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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FC] 폭풍 속 미들급, 해쉬태그로 보는 관전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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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FC] 폭풍 속 미들급, 해쉬태그로 보는 관전 포인트
  • 유 하람
  • 승인 2018.07.30 0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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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FC 48 계체 현장

[랭크5=유하람 기자] 28일 로드FC 048이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는 체급 내 서열을 정리할 ‘미들급 빅뱅’으로 주목 받았다. 경기를 불과 몇 주 앞두고 챔피언 차정환과 신성 황인수가 이탈하며 김이 새는가 싶었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바뀐 대진마다 이변이 속출하며 미들급을 더욱 들쑤셔 놨다. 바야흐로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든 로드FC 미들급, 앞으로의 주요 관전 포인트는 무엇이 있을까.

파운딩을 날리는 라인재

로드FC 미들급의 새 주인, 라인재
#치즈챔피언? #천운_아닌_실력 #미들급의_KeyMan

로드FC 048 최대 승자는 누가 뭐라해도 라인재였다. 본래 이번 대회 메인이벤트는 챔피언 차정환과 잠정 챔피언 최영의 통합 타이틀전이었다. 그러나 차정환이 부상으로 이탈하며 벨트를 박탈당하며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정식 챔피언이 된 최영은 급하게 방어전 상대가 필요했고, 그 자리에 부랴부랴 들어온 선수가 바로 라인재였다.

사실 라인재는 본인부터 “이렇게 빨리 타이틀샷을 받을 줄 몰랐다”고 말할 만큼 아직 ‘급’이 부족한 선수였다. 반면 최영은 수년 간 로드FC 미들급 최정상에 군림하며 기어코 벨트를 두른 전통강자였다. 당연히 라인재가 한참 언더독이었지만 그는 영리한 운영으로 대어를 낚았다.

최영에게 압박할 여지를 주는 순간 진다는 계산 하에 라인재는 시종일관 전진했다. 최영은 펀치를 낼 공간을 만들려고 수차례 케이지 바깥쪽으로 조깅했다. 하지만 라인재는 숨을 헐떡이면서도 추격해 달라붙었다. 최영도 베테랑답게 3라운드 반격 러시로 상대를 흔들었지만 경기 페이스가 꼬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결국 라인재는 2-0 판정승을 거뒀다. 워낙 최영이 분전한 탓에 경기 후엔 심한 판정논란이 일었고, “최소한 무승부로 연장전이 나왔어야 했다”는 의견이 들끓었다. ‘역대 최약체 챔피언’, ‘치즈챔피언’이라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는 상황. 그러나 결정적인 자리에서 승리를 거두고 미들급을 움직일 열쇠를 손에 쥔 건 분명 라인재다. 미들급 판도는 그가 앞으로 어떤 경기력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움직이게 됐다.

양해준을 KO 시키는 미첼 페레이라

예고 없이 등장한 생태교란종, 미첼 페레이라
#갑툭튀 #황소개구리

한편 라인재와는 또 다른 의미로 충격적인 등장을 알린 인물이 있었다. 본래 로드FC 048에는 황인수와 양해준의 신구대결이 예정돼있었으나, 황인수가 몇 주 전 부상으로 이탈하며 대진이 꼬였다. 이에 구원투수로 등장한 선수가 바로 미첼 페레이라였다. ‘멀리서 날아온 손님’ 정도였던 페레이라는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양해준을 쓰러뜨리며 한국팬들에게 단단히 눈도장을 찍었다.

페레이라의 경기력은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1라운드 페레이라는 벽 딛고 슈퍼맨 펀치, 회축 등은 물론 탭 댄스, 백 덤블링까지 선보이는 여유를 부렸다. 그러다가도 2라운드 양해준이 필사적으로 레슬링 싸움을 걸자 3라운드엔 웃음기를 빼고 니킥과 펀치 연타로 가볍게 KO 시켰다. 쇼맨십과 실력을 동시에 갖춘 파이터의 등장에 관중은 환호했다.

내용면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실속 없어 보이는 화려한 타격을 선보이면서도 안정적인 밸런스였다. 보통 큰 동작을 선호하는 스트라이커는 완력과 무게중심이 좋지 않아 잔 타격을 버티고 들어오는 파워형 레슬러에게 취약하다. 그러나 페레이라는 양해준 정도 되는 레슬러가 대놓고 태클을 들어와도 허리 탄력만으로 튕겨내고, 설령 넘어가더라도 데미지 없이 일어날 수 있는 뛰어난 코어 근력과 중심을 가지고 있었다.

일회성 대타로 등장했지만 좋은 반응을 끌어냄에 따라 페레이라는 로드FC에서 오래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따라서 기존 미들급 선수들은 비상이 걸릴 예정이다. 뛰어난 신체조건과 독특한 스타일을 겸비한 선수라면 누구라도 상대하기 까다롭다. 국내 무대는 물론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유형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안 그래도 혼란스러웠던 로드FC 미들급은 이 생태교란종의 등장으로 더욱 흥미진진해지고 있다.

