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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235] 리뷰 : 용두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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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235] 리뷰 : 용두사미
  • 유 하람
  • 승인 2019.03.05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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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235 포스터

[랭크5=유하람 기자] 3일 네바다 라스베가스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UFC 235는 근래 보기 드문 화려한 대진으로 기대를 모았다. 더블타이틀전은 기본에 랭커가 너무 많이 출전한 나머지 그 중 6명이 언더카드로 밀리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그리고 UFC 235는 주최측이 힘을 실은 만큼 좋은 대회가 될'뻔'했다. 당신이 메인카드 3경기까지만 보고 채널을 껐다면 정말 좋은 대회로 기억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라이트헤비급 타이틀전] C 존 존스 vs #3 앤소니 스미스

"선수가 될 수 없던 챔피언, 챔피언이 될 수 없던 선수"
- 자강두천
평점 : ★

‘악당’ 존 존스(31, 미국)는 아주 무난하게 1차 방어전에 성공했다. 경기 전까지 실컷 으르렁대던 '사자의 심장' 앤소니 스미스(30, 미국)는 케이지에선 고양이가 됐다. 그리고 경기내용에서는 '존스가 이긴다'는 결과확인 외에는 어떤 가치도 찾아볼 수 없었다.

경기는 5라운드 내내 겁먹고 들어오지 않는 스미스를 존스가 가지고 노는 양상이 이어졌다. 하지만 존스가 평소 보여주던 다이나믹한 퍼포먼스는 온데간데 없었다. 스탠딩에서 특유의 오블리크 킥으로 무릎을 차주며 클린치에서 묶어두는 게 전부였다. 태업이 의심되는 수준이었다.

존스가 압도하면서도 판정을 가서 태업이라는 말이 아니다. 적어도 경기장 안에서 존스는 비교대상이 없을만큼 창의적인 선수다. 느릿느릿 풀어가는 듯해도 없는 빈틈도 만들어 경기를 끝내버릴 줄 안다. 이번 경기처럼 이기는 상황만 만들고 말 인물이 절대 아니다.

어쩐 이유에선지 존스는 스미스를 '이기기만' 했다. 체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었고 스미스가 빈틈이 없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열심히 싸울 생각이 없었다. 한국 해설이 '약간 강한 스파링 같다'고 할 정도였다. 대놓고 꽂아버리는 반칙 니킥은 덤이었다.

더 가관은 이 경기를 어떻게든 포장하는 두 선수의 인터뷰였다. 존스는 “앤소니 스미스는 터미네이터 같았다”며 애써 힘든 척을 했고, 스미스는 “DQ승을 거둘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벨트를) 훔치고 싶지는 않았다”며 최대한 쿨하게 이야기했다. 소위 말하는 '자존심 강한 두 천재의 대결'이라고 해야할까. 여러모로 절대 타이틀전에서 볼 경기는 아니었다.

[웰터급 타이틀전] C 타이론 우들리 vs #2 카마루 우스만

"지루한 충격"
- 너무 완벽히 끝난 우들리의 시대
평점 : ★★☆

언제 끊어질까 싶었던 타이론 우들리(36, 미국)의 연승행진이 정말 난데없이 종료됐다. 럭키펀치를 맞은 것도 상성이 갈리지도 않았고 주 전장인 레슬링에서 변명의 여지 없이 압살을 당해버렸다. 카마루 우스만(31, 나이지리아)은 UFC 10연승과 UFC 최초 아프리카 국적 챔피언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우들리는 케이지를 등지고 기다리다 펀치로 튀어나가거나 레슬링으로 상대를 뭉개는 원패턴 파이터다. 그러나 그 완성도가 극한으로 높아 상대 입장에서는 알고도 당할 뿐이었다. 우스만은 그런 우들리의 거리로 걸어들어가 25분 내내 압도했다.

절대 재밌거나 흥미진진하진 않았지만 그 자체로 큰 충격이었다. 레슬러 잡는 레슬러라는 점에서 과거 조르주 생피에르가 약간 오버랩되기도 했다. 과연 우들리보다 강하고 우들리보다 지루한 우스만을 누가 잡아낼 수 있을까. 분명 궁금해지는 구석이 있었다.

[웰터급] #6 로비 라울러 vs 벤 아스크렌

"아스크렌다운 저력, 아스크렌답지 않은 경기력"
- 그리고 대인배 라울러
평점 : ★★★★

웰터급은 이상하게도 가장 지루한 선수끼리 서로 지루하다고 비판하는 문화(?)가 잡혀있다. 카마루 우스만, 콜비 코빙턴, 그리고 최근 전선에 합류한 벤 아스크렌(34, 미국)까지. 특히 아스크렌은 아직 UFC에 들어오기도 전에 지루함으로 악명이 높을만큼 엄청난 경기력을 자랑'했'다. 이번 데뷔전은 그 평가를 무색케할만큼 화려했다.

