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크파이브=이무현 기자] “사랑방이라고 할 수 있는 의무실에서 뒹굴고 같이 지냈던 순간이 앞으로도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베트남 축구와 5년간의 동행을 마친 박항서 감독은 17일 열린 화상 기자회견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지난 16일 태국 빠툼타니의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세안축구연맹 미쓰비시일렉트릭컵 결승전에서 태국에 0-1로 패배했다. 2018년 대회 우승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했다.
간절했던 ‘라스트 댄스’를 준우승으로 마친 박 감독은 “아쉽게도 준우승에 그쳤지만,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우승을 못 한 아쉬움보다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이별한다는 것이 마음 아프지만, 만남과 헤어짐은 늘 있다. 베트남 축구의 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소회를 전했다.
박항서 감독은 추후 거취에 대해서도 직접 밝혔다. “앞서 베트남과 한국에서 감독을 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렸고,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다만 베트남에서 유소년을 발굴, 육성하는 일을 제안받고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성격상 한 가지 일을 하면 다른 일은 생각하지 못한다. 소속사 대표가 내 미래에 대해 몇 가지 안을 가진 것 같다. 분명한 건 축구계에 종사할 것이라는 점이다”고 덧붙였다.
대한축구협회나 K리그 구단 행정가 역할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박 감독은 “국내에선 협회나 연맹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 난 행정 능력이 없는 사람이다. 다만 기술적인 부분에서 지원하는 일이라면 도움을 줄 생각은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감독직에 대한 욕심을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다. “2026년 월드컵에서 다른 아시아팀을 맡아 도전할 생각이 있나”는 질문에 그는 “이번 카타르월드컵을 모두가 봤다. 월드컵을 경험한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의 차이가 컸다. 부족하지만, 불러준다면 한번 생각해볼 것 같다. 그런데 불러주는 팀이 없을 거 같다”고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박항서 감독은 “조국인 한국 축구 팬들에게 감사하다.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베트남에 있는데도 많은 응원과 격려를 해주신 점 잘 안다. 5년간 응원해주신 베트남 축구 팬분들께도 감사드린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한편 박항서 감독은 5년간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이끌며, 스즈키컵(미쓰비시컵의 전신)우승, U23 동남아시안게임 우승, 아시안게임 4강 등의 괄목한 성과를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