최원준에게 무너지는 전어진

한 번 꺾인 올드보이, 전어진과 양해준
#옛 영광 #링 러스트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라인재와 페레이라가 조명 받는 동안 체면을 구긴 이들도 있었다. 막강한 파워로 이름을 떨쳤던 전어진과 양해준은 긴 공백을 깨고 돌아왔으나 예전 같지 않은 경기력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미들급 타이틀전에서 패한 뒤 3년 만에 돌아온 전어진은 계체 실패에 이어 무력한 패배를 기록했다. 근 5년 동안 2경기를 뛰었던 양해준은 분전했으나 페레이라라는 벽에 무릎 꿇었다.

경기내용은 참담했다. 전어진은 1라운드부터 스트레이트와 어퍼컷 연속기에 다운되며 시작했고, KO가 아니면 답이 없는 상황에서도 펀치를 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냈다. 심지어 막판엔 무리하게 양 훅을 휘두르다 어깨가 탈구되는 웃지 못 할 일까지 벌어졌다. 양해준 역시 대놓고 ‘즐겜’하는 상대를 잡아두지 못한 채 일정한 패턴으로 들어오는 니킥을 막지 못해 피니시까지 당했다.

양해준은 그래도 상대를 잘못 만났다고 할 수도 있지만 특히 전어진은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15분 동안 자기 펀치거리를 한 뼘 차이로 놓쳤다는 것은 ‘감을 잃었다’는 말뿐 설명할 길이 없었다. 너무도 긴 공백으로 인한 링 러스트를 의심해야 할 상황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두 선수는 근력과 파워가 강점으로 노화 영향을 덜 타는 스타일이다. 실제로 경기장에서 보여준 신체능력은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피지컬이 모든 스포츠에서 최고의 기본기라는 점을 생각하면 양해준과 전어진이 다시 폼을 끌어올릴 기반은 충분하다. 나이도 각각 30살과 24살로 충분히 미래가 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몰라도 이들의 존재는 충분히 조커 카드가 될 수 있어 보인다.

챔피언 라인재와 마주한 미들급의 폭풍 황인수

미들급의 마지막 퍼즐, 차정환과 황인수
#와룡 #부상이탈

한편 이 모든 상황을 멀찍이서 지켜보고 있는 이들도 있다. 바로 부상으로 이 전쟁에 참여하지 못한 차정환과 황인수다. 차정환은 아직 로드FC 타이틀전에서 져본 적이 없으며, 황인수는 4전 4승 4KO다. 지금 전선에서 이탈해 있다고 이들이 주눅들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본인들도 이 점을 알고 있는지 최근 발언에 자신감이 넘친다. 차정환은 “내가 무서워 부상 핑계로 도망갔다”는 최영에게 “너와 싸우면 돈 벌고 좋은데 피할 이유가 있느냐”고 맞받아쳤다. 황인수는 아예 이번 대회가 끝나자마자 케이지로 올라가 “영건스 경기를 보는 줄 알았다. 나라면 달랐을 것”이라며 새 챔피언 라인재를 도발했다.

현재 상황도 맞아떨어진다. 차정환은 타이틀 반납 후 첫 경기로 역시 챔피언에서 내려온 최영과 만날 수 있고, 황인수 역시 라인재가 긍정적으로 반응한 만큼 차기 타이틀전을 노려봄직하다. 정 상황이 여의치 않는다면 미첼 페레이라와 타이틀 도전자 결정전이라는 좋은 카드도 있다.

예상치 못한 뉴페이스까지 등장해 긴장감이 고조된 로드FC 미들급이지만 아직 모든 그림이 드러나지 않았다. 로드FC 미들급에서 차정환과 황인수는 어쩌면 가장 실력이 검증된 두 선수라 할 수 있다. 이들까지 돌아온다면 판도가 또 어떻게 바뀔지는 모를 일이다.

유하람 기자 rank5yhr@gmail.com

XIAOMI ROAD FC 048 경기 결과
2018.07.28. 원주 종합체육관

[미들급] 최영 vs 라인재
라인재 3라운드 종료 판정승(2-0)

[미들급] 미첼 페레이라 vs 양해준
미첼 페레이라 3라운드 1분 48초 TKO승(킥과 펀치)

[아톰급] 이예지 vs 아라이 미카
아라이 미카 2라우드 종료 판정승(3-0)

[미들급] 전어진 vs 최원준
최원준 3라운드 종료 판정승(3-0)

[라이트급] 신동국 vs 하야시 타모츠
하야시 타모츠 2라운드 3분 27초 테크니컬 판정승(3-0)

[미들급] 김대성 vs 이종환
이종환 2라운드 종료 판정승(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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