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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창 칼럼] ARC 대회 중계, 이것이 최선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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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창 칼럼] ARC 대회 중계, 이것이 최선이었나
  • 성우창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5.28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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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방송은 만만한 것이 아니다

[랭크5=성우창 칼럼니스트] 5월 23일 토요일, 로드FC와 아프리카TV의 기념비적인 콜라보 첫 대회가 열렸다. ARC 1회 대회, UFC조차 간신히 대회 재개를 시작한 시점에서 로드FC 측에서도 신속히 그 대안을 제시해 팬들에 화제거리를 제공한 것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었다. 특히, 인터넷 방송 환경이 잘 갖춰진 한국의 특성에 맞는 컨텐츠를 준비했다는 아이디어에 박수를 보낼 만하다. 비록 로드 넘버링 정규대회는 아니지만, 실제 ARC의 기획이 깜짝 발표되었을 때에도 많은 격투 팬들이 적잖은 관심을 보내왔다.

로드FC 측에서도 ARC의 기획을 발표했을 때 강조한 것은 선수입장의 단순화, 333(3분 3라운드, 그라운드 30초)으로 대표되는 룰의 변경, BJ 친화적인 인터넷방송 특유의 편하고 재미있는 분위기의 연출이다.

23일 본 대회가 시작되었을 때 이 강조점이 제대로 지켜졌냐 한다면, 필자는 대개 그렇다고 생각한다. 여건상 관중을 동원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허함만이 느껴지기 쉬운 선수입장 절차를 단순화한 것은, 대회 전체의 진행시간이 빠르게 앞당겨질 수 있는 순 기능을 가져왔다.

333룰에 대해서는 그래플링 매니아인 필자 본인이 가장 우려하던 요소였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괜찮은 결과가 나왔다. 선수들은 그라운드 상황 돌입 시 시종일관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여줬으며, 또한 그라운드 상황에 들어가는 것을 그리 꺼려하지도 않았다. 더군다나 파운딩 및 서브미션에 의한 승리도 적잖이 보였다.

다만 한 가지, 그러면서 ARC 대회의 평가를 심하게 깎아먹는 치명적인 단점이 눈에 띄었다. 바로 청각적인 문제, 즉 중계진에 관한 문제다.

우선 첫번째로 지적할 것은 장내 아나운서의 존재다. 아니, 로드FC 전통의 신용문 링 아나운서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주어진 역할에 충실했으나, 장내 MC 역할을 맡은 듯한 윤형빈과 정찬민은 ‘굳이 그들이 필요했을까’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직접 대회를 시청한 바 이들의 역할은 주로 경기와 경기간 선수입장 준비가 이루어지는 사이 가벼운 재담으로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뒤이어 입장할 선수를 호명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사이의 멘트가 격투기 팬들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전달한다기보다 재미도 없고 썰렁한, 왜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는 소음에 불과했고, 그나마도 MC 둘이 합조차 맞춰지지 않아 누가봐도 어색하며 작위적인 대화만이 오갔을 뿐이다. 특히 선수입장 시 윤형빈이 나름대로 카메라를 의식하며 핏대를 세울 때, 정찬민은 자신이 어떤 리액션을 취해야 하는지 전혀 종잡지 못하는 것이 거슬릴 정도로 눈에 띄었다.

아마 이 대회가 무관중이 아닌 관중이 있는 대회였다면 차라리 이 장내MC의 존재가 더 빛을 발했을 것이다. 직관하는 입장에서는 경기와 경기 간 비는 시간이 다소 길고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장내 분위기를 화면너머 시청자들에게 전달한다기에는 무관중경기 특성상 현장과 중계의 차이가 크지 않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으며, 애초에 장내MC들의 진행 능력이 너무나도 떨어져 ARC 1회 대회에서 이들의 존재가 필요했는지 의문이 든다. 차라리 캐스터와 해설자가 다음 선수들에 대한 짤막한 코멘트, 주시해야 할 관전포인트를 짚어주고, 선수입장은 신용문 링 아나운서가 도맡았다면 훨씬 매끄러운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을까.

