 늦게 보냈다. 이를 계기로 더 확실하게 계약 내용을 알 수 있었다. 사실 이 대회를 준비하면서 대회를 하지 않을까도 생각했다. 이런 일을 알고도 꼭 경기를 해야 할지 망설였지만 대회사와의 약속, 격투기 팬들과의 약속이라 생각해서 출전을 결정했다."

함서희가 직접 확인한 계약서는 충격이었다. 자신이 보지 못했던, 자신의 이름으로 된 계약서를 본 것도 황당했지만 거기엔 '한 적이 없었던' 서명이 되어 있었다.

"대회사를 통해 계약서를 보게 됐다. 다른 사람의 필적으로 서명된 계약서가 있더라. 어떤 계약서는 내 글씨체를 따라 한 계약서도 있었다. 거기 적힌 금액은 내가 받은 것과 달랐다. 어떻게 혼자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로드 FC 소속이기도 했고. 그래서 로드 FC에 연락을 했고 그쪽에서 변호사를 선임하여 일을 해결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함서희는 대회를 매우 힘겹게 준비했다. 오랜 선수 생활로 인한 잔부상도 적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자신을 위했다고 생각하는 이에게 받은 배신의 상처가 매우 컸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정말 힘들었다. 사람에 대한 실망이 매우 컸다. 모로오카 회장 측은 내게 한국 선수들 돈 한 푼 안 받고 적자 보며 노력한다고 이야기했다. 항상 죄송한 마음이었다. 근데 그 말과 행동이 거짓이었다는 걸 알게 되니 충격이었다. 이번 사건을 알게 되고 로드 FC에게 알렸다. 그쪽에서 연락이 왔다. 자신들은 돈을 뗀 적이 없고 억울하다며, 항변하는 메시지들을 수차례 보냈다."

모로오카 회장 측은 돈을 건드린 적이 없다며 통장 내역을 찍힌 것도 보내주었다. 확인해보니 그것조차 거짓이었다. 두 번 치른 경기 금액을 한 번에 받은 것이라고 함서희에게 이야기해주었지만 거짓말이었다. 대회사에서 두 번의 경기 후 보낸 금액 가운데 하나의 내역만을 보내준 것이다.

"돈 건드린 적 없다며 통장 내역을 보내줬다. 거짓이었다. 라이진 17, 19 두 차례 뛴 경기 파이트머니 내역이라며 보내준 것은 한차례 뛴 경기의 파이트머니였다. 모로오카 회장 측은 나에게 끝까지 거짓말을 했다. 나는 부모님께 돈 1천만 원 가져다준 적이 없었는데....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화가 난다."

함서희 ⒸRIZIN FF
​라이진 슈퍼 아톰급 챔피언에 오른 함서희. 기뻐해야 할 그는 부상 치료와 더불어 또 다른 일과 싸워야 한다 ⒸRIZIN FF

함서희가 이번 일을 알리게 된 계기가 있었다. 돈을 횡령당한 것 만큼이나 더 큰 문제가 있었다. 모로오카 회장 측이 함서희와의 일이 마무리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진출하는 선수를 찾아다니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나와선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직 나와의 일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여전히 새로운 선수들을 찾는다고 들었다. 그걸 들으니 내가 겪은 일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선수들이, 혹은 일본에서 한국으로 경기 뛰러 오는 선수들이 같은 일을 당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내가 이야기 안 하면 격투기계는 10년, 아니 20년이 지나도 같을 것이다. 지금도 늦었지만 손쓰고 싶었다. 더 이상 피해 없기를 바란다. 물론 내가 이렇게 이야기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을 따른다면 나는 할 말이 없다." 

한국 격투기 선수들에게 해줄 말이 있냐는 질문에 함서희는 경기를 뛸 때는 계약서를 꼭 확인하고 뛰라는 말을 전했다. 무엇보다 금액이 적힌 계약서인지 확인하고 그 금액이 자신에게 맞으면 계약을 하라고 강조했다.

"대회를 뛰기 전에 선수들이 계약서를 확인하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어떤 대회든 계약서가 있다. 아, 그리고 그 계약서에 금액이 적혀 있는지도 확인해라. 그 모든 것을 확인하고 계약을 했으면 한다. 나는 모로오카 측과 너무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서 그냥 믿고 확인을 안 했다. 일본 관계자들도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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