초반은 아주 위험하게 흘러갔다. 전 챔피언이자 랭킹 6위 로비 라울러(36, 미국)는 여전한 화력을 과시했다. 아스크렌이 시작과 동싱 테이크다운을 시도하자 라울러는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슬램으로 반격한 뒤 파운딩을 쏟아부었다. 두어번은 KO될 수 있는 상황. 놀랍게도 아스크렌은 끄떡 없다는 듯 일어나 레슬링으로 끈질기게 붙었다. 그리고 라울러가 잠시 자세가 흐트러지자마자 헤드락 그립으로 목을 조이는 불독초크로 경기를 끝내버렸다.

경기 후 스톱 사인 논란이 있었지만 사실 허브 딘 입장에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정상적인 심판이라면 어떤 이유에서건 팔이 떨어지는 걸 보고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라울러의 손은 순간적으로 늘어졌고 직후 엄지를 올리긴 했으나 그 타이밍에 허브 딘은 이미 들어가고 있었다. 애매한 감은 있어도 틀렸다고 할 수는 없는 판정이었다.

한편 본 경기는 대인배 라울러 덕에 더 깔끔하게 끝나게 됐다. 심판이 말린 시점에서 정신이 있었던 라울러는 종료 직후 크게 항의했으나, 이내 끝난 경기임을 받아들이고 조용히 물러났다. 더 항의했으면 진흙탕이 될 수도 있었지만 깨끗이 물러선 덕 라울러 덕에 경기는 '아스크렌의 기막힌 데뷔전'으로 마무리됐다.

[여성 스트로급] #7 티샤 토레스 vs #15 장 웨일리

"아시아 최강은 UFC에서도 통했다"
- 장 웨일리, 파죽의 19연승 질주
평점 : ★★

‘아시아 넘버원’으로 불리며 옥타곤을 밟은 여성 스트로급 15위 장 웨일리(29, 중국)가 7위 티샤 토레스(29, 미국)를 잡아냈다. 비록 아시아에서 활동할 때처럼 뛰어난 화력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이로서 벌써 3연승, 옥타곤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작은 체격으로 오랜 시간 분전했던 토레스였지만 사이즈는 물론 기술도 우월한 웨일리에겐 상대가 되지 않았다.

여담으로 웨일리는 짧은 영어로나마 직접 인터뷰를 했다. “내 이름은 리입니다. 중국에서 왔습니다”라고 말해 관객을 미소짓게 만들었다. 모르긴 몰라도 미국이 본진인 UFC에서 롱런하기 위해서는 이런 최소한의 성의가 중요하지 않을까.

[밴텀급] #2 코디 가브란트 vs #9 페드로 무뇨즈

"굿바이 가브란트
- 너무도 빨리 꺼져버린 불꽃
평점 : ★★★☆

코디 가브란트(27, 미국)만큼 극적으로 타오르고 꺼진 선수가 또 있을까. 미친 듯한 공격성으로 11연승을 기록하며 정상에 도달한 가브란트는 그 공격성에 스스로 발목잡히며 3연패에 빠졌다. 보는 입장에서야 너무나 멋들어진 파이터지만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기는 어려웠다.

페드로 무뇨즈(32, 브라질)는 그저 가브란트 맞춤 전략을 들고 와서 그대로 잘 이행했다. 상대가 워낙 날카로운 탓에 도중 위기가 있었지만 가브란트가 그 기회를 잡을만큼 침착하지 않았다. 가브란트의 유통기한이 거의 끝났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총평

"용두사미"
- 먹을 게 있을 뻔했던 소문난 잔치
평점 : ★★

결론부터 말하자면 UFC 235는 실망스러웠다. 차라리 언더카드가 훨씬 화끈하고 내용도 알찼을만큼 메인카드가 이름값을 해주지 못했다. 특히 헤드라인을 담당한 존 존스와 앤소니 스미스는 둘 다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마무리가 기가 막히게 별로였던 탓에 벤 아스크렌과 페드로 무뇨즈의 분전에도 이번 대회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무리가 있었다.

유하람 기자 rank5yhr@gmail.com

UFC 235 메인카드 경기 결과

[라이트헤비급 타이틀전] C 존 존스 vs #3 앤소니 스미스
– 존 존스 5라운드 종료 판정승(3-0)

[웰터급 타이틀전] C 타이론 우들리 vs #2 카마루 우스만
– 카마루 우스만 5라운드 종료 판정승(3-0)

[웰터급] #6 로비 라울러 vs 벤 아스크렌
– 벤 아스크렌 1라운드 3분 20초 서브미션승(불독초크)

[여성 스트로급] #7 티샤 토레스 vs #15 장 웨일리
– 장 웨일리 3라운드 종료 판정승(3-0)

[밴텀급] #2 코디 가브란트 vs #9 페드로 무뇨즈
– 페드로 무뇨즈 1라운드 4분 51초 KO승(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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