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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대성, 하늘로 떠난 친구의 부름에 격투기 무대 복귀 "단체는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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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대성, 하늘로 떠난 친구의 부름에 격투기 무대 복귀 "단체는 미정"
  • 정성욱
  • 승인 2018.01.18 0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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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성

[랭크5=정성욱 기자] '미친개' 박대성(24, MOB)이 돌아왔다. 작년 7월, 로드 FC 100만 불 토너먼트에서 시모이시 코타에게 패배한 이후 6개월 만이다. 격투기 무대에 설 마음으로 최근 소속 MOB 체육관으로 복귀해 훈련을 시작했다. 무엇이 그를 멈추게 했고 무엇이 다시 그를 일으켰을까? 랭크5가 박대성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작년 7월, 토너먼트에서 패배하고 이른바 '멘붕'이 와 박대성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상태였다. 2016년 12월에 로드 FC 035에서 복귀한 박대성은 연승을 이어갔다. 쿤룬 파이트 챔피언 호드리고 카포랄에게승리하고 시모이시 코타를 만났다. 몇 번만 더 이기면 결승이 눈앞에 보였다. 하지만 시모이시 코타에게 등을 내주었고 리어네이키드 초크로 패했다.

"토너먼트에서 패배하고 '멘붕'이 왔다. 급작스레 주목을 받아 기분이 좋았지만 패배에 부담감도 컸다. 경제적인 문제도 적지 않았다.100만 불을 바라보며 힘든 훈련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했는데 막상 패배하니 의욕이 떨어졌다. 나쁜 생각들만 가득했고 운동을 할 수 없었다. 집안 사정도 어려웠다. 결국 돈이 되는 여러 가지 일을 했고 운동은 집 근처에서 몸 푸는 정도로만 했다."

운동을 거의 그만두다시피 했을 때 학창 시절 친했던 친구의 기일이 돌아왔다. 18살 때 교통사고로 떠난 친구로 라이벌이자 가까운 벗이었다. 사정이 좋지 않았고 마음도 좋지 않아 가지 않으려 했으나 기분전환 차 친구가 있는 고향으로 내려갔다.

"친구 (은)승재를 만나러 오랜만에 고향으로 내려갔다. 그 친구는 18살때 교통사고로 인해 하늘로 떠나갔다. 친구 아버님께서 따뜻하게 맞이해주셨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게 됐다.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운동을 하라며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셨다. 정말 감사했다. 운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박대성(상단 좌측)과 친구 은승재(상단 우측)의 학창시절 사진.


아버지께서 도움을 주신 이후부터 박대성의 꿈에 친구가 자주 출현했다. 그리곤 큰 돈을 주며 어서 운동하라 재촉했다고.

"미안할 정도로 친구가 자꾸 꿈에 나온다. 갑자기 2억을 선뜻 내주더니 쓰라고 하더라. 나는 그 돈보다 친구가 살아서 돌아왔다는 것이 기쁘고 신기해서 돈도 받지 않았다. 그냥 너 살아왔으면 됐다는 말을 하고 꿈을 깬다. 아마도 열심히 운동하라는 친구의 격려가 아닐까?"

어렵게 다시 돌아간 소속 팀. MOB 권배용 감독은 환영했다. 이틀에 한 번은 갔던 체육관인데 '멘붕'이 온 이후 체육관에 한 번도 가지 않았다. 하지만 권 감독은 박대성을 따스하게 맞이했다.

"최근 (권)배용이 형을 만나 이야길 나누고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멘붕'이 온 이후, 여러 이유로 며칠 동안 체육관에 찾아가지 못했다. 못해도 꼭 이틀에 한 번은 체육관에 가서 운동을 했는데...배용이 형이 내 사정을 잘 이해해주시고 다독여주셔서 그저 감사할 뿐이다."

박대성은 로드 FC로 복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 다른 국내외 격투기 무대에서도 활동해보고 싶어 한다.

"로드 FC는 내게 있어서 정말 고마운 단체다.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것에 매우 감사하고 있다. 지금은 다른 단체도 경험해보고 싶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단체도 오퍼가 오고 있다. 심사숙고해서 결정할 생각이다."

친구 은승재의 아버지 은상봉씨.(좌측) 박대성이 운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로 했다.

복귀한 박대성의 목표는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두르는 것. 그리곤 그 벨트를 갖고 친구를 찾아가 곁에 놓고 소주 한 잔을 기울이고 싶다고.

"내 꿈은 최고의 격투기 선수가 되는 것이었고 친구는 래퍼가 되는 것이었다. 친구가 녹음해둔 노래가 있다. 그 노래와 함께 등장해 타이틀전에서 우승하여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두르고 싶다. 그 벨트를 친구에게 가져가 보여주고 곁에서 소주 한 잔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물어보자 다시 친구 이야기를 꺼냈다. 학창시절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 기억에 남도록 하는 것이 박대성의 또 다른 꿈이다.

"사람이 기억에 남으면 살아있는 것과 같다고들 한다. 내가 선수 생활하는 동안 친구 이름을 내걸고 경기장에 나설 것이다. 만약 내가 챔피언이 되면 승재와 함께 했던 이야기 영화로 만들고 싶다. 마지막으로 운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은상공 아버님, 수원 태풍체육관 최낙환 관장님, 리처드 코치님께 감사드린다. 방황하는 나를 아무 말 없이 묵묵히 기다려주신 배용이 형께도 감사드린다."

정성욱 기자 mr.sungch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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