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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칼럼] '노기 주짓수'가 인기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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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칼럼] '노기 주짓수'가 인기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 정성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9.10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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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기'는 왜 '노(No)인기'일까?
노기 경기 사진 ⓒ 정성욱 기자
노기 경기 사진 ⓒ 정성욱 기자

[랭크5=정성훈 칼럼니스트] 주짓수 체육관을 운영하시는 관장에겐 항상 많은 고민이 뒤따른다. 그중에서도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고민중 하나는, 노기 수업의 운영 여부이다. 기본적으로 정통 주짓수 체육관들은 당연히 도복을 입고 수련하는 기 주짓수를 수련한다. 체육관마다 다르지만 어떤 체육관들은 여름에 주 2회 정도 노기를 수련하는 임시 스케줄을 운영하기도 하고, 어떤 체육관들은 수업 없이 오픈 매트에 자유롭게 스파링 하는 것으로 노기를 진행하기도 한다. 텐쓰플래닛과 같은 노기 주짓수 위주의 체육관이나 종합격투기 체육관이 아니라면, 노기의 비중이 매우 적거나, 없는 체육관이 대부분이다.

** 노기(No-Gi) : 도복을 입지 않고 하는 주짓수. 도복 대신 몸에 붙는 래시가드(상의는 안 입는 경우도 있음)와 파이트 쇼츠(주머니가 없는 짧은 바지를 입기도 함)를 입고 경기를 한다. 도복이 없어 아마추어 레슬링과 비슷하다. 룰은 주짓수과 거의 동일하다고 생각하면 된다.(편집자 주) 

그렇다면 주짓수 체육관은 왜 노기 수업의 비중을 낮추거나 없애려고 하는것일까? 이유는 수요와 공급이다. 말그대로 인기가 없는것이다. 대부분의 노기 수업은 안타깝게도 참여 인원이 도복 주짓수에 비해서 매우 낮다. 지인들이 운영하고 있는 중소형 체육관 기준 수업 참여 인원이 5명 미만일때도 많고, 심지어 아예 없어서 강제로 휴강을 할때도 있다. 적은 인원은 수업의 참여 당사자에게도, 지도하시는 관장님들에게도 모티베이션을 빼앗는 부분이 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참여인원이 많은 도복 수업 위주로 운영할 수 밖에 없는 것이며, 노기는 축소되거나 없어지는 것이다. 심지어 관원들 중에는 “노기 주짓수 하는 날은 주짓수 쉬는날”이라고 까지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노기는 왜 인기 없을까? 이는 도복과 노기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도복 주짓수는 ‘고정’ 상태가 매우 많다. 소매깃이나 라펠을 한 번 잡고, 본인이 하는 게임에 상대방을 묶어둠으로서 상대방을 더 불리한 자세나 위치로 몰아간다. 이런 상태 외에도 도복을 활용한 초크와 다양한 기술은 매우 매력적이기에 많은 사람들은 도복주짓수의 중독에 빠진다. 도복을 활용한 많은 경우의 수는 주짓수를 다른 운동과는 다른 특별한 취미로 만드는 부분이다.

하지만 노기 주짓수의 경우 그립이 다양하다고는 할 수 있지만 도복 주짓수에는 못 미친다. 고정의 상태도 도복 주짓수에 비해서 적고, 오혀려 힘과 무게 차이에 더 많이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 도복을 먼저 수련하다가 노기를 수련하는 사람들은 “어라? 내가 많이 쓰는 도복 기술이 없네?” 하는 생각에 흥미를 잃기가 쉽다. 평소에 내가 좋아하던 필기구를 쓰다가 갑자기 먹물과 붓을 들고 필기를 하라고 한다고 하면, 필기에대한 욕구는 떨어질수밖에 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노기수련을 더 선호하고, 현재도 노기에 더 비중을 두고 수련을하고 있다. 나는 주짓수의 시작을 종합격투기로 했었기 때문에 노기에 대한 매력에 더 눈을 일찍 떴다. 도복 잡기에 의존하지 않고 순수하게 살과 살이 맞부딪히는 원초적인 싸움이라는 느낌, 그게 내가 노기 주짓수를 더 선호하는 이유라고-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게 생각한다.

최근 들어 노기 주짓수가 도복 주짓수와 마찬가지로 하체 관절기를 위시로 한 다양한 기술이 발전하면서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노기 주짓수 자체를 도복 주짓수와 다른 게임으로 생각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한다.

'바둑과 체스'의 느낌이랄까. 도복은 도복 주짓수의 길 대로, 노기는 노기 주짓수의 길 대로. 물론 경우의 수는 노기 주짓수가 더 적더라도 서브미션이라는 목적은 같기에 수련자들이 조금만 더 시간을 노기 주짓수에 투자한다면 아마 다시 주짓수를 새로 시작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노기 주짓수의 활성화에는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체육관 관장이 수련인에게 노기 주짓수의 매력에 눈을 뜨게 해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하프가드, 50대 50가드와 같이 기존 도복 주짓수에서 활용하던 기술을 노기에서도 어색하지 않게 사용할수 있도록 지도해 나간다면, 수련인 역시 두가지 게임을 번갈아가며 하는 기분으로 주짓수에 다시 눈을 뜰 수 있을것이다.

도복으로 라펠을 활용한 웜가드를 주무기를 사용하는 키난 코넬리우스는 ADCC 준우승과 노기 월드 우승에 빛나는 선수다. 최근의 플로 그래플링과의 인터뷰에서 키난은 노기가 'Imploding'(파열)하고 있다는 표현을 썼다. 도복 주짓수가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서 아예 다른 가지의 기술을 만들어 내며 자라나고 있지만, 노기 주짓수는 원래 있었던 기술에서 다른 활용을 바탕으로 좀 더 조밀하게 안쪽으로 견고 해지고 있다는 표현이다. 

키난이 Flograppling에서 노기주짓수의 발전에 관한 설명을 하고있다.
키난이 플로 그래플링에서 노기주짓수의 발전에 관한 설명을 하고있다.

도복 주짓수를 수련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노기 주짓수는 재미 없게 느낄수 있다. 그러나 조금 더 시간을 투자해서 노기 수련에 시간을 할애한다면, 본인의 주짓수 발전에도 주짓수에 대한 흥미를 키워가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각 체육관 관장도 이러한 관점으로 노기 지도 시간을 늘린다면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pivada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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