정찬용 아프리카TV 각자 대표이사, 박상민 로드 FC 부대표 Ⓒ정성욱 기자
정찬용 아프리카TV 각자 대표이사, 박상민 로드 FC 부대표 Ⓒ정성욱 기자

캐스터와 해설 역시 문제였다고 본다. 문제를 떠나 ARC의 관전을 방해하는 큰 단점으로 작용했는데, 우선 캐스터를 맡은 캐스터안부터가 종합격투기와 별 관계가 없는 야구캐스터 출신이다. 하다못해 종합격투기에 대한 어느 정도 지식을 함양했다면 보다 매끄러운 진행이 가능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중계 내내 그가 제대로 된 기술명을 내뱉은 것은 ‘로우킥’ 하나 밖에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난타전이 벌어질 때는 ‘펀치’만을 되풀이했으며, 김산의 첫번째 플라잉 암바가 시도되었을 때는 감탄사만을 내뱉었고, 두번째 시도에는 ‘플라잉 기술이 들어갔습니다!’라는 이상한 중계가 계속되었다. 그라운드 상황에 돌입하여 탑에 있는 선수가 바텀의 가드에 묶였을 때도 ‘탑 마운트’ 상황이라고 중계하는 오류가 이어졌다.

아마 오랜기간 아프리카TV에서 스포츠 캐스터로 활약한 캐스터안의 경력을 눈여겨 인터넷 방송 특화 차 기용한 듯하고 해설자 수준의 전문성을 기대할 수 없겠지만, 아무래도 캐스터에게는 그 종목에 걸맞는 최소한의 상식이 필요한만큼 이 부분은 절대적인 단점이라 할 수 있겠다.

권아솔과 정문홍 두 해설에 대해서도 팬들의 성토가 있었다. 평소 권아솔 해설은 로드FC를 챙겨보는 팬들로부터 상당한 호평이 있었지만, 이 ARC 대회에서는 그간 보여주었던 해설자로서의 품격을 보여주지 못했다. 단적인 예가 본인 스스로 ‘솔직히 ARC룰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았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한 것인데, 대체 한 대회의 해설자가 그 대회의 룰에 무지하다면 해설로 기용된 의미가 무엇일까.

정문홍 해설 역시 스스로 로드FC 창립자이자 전 대표라는 위치가 익숙해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종일관 거만한 어조로 ‘별풍선’ 타령만을 해 대회의 집중도를 방해했다. 아마 늘상하던 케이블 방송이 아닌 좀더 분위기가 가벼운 인터넷 방송이라 하여 이런 컨셉을 잡은 것인지, 인터넷 방송이라는 플랫폼을 얕보고 이런 태도를 취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ARC는 어디까지나 종합격투기 스포츠 대회이며, 전 위치가 무엇이던 거기에 걸맞는 해설자로서의 자세에 충실했어야 한다는 것이 지적하고자 하는 비판의 요지다.

필자는 인터넷 방송을 올해까지 10년 정도 시청해왔고, 취향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주류 인터넷 방송이 어떤 분위기로 흘러가는지, 호평을 받는 채널의 모습은 어떤지 나름대로 이해하고 있다. ‘별풍선’을 구걸하는 인터넷 방송인치고 좋은 평을 받는 사람은 없으며, 또 한편으로 시청자를 업신여기는 인터넷 방송 역시 잠깐은 흥할지 몰라도 결국은 시청자가 떠나게 되어 있다. 이것을 ‘민심’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설령 위와 같은 요소를 차치하고서라도 ARC 대회는 개인 인터넷 방송이 아니다. 해설자들이 인터넷 방송 단독송출을 핑계로 개인BJ마냥 반말과 막말을 함부로 써도 되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차라리 재미있는 드립을 빠지지 않고 동반했다면 모를까. 중반 권아솔 해설이 ‘이 XX들 다 죽여야 돼’라는 발언을 했을 때는 귀가 의심될 정도였다.

종합격투기와 인터넷 방송 단독송출의 결합이라는 ARC의 발상은 대단히 훌륭했지만, 그 인터넷 방송의 수준을 얕보고 저질 중계를 계속한다면 흥행이 그닥 밝아보이지는 않으며 종합격투기라는 스포츠 종목의 위상을 스스로 낮추는 꼴이 될 것 같다. 이번 ARC가 1회 대회에 불과한 만큼, 부디 로드FC 측에서 이와 같은 부분을 잘 받아들이고 반영해 좀 더 보기 편하고 순수하게 선수들을 응원할 수 있는 대회를 만들어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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